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쌍용건설 PF 공사비 700억 증액 미스터리

15년 전 호텔에 묻힌 의문의 돈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15년 전 끝난 호텔 리모델링 사업이 좀처럼 물음표를 떼어내지 못하고 있다. 두 배 가까이 커졌던 공사비를 선뜻 납득하기 힘든 까닭이다. 시공사는 구멍 뚫린 사업을 진행하느라 손해를 잔뜩 본 채 3년을 날렸다지만, 찜찜함 구석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Project Financing)’은 프로젝트를 담보로 잡고, 미래에 발생할 이익을 상환 재원으로 삼아 추진하는 자금 조달 방식을 뜻한다. 주로 아파트, 주상복합건물 등 대규모 자금이 소요되는 부동산 개발 사업에 활용되며, 시공사의 신용이 추가돼 자금 조달 규모가 책정된다.

물론 모든 부동산 PF 사업이 원활히 진행되는 건 아니다. 사업성을 갖추지 못한 채 진행된 부동산 PF가 부실화 과정을 겪는 모습이 심심치 않게 목격되고 있으며, 이는 금융 및 건설시장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꼽히곤 한다.

엄청난 기대
저조한 성과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진행된 ‘타워호텔 리모델링 사업’ 역시 부실 부동산 PF의 단면을 드러낸 사례였다. 부동산 개발 업체인 ‘어반오아시스’가 시행을 맡은 해당 프로젝트는 기존 남산 타워호텔을 6성급 호텔로 변경하는 것이 기본 취지였다. ‘쌍용건설’은 시공사로 참여해 PF 대출에 지급보증을 섰다.

어반오아시스는 2007년 4월 자산유동화회사 ‘인베이스개발제일차’로부터 2년 약정으로 PF대출 700억원, 채권유동화회사 ‘매화케이스타스’로부터 1년 약정으로 800억원을 차입했다. 이후 메화케이스타스로부터 대출받은 금액의 상환기일이 다가오자, 또 다른 자산유동화회사 ‘어반오아시스제일차’에서 PF 대출로 800억원을 차입했다.


토지 매입 과정에서는 990억원이 투입됐다. 어반오아시스 2008년 감사보고서에 “상기 토지와 건설 중인 자산에 PF대출 약정과 관련한 근저당이 설정돼있다”는 설명과 함께 기재된 ‘토지 취득가 990억원’이 이를 뒷받침한다.

PF대출이 성사된 건 2007년 4월이지만, 본격적인 공사는 2008년 6월 이후였다. 토지 및 건축물과 사업장 내 영업권을 확보한 것과 별개로, 인·허가에 다소 시간이 소요된 여파였다.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이 직접 기공식에 참석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시공사인 쌍용건설은 큰 기대를 드러냈다. 당시 김 회장은 “국내 최초로 ‘Cost Plus Fee(코스트 플러스 피)’ 방식이 적용되는 공사로, 시공사와 발주처가 상생할 수 있도록 진행 단계에서부터 상호 간 철저한 신뢰 관계를 구축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타워호텔 리모델링 사업은 철저한 실패로 일단락됐다. 특히 쌍용건설은 완벽한 피해자로 전락한 듯 보였다. 어반오아시스가 2010년 6월 호텔을 개장할 때까지 공사비 체납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탓이었다.

급기야 쌍용건설은 담보 권리를 근거로 처분 권한을 행사해 매각에 돌입했고, 어반오아시스의 손을 떠난 호텔은 현대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이했다. 2012년 1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현대그룹은 5개월여에 걸친 실사를 마무리 짓고, 2012년 6월 1635억원에 호텔을 품에 안았다.

이 과정에서 쌍용건설은 골칫덩이 호텔을 매각해 공사비 회수와 PF 우발채무 감축이라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됐다. 다만 쌍용건설이 호텔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몸이 된 건 아니었다. 공사비 증액 과정에서 불거진 잡음은 15년이 지났음에도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시간 지나도
여전한 잡음


해당 논란을 이해하려면 일단 도급액 변동 추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어반오아시스는 2007년 4월 쌍용건설과 700억원에 도급계약을 체결했고, 계약은 2009년 9월말까지 변동 없이 이어졌다. 여기까지만 보면 타워호텔 리모델링 사업은 전형적인 총액계약방식(시행사와 시공사가 총액계약으로 공사도급계약을 맺고 공사를 진행)으로 비춰진다. 기준 도급액이 700억원으로 고정된 상태에서 완성 공사액이 나날이 증가하는 형상을 나타낸 까닭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흐름은 석 달 만에 완전히 뒤바뀌었다. 쌍용건설은 2009년 12월 사업보고서에 기본 도급액을 1400억원으로 변경해 기재했다. 공사를 85%(완성 공사액 596억원)가량 끝낸 상태에서 공사비가 두 배 증액된 모양새였고, 이 여파로 공정률은 64%로 낮아졌다. 쌍용건설은 2010년 11월 타워호텔 리모델링 사업 관련 최종 공사비를 1378억원으로 확정 기재했다.

준공 목표인 2010년 2월을 두 달 남짓 남긴 시점에 기본 도급액이 두 배 커진 모습은 다소 이례적이었다. 게다가 기존 쌍용건설 사업장에서 쉽사리 찾아볼 수 있는 광경도 아니었다.

쌍용건설이 2007년부터 2010년까지 공시한 연도별 민간 건축공사 도급 내역은 ▲2007년 32건 ▲2008년 28건 ▲2009년 25건 ▲2010년 27건 등이다. 이 가운데 타워호텔 리모델링 사업과 유사한 흐름으로 기본 도급액이 변경된 사업장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쌍용건설 측은 지금껏 공사비 증액에 대해 절차대로 진행했다는 뜻을 피력해 왔다. 그럼에도 논란이 계속된 건 쌍용건설이 언급한 ‘코스트 플러스 피’ ‘FAST TRACK(패스트트랙)’ 등이 통상적인 부동산 PF사업에서의 방식과 다소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6성급 꿈꾸다…구멍 뚫린 프로젝트
석 달 만에 두 배 커진 도급액, 왜?

부동산 PF 사업은 현재가 아닌 미래가치를 평가해 진행되는 관계로, 일종의 안전장치가 필수적이다. 부동산 PF 사업을 추진하려면 ▲인·허가를 취득한 확정된 실시설계도면 ▲확정된 실시설계도면에서 산출한 공사원가계산서 ▲확정된 공사금액으로 시행사와 시공사 간 체결한 공사도급계약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제출된 서류를 토대로 대출 심사를 거쳐 도급액의 적정성과 사업의 안정성을 확인하는 수순이 뒤따른다. 공사가 진행되면 착공부터 준공까지 PF사가 기성실사를 거치면서 시공된 공종별 물량을 확인하고, 시공된 물량에 맞춰 공사비가 현금으로 조달된다. 부동산 PF 사업에서 일반적으로 총액계약방식이 활용되는 이유다.

반면 쌍용건설은 실시설계도면이 없는 코스트 플러스 피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해당 사업은 실시설계도면 없이 700억원(평당 계략공사비로 전체 연면적을 곱해 추정한 금액)을 공사비를 설정한 ‘코스트 플러스 피(공사비+시공이익)’로 계약한 공사”라며 “준공이 가까워지면서 전체 공사 내용이 확정돼가며 공사비 한도를 1400억원으로 설정할 수 있었고, 최종 1378억원으로 확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패스트트랙 공법으로 진행됐다는 쌍용건설 측 주장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패스트트랙은 기본설계에 의해 부분적인 공사를 진행시키면서, 순차적으로 작성되는 설계도에 의해 공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시간을 절약해 공사기간을 단축하는 데 유용하지만 공사금액을 확정한 상태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게 일반화된 부동산 PF 사업에서는 공사도급금액의 적정성 확인과 사업수지 분석에 어려움이 따른다.


곳곳에서
상충된 흔적

시행사와 시공사 간 회계 기록 곳곳에서 발견된 엇박자는 해당 사업을 예의주시하게 만드는 또 다른 요소다. ‘보험 가입’ 내역이 대표적이다.

부동산 PF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공사보험 가입은 필수 요건이며, 프로젝트 건물은 가장 핵심이 되는 담보물이다. 시행사는 공사 시작에 앞서 공사보험에 가입해야 하며, 공사보험에 대한 PF사와 시공사의 질권 설정이 이뤄진 상태에서 공사가 진행된다.

어반오아시스는 본격적으로 공사가 시작된 2008년에 ‘부보금액(보험 계약자가 보험 회사와 보험 계약을 체결할 당시에 정한 보험 가입 금액)’ 700억원짜리 공사보험에 가입했다. 이후 부보금액은 2009년 말까지 700억원으로 기재됐다가 사업이 종료된 2010년이 돼서야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작 쌍용건설은 700억원이었던 타워호텔 리모델링 사업 관련 기본 도급액을 2009년 말 기준 1400억원(완성 공사액 892억원)으로 변경한 바 있다. 2009년 12월 쌍용건설 사업보고서에 1400억원으로 기재된 기본 도급액이, 같은 시기 어반오아시스 공사보험 가입 내역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볼 법한 사안이다.

‘공사 미지급금’ 항목에서도 엇비슷한 흐름을 엿볼 수 있다. 2009년 말 기준 41억원이었던 어반오아시스의 미지급금은 2010년 말 1025억원(공사 미지급금 942억원)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공교롭게도 한국기업평가에서 2009년 9월 말 자료를 토대로 낸 ‘쌍용건설 기업어음 신용등급 평가서’에 따르면 이 시기에 타워호텔 리모델링 사업의 공사 미수금은 240억원이었다. 어반오아시스가 3개월 사이 공사 미수금 240억원 중 200억원가량을 정리한 게 아니라면, 시행사와 시공사 간 회계에서 간극이 존재하는 셈이다.

쌍용건설이 제출했던 자료가 사실에 부합한다면, 쌍용건설은 공사비를 정산받지 못할 위험을 알면서 추가 공사에 나섰다고 볼 여지가 생긴다. 2009년 9월 말 기준 700억원짜리 공사에서 240억원을 정산받지 못했다고 신용평가사에 자료를 제출한 쌍용건설이, 이후 어반오아시스의 요청에 응해 공사를 두 배 수준으로 벌렸고 결과적으로 추가 투입된 공사비는 전혀 지급받지 못한 흐름이기 때문이다.

쌍용건설 측은 공사비 1378억원 중 942억원을 받지 못한 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발주처의 회원권 판매 부진으로 공사 대금 수금이 어려워졌으나, 책임준공 의무와 조건부 채무인수 의무 때문에 공사를 진행해야 했다”며 “공사비 수금이 없어도 협력업체에 B2B로 공사 대금을 지급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쌍용건설 측은 어반오아시스의 요청에 따라 추가 공사가 진행된 점을 공사비 급증과 공사 미지급금이 발생한 직접적인 이유였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어반오아시스의 요청에 따라 2009년 4분기(10월~12월)부터 당초 계획에 없는 추가 공사를 진행했다는 뜻도 내비친 상태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마감재 철거공사 중 발주처에서 VVIP를 위한 최고급 호텔에 따른 공사 내용과 사양이 최고급으로 업그레이드 변경(각 객실에 플런지 풀 신설 등)됐다”며 “이에 따라 공사 범위에 없던 별관 및 별관 앞 야외 수영장 공사, 발주처분인 홍보관 공사 등이 추가됐다”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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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