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축년 ‘소띠 골퍼’ 기상도 <해부>

세계 향해 심기일전 ‘굿샷’

올해는 기축년으로 십이지 중 소띠에 해당하는 해이다. 토정비결에서는 소띠에 대해 ‘느리지만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고 참을성이 대단하며 고집은 세지만 좀체 화를 내지 않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한다. 열거한 특징들은 골프에도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앤서니 김을 위시하여 허석호, 배경은, 이지영, 최우리, 조아람 등 소띠 태생의 골퍼들이 심기일전하여 멋진 모습을 보이겠다는 각오를 다진다.

소띠 골퍼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앤서니 김이다. 굳이 십이간지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2009년 골프계는 호랑이 잡을 사자 앤서니 김을 주목하고 있다. 미국 PGA투어 공식 사이트(www.pgatour.com)는 올해 지켜봐야 할 선수 두 번째로 앤서니를 지목했다.

물론 첫 번째는 무릎 수술 후 긴 공백기를 가진 타이거 우즈(33·나이키 골프)다. 타이거 우즈의 복귀가 조만간 이뤄질 것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으면서 앤서니 김에 대한 관심도도 증폭되고 있다.

세계가 주목하는
소띠 사자 ‘앤서니 김’

앤서니 김은 지난 1월 왼쪽 어깨 통증으로 봅호프클래식에 불참했지만 올시즌 우즈와 좋은 승부를 펼칠 강력한 경쟁자다. AP통신도 우즈가 없는 동안 좋은 기회를 얻을 선수 중 한 명으로 앤서니 김을 거론했다. 언론도 조금씩 우즈의 대항마로 앤서니 김을 떠올리고 있다.
앤서니 김은 지난 1월28일 FBR오픈 대회조직위원회가 마련한 공식 기자회견에서 “어깨가 조금 불편했을 뿐이다. MRI 진단도 받았는데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고 말했다.
 
앤서니 김·허석호·배경은 등 심기일전 활약 예고
‘느리지만 움직이는 것 좋아하고 참을성 대단’ 세계 주목
2009년 골프계 호랑이 잡을 사자로 앤서니 김 주목
허석호 “올해 일본 열도 정복하겠다” 투지 불태워


어깨 통증 때문에 봅호프클래식을 기권했던 그는 “(개막전이었던) 메르세데스-벤츠챔피언십 3라운드 12번 홀에서 드라이버 샷을 너무 멀리 날리려다 무리를 한 것 같다”며 “시즌 초반에 무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곧바로 휴식을 취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타이거 우즈는 존경하는 선수이자 선배다. 항상 그의 노력하는 자세와 프로정신을 본받으려고 한다. 빨리 돌아와 멋진 승부를 펼치고 싶다”는 말로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1985년생으로 소띠 해에 태어난 앤서니 김의 기축년 소망은 물론 평소 그가 말한 대로 ‘타이거(우즈) 잡는 라이언(앤서니)’일 것이다. 하지만 새해 첫날 언론을 통해 밝힌 그의 소망은 소박(?)했다.
“일단 메이저대회 우승이 첫째 목표다. 또 한국에서도 우승컵을 들어 올리고 싶다. 하지만 먼저 호랑이(타이거 우즈)가 돌아왔으면 한다. 그는 항상 나를 자극한다.”

우즈와 라운드를 하면 긴장되지만 결코 앤서니 김에게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긴장이 그의 경쟁심을 자극하게 되고 열심히 하다 보면 오히려 성적이 더 잘 나온다는 것이다.
현재 세계랭킹 11위에 올라 있는 앤서니 김은 새해 세계랭킹 몇 위까지 올라가고 싶을까. 그의 거친 경기 스타일로 보면 당연히 1위라는 소리가 나올 법도 하지만 어느새 감정을 자제할 줄 아는 선수가 된 느낌이다.

“물론 많이 올라가면 좋겠다. 하지만 특별히 몇 위라고 목표를 정해두지는 않았다. 다만 그때그때 후회 없는 경기를 하고 싶을 뿐이다.”
거침없는 플레이로 많은 팬을 거느리게 된 앤서니 김이 바라는 ‘골퍼상’은 어떨까.
“경기할 때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포커페이스가 돼야 한다고 다짐한다. 마인드 컨트롤은 언제나 어머니가 강조했던 것이다. 이것이 매너로 이어진다. 잘 치는 골프선수가 되고 싶은 동시에 좋은 골프선수가 되고 싶다. 잘 치면서 매너 없는 선수가 되고 싶지는 않다.”

“기회가 될 때마다 자주 한국팬들 앞에 서고 싶다”는 그는 경제가 어려워 힘들어하는 한국팬들에 대한 염려도 잊지 않는다.
“지금 모두가 어렵다고 한다. 미국에도 어려운 사람이 정말 많다. 부모님의 나라이자 나의 나라이기도 한 한국사람들이 좀 더 행복한 한 해를 보냈으면 좋겠다.”
한국 골프팬들은 사자의 용맹스러움에다 황소의 은근한 끈기와 묵직함이 담긴 앤서니 김의 호쾌한 2009년 샷을 기대하고 있다.

올해는 나의 해
“와신상담 결실 보겠다”

대체로 소띠 여자 프로골퍼들은 지난 한 해 만족스러운 성적을 올리지 못했지만 올해를 자신의 해로 만들고자 뚝심 있게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고 있다.
2006년 미국 진출 전까지 KLPGA투어 통산 3승을 거두고 2005년 상금왕에 오른 배경은(24)은 지난 한 해 USLPGA에서 한 차례만 톱10에 오르는 등 상금순위 74위에 오르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후원사와 재계약에 실패한 배경은이 보내는 올 시즌 각오는 남다르다.

지난해 제주도에서 열린 KLPGA투어 ‘ADT캡스챔피언십 2008’을 이후로 1달 동안 국내에 머물며 체력훈련에 매진한 배경은은 “아직 미국에서 우승 경험이 없다. 이번 시즌에는 반드시 우승 소식을 들려주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또한 지난해 5개의 KL PGA투어에 참가했던 배경은은 “전반기에는 미국투어에 집중하고 하반기부터는 지난해보다 많이 국내투어에 참가하고 싶다”는 올 시즌 전체적인 투어계획을 말한다.

이지영(24) 또한 달콤한 휴식을 뒤로하고 올랜도에서 샷을 가다듬고 2009년을 벼르고 있다. 이지영은 2006년에 해외에 진출한 이후 매년 12월 한 달씩 국내에서 머물며 휴식을 취했지만 올해는 2주만 머물다 미국으로 돌아갔다.
이지영은 “지난해에 우승할 수 있었던 기회를 몇 차례 놓친 것이 아쉽다. 아직 실력이 부족함을 실감했다. 부족한 실력엔 연습이 해답이다”라고 말한다.
이밖에 73년생 소띠로 ‘2009 KLPGA 정규투어 시드전’에서 11위를 기록하며 사실상 풀시드권을 획득한 김현령이 있고, 85년생 소띠로는 최우리, 조아람(ADT캡스), 이혜인(푸마), 한민지 등이 와신상담(臥薪嘗膽)하며 올 시즌을 벼르고 있다.

남자 골퍼 중 소띠인 허석호(36)와 최호성(36) 등 대표적인 ‘소띠 골퍼’들 역시 ‘올해는 우리가 주인공’이라며 활기차게 시즌을 열었다.
‘73년생 소띠’인 허석호는 특히 오늘부터 태국 방콕의 아마타 스프링골프장에서 개막하는 아시아와 유럽의 대륙대항전인 로열트로피에 아시아팀의 일원으로 선발돼 폴 맥긴리(아일랜드)와 폴 로리(스코틀랜드) 등 ‘한 수 위’의 ‘유럽군단’과 맞대결에 나섰다.

올해는 우리가 주인공
“골프에만 매진할 터”

이 대회는 아시아와 유럽에서 각각 10명의 선수가 출전해 3일간 포섬과 포볼, 싱글 매치플레이로 우승을 가린다.
지난해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서 2승을 챙기며 상금순위 6위(9809만엔)에 오르는 등 서서히 정상에 근접하는 허석호는 “올해는 반드시 일본 열도를 정복하겠다”는 원대한 포부까지 밝혔다. 지난 연말 어머니를 잃은 허석호는 여기에 “어머니가 하늘에서 지켜보고 계신다는 각오로 골프에 매진하겠다”는 효심까지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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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