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살아있는 권력 눈치 보는 검찰

김건희 공천 개입 의혹 명태균 게이트

그야말로 온 나라가 명태균 늪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제보자이자 김영선 국민의힘 전 의원의 회계 책임자였던 강혜경씨가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명태균씨 관련 증언을 쏟아냈다.

국감 증인으로 나선 강씨는 명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했던 것으로 알려진 미래한국연구소에서도 일했던 전력이 있고 이때 수집한 정보들을 이번 국감에서 공개한 것이다.

여론조사 조작 지시 증언부터 영적인 대화 등 파장이 클 수 있는 증언은 물론, 명씨와 관련 있는 정치인들,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 27명도 공개했다. 이번 강씨의 국감 증언으로 ‘명태균 리스트’의 후폭풍이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명단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김은혜·나경원·안철수·윤상현 의원,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이언주 의원과 김두관 전 민주당 의원,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등 전·현직 의원들은 물론,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 등 여권 광역단체장까지 포함됐다.

강씨는 “제출한 명단 외에도 (관련 정치인이)더 있다”며 추가 폭로를 예고해 파장이 계속될 전망이다. 그는 다음 달 1일 대통령실 등에 대한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도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특히, 명씨가 공개한 김건희 여사와의 카카오톡 메시지 속 ‘오빠’는 윤 대통령이 맞다면서 김 여사와 명씨는 무속으로 공감대를 형성한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또 김 여사가 명씨를 봤을 때 ‘조상의 공덕으로 태어난 자손’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첫 대면했다는 걸 들었다고도 했다. 

명씨가 주도한 여론조사 관련 증언들도 쏟아냈다.

그에 따르면, 명씨는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를 위한 여론조사를 26차례 실시했다. 이는 명씨가 윤 대통령의 정치적 입문 전부터 중요한 역할을 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라 주목된다. 또 명씨가 실시한 당시 여론조사 비용은 3억6000여만원이었는데, 지난 재보궐선거에서 김 전 의원의 공천으로 이를 대신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천을 준 사람은 김 여사였다고 폭로했다.

명씨는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최소 50회에 걸쳐 여론조사를 실시했으며, 그중 49회에서 윤 후보가 1위를 차지했다는 점에서 여론조사 조작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게다가 여당의 57만 당원 명부를 기반으로 경선 때 여론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여권 내부에서 당원 명부 유출 논란까지 일고 있다.

이렇듯 ‘명태균 게이트’는 그가 김 전 의원의 경남 창원의창 지역 선거에 관여했다는 의혹 보도로 출발했지만, 현재는 윤 대통령을 비롯한 경남과 강원 지역 지사 등 각종 선거에서 공천 과정에 깊이 관여했다는 의혹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그 배경에 명씨가 김 여사와 텔레그램을 통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정치적 조언을 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은 더욱 불거지고 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여러 차례 해명을 내놨으나 그 과정에서 나온 모순된 발언과 부실한 대응은 오히려 국민의 의구심만 더 키우고 있는 듯하다.


일개 정치 브로커에 불과한 명씨의 입을 통해 드러나는 의혹들이 더 늘어나는 만큼, 그가 여권 내에서 실제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밝혀져야 한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개인의 일탈로 끝나지 않고, 한국 정치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명씨 본인은 자신에 대한 모든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이미 그의 발언과 행동을 둘러싼 논란은 수습 불가능할 지경에 이르렀다. 과거에도 정치권 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온 인물로 알려져 있었던 명씨가 이번 게이트로 인해 그간 한국 정치판서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 국민적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이번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향후 행보에 이목이 쏠리는 것은 불가피해 보이며, 명태균 게이트는 앞으로도 정치적 논쟁의 핵심 이슈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결론적으론 단순한 의혹을 넘어, 여권 내부의 권력다툼과 윤 대통령 부부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으로 확대될 것임은 분명하다.

김 여사와의 대화를 통한 공천 개입 및 여론조사 조작 의혹 등 정치적 폭로로 확산하며 정치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향후 관련 의혹이 추가로 밝혀질 경우, 국민의힘은 물론 윤석열정부에까지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의혹 투성이인 명씨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사법 처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지만 검찰 수사는 뜨뜻미지근하리만큼 진도가 나가질 않고 있다. 아무래도 대통령실, 특히 김 여사의 눈치를 보거나 지시만을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닌지 지켜보는 국민은 답답하기만 하다.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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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