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귀 닫고 벌거벗은 임금님

다시 돌아가는 탄핵 시계

야당의 탄핵 공세 칼끝은 김건희 여사를 정조준하고 있다. 그런데도 박근혜 때와는 다를 것이란 믿음 때문인지, 언젠가 전세가 역전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건지, 일부 보수 유튜버들의 정권 옹호 논리에 취해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김 여사의 시중 논란 목소리엔 귀를 차단한 듯 윤석열 대통령은 벌거벗은 임금님 같은 모습이다.

조국혁신당과 진보당은 일찌감치 탄핵을 당론으로 정했다. 사회민주당과 기본소득당도 꾸준히 탄핵을 추진하기 위한 야권 연대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시민사회단체인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은 이르면 이달 말 전국에서 ‘유권자 대회’를 열고 각 지역구 국회의원들에게 윤 대통령 탄핵에 동참하라는 내용의 유권자 서명을 전달할 계획이다.

이에 더해 야당이 발의한 ‘김건희 특검법’에는 김 여사 혐의로 8가지가 적시돼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명품가방 수수, 공천 개입에 이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구명 로비, 장·차관 인사 개입 등 일일이 나열하기도 벅차다.

취임 직후 논란이 됐던 대통령 전용기 탑승 민간인은 김 여사가 공천에 힘썼다는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의 아내다. 대통령 관저 공사 특혜 수주, 불법 증축이 문제 된 21그램은 코바나컨텐츠와 일했던 업체다. 임성근 구명 로비 경로로 지목된 인물은 도이치모터스의 주가조작 선수로 밝혀진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다.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도 김 여사 일가 땅 때문이란 의혹이 일었다. 해외순방 중 명품 쇼핑, 영부인 화보 같은 대통령실 기록 사진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김 여사가 유일하게 국민 앞에 공개 사과했던 허위 이력은 어쩌면 가장 가벼운 논란이었다.


문제의 핵심은 흠 많은 영부인이 아니다. 영부인 문제를 ‘상식과 원칙’으로 해결하지 않는 망가진 제도, 책임지거나 국민에게 사과하지 않는 공직자가 문제다. 헌법 수호 의무가 있는 대통령은 수사팀을 갈아치우고 두 번이나 특검법을 거부해 배우자 방탄을 자처했다.

영부인에게 면죄부를 주려다 수사심의위의 엇갈린 권고 때문에, 주가조작 방조 혐의에 대한 법원의 유죄판결 때문에 궁지에 몰린 검찰을 보라.

‘사과하느냐, 마느냐’는 논쟁의 시기는 진작 지났는데도 “무조건 사과는 더불어민주당의 프레임에 말리는 것(대통령실 관계자)” “사과하면 그때부터 더 심하게(공격이) 시작될 것(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 운운하는 것이 측근들 수준이다.

이제는 이 같은 의혹에 놀라다 못해 무감해진다. 유권자가 선출한 것은 영부인이 아니었다. 그런데 권력은 김 여사가 쥔 것만 같다. 주가조작, 공천 등에 영부인이 연루된 것만도 비정상인데 이를 덮으려 국가기관이 동원되고 거부권이 남용된다.

우리나라의 대통령실, 검찰, 국민권익위원회, 여당인 국민의힘은 영부인을 위해 복무하는 기관인가? 법 앞의 평등, 검찰의 독립, 대통령의 당무 불개입 원칙은 내팽개쳐도 좋을 하찮은 것이었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이나 학위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서는 2021년 12월 사과로 퉁 친다고 치자. 명품백 수수 의혹도 검찰의 불기소 처분으로 해소됐다고 하더라도, 남은 의혹이 한둘이 아니다. 최근 쏟아지는 새로운 의혹들은 학위 논문 표절 사과를 무색하게 하는 내용이어서 더 휘발성이 높다.

당시, 김 여사는 이토록 애절하게 호소했다.


“과거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어긋나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하겠습니다. 많이 부족했습니다. 앞으로 남은 선거 기간 동안 조용히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그리고 남편이 대통령이 되는 경우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습니다.”

그랬던 김 여사가 대통령실과 관저 용산 이전 공사는 물론 친정 일가의 토지 인근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2022년 보궐선거·2024년 총선 공천, 2022년 대선 당시 무료 컨설팅, 산하기관 인사 개입에다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에 대한 공격 사주까지 했다면, 이는 국민 기만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이들 의혹 대부분은 당사자들만 알 수 있는 내용이다. 이는 한 대표를 비롯한 친한(친 한동훈)계는 물론 친윤(친 윤석열)계 의원들조차 섣불리 방어에 나서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들리는 바로는, 대통령실 참모진도 대부분 그렇다고 한다.

아는 것이 별로 없어서 해명을 내놓을 수 없는 처지라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결정 사유의 핵심인 헌법질서 훼손에는 최순실(최서연으로 개명)의 국정 농단(관여)이 큰 몫을 차지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배후에서 막강한 권한을 행세한 책임을 엄중히 물었다. 같은 논리로 국민이 뽑은 건 대통령이지 배우자가 아니다. 배우자로서 조언은 할 수 있지만, 이를 빙자해 대통령에 준하는 권력을 행사하는 건 분명 선을 넘은 것이다.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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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