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47)

정해진 일은 돌이킬수 없도록 해라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사소한 도덕심과 인정에 얽매이지 말라
사람은 진실에 우선하는 게 본능적

“제 생각은 이겁니다. 첫째, 사람이란 순간적이고 엉겁결에 나타나는 반응은 진실에 우선하는 것이 본능적이라고 봅니다. 당사자들이 깊이 생각하기 전에 빨리 입증할 서류를 받아야만 합니다. 다시 말해서, 장인어른에게 큰동서의 요청을 받고 장인명의로 등기해놓았다가 다시 그 동서의 사촌 처 명의로 옮겨 놓았다는 사실에 대해, 사실 확인서를 받아 놓아야 한다는 겁니다. 아마 이 부분은 최 사장님보다 사모님께서 하시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둘째로, 그 동서부부가 장인어른에게 있는 명의를, 다시 현재의 명의인 앞으로 옮겨놓아야 하겠다고 요청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 즉 가족들에게도 ‘육하원칙’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에 근거해 사실 확인서를 작성해 받아 두어야 합니다.

냉정을 유지하라

이는 되도록이면 장인어른께 먼저 사실 확인서를 받은 다음에 다른 가족에게 시도함이 좋을 듯합니다. 병법에도 ‘상옥 추제’ 즉 어차피 정해진 일이라면 기정사실화 시켜 돌이킬 수 없도록 하라는 계책이 있습니다. 장인어른께서 작성할 사실 확인서 내용 중에 문제의 부동산을 실제 소유주이자 사위인 큰동서의 요청에 의해 장인 명의로 명의신탁 해두었다가 다시 사위인 큰동서 부부의 요청으로 사위의 사촌 남동생 처 명의로 이전해 갔다는 사실 확인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 그 명의 이전한 이유를 알고 있는 가족들에게 작성된 확인서 서류를 보여주면서 그 사실에 대해 확인서를 작성해 달라고 요청하면 굳이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보입니다. 그것은 이미 밝혀진 사실을 감추어 최 사장님 부부와 사이가 나빠지면서까지 큰동서 부부를 두둔할 필요가 없으니 마지못해서라도 작성해 줄 것으로 믿기 때문입니다.

셋째, 사실 확인서 내용을 가능하다면 여러 사람들에게 받도록 하십시오. 많은 사람이 확인해 줄수록 유리하니까요.
마지막으로, 사실 확인서 작성을 거부할 경우를 대비해서 대화내용을 먼저 녹음 한 후 사실 확인서 작성을 시도하십시오. 비인간적인 생각이 들긴 하지만, 지금 양심 운운할 입장은 아닌 처지라고 생각되기에 하는 말입니다.”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숙연히 듣고 있던 최 사장이 이제 뭔가 희망의 빛이 보이는 듯 얼굴에 생기가 돌고 있었다. 그러다가 잠깐 뭔가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이사님! 제 장인어른께서 고령으로 병환중이신데 사실 확인서를 받을 수 있을지 염려가 되긴 합니다.”
“물론 그렇기도 하겠지요. 그러나 장인어른께서 상대방에게 의사를 전달할 기능이 마비 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뭐 다른 일을 하자는 것도 아니고. 간단한 확인서에 서명날인을 받는 것뿐인데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문제해결을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면 사소한 도덕심이나 인정에 얽매지 말아야합니다. 때로 조금은 냉정할 필요가 있겠지요. 최 사장님께서 인정에 이끌리다가 결국은 오늘과 같은 일을 당한 것이 아닙니까?”
“맞습니다. 그때, 그놈의 인정만 아니면 제가 이렇게 고통을 받지 않았을 테지요.”

“그러니 냉철해야 합니다. 그리고 주의해야 할 것은 확인해줄 상대방에게 미리 통보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확인서 작성에 대해 사전에 통보를 하고 방문하게 되면 상대방이 부담을 느끼거나 혹은 제삼자가 개입하여 초를 칠 염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미리 작성한 확인서를 가지고 가서 주민번호, 서명, 날인이나 사인만 받도록 해야 수월합니다. 내용까지 작성하면서 시간을 끌다보면 마음이 변해서 기회를 놓칠 수도 있으니까요.”
“알겠습니다. 확인서를 모두 받은 후 어떻게 하면 됩니까?”

“그 다음엔 곧바로 법무사나 변호사 사무실로 달려가 처분금지 가처분신청 등의 조치를 취한 후 본안소송에 돌입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큰동서 입장으로서는 재판에서 승패소를 고민 할 것이고, 자신이 불리하다고 판단되면 아마 이해타산이 밝은 큰동서 입장으로서는 어떠한 합의점을 들고 나올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래도 해결하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변호사를 선임하여 사해행위 취소관련 민사재판을 해야겠지요.”
“워낙 지독한 독종들이라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지만, 일단은 뭔가 일이 잘 풀릴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가 해결의 실마리를 느꼈는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다시 말씀 드리자면, 전화로 미리 확인서 작성 건으로 방문하겠다는 뜻을 전달해서 상대방이 사전에 방어할 기회를 주어서는 안 됩니다. 그 사실이 큰동서 부부 귀에 들어간다면 그들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장인어른이나 다른 가족들에게 죽기 살기로 달려들며 방해를 한다면 그분들은 얼마나 입장이 곤란하겠습니까? 무엇보다 염려되는 것은, 다른 사람을 동원해 가등기나 가압류, 근저당권을 설정해 놓거나 헐값이라도 제삼자에게 팔아치운다면 영영 해결하기가 곤란하지요. 기회는 단 한번뿐입니다.”

등잔 밑이 어둡다

“최 선배님! 이 친구의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임 이사, 자네의 말을 듣고 보니 나라도 그렇게 방해를 받는다면 가족입장으로서 곤란한 입장에 처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
진 사장이 공감한다는 듯 내 말에 동의하며 나섰다. 최 사장 역시 진 사장의 말이 수긍된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리며 자신도 같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물론입니다.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되지요. 저희 부부가 얼마나 고통을 당했으면이혼 법정까지 갔다가 돌아왔겠습니까? 그 일로 인해 제 집사람은 화병이 들어 지금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병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저 역시 규모는 작지만 그래도 사업을 하는 사람인데, 신용불량자가 되니 어디서도 돈을 구할 데가 없지 않습니까? 말도 마십시오. 환장할 지경입니다.”

그는 지금까지 당한 일들이 너무나 억울한지 감정에 사로잡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만일 내가 허물없는 사이였다면 울기라도 할 태도였다.
“더 궁금한 사항이 있습니까?”
“아, 없습니다. 이사님, 정말 고맙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해결해야 한다는 마음만 있었지 막상 해결하려고 하는 의지가 부족했나 봅니다. 그리고 마땅히 해결할 방안을 찾지 못한 게 제 실책이었습니다. 이렇게 가까이 전문가를 두고도 말입니다.”
최 사장의 자책 섞인 말을 진 사장이 받아서 한 마디 했다.


“그 큰 덩치에 그것하나 해결 못하고 끙끙거리고 있었단 말입니까? 진즉에 나한테 말했다면 그렇게 고민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을, 나 같으면 당장에 찾아가 그냥….”
그러면서 진 사장이 주먹을 불끈 쥐고 허공에 휘둘렀다. 그런 그에게 내가 만류하는 시늉을 했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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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여러 비선 실세가 있었다. ‘V0’ 김건희씨의 최측근인 건진법사 전성배씨, 군 인사를 좌지우지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이들에게는 ‘무속’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씨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위기일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기도 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이 서로 일면식이 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명씨와 전씨는 김건희씨 및 윤석열 전 대통령과 직접 만나거나 통화했다. 노 전 사령관만이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알았는지가 드러나지 않았다. 김건희 일가를 잘 아는 이들은 위의 인물들이 각자의 존재를 인지해 왔다고 한다.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이른바 ‘비선 경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출범하자 기웃기웃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예비후보 시절부터 논란을 달았다. 지난 2021년 TV 토론회 당시 그의 손바닥에서 ‘王’ 자가 세 차례 포착됐다. 이는 김씨의 무속 의혹과 겹치면서 지지율 폭락을 가져왔다. 전씨는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에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같은 해 1월 윤 전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사무실을 방문했는데 전씨가 윤 전 대통령의 등에 손을 올리고 사무실을 소개하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전씨가 ‘고문’으로 네트워크본부의 실질적인 지휘를 담당했다는 의혹과 함께 ‘무속인’이 캠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거대책본부는 “(전씨는) 고문으로 임명된 바 없다”고 해명한 뒤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전씨의 영향력은 위축되지 않았다. 최근 검찰 수사에선 전씨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최소 3명의 공천 청탁을 했고, 비슷한 시기 통일교 전 고위간부 윤영호씨가 전씨에게 김씨에게 줄 선물용 목걸이를 전달한 정황 등이 확인됐다. 전씨는 당시 ‘윤핵관’으로 꼽혔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과 선거 운동에 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른바 ‘건진법사 게이트’를 수사한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확보한 문자 메시지를 보면 2021년 12월 윤 의원은 전씨에게 ‘권성동 의원과 제가 빠지는 게 (윤석열) 후보에게 도움이 될까’라고 묻는다. 전씨는 ‘후보는 끝까지 같이 하길 원하는데 빠진다고 하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검찰 조사에서 전씨는 “사람들이 제가 힘 있는 줄 안다”며 이런 의혹들을 부인했다. ‘무속인 논란’ 이후 기자 등을 피해 숨어 지냈다고도 했다. 전·노 윤석열 캠프 외곽 그룹서 활동 “정권 초기부터 셌다” 일면식 있었나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과 달리 전씨의 영향력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윤 전 대통령 당선 후 더 커졌다. 검찰은 2022년 6월 치러진 지방선거를 전후해 전씨가 받은 경북 영주시장·경북도의원 등의 공천에 영향력을 발휘해 달라는 취지의 문자들을 확보했다. 또 전씨가 경북 봉화군수·경남 합천군수·경기 성남시장 후보 등과 관련해 윤 의원에게 청탁을 시도한 정황도 파악했다. 청탁을 한 사람 중 일부는 실제로 당선됐다. 전씨는 검찰에 “공천 부탁이 아니라 추천”이라고 답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최근 전씨 휴대폰을 포렌식하며 ‘건희2’로 저장된 인물과의 대화 내역 일체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전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22년 4월19일 ‘건희2’로 저장된 번호로 8명의 이름과 근무 희망 부서를 적은 명단을 보냈다. 8명은 대부분 윤 전 대통령 대선캠프 내 ‘네트워크 본부’에서 일했다. 전씨는 “사모님께 말씀드렸다. 꼭 해주시라고 당부했다”는 취지의 문자를 이어 보냈다. 그러자 ‘건희2’로 저장된 인물은 다음 날 전씨에게 “이력서를 보내달라”고 답했다. 김씨 측은 전씨가 ‘건희2’로 저장한 번호의 실제 사용자는 김씨의 ‘문고리 3인방’으로 꼽히는 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다. 특검팀은 지난달 25일과 31일 두 차례 정 전 행정관을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정 전 행정관을 상대로 전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이유가 무엇인지, 전씨가 보낸 메시지를 김씨에게 전달했는지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특검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 및 김씨와의 친분을 내세워 다수의 공직 희망자로부터 인사 청탁과 공천 청탁을 받고 거액의 금품을 수수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윤석열 캠프 출신이다. 그는 윤석열 캠프서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담당하는 특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 전 사령관은 주로 출근하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제의로 캠프에 몸담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의 역할이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뛰어넘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겨레>가 지난 5월 단독으로 보도했던 노 전 사령관 기사를 보면 그는 2020년~2021년 사이 ‘식목일행사계획’ ‘YP(윤 전 대통령 추정)작전계획’ ‘YR(와이알)계획’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압수한 노씨의 유에스비(USB)에 있던 문건으로,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가 주된 내용이다. 공천 청탁 금품 수수? 식목일행사계획 파일에는 ‘분노와 정의’라는 제목 아래 ▲(검찰총장) 퇴임 시 행동 ▲퇴임 후 동력 유지 방안(예) ▲퇴임 이후 정치 참여 방안(2~3개월 야인 생활 후) ▲대선 카드 준비 등의 내용이 담겼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퇴임 시기에 대해 “자의로 퇴임 시 지금의 몸값을 최대한 유지하여 내년 4월 서울시장 선거 직전이 유리, 기자회견은 ‘더 이상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여 퇴임합니다’라고 간명하게 함”이라고 적었다. 2021년 4월 치러졌던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에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뜻인데, 윤 전 대통령은 실제로 서울시장 선거 한 달여 전인 3월4일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났다. 퇴임 이후 행보와 관련해서 노 전 사령관은 문건에서 “국민과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현 시국 상황에 대한 우려와 인식을 공유하여 지도자급으로서의 이미지를 노출”시키고 “재래시장, 청계천, 남대문, 지하철 등에서 몰래카메라의 형식으로 소박하고 인간적인 냄새를 국민이 느낄 수 있도록 깜짝 행보”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았다. 또 “현 정치체제와 일정 기간 거리 두기를 하다가 내년 9월을 목표로 국민의힘에서 모셔가는 형식으로 영입” “AN(안철수 추정) 등 여타의 후보군을 모두 참여시켜서 경선을 하고 여타의 후보군이 꼼짝없이 경선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게 사전에 정리 작업”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은 검찰총장 사퇴 4개월 뒤인 2021년 7월 영입 제안을 받고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YP작전계획’ 문건에는 ‘정의로운 법조인’이라는 ‘Y의 현재의 모습’을 바탕으로 “연예인, 중도좌파도 끌어들이는 과감한 인물 영입”을 통해 “후원 지지 그룹 구성”을 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어 “친박, 비박을 포용하는 탕평책”을 사용하고 “좌파 중량급을 영입”해서 “당권 장악”을 한 뒤 “대선 성공”을 하는 단계를 순서도 형식으로 그렸다. 막강한 영향력 아울러 “좌파 정권이 추진한 경제정책을 좌파 적폐 척결 차원에서 폐지”하고 “한미일 안보 축을 기본으로 하고 한일관계를 적폐 청산과 국민적 인기 영합 차원에서만 다룰 것이 아니고 미래지향적인 전략적 관점”에서 다룬다는 정책적 내용이 적시됐다. ‘YR계획’에는 “국립묘지 참배,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박정희 등 전직 대통령 두루 참배” 등 내용이 적혔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2021년 10월26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박정희·김대중·이승만·김영삼 전 대통령 순서로 묘소에 참배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11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았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전 대통령이 대선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 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 역공 대비 등을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 ‘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 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정책·현안 모두 비선 실세 말대로 실현 김·노 라인 물적 증거 없어 수사 필요 전씨와 노 전 사령관의 공통점은 하나 더 있다. 의외로 ‘일본’과 무속이다. 김건희 특검팀 관계자 4~5명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건진법사 전씨의 법당으로 들이닥쳤을 당시 ‘일본 신상’의 존재가 처음 드러났다. 전씨의 법당은 지하 1층~지상 2층 건물 면적만 279㎡(약 84.4평)에 이르는 단독 주택 2층에 있다. 2층(90.18㎡)엔 거실과 큰방, 작은방, 화장실이 있고, 1층(134.02㎡)은 일반 가정집 형태 생활공간으로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2층 법당으로 올라가는 내부 계단이 설치돼 있다. 2층 거실과 큰방에 각각 부처상과 일본 신화에 나오는 아마테라스상을 모신 불당과 신당이 한 개씩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씨가 일본 천황가의 조상신이자 신도(神道)의 주신으로 일컫는 아마테라스를 모신 건 한국 전통 무속이 일제 시대 신사 참배 등 일본 신도의 영향을 받은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작은방은 테이블과 방석이 깔려 있는 응접실 형태의 손님 대기실인데, 전씨는 이 방에서 공천 헌금 의혹이 제기된 2018년 자유한국당 영천시장 예비후보와 사업가 이모씨, 축구선수 이천수 등을 만났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일본어를 매우 잘한다. 육사 졸업 후 일본에서 수년간 거주한 까닭이다. 노 전 사령관이 일본 동북대 석사 위탁교육을 받는 동안 그의 딸들은 현지 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 전 사령관과 같이 근무했던 한 군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이 일본에 오래 거주하지는 않았다. 일본 역사에도 관심이 많았던 터라 신사에도 자주 갔었다”고 전했다. 주변 인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2019년부터 경기도 안산 본오동 ‘아기보살’ 점집에 얹혀살았다. 등기부 등본에는 이 점집의 소유주가 아기보살 윤모씨로 돼 있다. 왜 하필 일본? 윤씨와 노 전 사령관을 잘 안다는 한 지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아기보살 점집에 가보면 노씨가 트레이닝복이나 잠옷 차림으로 있기도 했다. 점 보러 오는 손님이 많은 집이라 노씨가 손님들 줄도 세우고 그랬다. 1년쯤 지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노씨가 실은 자기가 장성 출신이라고 그러기에 ‘웃기지 마라, 나도 군대 ‘장’ 출신’이라고 대꾸해 줬다, 병장. 그런데 몸집도 탄탄하고 해서 장군 출신이 무슨 사연이 있어 이런 데 사는구나 짐작했다. 노씨는 후배 군인들을 데려와 점을 보게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