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스포츠>기적의 샷 ‘알바트로스’의 비밀

‘홀인원은 비켜라!’지금까지 국내에서 단 2건

국내에서 대회 중에 나온 공식 기록은 2006년 9월에 나온 그야말로 천운을 가진 알바트로스. 알바트로스 확률은 585만분의 1. 파4 홀에서 티샷을 한 번에 홀에 넣을 수 있는 확률이다. 다시 말해 파4 홀인원이다. 아마추어 골퍼의 파3 홀인원 확률이 1만2000분의 1인 것을 감안하면 수백 배는 더 어렵다. 아니, 대부분의 골퍼들에겐 꿈같은 얘기일 뿐이다.

85만분의 1 확률을 가진 대박 ‘알바트로스’
세계 최장 파4 홀 홀인원 기록은 447야드

정규 18홀 골프 코스의 경우 파4 홀이 평균 280야드 이상으로 세팅되기 때문에 드라이브 샷을 이 거리보다 짧게 치는 골퍼는 평생에 한 번 이런 기회조차도 잡을 수 없다. 물론 더블 이글인 알바트로스가 규정 타수보다 3타 적게 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파5 홀에서 두 번째 샷이 그대로 홀로 빨려 들어가는 경우는 적지 않다. 하지만 ‘파4 홀인원’은 정말 진기록이 아닐 수 없다.

국내외 막론하고
알바트로스 희귀

대한골프협회(KGA)에 따르면 올 1∼7월까지 국내 골프장에서 나온 아마추어 골퍼의 알바트로스는 모두 10건이다. 그중에서도 파4 홀인원은 단 2건뿐이다. 이 진귀한 행운을 잡은 아마추어 골퍼는 나진성(53)씨와 나이가 공개되지 않은 문칠성씨다. 나씨는 지난 5월 경기도 하남에 있는 캐슬렉스 골프클럽 18번 홀(파4·310야드)에서, 문씨는 지난 2월 인천광역시에 있는 인천국제골프장 8번 홀(파4·330야드)에서 각각 기록했다.

캐슬렉스 골프클럽 관계자에 따르면 “나씨는 회원은 아니지만 우리 골프장에서 파4 홀인원은 골프장 개장 40년 만에 처음”이라며 “앞 팀이 홀아웃하고 이동하다가 목격했다”고 말했다. 이를 지켜본 골퍼들은 공이 핀 앞쪽 5m에 떨어진 뒤 홀로 들어갔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파4 홀인원은 3박자(300야드에 준하는 장타·프로 같은 정확성·운)가 따라줘야 하는 만큼 골퍼로서는 대단한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세계 골프투어에서는 이런 기록이 자주 나올까. 그렇지 않다. PGA 투어에서 뛰고 있는 선수 중에서는 국내 골프팬들도 잘 알고 있는 필 미켈슨(42)이 이 기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PGA 투어의 공식 기록은 아니다. 미켈슨은 2003년 12월 미국 샌디에이고의 라호야 골프장의 1번 홀(파4·305야드)에서 난생 처음 기록했다. 드라이버로 친 티샷이 그린 입구에 떨어진 뒤 세 차례 바운드되면서 홀로 사라졌다.

PGA 투어에서 가장 최근에 이 진귀한 행운을 경험한 선수는 브랜트 스네데커(32·미국)다. 이 기록도 공식 라운드에서 나온 것은 아니다. 스네데커는 올 시즌 제141회 디 오픈 챔피언십 개막을 하루 앞둔 연습라운드 도중 16번 홀(파4·336야드)에서 드라이버로 친 티샷이 바로 홀로 빨려 들어가는 행운을 잡았다. 스네데커는 이 행운 때문인지 이 대회에서 처음으로 톱5 이내인 공동 3위를 차지했다.

세계 최장 파4 홀 홀인원 기록은 1965년 10월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의 미라클힐스 골프장에서 아마추어 골퍼 로버트 미테라가 10번 홀(파4)에서 작성한 447야드로 알려져 있다.

미테라가 친 드라이버 티샷은 때마침 불어온 시속 50마일의 뒷바람을 타고 그린 위로 떨어졌다고 한다.
국내 대회 중에 나온 공식 기록은 2006년 9월 한국청소년골프협회 주최 제1회 알룩스포츠배골프대회에서 박승균(당시 용인구성고2)군이 작성한 것이다. 박군은 충북 충주 시그너스 골프장의 코튼 6번 홀(파4·307야드)에서 티샷한 공이 그린에 떨어진 뒤 홀로 굴러들어가는 행운을 잡았다.

부부·올케·시누이
동반 홀인원 겹경사

알바트로스 겸 파4 홀인원은 그렇다고 치고 지난 7월 말까지 홀인원을 기록한 국내 아마추어 골퍼는 1308명이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KGA에 따르면 골드골프장과 88골프장에서 각각 51건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는 코리아골프장(45건)과 경주신라골프장(44건) 순으로 조사됐다. 최다 사용구로는 타이틀리스트가 586건으로 1위였고, 볼빅이 233건으로 2위, 캘러웨이가 101건으로 3위였다.


이색 홀인원으로는 지난 5월 전남 해피니스 골프장에서 기록된 부부 홀인원이다. 이 골프장의 회원인 김병휘(54)씨는 한 달 전 홀인원을 기념해 부인 최연숙(55)씨와 함께 라운드에 나섰다가 최씨 마저 홀인원을 하는 감격을 맛봤다. 또 뉴서울 골프장에서는 지난 5월 올케(남코스 13번 홀)와 시누이(남코스 17번 홀)가 동반라운드를 하다가 3홀 간격으로 홀인원을 기록하는 겹경사를 누리기도 했다.

한편 지름 108mm의 작은 구멍에 단 한 번의 티샷으로 공을 넣어야 하는 홀인원의 확률은 사실 정확한 예측이 힘들다.

세계 각국의 기상 여건이 다르고, 골프장마다 거리와 그린 경사도도 차이가 있다. 골프다이제스트의 다양한 분석에 따르면 아마추어골퍼는 약 0.008%, 프로골퍼는 0.029% 정도로 집계되고 있다.
각종 조건을 미리 계산해 결과를 도출하는 연역적 방법이다. 예를 들어 농구에서 자유투를 성공하기 위한 좌우 오차는 1.5도 안팎이다.

150야드 거리에서 아이언 샷으로 공을 홀인시키기 위한 좌우 오차는 1000분의 1도 안 된다.
자유투의 성공확률은 약 75%, 홀인원의 확률은 단순 계산으로 0.067%다. 여기에 공이 그린에서 굴러가는 속도와 굴곡 등을 변수로 더하면 확률은 더욱 낮아진다.

0.008%, 즉 1만2000분의 1이라는 통계라면 1라운드에 4개의 파3 홀이 있을 때 홀인원은 3000라운드에 1번꼴이다. 적어도 1년에 200라운드를 해야 15년 주기로 홀인원의 행운이 찾아온다는 이야기다.

기네스북에는 실제 첫 실전라운드, 그것도 첫 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한 골퍼가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에 사는 65세 여성 운니 해스켈은 2009년 사이프러스링크스에서 소위 “머리를 올리러”갔다가 진기록을 수립했다. 그녀는 “모든 골퍼가 다 쉽게 (홀인원을) 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최연소 5세, 최고령 99세
통산 51회 기록도

최연소는 1998년 키스롱(5세)이라는 아이가 만들었다. 미국 미시간주 잭슨의 파인스골프장 4번 홀이다. 최고령은 1985년 스위스 제네바에 사는 오토 부처라는 할아버지(99세)다.

스페인 의라망가골프장 12번 홀에서 작성했다. ‘453m짜리’ 홀인원도 있다. 1995년 숀 리치는 잉글랜드 데번주 엑시터크리스토의 테인밸리골프장 17번 홀에서 453m 거리의 불가사의한 에이스를 터뜨렸다. 도그렉홀이어서 가능했다.

통산 51회나 홀인원을 작성한 ‘홀인원의 제왕’ 맨실 데이비스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활약했던 선수다. 첫 기록은 11세 때다.

1967년에는 1년 동안 8개, 이후 1987년까지 매년 1개 이상의 홀인원을 했다. 홀인원한 클럽도 다양하다. 웨지와 퍼터를 제외한 거의 모든 클럽으로 짜릿한 손맛을 봤다. 홀인원보다 더 어렵다는 알바트로스도 10차례나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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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