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호러 다큐멘터리 ‘MB의 추억’봤더니…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10.29 14:19:10
  • 댓글 0개

MB도, 국민 발등도 국민이 찍었다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국내 최초의 현직 대통령 주연 영화 <MB의 추억>이 개봉했다. 영화는 2007년 대통령 선거 당시 이명박(MB) 후보의 관점에서 유권자를 바라봤다. 그리고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이 각 후보를 제대로 바라보자는 주제를 담았다. 5년 전 MB에게 5년 전의 우리는 어떻게 낚였을까. 2012년 우리가 2007년의 MB를 만나러 가보자.

‘우리가 강제한 게 아니야. 그들이 우리에게 위임했지. 그리고 그들은 지금 그 대가를 치르는 거야.’
히틀러의 최측근으로 나치 정권을 독일 국민들에게 호의적으로 받아들이도록 만든 선전·선동의 대가 파울 요제프 괴벨스의 말이다. <MB의 추억>은 이 자막을 시작으로,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에게 권력을 위임하는 유권자들의 환호와 이로 인해 치르는 대가를 보여준다.

그때 그 사람의 실체

기호 2번 이명박 후보가 화려하게 유세 현장에 등장한다. 이 후보는 환경 미화원, 시장 일꾼, 노동자, 기업 CEO 등 다양한 자신의 경험을 밑천삼아 도심상가에서, 전통시장에서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경제대통령’을 주창하며 각종 유세 현장에 나타나 “시민을 위한다고 했던 정부가 과연 무엇을 했는가” “왜 서민들의 삶은 더 힘들어졌을까” “지난 5년간 잘 했으면 나라가 이 꼴이 됐겠습니까” 라며 노무현 정권을 향해 날선 비판을 퍼붓는다. 

특히 이 후보 옆에서 함께 지지를 호소한 유인촌 전 문화체육부장관은 “청계천을 만들기 위해 수 천 번 이상 반대자들을 만났던 사람”이라고 이 후보를 소개하고, “이 시대엔 영웅이 필요하다. 누가 우리나라를 세계 경제 강국으로 만들겠습니까”라며 함께 목소리를 드높였다.


이 뿐만 아니다. 사진촬영을 원하는 모든 사람들과 친절하게 사진을 찍고, 기호 2번이니 국수는 두 그릇을 먹어야 한다며 ‘서민을 끌어안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바쁜 이 후보의 정황들도 보여졌다.

많은 국민들은 이 후보의 등장에 열광했다. 몇몇 시민들은 “우리 경제를 살릴 분은 이명박이다. 너무 행복하다” “우리나라 경제를 살릴 경제대통령이 되지 않겠는가”라며 격양된 표정으로 ‘이명박’을 외쳤다. 

영화는 또 이 후보가 시장 한편에서 국화빵을 직접 만든 뒤 사달라며 ‘언니, 언니’를 외치는 모습, 태안 기름 유출 사고 현장에 작업복 차림으로 등장해 사진 촬영에만 열을 올리는 모습, 국군장병을 위로하는 방문에서 군인들이 군가를 부르는 와중에 군가를 모르는 듯 입만 벙긋 거리는 모습 등을 해학적으로 담아냈다.  

현 대통령 풍자 다큐 5년 전 우리 모습 되짚어
보이는 대로 믿지 마라! 2012년 유권자들이여!

이어 당시 이 후보를 ‘경제 살릴 서민대통령’ 이미지로 각인시킨 국밥집 CF 속 욕쟁이할머니가 실제 그 식당 주인이 아닌 연기자였다는 사실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준다. 이 후보에게 전라도 사투리로 욕을 하면서 경제를 살리라고 호통을 치던 할머니는 이 후보와 동갑내기 연기자였다.

이 후보는 당시 7% 성장, 10년 내 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 세계 7위 경제국이 되겠다는 ‘747 공약’뿐만 아니라 “하늘이 두 쪽 나도 일자리를 300만개를 창출하겠다” “사교육비 때문에 가난한 집 아이들은 공부를 못 시키니까 가난이 대를 물린다. 가난의 대물림을 끊기 위해 반값등록금을 실현하겠다” 등의 공약을 계속 제기했다.

그런 유세 끝에 이명박 후보는 대한민국 제 17대 대통령에 당선된다.


이후 영화는 다시 대통령을 뽑을 해가 돌아온 2012년 현재로 돌아와 이명박 정권 5년을 정산했다. 애초 휴지조각이 된 747 정책은 한국사회를 실업률, 물가, 나랏빚, 자살률만 치솟은 지독한 양극화 사회로 전락했다.

대신 삼성·현대의 대기업자산이 국내총생산(GDP)의 50%를 넘어서도록 재벌들의 배만 한껏 불려준 현 실태가 전해졌다. 3년간 22조가 투입된 4대강 사업으로 인해 환경이 오염되고 녹조가 발생, 이로 인해 매년 관리비만 6000억이 투입되고 앞으로 20조가 추가로 투입되어야 한다는 사실도 전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올해의 시민들이 이명박 정권을 바라보는 시각도 담아냈다. 상인들은 “잘 하겠다고 해서 찍었는데, 잘 한 게 없다. 더 나아진 게 없다” “30년 동안 장사를 했는데 물가가 이렇게 치솟는 것을 체감하는 것은 요즘이다” “그 분이 뭘 해줬어요? 평가를 하면 마이너스다” 등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대학생들이 ‘반값 등록금’을 위해 투쟁하고 절규하는 모습들이 영상에 담겼고, 방송인 김제동도 나서서 대학생들을 응원하는 모습도 전해졌다. 5년 전 “국민에게 겁을 먹어야 하는데, 국민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알아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 국민을 마음대로 하는 건 줄 알아요”라고 말하던 이명박 정권은 물대포로 화답했다.  

영원한 ‘이명박’을 외치는 사람들의 인터뷰도 담겼다. 영화는 ‘지역감정의 힘’이라고 말하며, 경남 마산의 부림 시장과 오동동 지역상인들 인터뷰를 실었다.

부림 시장 내 한 분식집 사장은 “언제 한 번 그렇게 높으신 분에게 국수를 대접할 수 있겠습니까”라며 추억했고, 어물전 상인은 “(이명박 대통령과) 악수를 한 게 처녀가 된 듯 한 마음이었다. 며칠 전 TV에 나온 것 보니 얼굴이 많이 야위었던데 이명박 대통령 밥 해주러 갈까. 안 좋은 시기를 타서 그렇지 (이)명박이가 잘못한 건 아니다”라며 대통령을 두둔했다.

당시 오동동 상인연합회 부회장이자 이명박 후보를 지근거리에서 보필했던 한 여성은 “당시 정말 열렬히 지원했는데 이제 박근혜를 지지한다. 이명박과 박근혜는 좀 다르지 않겠나”라며 웃음 지었다.

영화는 시작과 끝에 “우리가 강제한 게 아니야. 그들이 우리에게 위임했지. 그리고 그들은 지금 그 대가를 치르는 거야.”(파울 요제프 괴벨스)의 글귀를 담았다.

더불어 드라마 <프레지던트>에 출연했던 최수종의 영상을 삽입해 “대통령은 국민이 아니라 바로 투표하는 국민이 만드는 거다. 투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이 표를 주지 않는 사람을 위해 발로 뛰겠나? 투표일을 휴일로 생각하고 놀러갔고, 영어 사전은 종이 채 찢어 먹으면서 8쪽도 안 되는 선고 공보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애인이랑 손잡고 등산하고 놀러 다니고 정치를 혐오할 시간에 투표하라”고 영화의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5년 전 되풀이 말아야

지금 우리 앞에 방영되는 실시간 다큐멘터리인 18대 대선이 지나고 나면 앞으로 5년 후 우리는 또 다른 누군가를 추억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 추억이 어떻게 그려질지는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추억의 부메랑이 ‘아픈 지적’으로 다가올 지, ‘실낱같은 희망’으로 다가올 지는 국민들의 몫에 달렸다는 것이다. 2012년 12월19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검은 거짓말을 가려내기 위해 꼭 봐야할 영화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