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아파트 ‘주차·쓰레기 문제 갈등’ 민폐 이웃 입길

관리사무소 계도요청에도 묵묵부답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공용 공간에선 이웃 간의 배려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생활 불편은 물론 갈등으로 번질 수도 있다. 최근 대전의 한 아파트의 사례가 알려지며 민폐 주차와 쓰레기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선 지난 19일, “우리 아파트 빌런을 소개한다. 참교육 좀 도와달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대전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작성자 A씨는 “저와 같은 층에 빌런이 존재한다”며 “아파트 주민들이 모두 고통받고 있어 회원님들께 도움을 요청한다”며 호소했다.

‘빌런(Villain)’은 원래 악당이나 나쁜 사람을 뜻하는 영어 단어지만, 온라인 상에서 남에게 피해나 불편을 끼치는 사람을 비꼬는 표현으로 쓰인다.

비매너 주차 세대를 지적한 A씨는 “저희 아파트는 주차 공간이 다소 협소하지만, 대표 회의에서 이면주차 가능 구역을 지정하는 등 큰 불편함은 없다”면서도 “문제는 한 세대다. 통로를 막거나 코너에 주차해 다른 차들의 이동을 방해하고, 입주민의 보행까지 불편하게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다른 입주민분이 문제 차량을 막고 (자신의 차를) 빼주지 않아 경찰이 출동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가 공개한 사진엔 입주민 출입구를 가로막은 회색 승용차가 확인됐다. 주차장 외벽엔 ‘주차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었지만 효과가 없었다.

이어 더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이라며 올린 복도 사진엔 한 세대 현관 앞에 쓰레기 봉투들이 묶이지 않은 채 어지럽게 놓여있었다.

A씨는 “문제는 배달 음식을 먹고 남은 음식물과 플라스틱 용기를 같이 넣어 묶지 않고 그대로 배출한다는 점”이라며 “2~3일 꼴로 봉투가 하나씩 늘어나 복도에 쌓여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런 무더운 날씨에 음식물 쓰레기까지 뒤섞여 악취가 정말 심하고 벌레까지 생겼다”며 “심지어 해당 세대 앞에 있는 복도 창문을 열어 뒀는데도 냄새가 진동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보다 못해 제가 몇 번 치우기도 했고, 관리사무소에도 안내방송 등 계도를 요청했었다”며 “(관리사무소에서) 찾아가 주의도 줬지만 변하는 건 없었고, 최근엔 집에 있으면서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직접 찾아가 싸울 수도 없어 힘들다”며 회원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해당 글을 본 회원들은 “정신 나간 사람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다” “저 세대는 사회생활이 가능할까?” “빌런들은 자리가 있어도 꼭 저렇게 주차한다” “생각 없이 사는 사람인 듯” 등 문제 세대를 향한 비판을 쏟아냈다.


일부는 대책을 제안하기도 했다. “저 차가 주차하는 곳에 스쿠터 2~3대를 세워 막아놓자” “입주민 회의에서 건의해 주차 금지봉(볼라드)을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부터 “쓰레기를 모아 복도에 그대로 두고, 항의하면 ‘잠시 꺼내놨다’고 맞대응하라”는 거울치료 방식까지 제시됐다.

실제로 공용 복도 쓰레기 문제는 법적으로 제재가 가능하다. 지자체에 민원을 제기하면 해당 세대에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폐기물관리법 제66조에 따르면 공용주택 복도는 공유공간으로 규제 대상에 포함되며, 생활폐기물 방치 시 과태료는 최소 10만원에서 최대 30만원까지 부과된다.

반면 아파트 단지 내 주차 문제는 제재가 쉽지 않다. 현행 주차장법상 아파트 내 주차장은 ‘부설주차장’으로 분류되며 관리 지침은 존재하지만, 이를 위반했다고 해도 행정기관이 직접 개입할 근거는 부족하다.

대법원 판례에서도 아파트 내부 통로나 주차장을 입주민과 관계자만 사용하는 공간으로 판단해, 일반교통에 개방된 ‘도로’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 때문에 불법 주정차 단속이나 견인 등 공권력 행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같은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해 국회 차원의 법 개정 논의도 있었다. 지난해 7월, 민형배 의원이 대표 발의한 주차장법 일부개정안은 공동주택 등 사유지 주차장에서 관리주체 요청이 있을 경우, 지자체가 단속이나 견인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해당 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그럼에도 사회적 분위기는 민폐 주차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흐르는 모양새다.

지난해 5월, 인천서부경찰서는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입구를 승합차로 10시간 넘게 막은 입주민을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하고 차량을 압수했다. 경찰은 현장 CCTV와 관계자 진술을 토대로, 해당 입주민이 경비원의 주차 관리 업무를 방해해 단지 내 통행에 지장을 초래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경찰 관계자는 “아파트 입구를 막은 차량을 강제로 이동시킨 것은 전국 최초 사례”라며 “과거 유사 사건의 경우 명확한 조치 근거가 없어 현장 대응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이번엔 관련 법리를 적극적으로 해석해 과감하게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kj4579@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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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