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9월 이른바 ‘바이든 날리면’ 사건으로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 윤석열 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렸다. 전 국민 듣기평가 이후 MBC는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을 겪었고 국세청으로부터 520억원 추징금을 받았다. 국민의힘 의원은 공개적으로 ‘광고 불매운동’을 언급하기도 했다.
외교부는 ‘한미동맹 훼손’이란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고, 1심 재판부는 외교부 손을 들어줬다. 그리고 대통령실은 MBC 기자들을 해외순방 전용기에 태우지 않았다.
이 모든 일들이 한 편의 희극 같았다. 수준 낮은 대응 속에 고등학생이 그린 풍자만화 ‘윤석열차’에 상을 줬다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엄중 경고’하는 웃지 못할 일까지 벌어졌다.
“누구에게도 충성하지 않는다”던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은 자신의 발언을 ‘날리면’이라 강변하고 고등학생 만화에 부들부들 떠는 하찮은 존재가 된 순간부터 통치력을 상실했다.
지난 17일 MBC는 ‘바이든 날리면’ 논란 당시 대통령실 참모진이 대국민 사과문을 작성했으나 윤 전 대통령의 격노로 무산됐으며, 외교부가 MBC 소송에 부정적이었으나 대통령실이 밀어붙였다는 내부 증언을 보도했다. 앞서 신임 외교부 장관이 MBC 소송에 사과했다고 끝이 아니다.
특검이 이 사건의 실체를 밝혀 직권남용 여부를 확인하고 관련자를 엄중 처벌함으로써 ‘윤석열 입틀막 시대’의 상징적 사건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3년 전 그의 해외순방 중 불거진 비속어 논란, 이른바 ‘바이든 날리면’ 사태와 관련해 당시 대통령실 참모진이 초기에는 대국민 사과문 발표까지 준비했었다고 MBC가 보도했다. 사실이라면 윤석열정부 대통령실이 거짓 해명을 한 것은 물론, 법원에도 허위 자료를 제출했다는 뜻이 된다.
‘국민 청력 테스트’로도 비화하며 큰 파문을 일으켰던 해당 사태의 전말이 드러날지 주목된다.
MBC 탐사기획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는 지난 17일 오후, ‘바이든 날리면’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을 보좌했던 전직 대통령실 보좌진 증언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김은혜 당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윤 전 대통령 비속어 발언 의혹에 대해) 반박 브리핑을 하기 전, 현장에 있던 대통령실 참모진은 대국민 사과해야 한다는 의견을 모으고, 짤막한 사과문도 미리 작성했던 것으로 확인됐다”는 게 이번 보도의 골자다.
바이든 날리면 논란은 윤 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22년 9월21일(현지시각) 불거졌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 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한 뒤 회의장을 빠져나가면서 대동한 참모들에게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OOO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했다. MBC는 해당 발언 음성을 그대로 전하며 ‘OOO’ 부분에 ‘바이든은’이라는 자막을 입혔다.
곧바로 ‘비속어 논란’과 함께 ‘외교 문제 비화’ 우려마저 제기됐다. 대통령실은 16시간이 지나서야 “‘바이든은’이 아니라 ‘날리면’이었다”며 “국회라는 표현도 미국 의회가 아니라 우리 국회의원을 가리킨 것”이라고 공식 해명했다. 이후 정부는 이 사태를 처음 보도한 MBC를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냈고, 1심 법원은 지난해 1월 “진위 판별이 불가능한 만큼 단정적 보도는 잘못됐다”며 윤석열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MBC는 이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스트레이트> 보도에서 주목할 대목은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는 반박에 나서기 직전, 대통령실이 사태 수습을 위해 우선 사과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는 부분이다.
당시 대통령실 관계자 A씨는 MBC에 “(윤 전 대통령의) 부적절한 발언이 노출된 데 대해 ‘빨리 사과하는 게 좋겠다’ ‘사과하고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고, 발언 내용 진위 여부를 따지는 건 검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심지어 대통령실 참모진이 짤막한 사과문도 작성했고, 김 전 홍보수석이 이런 대응 방안을 들고 윤 전 대통령 대면 보고에 들어갔다고도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한국 국민들에게 공개된 건 ‘사과문’이 아니라 ‘반박문’이었다. 이렇게 정리된 이유에 대해 A씨는 “김은혜 홍보수석이 대국민 사과 방안에 대해선 윤 대통령에게 제대로 말도 꺼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어 “당시 김 홍보수석을 보니까 결국은 엄청 (윤 전 대통령에게) 혼나고 말도 못 꺼낸 채 나왔던 것 같더라”라며 “워낙 대통령이 격정적인 분이라 갑자기 화내고 그러니까 (김 전 홍보수석이) 평소에도 대통령을 많이 무서워했다”고 덧붙였다.
A씨의 증언과 관련, 당사자인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바이든 날리면 사태 관련 브리핑이 사과에서 반박으로 바뀐 배경에 윤 전 대통령의 격노가 있었는지 묻는 MBC 취재진 질문에 김 의원은 “당시 있었던 일은 제가 재판부에 사실대로 제출했다”고만 답했다.
또 ‘날리면’이라는 말이 언제 나오게 됐냐는 질문에도 “(윤 전) 대통령이 저한테 이야기해 준 걸 홍보수석으로서 기자들에게 그대로 이야기한 것”이라며 즉답을 회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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