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50)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게 도박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쌀은 내줘도 노름 돈은 빌려주지 않는다
장난 삼아 카지노 들렀다 전 재산 탕진

“재미는 무슨, 죽을 맛인데….”
선배의 힘 빠진 목소리가 계속 울려나왔다.
“얼마 전에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한다는 말만 듣고 있었는데, 어때요? 시작했어요?”
“아니야, 괜히들 그렇게 말들은 하지만 실상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 그저 할일 없이 이곳저곳 헤매고 다녔어. 뭔가 시작했다면 자네에게 알렸겠지.”

안 좋은 예감

“저한테 알리지 않더라도 잘 되어야지요. 그건 그렇고 전화번호를 바꿨어요?”
“그렇게 되었어. 찾는 사람이 많아서….”
오 선배는 마치 무슨 큰일이 꼬여 해결하지 못하고 고민하는 듯 여전히 가라앉은 목소리였다. 뭔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모른 척하고 용무를 물었다.
“그래 어쩐 일이세요?”
“아, 그게….”
오 선배는 말을 잇지 못하고 주저했다.

“아니 평소 선배님답지 않게 뭘 그래요.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세요.”
나는 재촉하듯 말하면서 옆에서 기다리고 있는 친구를 쳐다보며 전화가 좀 길어질 것 같다는 눈짓을 보냈다. 친구 역시 감을 잡았는지 어쩔 수 없다는 듯 의자 깊숙이 몸을 기대며 양해한다는 웃음으로 계속하라는 사인을 보내주었다.
“사실 지금 여기는 태백이야.”
“강원도 태백? 아하, 여행가셨어요?”
나는 회사를 그만둔 오 선배가 시간을 내어 잠시 여행을 간 것이라고 어림짐작했다.
“여행을 왔으면 오죽이나 좋겠어. 이곳은 왜, 자네도 알거야. 태백 카지노….”
순간 뭔가 일이 잘못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카지노는 왜요? 구경 갔어요?”
“구경 왔으면 오죽이나 좋겠어. 내가 말 못할 사정이 많아. 자네는 이해하지 못할 거야.”
“아니 도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요?”
“좀 복잡한 일이 있네…. 자세한 얘기는 다음에 하기로 하고, 내가 집에 돌아가야 하는데 차를 찾지 못해 돌아갈 수가 없어. 어떻게 도와줄 수가 없겠는가?”
“무슨 말인지 도통 이해가 안 되네요. 오 선배님 승용차를 왜 찾지 못한다는 말입니까?”
“내 차가 아니라 동서 차를 빌려가지고 왔는데….”
“오 선배님 차는 어떡하고 동서차를 가지고 갔다는 말입니까?”
“내차는 없어.”


“아니 그 좋은 차가 없다니, 좀 상세히 말해 봐요?”
“허어 그렇게 되었다네. 그것보다 차를 찾는데 돈 천만원 정도가 필요해.”
“아니 그럼 카지노에서 돈을 잃었단 말입니까?”
“휴, 사실은 카지노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사채업을 하다가 카지노 도박에 손을 대기 시작했어. 처음엔 장난삼아 했는데, 조금씩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빠져들게 되어 나중엔 몽땅 잃게 되었네.”
선배는 말을 하면서도 자신의 어리석은 행동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나 역시 어이없어서 맞은편에 앉아 있는 친구를 쳐다보며 황당해 하자, 친구 역시 대화 내용을 감 잡았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었다.

“아니 그럼 지금 나더러 카지노 도박 돈을 빌려달라는 겁니까?”
“아닐세. 얼마 전에 내 차를 잡히고 돈을 빌려 도박을 하다가 날렸다네. 그래서 집사람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사정해서 내 차를 찾기 위해 태백에 다시 왔다가 그 돈마저….”
오 선배는 차마 말을 하기가 부끄러웠는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아니, 뭐요? 정말 정신 나갔어요?”
나도 모르게 속이 상하고 화가 치밀어서 목소리가 높아졌다.

“미안하네. 임 이사, 자네 성격을 내가 왜 모르겠는가. 허나, 동서가 내일 지방 출장을 간다고 하는데 차를 찾아주지 못하면 안 되게 되었네. 급하다 보니…. 그저 죽고 싶은 심정뿐이라네.”
“선배님! 괜히 욕먹을 짓 하지 말고 집이라도 잡혀 대출받아 정리하면 되잖아요.”
“대출받을 입장이 아니니까 자네에게 부탁하는 게 아닌가?”
“아이쿠, 오 선배 정말 큰일 날 분이네요. 그래, 길음동 4층 다가구 주택은 어떻게 되었어요?”
“그것도 벌써 다른 사람에게 넘어 갔다네”
“뭐요? 그 주택을 날려요? 내가 그걸 어떻게 건져준 것인데, 불과 몇 년도 못가서 날렸단 말이요? 그것도 도박으로!”

짜고 치는 고스톱

선배는 할 말이 없는지 꾸짖는 내 말에도 화를 내지 않고 그저 듣고만 있었다.
“선배님이나 내가 얼마나 고생하여 만든 건물인데 아무런 보람도 없이 그것을 날려버리다니 에이…. 욕이 절로 나오네.”
나는 정말 울화통이 터져 속이 뒤집어질 지경이었다.
“미안하게 되었네.”
“미안이고 뭐고 간에 노름돈은 단 한 푼도 빌려 줄 수가 없어요! 선배님이 쌀이 없어 쌀을 보태달라고 하면 내가 쌀은 팔아줄 수가 있어요. 그러나 도박과 관련된 돈이라면 집 창고에 가득 쌓아놓았다 해도 단 한 푼도 줄 수가 없습니다!”
“자네가 화 낼만도 해. 하지만 내가 오죽하면 그러겠나? 그저 죽고 싶네.”
“아니 죽든지 말든지 나한테 그런 말 하지마세요!”
“임 이사, 내 옆에 차를 잡혀준 사장님이 있네. 내가 그분을 바꿔 줄 테니 한번만 믿어 주시게.”

“아니 내가 짱구입니까? 서로 짜고 고스톱 치는 것을 모르겠어요? 선배님, 미안하지만 이제 그만 전화 끊읍시다.” 
“도저히 안 되겠나?”
“미안합니다. 전 이해가 안 됩니다. 그 수십억이나 되는 재산을 도박으로 날린 것을….”
“어이, 임 이사?”
“그만합시다. 선배님이 태백에서 돌아오면 그때 얘기 합시다.”
나는 오 선배의 부탁을 단호히 거절하며 그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통화중단버튼을 눌러버렸다. 속이 터져서 더 이상 말하기도 힘들었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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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