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 1500호 특집기획> 한눈에 보는 김건희 8가지 의혹 총정리 ⑧사진 속 수상한 행보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10.07 13:28:06
  • 호수 15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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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부인과 통치자 ‘헷갈리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야권이 ‘탄핵 빌드업’을 본격화하면서 김건희 여사를 정조준했다. 그간 김 여사의 정치 행보가 지난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의 국정개입 의혹을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품가방 수수 등 숱한 논란 속에서 ‘백의종군’을 자처한 걸까? 카메라에 잡힌 김 여사의 모습은 낯 뜨겁기까지 하다. 

야당 단독으로 통과한 ‘김건희 특검법’을 놓고 여당서 심상치 않은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정부여당 지지율 동반 하락의 핵심 요인으로 김 여사 관련 논란이 지목되면서다. 22대 들어선 여당 내부도 싸늘하다는 후문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도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부적절한 처신이었고 국민에 사과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같은 당 이상민 전 의원도 “여러 대외적 행보를 자중할 필요가 있다”며 거들었다. 

가만 있으면 
반이라도···

어수선한 집안 분위기를 조성한 김 여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마포대교에 올랐다. 그는 지난달 10일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119특수구조단 뚝섬수난구조대, 한강경찰대 망원치안센터, 용강지구대를 각각 방문해 현장 근무자를 격려하고 갔다.

당시 김 여사는 근무자들과 만난 자리서 “여기 계신 분들이 가장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하시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앞으로도 문제를 가장 잘 아는 현장의 목소리에 항상 귀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또 지난 2020년 2월 한강에 투신한 실종자를 수색하다 순직한 고 유재국 경위를 언급하면서 “유 경위를 통해 많은 국민께서 여러분의 노고와 살신성인의 모습을 알게 되셨다”며 “여러분이 존재해 주시는 것만으로 국가의 기본이 튼튼해진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남을 구한다는 생각에 정작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수가 있는데 본인의 정신건강 관리도 잘 신경 쓰셔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여사는 올해 6월 ‘회복과 위로를 위한 대화’ 간담회에 참석하는 등 관련 문제에 대해 꾸준한 관심을 드러낸 바 있다”고 설명했다.

누굴 위한 회복과 위로를 운운했을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소외계층이나 힘든 일을 하는 공무원들을 찾아 격려하는 일은 역대 모든 영부인이 해왔던 바 있다. 문제는 김 여사의 언행과 대통령실서 배포한 사진 등만 봐도 통치자를 방불케 했다는 점이다.

CCTV 관제실을 찾은 김 여사는 “관제센터가 가장 중요한 곳 중 하나”라며 “항상 주의를 기울여 선제적으로 대응해 줄 것”을 ‘당부’했다. 또 순찰 인력과 함께 마포대교를 가보고는 “자살 예방을 위해 난간을 높이는 등 ‘조치’를 했지만, 현장에 와보니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며 “한강대교의 사례처럼 구조물 설치 등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상 월권행위에 가까운 모습이다.

적절치 못한 타이밍
참을 수 없는 화려함

말투가 아닌 행동서도 드러났다. 사진 속 대원들 앞에서 손짓으로 뭔가를 설명하고 지시하는 듯한 모습은 서툴지만, 의도가 다분해 보였다. 일부 언론에서는 당시 명품백 수수 논란과 관련 국민권익위, 검찰, 수사심의위의 ‘무혐의’ 판정을 받자, 보란 듯 족쇄를 벗고 정치력을 과시하고 있다는 것으로 의미를 부여했다.


자신이 연루된 명품백 수수 사건의 종결 처리에 괴로워하던 권익위 국장의 죽음을 국민들은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특검 받을 자신이나 반박할 입장이 없다면 최소한 눈치라도 있어야 한다.

지난 3월부터 부패방지국장 직무대리를 맡은 A씨는 지난 8월8일 세종시의 한 아파트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 신고 사건,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의 헬기 전원 신고 사건,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의 민원 사주 의혹 신고 사건 등 민감한 정치적 사안의 실무 조사 총책임자로 일했다.

이 과정서 고인은 부패방지업무를 소신대로 처리할 수 없는 환경서의 괴로움을 주위에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 신고 사건을 ‘종결’ 처리한 다음에도 주위에 “괴롭다”는 말을 여러 차례 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떠난 지 한 달여 만에 김 여사가 마포대교서 ‘자살 예방’ 전도사가 되고 싶다는 뉴스를 접한 유가족의 마음은 어땠을까? 단언컨대 김 여사의 행동은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과시하기 위한, 사람에 대한 예의가 없는 행동이다. 민주당 대변인은 “‘자살 예방’ 전도사가 되고 싶다는 김건희 여사님, 권익위 국장의 억울한 죽음부터 해결하시라”고 질타했다. 

민망함은 
국민의 몫

예나 지금이나 김 여사의 ‘눈치’ 없는 행보는 일관된 모습이다. 전시 기획 업체 ‘코바나컨텐츠’의 대표이기도 한 그의 정치 행보는 모범적 이미지보단 화려한 가십거리로 기억됐다. 타이밍은 늘 적절치 못하고 자유롭다. ‘일그러진 진주’라는 포르투갈 원어 ‘바로코(Barroco)’서 유래한 ‘바로크하다’는 표현을 연상케 한다.

이는 조화와 논리보단 우연과 자유분방함, 기괴한 양상 등이 강조된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 양식을 뜻한다. 대한민국 역사에 전무후무한 영부인의 문화 혁신시대라 포장할 수도 있겠다. 

지난 8월9일 윤 대통령이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을 통해 김 여사 비공개 출장 검찰조사 특혜 논란에 대해 부인하고 나섰던 날도 정치적 행보는 이어졌다. 당시 김 여사는 쪽방촌 봉사를 조직한 ‘행복나눔봉사회’ 블로그에 올라간 쪽방촌 봉사 사진 속에 포착됐다.

해당 블로그는 사진과 함께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한낮의 서울역 쪽방촌서 4시간가량 봉사했는데, 김 여사는 땀이 이마를 적시는 와중에도 표정은 밝았다”며 “서툴지만 성실히 벽지를 붙이는 김 여사 모습에 주민들이 흐뭇해했고, 의미 있는 울림을 줬다”는 내용을 적었다.

일부 매체 기자들이 기사화하자 대통령실은 뒤늦게 “김 여사가 1365 자원봉사포털을 통해 일반 국민과 똑같은 절차를 거쳐 성사된 개인적 봉사로, 최소한의 수행원만 동행했다”고 밝히면서 타 매체의 추가 후속 보도로 이어졌다.

일부 매체에선 “쪽방촌 방문을 ‘빈곤 포르노’라며 손가락질한 경우도 있었지만, 봉사 내용 자체보다 김 여사의 ‘민생 행보’를 노출한 시기와 방법이 이런 부정적 여론에 더 영향을 끼친 게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목적이 다분한 보여주기식 행보가 국민적 반감을 불러일으켰다는 뜻이다.

또, 이날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서 제2부속실 설치와 관련해 “마땅한 장소가 없다. 청와대만 해도 배우자 쓰는 공간이 널찍한데 용산은 그런 공간이 없다”고 변명해 지지자들마저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이 와중에 김 여사의 쪽방촌 봉사 사진이 튀어나왔으니 “언론플레이로 비판 여론을 잠재우려는 것이냐”는 뒷말이 무성했다.


지친 국힘
침묵 상책?

김 여사는 불리한 여론을 종식시키기 위한 공식 입장 표명 대신 ‘우연히 어딘가서 찍힌 사진’ 같은 언론 노출을 반복했다. ‘시청역 참사’ 추모 공간에 쪼그려 앉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모습은 이른바 ‘목격담 정치’로 해석됐다.

지난 7월3일 밤 커뮤니티에는 김 여사가 서울 시청역 역주행 사고 현장 주변 국화꽃이 쌓인 추모 공간을 찾아 헌화하는 사진이 올라왔다. 하얀 꽃을 직접 손에 들고 와 바닥에 내려놓고, 쪼그려 앉아 시민들이 써놓은 글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모습이다.

검은 옷을 입은 김 여사 주변에는 고된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시민들의 모습도 담겼다. 김 여사의 해당 일정은 대통령실서 사전에 공지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대통령실 내부서도 대부분 김 여사의 해당 일정을 알지 못했다는 전언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에게 애도의 뜻을 표하기 위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방문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전형적인 여의도식 ‘목격담 정치’로 봤다.

지난해 12월 명품백 수수 논란이 불거진 이후 반년 가까이 잠행을 이어오던 김 여사는 총선 직후인 지난 5월16일 한-캄보디아 정상회담 만찬을 시작으로 공개 행보를 재개했다. 이후 같은 달에만 부처님 사리 반환 기념행사, 우크라이나 그림전 관람, 아랍에미리트 대통령 국빈 방문 등 3건의 외부 행보에 나섰다.


이어 중앙아시아 3개국 및 미국 순방 동행 등 방한 외교 일정을 대부분 소화하고 있다. 지난 6월26일 정신질환 당사자 및 자살 유가족 간담회엔 단독으로 참석했다. 이후 약 일주일 만에 시청역 추모 현장을 홀로 찾은 것이다.

하지만 김 여사의 행보를 두고 야권은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명품가방 수수 의혹이 종결되지 않았다는 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등 아직 사법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김 여사의 행보가 적절했느냐는 것이다.

족쇄 풀고···대놓고 ‘목격담 정치’
‘떴다 그녀’ 해외 순방마다 뒷말

실제 김 여사의 사법 리스크는 여전하다. 지난달 1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김건희 특검법은 최근 언론 보도로 촉발된 ‘공천 개입 의혹’까지 김 여사를 향해 제기된 관련 의혹이 전부 담겨있다. 법안의 수사 대상에 ‘김 여사가 22대 국회의원 선거에 개입한 의혹 사건’이 명시됐다.

선거법 위반의 경우 공소시효가 6개월이기 때문에 지난 4월 총선을 기준으로 하면 공소시효 만료 시점이 얼마 남지 않은 셈이어서 민주당도 이 점을 의식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이번 주중 재의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앞서 김건희 특검법은 21대 국회서도 통과됐지만, 최근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재표결 끝에 부결된 바 있다. 민주당은 22대 국회서 명품백 수수·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공천 개입 의혹까지 포함한 특검법을 재발의했다.

여당은 유의미한 이탈표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며 집안 단속에 나섰다. 그러나 김 여사 관련 의혹이 여당 지지율 하락 원인으로 꼽히면서 방어에 대한 부담과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권 내부에서는 김 여사 행보의 우선순위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반적인 봉사활동 등은 몰라도 마포 현장과 같이 일반 공무원에게 지시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권위적일뿐더러 오히려 야당의 공세 포인트만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비판 여론이 거센 가운데, 김 여사는 지난달 13일 윤 대통령과 추석 인사 동영상에 등장했다. 지난 설 명품가방 수수 의혹 이후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김 여사가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고 볼 수 있다.

한편,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남다른 관심을 받기도 한다. 김 여사의 가방과 옷차림 등은 카메라에 담겼고, 한국판 ‘그레이스 켈리’로 수식됐다. 해외 순방길에 들고 간 에코백도 정치적 메시지를 담았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 여사는 지난 6월 투르크메니스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3개국 국빈 방문을 위해 투르크메니스탄으로 출국했다. 순방을 위해 성남 서울공항서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 오른 김 여사는 밝은 베이지색 치마 정장 차림에 ‘바이바이 플라스틱 백(Bye Bye Plastic Bags)’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흰색 에코백을 들었다. 

알 수 없는
진짜 속마음

‘바이바이 플라스틱’은 지난해 6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는 취지로 시작된 환경부 캠페인서 사용된 용어다. 이 에코백은 김 여사가 과거에도 들어 주목받았던 가방이다. 지난해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서울 성북구 고려대 SK미래관서 열린 캠페인 출범식 때 처음 공개됐다. 해당 행사에는 김 여사도 참석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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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