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강북 지역 한 모텔에서 발생한 연쇄살인 사건의 피의자에 대해 경찰이 신상 정보를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번 비공개 결정은 법과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되지만, 과연 이번 판단이 국민의 법 감정과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지에 대해서는 적잖은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흉악 범죄가 반복되고 있는 현실에서 신상 비공개 방침이 과연 누구를 위한 보호인지, 사회 전체의 안전이라는 더 큰 가치와 충돌하는 지점은 없는지 냉정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현행 제도상 신상 공개 여부는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근거해 심의위원회를 통해 결정된다. 범행의 잔혹성, 증거의 명백성, 국민의 알 권리 및 재범 방지 필요성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 대상이다. 즉, 신상 공개는 감정적 응징이 아니라 법이 허용하고 있는 제도적 장치다.
그럼에도 이번 강북 모텔 연쇄살인 사건 피의자에 대해서는 공개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공개 기준이 과연 일관되게 적용되고 있는지, 국민이 납득할 만한 설명이 충분히 이뤄졌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중대 강력범죄에 대해 제한적이지만, 신상을 공개해 왔다. 예컨대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자나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 피의자 등은 “사회적 파장이 크다”는 이유로 신상이 공개됐다. 당시 당국은 범죄의 중대성과 공공의 안전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은 신상이 공개됐던 이전 사례들과 무엇이 다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생명을 빼앗은 중대 범죄라는 점에서 본질적 차이가 크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공개 여부가 달라진다면, 그 기준은 더욱 투명하게 설명돼야 한다. 심지어 이번 사건은 2명이 사망했고, 1명은 의식을 잃는 등 피해자도 다수 발생했다.
물론 신상 공개가 ‘무죄추정의 원칙’과 충돌할 소지는 존재한다. 피의자는 아직 법원의 확정 판결을 받지 않은 상태며, 섣부른 낙인은 돌이킬 수 없는 인권침해를 초래할 수도 있다. 특히 오판 가능성이나 수사 과정의 변수가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는 어디까지나 ‘제한적 공개’라는 제도의 취지 안에서 균형을 찾기 위한 문제다. 이미 법은 일정 요건 하에서 공개를 허용하고 있으며, 이는 중대한 공익적 필요성이 인정될 때만 가능하도록 설계돼있다.
더 큰 문제는 일관성의 결여다. 국민이 느끼는 불신은 ‘왜 어떤 사건은 공개하고, 어떤 사건은 비공개하느냐’는 데서 비롯된다. 명확하고 구체적인 설명 없이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다”는 추상적 문구만 반복한다면, 제도는 불투명하다는 인상을 줄 수밖에 없다. 이는 결과적으로 사법 신뢰를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게다가 신상 공개는 단순한 처벌 감정의 충족을 넘어 예방적 효과도 고려된다. 물론 신상 공개가 범죄를 근본적으로 억제한다는 실증적 연구는 제한적이다. 그러나 최소한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고, 잠재적 피해자에게 경고 역할을 하는 기능은 분명 존재한다.
특히 계획적이고 잔혹한 범죄의 경우, 가해자의 정체를 사회가 인지하는 것은 공동체 차원의 방어기제로 작용할 수 있다.
피해자와 유가족의 관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유가족이 피의자의 신상 정보 공개를 촉구하는 의견서를 검찰에 제출할 예정이라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가해자의 신상이 철저히 보호되는 동안, 피해자는 이미 삶을 잃었다. 가해자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가 피해자의 존엄과 충돌할 때, 국가가 어디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물론 인권은 보편적 가치지만, 국가 형벌권은 피해자 보호라는 목적 역시 함께 지닌다.
신상 비공개가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에 부합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경찰과 사법당국은 종종 ‘2차 피해 우려’를 이유로 신상공개를 제한한다. 그러나 이는 제도 설계와 운영의 문제일 뿐, 공개 자체를 원천적으로 배제해야 할 이유는 아니다. 예컨대 가족이나 주변인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식의 제한적 공개, 정보 범위의 조정 등 다양한 보완책이 존재한다.
“공개냐 비공개냐”의 이분법을 넘어, 공익과 인권을 동시에 고려하는 정교한 운영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투명성이다. 국민은 감정적 보복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납득 가능한 기준과 일관된 적용을 요구한다. 신상공개심의위원회의 구성, 논의 내용, 판단 근거를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비공개 결정이 정당하다면, 그 정당성을 충분히 소명하는 과정 역시 공적 책임의 일부다.
강북 모텔 연쇄살인 사건 피의자 신상 비공개 결정은 단순히 이번 사건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우리 사회가 강력범죄에 어떻게 대응하고, 인권과 공익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택할 것인지에 대한 시험대다. 무조건적인 공개를 주장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이번 결정이 과연 법 취지에 부합하고 국민의 상식에 합치하는지에 대해서는 진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형벌은 응징이 아니라 질서의 회복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질서의 회복은 사법 정의가 제대로 구현되는 방식으로 집행될 때야 비로소 가능하다. 기준은 분명하고, 적용은 일관되며, 설명은 충분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신상 비공개는 보호가 아니라 또 다른 불신의 씨앗이 될 것이다.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지켜야 할 것은 피의자의 익명성이 아니라, 정의에 대한 시민의 신뢰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kangjoomo@ilyosis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