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호러 다큐멘터리 ‘MB의 추억’봤더니…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10.29 14: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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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도, 국민 발등도 국민이 찍었다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국내 최초의 현직 대통령 주연 영화 <MB의 추억>이 개봉했다. 영화는 2007년 대통령 선거 당시 이명박(MB) 후보의 관점에서 유권자를 바라봤다. 그리고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이 각 후보를 제대로 바라보자는 주제를 담았다. 5년 전 MB에게 5년 전의 우리는 어떻게 낚였을까. 2012년 우리가 2007년의 MB를 만나러 가보자.

‘우리가 강제한 게 아니야. 그들이 우리에게 위임했지. 그리고 그들은 지금 그 대가를 치르는 거야.’
히틀러의 최측근으로 나치 정권을 독일 국민들에게 호의적으로 받아들이도록 만든 선전·선동의 대가 파울 요제프 괴벨스의 말이다. <MB의 추억>은 이 자막을 시작으로,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에게 권력을 위임하는 유권자들의 환호와 이로 인해 치르는 대가를 보여준다.

그때 그 사람의 실체

기호 2번 이명박 후보가 화려하게 유세 현장에 등장한다. 이 후보는 환경 미화원, 시장 일꾼, 노동자, 기업 CEO 등 다양한 자신의 경험을 밑천삼아 도심상가에서, 전통시장에서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경제대통령’을 주창하며 각종 유세 현장에 나타나 “시민을 위한다고 했던 정부가 과연 무엇을 했는가” “왜 서민들의 삶은 더 힘들어졌을까” “지난 5년간 잘 했으면 나라가 이 꼴이 됐겠습니까” 라며 노무현 정권을 향해 날선 비판을 퍼붓는다. 

특히 이 후보 옆에서 함께 지지를 호소한 유인촌 전 문화체육부장관은 “청계천을 만들기 위해 수 천 번 이상 반대자들을 만났던 사람”이라고 이 후보를 소개하고, “이 시대엔 영웅이 필요하다. 누가 우리나라를 세계 경제 강국으로 만들겠습니까”라며 함께 목소리를 드높였다.


이 뿐만 아니다. 사진촬영을 원하는 모든 사람들과 친절하게 사진을 찍고, 기호 2번이니 국수는 두 그릇을 먹어야 한다며 ‘서민을 끌어안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바쁜 이 후보의 정황들도 보여졌다.

많은 국민들은 이 후보의 등장에 열광했다. 몇몇 시민들은 “우리 경제를 살릴 분은 이명박이다. 너무 행복하다” “우리나라 경제를 살릴 경제대통령이 되지 않겠는가”라며 격양된 표정으로 ‘이명박’을 외쳤다. 

영화는 또 이 후보가 시장 한편에서 국화빵을 직접 만든 뒤 사달라며 ‘언니, 언니’를 외치는 모습, 태안 기름 유출 사고 현장에 작업복 차림으로 등장해 사진 촬영에만 열을 올리는 모습, 국군장병을 위로하는 방문에서 군인들이 군가를 부르는 와중에 군가를 모르는 듯 입만 벙긋 거리는 모습 등을 해학적으로 담아냈다.  

현 대통령 풍자 다큐 5년 전 우리 모습 되짚어
보이는 대로 믿지 마라! 2012년 유권자들이여!

이어 당시 이 후보를 ‘경제 살릴 서민대통령’ 이미지로 각인시킨 국밥집 CF 속 욕쟁이할머니가 실제 그 식당 주인이 아닌 연기자였다는 사실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준다. 이 후보에게 전라도 사투리로 욕을 하면서 경제를 살리라고 호통을 치던 할머니는 이 후보와 동갑내기 연기자였다.

이 후보는 당시 7% 성장, 10년 내 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 세계 7위 경제국이 되겠다는 ‘747 공약’뿐만 아니라 “하늘이 두 쪽 나도 일자리를 300만개를 창출하겠다” “사교육비 때문에 가난한 집 아이들은 공부를 못 시키니까 가난이 대를 물린다. 가난의 대물림을 끊기 위해 반값등록금을 실현하겠다” 등의 공약을 계속 제기했다.

그런 유세 끝에 이명박 후보는 대한민국 제 17대 대통령에 당선된다.


이후 영화는 다시 대통령을 뽑을 해가 돌아온 2012년 현재로 돌아와 이명박 정권 5년을 정산했다. 애초 휴지조각이 된 747 정책은 한국사회를 실업률, 물가, 나랏빚, 자살률만 치솟은 지독한 양극화 사회로 전락했다.

대신 삼성·현대의 대기업자산이 국내총생산(GDP)의 50%를 넘어서도록 재벌들의 배만 한껏 불려준 현 실태가 전해졌다. 3년간 22조가 투입된 4대강 사업으로 인해 환경이 오염되고 녹조가 발생, 이로 인해 매년 관리비만 6000억이 투입되고 앞으로 20조가 추가로 투입되어야 한다는 사실도 전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올해의 시민들이 이명박 정권을 바라보는 시각도 담아냈다. 상인들은 “잘 하겠다고 해서 찍었는데, 잘 한 게 없다. 더 나아진 게 없다” “30년 동안 장사를 했는데 물가가 이렇게 치솟는 것을 체감하는 것은 요즘이다” “그 분이 뭘 해줬어요? 평가를 하면 마이너스다” 등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대학생들이 ‘반값 등록금’을 위해 투쟁하고 절규하는 모습들이 영상에 담겼고, 방송인 김제동도 나서서 대학생들을 응원하는 모습도 전해졌다. 5년 전 “국민에게 겁을 먹어야 하는데, 국민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알아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 국민을 마음대로 하는 건 줄 알아요”라고 말하던 이명박 정권은 물대포로 화답했다.  

영원한 ‘이명박’을 외치는 사람들의 인터뷰도 담겼다. 영화는 ‘지역감정의 힘’이라고 말하며, 경남 마산의 부림 시장과 오동동 지역상인들 인터뷰를 실었다.

부림 시장 내 한 분식집 사장은 “언제 한 번 그렇게 높으신 분에게 국수를 대접할 수 있겠습니까”라며 추억했고, 어물전 상인은 “(이명박 대통령과) 악수를 한 게 처녀가 된 듯 한 마음이었다. 며칠 전 TV에 나온 것 보니 얼굴이 많이 야위었던데 이명박 대통령 밥 해주러 갈까. 안 좋은 시기를 타서 그렇지 (이)명박이가 잘못한 건 아니다”라며 대통령을 두둔했다.

당시 오동동 상인연합회 부회장이자 이명박 후보를 지근거리에서 보필했던 한 여성은 “당시 정말 열렬히 지원했는데 이제 박근혜를 지지한다. 이명박과 박근혜는 좀 다르지 않겠나”라며 웃음 지었다.

영화는 시작과 끝에 “우리가 강제한 게 아니야. 그들이 우리에게 위임했지. 그리고 그들은 지금 그 대가를 치르는 거야.”(파울 요제프 괴벨스)의 글귀를 담았다.

더불어 드라마 <프레지던트>에 출연했던 최수종의 영상을 삽입해 “대통령은 국민이 아니라 바로 투표하는 국민이 만드는 거다. 투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이 표를 주지 않는 사람을 위해 발로 뛰겠나? 투표일을 휴일로 생각하고 놀러갔고, 영어 사전은 종이 채 찢어 먹으면서 8쪽도 안 되는 선고 공보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애인이랑 손잡고 등산하고 놀러 다니고 정치를 혐오할 시간에 투표하라”고 영화의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5년 전 되풀이 말아야

지금 우리 앞에 방영되는 실시간 다큐멘터리인 18대 대선이 지나고 나면 앞으로 5년 후 우리는 또 다른 누군가를 추억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 추억이 어떻게 그려질지는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추억의 부메랑이 ‘아픈 지적’으로 다가올 지, ‘실낱같은 희망’으로 다가올 지는 국민들의 몫에 달렸다는 것이다. 2012년 12월19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검은 거짓말을 가려내기 위해 꼭 봐야할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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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