[집중분석] 재벌가 ‘가족형 비리’ 막전막후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12.04 11: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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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검찰행…따로 법원행…같이 철창행

[일요시사=경제1팀] 국내에서 ‘감옥’ 한 번 가지 않고 기업을 경영하기란 쉽지 않은 모양이다. 내로라하는 재벌 총수들은 하나 같이 온갖 비리를 저질러 왔고, 이에 상응하는 전과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이제 이들이 휠체어를 타고 법원 앞에 나타나는 것은 예삿일이 됐다. 최근엔 모자가 나란히 전과경력을 달거나 삼부자가 함께 기소되는 등 ‘가족형 범죄’가 늘고 있어 이목이 쏠리고 있다.

대기업, 재벌 총수들의 비리가 잇따라 불거지고 있다. 특히 부부·부자·형제 등이 함께 의기투합해 저지르는 ‘가족형 범죄’가 적지 않다. 이들은 시 예산과 맞먹는 규모의 탈세를 저지르는가 하면 회사 재산을 개인 돈처럼 함부로 빼돌리는 등의 혐의로 저마다 검찰과 법원에 출석도장을 찍고 있다.

나란히 서초동 출두
그 아버지에 그 자식

피죤 이윤재 회장과 이 회장의 장녀 이주연 부회장은 최근 나란히 검찰조사를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김한수 부장검사)는 회삿돈으로 수십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이들을 불러 조사했다고 지난달 27일 밝혔다.

이 회장 부녀는 하청업체 거래대금을 부풀려 지급했다가 차액을 돌려받는 등의 방법으로 수십억원 규모의 비자금을 만든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 부녀가 돈을 빼돌리는 과정에 직접 개입했는지 등을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피죤 소유주 일가와 경영진이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린 정황을 잡고, 지난 6월 서울 역삼동에 있는 피죤 본사 등을 압수수색하고 임원진을 소환 조사했다.

국세청은 지난 1월부터 특별세무조사를 벌여 이 부회장이 2010년 세금감면 등 청탁목적으로 북인천세무서 직원들에게 200만원을 돌린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이 회장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낸 이은욱 전 사장을 청부 폭행한 혐의가 인정돼 지난해 10월 1심과 2심에서 10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수십억 비자금 피죤 부녀…세금탈루 동아 부자
LIG 삼부자 사기 혐의…태광 모자 거액 횡령극

부자가 함께 검찰에 고발된 사례도 있다.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과 차남은 최근 조세범처벌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됐다.

서울지방국세청은 6억6000만원의 세금을 체납한 최 전 회장을 체납처분 면탈 혐의로, 차남에게는 체납처분 면탈 방조 혐의를 적용해 수원지검 평택지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최 전 회장은 지난해 12월 본인 소유의 미국 캘리포니아주 빅혼골프클럽의 회원권 환급금 25만달러(한화 약 2억7000만원)를 국세청 눈을 피해 차남에게 양도했고 차남은 부친의 체납사실을 알고도 돈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국세청은 차남이 보유한 25만달러에 대해 압류조치도 했다. 최 전 회장은 또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학교법인 공산학원의 공금 10억원을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사기성 기업 어음을 발행한 구자원 LIG그룹 회장과 그의 두 아들 등 삼부자는 지난달 15일 이례적으로 동시 기소됐다. 검찰은 재산을 지키려고 금융시장에 폭탄을 투척한 셈이라고 기소 이유를 밝혔다.

LIG 건설은 지난 2009년부터 1894억원 상당의 기업어음과 257억원 상당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집중적으로 발행했고 투자자 1천여 명은 2150억 원 어치의 어음을 구입했다.

그런데 지난해 3월, 재무상황에 이상이 없다던 회사가 갑자기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LIG건설의 기업어음은 휴지조각이 됐다. 손실은 고스란히 일반 투자자들에게 전가됐다.

‘사기성 CP의혹’을 수사해 온 검찰은 구 회장 일가가 LIG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계열사의 경영권을 상실할 것을 우려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다.

LIG건설은 금융기관에서 투자를 받으며 그룹 계열사의 주식을 담보로 맡긴 상태였다. 그러나 LIG건설을 파산시킨 직후 계열사 주식을 되찾았다. 앞서 일반 투자자에게 기업어음 등을 팔아 조달한 2000억여원을 재원으로 활용했다.

삼부자 사기극서
휠체어 모자까지

검찰은 또 구 회장 일가가 2009년부터 1500억원대의 분식회계를 저질러 LIG건설이 발행한 기업어음의 신용등급을 ‘투자적격’으로 조작한 사실도 확인했다. 검찰은 이례적으로 구 회장 삼부자 모두를 기소하면서 죄질이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함께 구속된 모자도 있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과 그의 어머니 이선애 전 태광산업 상무는 지난 2월 1400억여원을 빼돌리거나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다. 이후 건강 악화를 이유로 이 전 회장과 이 전 상무는 각각 보석과 구속집행정지 허가를 받아 같은 병원에서 치료 중인 상태다.

지난달 27일 열린 2심에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이 전 회장은 휠체어를 타고, 이 전 상무는 의료용 침대에 누워 등장했다. 이날 검찰은 이 전 회장에게 징역 7년과 벌금 70억원을 구형했고 모친인 이 전 상무에게는 징역 5년과 벌금 70억원을 구형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월 검찰에 소환될 당시 태광그룹 모자의 ‘휠체어 출석’을 비판한 바 있다. 검찰은 당시 ‘재벌 오너와 휠체어’라는 자료를 배포하며 그 행태를 꼬집었다. 자료에는 “한국 재벌 총수들은 곤란할 때면 휠체어로 탈출한다”고 비판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기사가 담겨 있었다.

SK그룹 형제는 계열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 구형을 받았다. 검찰은 지난달 22일 서울중앙지법 심리로 열린 최태원 SK그룹 회장 결심공판에서 계열사 자금 636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최 회장에 대해 징역 4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최 회장이 2008년 선물에 투자하기 위해 SK 계열사 자금 497억원을 빼돌렸고, 2005년부터 5년간 그룹 임원들에게 지급하는 상여금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139억원을 빼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최 회장의 동생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에 대해서도 최 회장과 공모해 자금을 횡령하는 등 총 1943억원의 횡령·배임 혐의가 있다며 징역 5년 구형했다.

‘오너 형제·부부’   
횡령으로 의기투합

검찰에 따르면 최 회장 형제는 1998년과 2003년 각자 지인을 통해 소개받은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을 통해 선물옵션 투자에 나섰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최 회장 형제가 주요 SK그룹 계열사 18곳이 창업투자사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투자한 2천800억원 중 450억원을 김씨에게 투자하는 방법으로 모두 497억원의 회삿돈을 빼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최 회장은 또 2005∼2010년 계열사 임원들에게 매년 성과급을 과다 지급한 후 이를 SK홀딩스로 되돌려 받는 방식으로 139억5천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뒤 개인경비 등으로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최 회장이 검찰 구형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2008년 5월에도 1조5000억원의 SK글로벌 분식회계로 징역 3년·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후 78일 만에 사면된 바 있다. 검찰은 “최 회장은 동종의 전과가 있고 법원에서 반성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지 않다”며 “반드시 실형이 선고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과 동생 유순태 EM미디어 대표는 지난달 12일 특임검사의 소환조사를 받았다. 유진그룹 측은 서울고검 김모 검사에게 6억 원을 건넨 의혹을 받고 있다.

특임검사팀은 유 회장 형제를 상대로 김 검사와의 관계, 금품 전달 경위와 규모, 대가성 여부 등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다단계 사기꾼 조희팔 측근 강모씨로부터 2억4000만원, 유순태 대표로부터 6억원을 받은 혐의로 김 검사에 대한 수사를 개시했다.

지난달 16일엔 프라임그룹 비자금 의혹 사건 핵심 피의자인 백종안 전 프라임서키트 대표가 검거됐다. 프라임그룹 비자금 의혹 사건은 2008년, 백종헌 프라임그룹 회장의 동생 백종진씨 등이 그룹 계열사로부터 수 백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사건이다.

검거된 백씨는 백종진씨의 둘째형으로 당시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고 100억 원의 약속어음을 발행해 자신이 운영하던 중소기업에 손해를 입힌 혐의로 체포영장이 청구됐으나, 3개월 뒤 수사를 피해 국외로 도피했다. 지난 10월 28일엔 ‘알파벳’ 오타로 인천공항으로 귀국한 그를 놓쳐 논란이 됐다.

SK·유진·프라임그룹 형제 나란히 수사·재판
총수일가 경영참여 늘면서 의기투합 범죄 늘어

프라임그룹의 검찰 조사발 악재는 형제 뿐만이 아니다. 지난 5월엔 200억원대 불법대출 지시 혐의를 받고 있는 백종헌 프라임그룹회장과 백 회장의 부인 임명효 동아건설 회장이 재판에 넘겨졌다.

백 회장 부부는 지난 2005년 11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담보가 부실하거나 아예 없는데도 200억원대 부실대출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백 회장은 상호저축은행법이 금지한 타 저축은행과의 수십억원대 교차대출에 나선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 수사 결과 백 회장은 프라임그룹의 대우건설 인수지원을 노리고 재무상태가 극도로 열악한 부동산업자 박모씨에 대한 35억원 규모 차명대출을 김선교 전 프라임저축은행장(구속기소)과 공모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차명차주조차 금융권 부채가 98억 원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또 백 회장의 부인 임 회장은 2007∼2008년 프라임저축은행 회장으로 재직하며 본인의 미술품 구매대금 19억원 상당을 대출로 충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잇따른 재벌 총수들의 ‘가족형 비리’에 대해 “우리나라 재벌의 독특한 구조”에 원인이 있다고 꼬집었다. 계열사 간 순환 출자나 피라미드형 지배 구조를 통하여 총수 일가가 극히 적은 지분으로 광범한 기업집단을 배타적으로 지배하는 가족형 기업이라는 점이 그것이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단순히 총수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과다한 지배력을 행사해 왔다는 것 뿐 아니라 그동안 전략적 경제성장 과정에서 많은 특혜를 입고 성장하였는데도 사회적 책임을 소홀히 했고 부의 축적과 그 승계 과정에서 적지 않은 탈법과 편법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재벌총수들의 범죄행각은 집행유예 등 비교적 가벼운 처벌로 일단락되는 것도 문제”라며 “사법처리 이후 아무 일 없는 듯 공식 활동을 이어가는 것도 그 덕분아니겠냐”고 비판했다.

실제로 그룹 내부에서는 총수의 ‘아픈 과거’를 ‘한때의 과오’정도로 받아들이는 입장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재벌가의 각종 비리가 불가피한 ‘시대의 희생양’이었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총수 일가 비리는
시대의 희생양?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한민국은 다시 출발점에 섰다. 유력 대선주자들은 앞 다퉈 ‘재벌개혁’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재벌 규제 가운데 눈여겨 볼 점은 단연 기업범죄 처벌 강화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모두 사면권 및 집행유예를 제한하는 방안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대기업 총수 일가가 경제 범죄로 처벌 받을 경우 장기간 경영 공백 현상은 물론 기업 이미지 타격 등을 불러올 수 있을지, 재계에 실제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휠체어 탄 재벌 총수들의 ‘쇼’를 언제까지 봐야 하나요?”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과연 그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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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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