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누명 벗고 돌아온 김건모

6년 만에 무대 오르는 ‘가왕’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김건모가 오랜 침묵을 깨고 돌아왔다. 무려 6년 만의 복귀다. 그간 성폭행 의혹에 휘말려 만신창이가 된 그는 무혐의 처분에도 지난 6년간 꽁꽁 숨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김건모는 마침내 용기 내어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러 무대에 선다.

김건모의 성폭행 의혹이 시작된 건 2019년 12월6일,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이하 가세연)’를 운영하던 강용석과 김세의는 가수 김건모가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방송을 통해 “김건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여성이 직접 메일을 보내와 두 차례 만났다”고 주장했다.

거짓된 미투
실추된 명예

피해 여성의 진술에 따르면 2016년 8월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유흥주점에서 김건모가 그에게 구강성교를 강요한 뒤 성폭행을 했다는 것이었다. 강용석은 “피해 여성이 직접 가게 내부 구조를 그려 줬고, 김건모가 당시 입고 있던 의상은 7부 길이 배트맨 티셔츠였다”고 주장했다.

이날 방송에서 가세연 측은 “구체적 진위 여부를 따져보기 위해 증거를 많이 확보했다”고 주장했지만, 즉시 증거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그들은 “월요일(12월9일)에 고소장이 제출될 예정”이라고 밝히며 본격적인 법적 절차가 진행될 것임을 예고했다.

김건모 소속사 건음기획은 같은 날 “본인 확인 결과 절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어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에 대해 법적 대응을 진행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2019년 12월9일, 강용석 변호사는 피해 여성 A씨를 대리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고소장에는 2016년 8월 김건모가 술집에서 A씨를 성폭행했다는 피해 사실이 적시돼있었다. 검찰은 이 사건을 여성아동범죄조사부에 배당한 뒤, 사건 발생 장소와 관계인 주거지 등을 고려해 강남경찰서에 수사 지휘를 내렸다.

김건모 측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소속사는 12월13일 입장문을 내고 “김건모는 피해 사실조차 전혀 모른다”며 “유튜브 방송으로 인해 거짓이 진실처럼 받아들여지는 현상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맞고소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건음기획은 A씨를 정보통신망법 위반 및 무고 혐의로 강남경찰서에 고소했다. 입장문에서 김건모 측은 “진실된 미투는 보장돼야 하지만 거짓 미투와 미투 피싱은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며 의혹을 완강히 부정했다.

김건모의 성폭행 의혹은 곧 방송과 공연 활동에도 영향을 미쳤다. SBS 예능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의 제작진은 당시 고정 출연하던 김건모의 분량을 편집하거나 촬영을 취소했다. 논란 이후의 방영분부터는 김건모 모친의 출연 분량까지 편집됐고, 프로그램의 오프닝·엔딩 음악으로 사용되던 김건모의 곡 ‘My Son’도 교체됐다.

MBC 에브리원의 <비디오스타>에서도 김건모 예비 처남 장희웅이 출연해 결혼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해당 부분은 통편집됐다. 25주년 기념 전국투어 콘서트도 타격을 받았다.

인천 공연 이후 부산, 광주, 수원, 대구, 서울 등에서 이어질 예정이던 공연은 예매 티켓 환불이 잇따르면서 전면 취소됐다. 주관사 아이스타미디어는 “최근 발생한 아티스트 측 이슈로 전국 투어 일정을 취소한다”며 전액 환불 조치를 안내했다.

이후 가세연은 또 다른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여성 B씨의 사례를 공개했다. B씨는 2007년 1월10일 강남 테헤란로의 한 유흥주점에서 매니저로 일하다 김건모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언쟁 끝에 김건모가 욕설을 하며 머리채를 잡고 주먹으로 얼굴과 복부를 때려 피를 흘렸다”고 말했다.


성폭행 의혹 무혐의 처분
2019년 중지한 활동 재개

그가 병원에서 안와상·코뼈 골절 진단을 받았다는 의무기록 사본도 공개됐다. 당시 업소 관계자가 가세연 인터뷰에 등장해 “피해자가 피투성이가 된 얼굴로 나왔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곧 반론도 나왔다. 2020년 1월, 유튜브 채널 ‘이진호의 기자싱카’에서는 또 다른 인터뷰를 공개하며 당시 상황이 가세연 주장과 달랐다고 전했다.

해당 영상에서 제3의 인물과 피해자로 지목된 다른 종업원은 “실제 폭행의 시작은 B씨였고, 김건모는 말리는 과정에서 휘말렸을 뿐”이라고 증언했다. 이어 B씨 측이 합의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900만~1000만원가량을 건넸다는 사실도 공개됐다.

성폭행 의혹의 핵심 단서로 언급된 ‘배트맨 티셔츠’ 역시 논란이 됐다. 피해 여성은 당시 김건모가 배트맨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고 진술했지만, 티셔츠 제작자는 “해당 제품은 2016년 12월부터 제작된 한정판으로, 피해자가 주장한 2016년 8월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제작자는 “김건모를 위해 특별 제작한 제품이며, 첫 착용 시점도 2016년 12월이었다”고 증언했다. 이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흔들었다.

2020년 1월15일, 김건모는 서울 강남경찰서에 출석해 약 12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그는 조사 후 “하루빨리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차량 GPS 기록 등을 분석했지만, 피해자 진술 외에는 직접적 증거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2020년 3월, 경찰은 기소 의견을 달아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 과정에서 김건모가 폭행 피해를 주장한 여성을 상대로 제기했던 명예훼손 고소는 2020년 5월 취하됐다. 반면, 김건모의 무고 고소 건은 경찰이 “무고죄가 아니다”라는 판단을 내려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로 넘어갔다. 그러나 2021년 11월18일, 검찰은 김건모에게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이유는 피해 여성의 진술이 구체적인 행위 부분에서 모순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졌다는 점 때문이었다.

피해 여성은 이에 반발해 항고했으나 2022년 6월 기각됐다. 이어 법원에 재정신청을 제기했지만 2022년 11월4일에도 기각됐다. 이로써 김건모는 성폭행 혐의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됐다. 재판부는 “검찰의 불기소 처분은 정당하며, 달리 부당하다고 인정할 자료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90년대
아이콘

김건모 측은 “혐의를 벗는 데 고통스럽고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수사 과정에서의 고충을 토로했다. 김건모 성폭행 의혹은 2019년 12월 가세연의 폭로로 시작해 2022년 11월 최종 무혐의 확정까지 약 3년에 걸쳐 이어졌다. 김건모는 성폭행 의혹에 휘말린 이후 방송과 공연에서 사실상 퇴출됐고, 수십억원의 금전적 손해와 명예훼손을 겪었다.


김건모가 성폭행 무혐의를 받자 대중들은 “명예가 크게 실추돼 잃은 것이 너무도 많다”는 반응을 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김건모는 한 시대의 아이콘이 될 정도로 음악가로서의 명예가 대단했기 때문이다. 김건모는 1990년대 대한민국 대중음악계를 대표하는 가수로 꼽힌다.

데뷔 직후부터 독특한 음색과 폭넓은 장르 소화력으로 대중의 주목을 받았고, 다수의 히트곡을 발표하며 ‘국민 가수’라는 별칭을 얻었다. 음반 판매량과 방송 출연, 각종 시상식에서의 기록은 당시 한국 가요계의 절대적인 입지를 보여준다.

김건모는 1992년 1집 앨범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를 발표하며 가요계에 데뷔했다. 서울예술대 국악과 출신으로, 군 복무 시절 해군 홍보단에서 음악 활동을 병행하며 실력을 다졌던 그는 프로듀서 김창환과의 인연으로 본격적인 가수 활동을 시작했다.

타이틀곡은 라디오와 방송을 통해 인기를 얻었고, 후속곡 ‘첫인상’은 KBS <가요톱텐>에서 5주 연속 1위에 오르며 골든컵을 수상했다. 1집은 약 70만장이 판매되며 신인으로서는 큰 성과를 거뒀고, 방송 3사 신인상과 10대 가수상을 휩쓸며 이름을 알렸다.

김건모는 당시 한국 대중음악에서 흔치 않았던 재즈·소울 기반의 음악을 보여줬다. 여기에 레게와 힙합 리듬을 결합해 새로운 음악을 선보였다. 1993년 말 발표된 2집 <핑계>는 김건모의 입지를 노래 잘하는 ‘인기 가수’에서 ‘국민 가수’로 끌어올린 앨범이었다.

타이틀곡 ‘핑계’는 레게 리듬을 도입한 댄스곡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길거리 불법 테이프 판매점에서부터 입소문이 퍼지면서 전국적인 히트를 쳤고, 다수의 음악 방송에서 1위를 차지했다.


후속곡 ‘혼자만의 사랑’은 발라드를 소화하는 그의 역량을 보여줬다. 김건모표 발라드는 이후에도 꾸준히 호평을 받았다. 2집은 약 180만장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1994년 음반 판매량 전체 1위를 차지했고, 그해 방송 3사 연말 가요대상, 서울가요대상, 골든디스크 시상식에서 모두 대상을 수상했다.

역대 최다 판매
기네스북 등재

당시 5대 가요 시상식에서 대상을 휩쓴 가수는 김건모가 최초였다.

1995년 2월 발매된 3집 타이틀곡 ‘잘못된 만남’은 김건모의 대표곡이 됐다. 빠른 비트와 랩, 고음이 결합된 곡은 유로비트 기반의 하우스 음악을 국내에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 곡은 KBS <가요톱텐> 5주 연속 1위, SBS <TV가요20> 6주 연속 1위, MBC <인기가요 베스트50> 2주 연속 1위 등 각종 방송 차트를 석권했다.

3집 앨범은 약 286만장이 판매돼 당시 대한민국 음반 역사상 최다 판매 기록을 세우며 기네스북에 등재될 정도였다. 이는 현재까지도 한국 가요사에서 손꼽히는 판매량이다. 3집에는 ‘아름다운 이별’ ‘너에게’ ‘드라마’ ‘넌 친구? 난 연인!’ 등 히트곡이 다수 수록되어 음반 전반의 완성도가 높았다.

3집 활동 이후 김건모는 홀로서기를 택했다. 1996년 발표한 4집 <Exchange>에서는 타이틀곡 ‘스피드’가 인기를 얻었고, 160만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1997년 5집 <Myself>에서는 ‘사랑이 떠나가네’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등이 사랑받았고, 1999년 6집 <Growing >은 대중적 흥행은 다소 저조했지만 음악적 완성도 면에서 높게 평가됐다. 이 시기 김건모는 자작곡을 늘리며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역량을 입증했다.

2001년 발표한 7집 <Another Days...>는 대중성과 음악성을 동시에 확보하며 김건모의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타이틀곡 ‘미안해요’ 코믹 댄스곡 ‘짱가’ 리메이크곡 ‘빗속의 여인’ 등이 모두 히트했고, 앨범 판매량은 143만장에 달했다. 김건모는 서울가요대상 대상을 수상하며 다시 정점에 섰다.

2003년 8집 <History>에서는 발라드 ‘청첩장’ 자전적 곡 ‘My Son’ 코믹송 ‘제비’ 등이 발표됐다. 앨범은 53만장 이상 판매되어 그해 국내 음반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김건모의 8집은 대한민국 음반 시장에서 마지막으로 하프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앨범으로 평가된다.

2005년 발표한 9집 <잔소리>와 2006년 10집 <Soul Tree>는 대중적 흥행에 크게 성공하지 않았지만, 평단에서는 김건모의 음악적 색채가 잘 드러난 작품으로 평가했다. 특히 10집 타이틀곡 ‘서울의 달’은 시간이 흐른 뒤 재평가받으며 오디션 프로그램과 음원 차트에서 꾸준히 인기를 얻었다.

김건모는 이 곡을 공연에서 즐겨 부르며 곡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김건모는 특유의 까랑까랑하면서도 간드러지는 보컬과 음색으로 주목받았다. 그는 재즈, 소울, 레게, 하우스 등 다양한 장르를 한국 대중가요에 접목시켰으며, 무대에서 보여주는 라이브 실력도 동시대 가수들과 견주어도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음악 한순간도 놓은 적 없어”
깜짝 복귀에 콘서트 전석 매진

그는 서울예대 재학 당시 ‘천재’로 불릴 정도로 작곡·편곡·피아노 실력까지 겸비한 뮤지션이었다.

1990년대 한국 가요계에서 김건모의 입지는 절대적이었다. 그는 1994년 한 해 동안 방송 3사 연말 가요제, 서울가요대상, 골든디스크 시상식 등 5대 시상식에서 모두 대상을 수상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유일한 가수다. 또 1994년, 1995년, 2003년 세 차례 음반 판매량 연간 1위를 기록했다.

‘핑계’ ‘잘못된 만남’ ‘아름다운 이별’ ‘스피드’ ‘청첩장’ ‘서울의 달’ 등은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히트곡이다. 윤일상 작곡가는 저서에서 “조용필 이후 상상을 초월하는 음악적 역량을 가진 가수”라고 김건모를 평가하기도 했다.

2000년대 후반 이후 김건모는 방송 출연을 중심으로 활동을 이어갔다. 2010년대에는 SBS 예능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에 출연하며 제2의 전성기를 누렸다. 파일럿 방송부터 원년 멤버로 합류한 그는 ‘철없는 형’ 캐릭터와 어머니 이선미 여사의 솔직한 입담으로 시청자의 웃음을 자아냈다.

횟집 어항을 집에 들여놓거나 5시간 넘게 대왕 김밥을 만드는 장면 등은 프로그램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특히 어머니 이선미 여사가 서장훈과 주고받던 직설적인 대화는 꾸준히 화제를 모았다. 김건모는 예능 활동을 통해 중장년층뿐 아니라 젊은 시청자들에게도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가며 높은 시청률을 이끌었다.

긴 공백 끝에 김건모는 올해 9월부터 6년 만에 전국투어 콘서트를 열며 가요계 복귀를 알렸다. 공연제작사 아이스타미디어컴퍼니는 “김건모가 부산 KBS홀을 시작으로 대구, 대전, 서울 등 주요 도시에서 ‘KIM GUN MO.’ 투어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김건모의 전국 투어는 오는 27일 부산 KBS홀 공연을 시작으로 막을 올린다. 이어 10월18일 대구 엑스코(EXCO)에서 팬들과 만날 예정이며, 12월20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도 무대를 이어간다. 투어의 마지막은 내년 1월 서울 공연으로 예정돼있다.

소식이 전해지자 예스24를 통해 오픈된 부산 공연 티켓은 전석 매진됐고, 대구와 대전 공연도 빠르게 판매되며 여전한 인기를 입증했다.

공연 관계자는 “김건모는 오랜만의 무대인 만큼 세트 구성과 밴드 편성, 곡 순서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며 “팬들에게 완성도 높은 무대를 보여주기 위해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건모는 무대를 떠나 있었지만, 음악만큼은 단 한 순간도 놓지 않았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라고 덧붙였다.

공연 일정이 발표되자 팬덤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기대감을 드러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만난다” “힘든 시간을 겪고도 팬들과 약속을 지키는 모습이 감동적이다”라는 댓글이 이어졌고, 중장년층 팬들뿐 아니라 과거 히트곡으로 김건모를 접한 젊은 세대까지 티케팅에 동참했다.

오랜 기다림
팬들과 조우

방송인 박명수는 자신의 라디오에서 김건모의 대표곡을 직접 선곡하며 “개인적으로 건모 형 노래를 좋아한다. 다시 활동하신다니 반갑다”며 “‘서울의 달’ 같은 곡은 다시 무대에서 듣고 싶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건모 형의 무대를 다시 보고 싶다. 꼭 라디오 쇼에 나와주셨으면 한다”며 섭외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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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