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격대장’ 황유민이 내년 미국 무대에서 돌격을 이어간다. 국내와는 차원이 다른 이동 거리와 시차 적응 문제, 그리고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의 치열한 경쟁까지 힘겨운 여정이 예고됐지만 황유민은 걱정이 없다. 자신의 별명 ‘돌격대장’처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무대 역시 겁 없이, 걱정 없이 부딪쳐 보겠다는 야무진 각오다.
황유민은 “미국 무대는 오래전부터 꿈꿔온 일이었다”면서 “물론 어렵고 힘들 것이란 생각은 당연히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겪어보지도 않은 상황에서 지레 겁먹진 않겠다. 철저히 준비해 내 꿈을 펼쳐 보이겠다”고 했다. 황유민은 지난 2023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정규투어로 데뷔했다.
미국 진출
국가대표를 좀 더 하고 싶은 소망에 윤이나, 이예원 등 동갑내기 또래들보다 1년 늦게 데뷔했다. 첫 시즌부터 호쾌한 장타를 앞세운 공격적인 골프로 이목을 끌었고, 대유위니아·MBN 여자오픈에서 우승도 차지했다. 생애 한 번뿐인 신인상의 영예는 김민별에게 내줬지만 성공적인 데뷔 시즌이었다.
황유민은 이때부터 일찌감치 미국 무대 진출을 계획하고 있었다. 가능한 한 빨리 세계 최고의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고 싶은 계획이었다.
그는 “주변에서 많이 만류했다. 국내에서 좀 더 경험을 쌓고 가는 것이 낫다는 조언이었다”면서 “결국 주변 이야기에 뜻을 굽혔지만, 그때도 100% 동의하지는 못했다”고 돌아봤다. 그리고 2년 차였던 2024시즌, 황유민은 두산건설 챔피언십에서 우승했고 4번의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또 한 번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그때도 미국 진출을 한 번 더 미뤘다.
황유민은 “시즌 막판 허리 통증이 있었고, 무엇보다 LPGA 투어 대회 경험을 많이 하지 못했다”면서 “올해 좀 더 경험하고 나가자는 생각이었다”고 했다. 처음부터 계획된 것은 아니었지만, KLPGA 투어에서 3년을 머문 황유민의 선택은 결과적으론 대성공이었다. 그가 ‘초청선수’로 출전한 롯데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일을 냈기 때문이다. 이 우승으로 황유민은 치열한 Q스쿨 과정 없이 자동으로 향후 2년간의 시드를 확보했다.
황유민은 “꿈을 이뤘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면서 “무엇보다 메인스폰서(롯데) 개최 대회에서, 가장 좋아하는 (김)효주 언니와 경쟁 끝에 우승하고 축하도 받은 게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 황유민은 롯데 챔피언십에서 김효주를 한 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초청 선수로 우승해 미국행
“현지서 결과보다 적응 초점”
김효주는 황유민이 어릴 적부터 ‘롤모델’로 삼은 선수이기도 하다. 그는 “여자 선수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선수가 (김)효주 언니”라며 “골프 스타일도 빼어나지만 안정감도 있고 여유가 넘치는 모습을 닮고 싶다”고 했다. 또 “기술적으로는 리디아 고(뉴질랜드) 언니와 함께 칠 때 가장 많이 놀랐다”면서 “정말 잘 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고 덧붙였다.
황유민의 ‘닥공 골프’는 내년 미국에선 작은 변화를 겪을지도 모른다. 큰 무대를 경험하면서 스스로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황유민은 “그동안은 확률이 낮아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쳤다”면서 “그런데 메이저대회의 난코스를 경험해 보니 공격적인 선택을 했을 때의 리스크가 훨씬 크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이어 “그러고 보니 그동안의 내 골프는 ‘공격적’인 게 아니라 ‘무모함’에 가깝다고 생각됐다”면서 “이제는 전략적으로 코스 매니지먼트에도 많은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황유민이 기존에 가진 공격성을 완전히 놓는 것은 아니다. 그는 “당연히 필요할 때는 공격적으로 가야 한다”면서 “워낙 다양한 상황이 많다 보니 순간순간 판단을 잘 해서 정확하게 공략한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황유민은 LPGA투어 첫 시즌 우승 등의 숫자보다는 적응에 초점을 맞춘다. 그는 “원래 결과적인 부분을 크게 신경 쓰진 않는다. LPGA투어는 첫 시즌인 만큼 대회에서 결과보다는 점점 더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면서 “골프 외에도 2년 전부터 준비했던 영어, 기름진 걸 잘 못 먹는 식습관, 시차 등 적응할 부분이 많다”며 미소 지었다.
그래도 궁극적으로는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가장 높은 곳에 서는 것을 꿈으로 삼고 있다. 황유민은 “내년 시즌엔 1승 정도만 할 수 있어도 정말 좋겠다”면서 “이후로는 세계랭킹 1위, 무엇보다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나가는 오래된 꿈을 이루고 싶은 소망”이라고 했다.
유종의 미
지난 9일 끝난 KLPGA 투어 시즌 최종전 대보 하우스디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국내 무대 ‘유종의 미’를 장식한 황유민은, 내년 1월 베트남으로 전지훈련을 떠나 본격적인 LPGA 투어 준비에 돌입한다. LPGA 투어 데뷔전은 2026시즌 개막전인 힐튼 그랜드 베케이션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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