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일산 킨텍스서 열린 당 대표와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8·2 임시 전당대회 보궐선거서 당 대표에 당선됐다. 이날 정 의원은 수해로 발표가 미뤄진 호남권, 경기·인천권, 서울·강원·제주권 권리당원 투표 결과와 함께 대의원 투표, 일반 여론조사 결과 모두 합쳐 61.74%를 얻었다.
22대 국회 전반기 법사위원장 역할을 잘 수행했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위원단 단장으로 윤 대통령의 파면을 이끌어냈던 정 대표는 민주당을 전임자(이재명 대표)의 잔여 임기인 내년 8월1일까지 1년 동안 이끌게 된다.
정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저의 당 대표 당선은 당원 주권을 열망하는 당원들의 승리이자, 이재명정부 성공을 바라는 국민들의 염원”이라며 강력한 민주당, 승리하는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개혁, 언론개혁, 사법개혁 등 3대 개혁을 마무리하겠다”며 추석 전에 당원 주권 TF팀을 가동하고, 내년 지방선거서도 공정한 경선을 통해 승리해 이재명정부의 성공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다짐했다.
후보 연설서도 정 대표는 “이재명정부가 탄생된 건 당원들 덕분”이라며 오직 당원 오직 당심을 강조했다. 특히 “내란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첫째도 개혁, 둘째도 개혁 셋째도 개혁, 강력한 개혁의 당 대표가 되겠다”고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반면 박찬대 의원은 후보 연설에서 “원팀 당정대(민주당·정부·대통령실)의 힘을 모아 이재명정부 성공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주장했고, 후보 입장 때도 배경음악에 당정대 구호를 언급했다.
정 대표와 박 의원의 공약이나 후보 연설 특징을 보면, 박 의원은 당정대 원팀을 통해 이재명정부를 돕겠다는 것이고, 정 대표는 강한 개혁 민주당을 만들어 이정부와 함께 하겠다는 것이다. 즉 박 의원은 당정대 협의체를 중요시했고, 정 대표는 강한 민주당에 더 비중을 둔 셈이다.
영상으로 8·2 임시 전당대회 축하 인사말을 보낸 이재명 대표와 문재인 전 대통령도 당과 정부가 원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왜 정 대표는 당정대 협의체를 강조하기보다 이미 강한 민주당을 놓고 더 강한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강조했을까?
필자는 불현듯 지난 7월6일 김민석 국무총리와 김병기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서 열린 이정부 첫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기념 촬영한 사진이 떠올랐다.
그리고 김병기 직무대행 대신 정청래 대표를 그 자리에 올려놔봤다. 뭔가 정 대표 쪽으로 기울어진 사진과 함께 그가 정치 경력이나 여러 모로 봐서 당정대 협의체의 대표라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임기 초 한나라당과 당정청 일체론을 주장하며 모든 국정을 당정청 협의체 위주로 운영했다가 본인 재임 중 한나라당이 친박(친 박근혜)계에 넘어가고, 본인을 따르던 친이(친 이재명)계도 비주류로 전락하면서 임기 내내 여당 때문에 힘들었던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당시 민주당이 힘이 없어 야당으로서 역할을 못하니 여당인 한나라당이 이명박정부의 올바른 국정 운영을 위해 야당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박근혜 당시 대표와 참모진은 그때부터 다음 정권을 잡기 위해 준비했다. 결국 이명박정부는 힘들게 국정을 운영해야 했고 박 대표는 차기 대통령이 됐다.
지금도 마찬가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6·3 대선 패배 이후 국민의힘이 지지부진하며 야당으로서 역할을 못하고 있어, 국민은 여당인 민주당이 야당 역할을 해야 이정부가 올바로 갈 수 있다고 느끼고 있다. 이정부가 잘못할 때 정 대표가 이를 공격할 수 있는 명분이 확실하다는 것이다.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대통령이 되는 프로젝트를 가지고 있다. 4선 의원에 민주당 내 최고의 정치력을 가진 정 대표 역시 대통령이 되는 그림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정 대표가 앞으로 1년 동안 당 대표를 하면서 보이지 않게 자신의 꿈을 만들어갈 것으로 생각한다. 당장 내년 지방선거서 공천권을 가지고 있어 오히려 이명박정부 때 박 대표보다 유리할 수 있다.
그런데 이명박정부의 박 대표처럼 정 대표가 이정부를 흔들면 안 된다. 우선 나라가 힘들어져서 안 된다. 우리 국민도 여당 대표가 정부를 공격하며 다음 정권을 노리는 수법을 안 좋게 보고 있어 당에도 해가 될 수 있다.
당정대 협의체서 당은 정부에 정책을 반영하고 정부는 당에 입법 협조를 받고 대통령실은 컨트롤타워 역할만 하면 된다. 그런데 대통령실이 선을 넘어 대통령의 입맛에 맞게 당과 정부를 마음대로 쥐락펴락해선 안 되고, 마찬가지로 당도 정부와 대통령실과 긴밀히 협조하며 입법 활동에 전념해야지 정부와 대통령실을 조정하려 하면 안 된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초기엔 대통령을 배출한 여당 대표가 3자간 당정대 협의체서 주도권을 잡게 된다. 8·2 임시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정 대표의 힘이 막강하다는 얘기다. 그리고 정부 조직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으면 대통령실이 당정대 협의체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런데 현재 이정부의 당정대 구성원이나 여러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정 대표가 당분간 당정대 협의체의 대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가의 분위기다.
특히 이정부가 당장 내란 세력을 청산해야 하는데, 그 중심에 민주당이 있어 당정대 협의체서 민주당의 정 대표가 주도권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새 정부 중반 이후엔 대통령 레임덕에 의해 대통령실은 힘이 빠지고 대선을 준비하는 당도 당정대 협의체서 힘이 약해진다. 이때 정부가 정신만 차리면 당정대 협의체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그런데 역대 정부를 보면 3자간 협의체서 정부가 힘을 가진 적이 없어 나라가 안정적이지 못했다.
정 대표는 민주당 권리당원과 대의원들이 이정부 성공을 위해 열심히 뛰라고 당 대표로 밀어준 거지 향후 정 대표의 대권가도에 비단길을 깔아준 게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대권행보는 1년 임기 동안 당 대표직을 성실히 수행한 후 국민적 지지와 요구가 있을 때 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