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너무한 롯데 '카피캣' 실태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11.29 15:4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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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짝퉁보다 심하다…유통 황제의 베끼기

[일요시사=경제1팀] 모방은 제2의 창조인가, 비도덕적 양심인가. 업계의 소문난 ‘카피캣(흉내쟁이)’ 롯데의 베끼기 행위가 여전하다. 한 회사에서 거액의 연구비를 들여 인기 제품을 만들어 내면 얼마 안 돼 유사한 상품을 냉큼 내놓는다. 최근엔 제품 뿐 아니라 업태까지 모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아무리 ‘아이디어 헌팅’시대라지만 롯데는 ‘카피의 황제’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롯데의 만연한 베끼기 병폐를 살펴봤다.

이번 논란의 주인공은 ‘드럭스토어’다. 이르면 올해 말 1호점을 오픈하는 롯데 드럭스토어를 두고 “또 카피캣이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국내에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드럭스토어’는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과 화장품,·건강보조식품, 음료 등을 함께 판매하는 매장을 가리킨다.

드럭스토어도
“분스처럼”

최근 이 ‘드럭스토어’가 눈부신 성장을 이루며 유망사업으로 떠오르자 롯데도 시장에 뛰어들었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지난 7월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드럭스토어 오픈을 준비했다.

최근엔 사업구상을 완료하고 시장진출 시기만 조율하고 있는데 이르면 올해 말 롯데백화점 잠실점과 롯데마트 사이 지하 쇼핑몰에 시범점포를 열 계획이다. 최대 700개까지 매장을 확대할 계획도 함께 검토 중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롯데가 선보일 드럭스토어가 “신세계 드럭스토어 ‘분스’의 카피캣”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롯데 드럭스토어 입점 회의에서 “콘셉트도, 규모도, 취급 물품도 모두 분스처럼”이라는 말이 빈번하게 들린다는 것이다. 


분스는 신세계그룹 계열사 이마트에서 운영하고 드럭스토어로 지난 6월 서울 강남역에 1호점을 오픈했다. 분스는 국내 화장품 브랜드숍의 제품들은 물론 온라인 쇼핑몰에서만 판매되거나 다른 드럭스토어에선 볼 수 없던 생소한 화장품 브랜드로 다양성을 추구한 게 특징이다.

안 되면 업태도 베껴라?…흉내내기 ‘점입가경’
인기 신제품 나오면 얼마 뒤 바로 유사품 출시

여기에 약국, 컵라면, 냉동식품, 와인, 음료, 샐러드, 과일 등 다채로운 식품구성과 문구류까지 더해져 원스톱 쇼핑 형태를 만들어 냈다. 현재 입점된 브랜드만 100여 가지에 달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시장에서는 롯데가 유통 라이벌인 이마트 분스를 재현한 드럭스토어를 구성 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 측은 “‘카피캣’이라기보다는 시장 트렌드에 맞춰가는 통상적인 관례”라는 입장이지만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사업에 대해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은 롯데의 뿌리 깊은 카피캣 병폐에 대한 거부감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실제 롯데에서 ‘남의 것'을 베껴 제 것처럼 내놓는 사례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지난 6월 서울 금천구에 1호점을 낸 롯데마트의 회원제 창고형 할인점 ‘빅마켓’도 오픈 전부터 ‘코스트코 판박이’라는 구설수에 올랐다. 코스트코는 미국계 회원제 창고형 할인점이다.

빅마켓은 여러가지 점에서 코스트코와 흡사하다. Vic마켓이라고 적힌 외부 간판의 디자인 뿐 아니라 매장 진입로와 내부 인테리어, 화장실의 위치, 매장입구에서의 회원권 검사, 매장동선과 디스플레이, 회원가입비와 탈퇴규정, 제품 환불, 쇼핑백 등 어느 것 하나 다른 것이 없을 정도로 완벽에 가깝게 코스트코를 벤치마킹했다.


빅마켓을 이용해본 한 고객은 “빅마켓은 모든 요소와 시스템이 코스트코와 흡사했다”며 “만약 코스트코가 비즈니스 모델 특허가 있다면, 침해로 소송을 백만번 걸어도 좋을 만큼 완벽하게 동일하다. 롯데가 작정하고 코스트코를 베낀다는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남이 잘되면?
냉큼 베끼기!

특히 롯데음료의 베끼기 전통은 뿌리가 깊다. 코카콜라 ‘암바사’가 인기를 끌자 이를 모방한 ‘밀키스’를 선보여 역전해 성공했고, 90년대 말 시장을 강타한 ‘2% 부족할 때’도 3개월 먼저 나온 남양유업 ‘니어워터’의 카피캣이라는 의혹을 받았다.

이후 광동제약의 ‘비타500’과 유사한 ‘비타파워’를 출시했고 코카콜라의 ‘환타 쉐이커’와 흡사한 ‘쉐이킷 붐붐’, CJ제일제당의 ‘컨디션 헛개수’와 비슷한 ‘아침헛개’, 웅진식품의 ‘하늘보리’를 연상케하는 ‘황금보리’, 그리고 ‘비락 식혜’를 모방한 ‘잔칫집’ 출시 등 수많은 ‘미투’ 제품 논란을 일으켜 왔다. 올해 출시한 에너지 음료 ‘핫식스’도 동서식품이 수입판매하는 ‘레드불’과 제품 성분이 똑같아 도마에 올랐다.

이 때문에 롯데칠성은 지난 8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경고장을 받기도 했다. 롯데칠성의 ‘데일리C 비타민워터’가 먼저 출시된 코카콜라의 ‘글라소 비타민워터’와 병 모양, 색깔, 성분 등이 매우 흡사해 이를 경고한 것이다.

그러나 롯데칠성은 제품 출시와 함께 소비자들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유통매장에서 기존 코카콜라 제품과 나란히 배치하도록 하는가 하면 “우리 제품에 사용된 비타민은 생산 공정 등 위생을 꼼꼼하게 검증한 퀄리C(Quali-C) 인증을 받은 100% 영국산 비타민”이라며 원조인 코카콜라 제품과 비교 광고까지 진행해 빈축을 샀다.

지난 1월에는 국순당이 서울 중앙지방법원에 롯데칠성을 상대로 부정경쟁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롯데칠성의 청주 브랜드인 ‘백화수복’에서 지난해 12월 출시된 ‘백화차례주’는 국순당이 지난 2005년 출시한 ‘예담’과 병의 모양과 색깔 뿐 아니라 상표의 디자인과 부착위치 등이 흡사해 소비자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상표 논란’
법정소송까지

롯데 제과에서도 카피캣 논란은 이어진다. 1974년 오리온이 쵸코파이를 내놓고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자 5년 후 롯데제과가 ‘롯데 쵸코파이’ 상표를 등록하고 판매를 시작했다. 이 때문에 양사는 상표 등록을 놓고 법정 공방까지 벌였다.

지난 2008년엔 크라운제과가 롯데제과를 상대로 상표권을 무단 도용했다며 상표 사용금지 가처분소송을 제기했다. 크라운제과는 일본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말려’의 주인공 짱구를 ‘신짱’으로 변형해 스낵제품 ‘못말리는 신짱’을 2001년부터 판매해 왔는데, 롯제제과가 7년 뒤 신제품에 ‘신짱’이란 이름을 그대로 쓰면서 글씨체도 흡사하게 베꼈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롯데제과는 크라운제과의 ‘버터와플’과 유사한 ‘롯데와플’, 해태제과의 ‘홈런볼’과 비슷한 ‘마이볼’ 등을 잇따라 출시하며 ‘카피의 황제’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최근에는 장수제품인 ‘오징어땅콩’을 흡사하게 베낀 ‘오징어땅콩’을 또다시 출시해 논란이 되고 있다.

뿌리 깊은 병폐…신제품만 내놨다하면 베끼기 구설수
사업 초기비용 생략·안정적 수익보장에 쉽게 못 끊어


이렇듯 롯데는 같은 계열 기업들은 브랜드 네임, 관련 스토리텔링, 마케팅 방식까지 복사기처럼 찍어 베끼고 있는 것을 관행처럼 일삼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롯데가 잦은 ‘카피캣 전략’을 쓰는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한다. 사업 초기 시장분석, 연구 개발비, 조사비용 등 투자해야 하는 자금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게 그 첫 번째다. 이 때문에 기업들이 인기상품을 모방해 적은 노력을 가지고 이익을 얻으려는 유혹에 빠지기 쉬운 것이다.

잘 나가는 제품을 모방한다면 어느 정도 보장된 수익과 편하게 시장 진입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원인이다. 식음료의 특성상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은 쉽게 구매로 이어지기 때문에 유통 과정에서 프로모션 이벤트를 벌이거나 가격을 인하해 소비자들의 주목을 끌면 원 브랜드 상품을 추월할 수도 있다는 점이 모방의 중요 원인이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는 흉내내기 전략을 통해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으니 쉽게 끊을 수 없을 것”이라며 “모방이 성공하면 편하게 돈을 벌 수 있으니 버릇이 된 것 같다. 굴지의 유통기업답게 유통망도 잘 갖춰져 있으니 유사품을 출시해도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롯데의 카피캣’을 두고 가끔씩 벌이는 네티즌들의 갑론을박 중에도 두 가지 반응이 있다. ‘맛만 좋으면 장땡’이라는 것과 ‘카피로 떼돈 버는 비양심적 기업’이라는 것이다.

카피로 흥한기업
카피로 망한다?


진실이 무엇이든 맛만 제대로 낸다면 장땡일 수도 있다. 그러나 영민한 소비자들이 롯데가 출시하는 제품이 무엇을 따라 만든 것인지 모를 리 없다. 베끼기의 카피 캣 제품은 짝퉁의 또 다른 이름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이에 한 전문가는 “카피 캣 전략을 통해 이익을 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롯데’하면 ‘카피왕’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문제”라며 “양질의 제품 개발에 힘을 쏟고, 장기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브랜드와 제품에 대한 신뢰를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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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