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 1500호 특집기획> 한눈에 보는 김건희 8가지 의혹 총정리 ⑧사진 속 수상한 행보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10.07 13:28:06
  • 호수 15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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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부인과 통치자 ‘헷갈리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야권이 ‘탄핵 빌드업’을 본격화하면서 김건희 여사를 정조준했다. 그간 김 여사의 정치 행보가 지난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의 국정개입 의혹을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품가방 수수 등 숱한 논란 속에서 ‘백의종군’을 자처한 걸까? 카메라에 잡힌 김 여사의 모습은 낯 뜨겁기까지 하다. 

야당 단독으로 통과한 ‘김건희 특검법’을 놓고 여당서 심상치 않은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정부여당 지지율 동반 하락의 핵심 요인으로 김 여사 관련 논란이 지목되면서다. 22대 들어선 여당 내부도 싸늘하다는 후문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도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부적절한 처신이었고 국민에 사과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같은 당 이상민 전 의원도 “여러 대외적 행보를 자중할 필요가 있다”며 거들었다. 

가만 있으면 
반이라도···

어수선한 집안 분위기를 조성한 김 여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마포대교에 올랐다. 그는 지난달 10일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119특수구조단 뚝섬수난구조대, 한강경찰대 망원치안센터, 용강지구대를 각각 방문해 현장 근무자를 격려하고 갔다.

당시 김 여사는 근무자들과 만난 자리서 “여기 계신 분들이 가장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하시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앞으로도 문제를 가장 잘 아는 현장의 목소리에 항상 귀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또 지난 2020년 2월 한강에 투신한 실종자를 수색하다 순직한 고 유재국 경위를 언급하면서 “유 경위를 통해 많은 국민께서 여러분의 노고와 살신성인의 모습을 알게 되셨다”며 “여러분이 존재해 주시는 것만으로 국가의 기본이 튼튼해진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남을 구한다는 생각에 정작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수가 있는데 본인의 정신건강 관리도 잘 신경 쓰셔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여사는 올해 6월 ‘회복과 위로를 위한 대화’ 간담회에 참석하는 등 관련 문제에 대해 꾸준한 관심을 드러낸 바 있다”고 설명했다.

누굴 위한 회복과 위로를 운운했을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소외계층이나 힘든 일을 하는 공무원들을 찾아 격려하는 일은 역대 모든 영부인이 해왔던 바 있다. 문제는 김 여사의 언행과 대통령실서 배포한 사진 등만 봐도 통치자를 방불케 했다는 점이다.

CCTV 관제실을 찾은 김 여사는 “관제센터가 가장 중요한 곳 중 하나”라며 “항상 주의를 기울여 선제적으로 대응해 줄 것”을 ‘당부’했다. 또 순찰 인력과 함께 마포대교를 가보고는 “자살 예방을 위해 난간을 높이는 등 ‘조치’를 했지만, 현장에 와보니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며 “한강대교의 사례처럼 구조물 설치 등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상 월권행위에 가까운 모습이다.

적절치 못한 타이밍
참을 수 없는 화려함

말투가 아닌 행동서도 드러났다. 사진 속 대원들 앞에서 손짓으로 뭔가를 설명하고 지시하는 듯한 모습은 서툴지만, 의도가 다분해 보였다. 일부 언론에서는 당시 명품백 수수 논란과 관련 국민권익위, 검찰, 수사심의위의 ‘무혐의’ 판정을 받자, 보란 듯 족쇄를 벗고 정치력을 과시하고 있다는 것으로 의미를 부여했다.


자신이 연루된 명품백 수수 사건의 종결 처리에 괴로워하던 권익위 국장의 죽음을 국민들은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특검 받을 자신이나 반박할 입장이 없다면 최소한 눈치라도 있어야 한다.

지난 3월부터 부패방지국장 직무대리를 맡은 A씨는 지난 8월8일 세종시의 한 아파트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 신고 사건,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의 헬기 전원 신고 사건,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의 민원 사주 의혹 신고 사건 등 민감한 정치적 사안의 실무 조사 총책임자로 일했다.

이 과정서 고인은 부패방지업무를 소신대로 처리할 수 없는 환경서의 괴로움을 주위에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 신고 사건을 ‘종결’ 처리한 다음에도 주위에 “괴롭다”는 말을 여러 차례 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떠난 지 한 달여 만에 김 여사가 마포대교서 ‘자살 예방’ 전도사가 되고 싶다는 뉴스를 접한 유가족의 마음은 어땠을까? 단언컨대 김 여사의 행동은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과시하기 위한, 사람에 대한 예의가 없는 행동이다. 민주당 대변인은 “‘자살 예방’ 전도사가 되고 싶다는 김건희 여사님, 권익위 국장의 억울한 죽음부터 해결하시라”고 질타했다. 

민망함은 
국민의 몫

예나 지금이나 김 여사의 ‘눈치’ 없는 행보는 일관된 모습이다. 전시 기획 업체 ‘코바나컨텐츠’의 대표이기도 한 그의 정치 행보는 모범적 이미지보단 화려한 가십거리로 기억됐다. 타이밍은 늘 적절치 못하고 자유롭다. ‘일그러진 진주’라는 포르투갈 원어 ‘바로코(Barroco)’서 유래한 ‘바로크하다’는 표현을 연상케 한다.

이는 조화와 논리보단 우연과 자유분방함, 기괴한 양상 등이 강조된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 양식을 뜻한다. 대한민국 역사에 전무후무한 영부인의 문화 혁신시대라 포장할 수도 있겠다. 

지난 8월9일 윤 대통령이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을 통해 김 여사 비공개 출장 검찰조사 특혜 논란에 대해 부인하고 나섰던 날도 정치적 행보는 이어졌다. 당시 김 여사는 쪽방촌 봉사를 조직한 ‘행복나눔봉사회’ 블로그에 올라간 쪽방촌 봉사 사진 속에 포착됐다.

해당 블로그는 사진과 함께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한낮의 서울역 쪽방촌서 4시간가량 봉사했는데, 김 여사는 땀이 이마를 적시는 와중에도 표정은 밝았다”며 “서툴지만 성실히 벽지를 붙이는 김 여사 모습에 주민들이 흐뭇해했고, 의미 있는 울림을 줬다”는 내용을 적었다.

일부 매체 기자들이 기사화하자 대통령실은 뒤늦게 “김 여사가 1365 자원봉사포털을 통해 일반 국민과 똑같은 절차를 거쳐 성사된 개인적 봉사로, 최소한의 수행원만 동행했다”고 밝히면서 타 매체의 추가 후속 보도로 이어졌다.

일부 매체에선 “쪽방촌 방문을 ‘빈곤 포르노’라며 손가락질한 경우도 있었지만, 봉사 내용 자체보다 김 여사의 ‘민생 행보’를 노출한 시기와 방법이 이런 부정적 여론에 더 영향을 끼친 게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목적이 다분한 보여주기식 행보가 국민적 반감을 불러일으켰다는 뜻이다.

또, 이날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서 제2부속실 설치와 관련해 “마땅한 장소가 없다. 청와대만 해도 배우자 쓰는 공간이 널찍한데 용산은 그런 공간이 없다”고 변명해 지지자들마저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이 와중에 김 여사의 쪽방촌 봉사 사진이 튀어나왔으니 “언론플레이로 비판 여론을 잠재우려는 것이냐”는 뒷말이 무성했다.


지친 국힘
침묵 상책?

김 여사는 불리한 여론을 종식시키기 위한 공식 입장 표명 대신 ‘우연히 어딘가서 찍힌 사진’ 같은 언론 노출을 반복했다. ‘시청역 참사’ 추모 공간에 쪼그려 앉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모습은 이른바 ‘목격담 정치’로 해석됐다.

지난 7월3일 밤 커뮤니티에는 김 여사가 서울 시청역 역주행 사고 현장 주변 국화꽃이 쌓인 추모 공간을 찾아 헌화하는 사진이 올라왔다. 하얀 꽃을 직접 손에 들고 와 바닥에 내려놓고, 쪼그려 앉아 시민들이 써놓은 글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모습이다.

검은 옷을 입은 김 여사 주변에는 고된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시민들의 모습도 담겼다. 김 여사의 해당 일정은 대통령실서 사전에 공지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대통령실 내부서도 대부분 김 여사의 해당 일정을 알지 못했다는 전언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에게 애도의 뜻을 표하기 위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방문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전형적인 여의도식 ‘목격담 정치’로 봤다.

지난해 12월 명품백 수수 논란이 불거진 이후 반년 가까이 잠행을 이어오던 김 여사는 총선 직후인 지난 5월16일 한-캄보디아 정상회담 만찬을 시작으로 공개 행보를 재개했다. 이후 같은 달에만 부처님 사리 반환 기념행사, 우크라이나 그림전 관람, 아랍에미리트 대통령 국빈 방문 등 3건의 외부 행보에 나섰다.


이어 중앙아시아 3개국 및 미국 순방 동행 등 방한 외교 일정을 대부분 소화하고 있다. 지난 6월26일 정신질환 당사자 및 자살 유가족 간담회엔 단독으로 참석했다. 이후 약 일주일 만에 시청역 추모 현장을 홀로 찾은 것이다.

하지만 김 여사의 행보를 두고 야권은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명품가방 수수 의혹이 종결되지 않았다는 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등 아직 사법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김 여사의 행보가 적절했느냐는 것이다.

족쇄 풀고···대놓고 ‘목격담 정치’
‘떴다 그녀’ 해외 순방마다 뒷말

실제 김 여사의 사법 리스크는 여전하다. 지난달 1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김건희 특검법은 최근 언론 보도로 촉발된 ‘공천 개입 의혹’까지 김 여사를 향해 제기된 관련 의혹이 전부 담겨있다. 법안의 수사 대상에 ‘김 여사가 22대 국회의원 선거에 개입한 의혹 사건’이 명시됐다.

선거법 위반의 경우 공소시효가 6개월이기 때문에 지난 4월 총선을 기준으로 하면 공소시효 만료 시점이 얼마 남지 않은 셈이어서 민주당도 이 점을 의식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이번 주중 재의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앞서 김건희 특검법은 21대 국회서도 통과됐지만, 최근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재표결 끝에 부결된 바 있다. 민주당은 22대 국회서 명품백 수수·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공천 개입 의혹까지 포함한 특검법을 재발의했다.

여당은 유의미한 이탈표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며 집안 단속에 나섰다. 그러나 김 여사 관련 의혹이 여당 지지율 하락 원인으로 꼽히면서 방어에 대한 부담과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권 내부에서는 김 여사 행보의 우선순위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반적인 봉사활동 등은 몰라도 마포 현장과 같이 일반 공무원에게 지시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권위적일뿐더러 오히려 야당의 공세 포인트만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비판 여론이 거센 가운데, 김 여사는 지난달 13일 윤 대통령과 추석 인사 동영상에 등장했다. 지난 설 명품가방 수수 의혹 이후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김 여사가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고 볼 수 있다.

한편,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남다른 관심을 받기도 한다. 김 여사의 가방과 옷차림 등은 카메라에 담겼고, 한국판 ‘그레이스 켈리’로 수식됐다. 해외 순방길에 들고 간 에코백도 정치적 메시지를 담았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 여사는 지난 6월 투르크메니스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3개국 국빈 방문을 위해 투르크메니스탄으로 출국했다. 순방을 위해 성남 서울공항서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 오른 김 여사는 밝은 베이지색 치마 정장 차림에 ‘바이바이 플라스틱 백(Bye Bye Plastic Bags)’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흰색 에코백을 들었다. 

알 수 없는
진짜 속마음

‘바이바이 플라스틱’은 지난해 6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는 취지로 시작된 환경부 캠페인서 사용된 용어다. 이 에코백은 김 여사가 과거에도 들어 주목받았던 가방이다. 지난해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서울 성북구 고려대 SK미래관서 열린 캠페인 출범식 때 처음 공개됐다. 해당 행사에는 김 여사도 참석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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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소영이 지핀 노태우 비자금 수사 키포인트

노소영이 지핀 노태우 비자금 수사 키포인트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군사정권범죄수익국고환수추진위원회(이하 환수위) 등이 노태우 일가 세무조사에 관해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과정서 불거진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300억원 메모 사건에 관한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부장검사 유민종)는 지난달 26일 노태우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와 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아들인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을 고발한 5·18기념재단 관계자를 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세기의 이혼 흑역사 불러 재단이 지난 10월14일 범죄수익은닉규제법·조세범 처벌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한 지 한 달여 만에 본격 수사가 시작된 것이다. 노태우 일가를 둘러싼 부정 은닉재산 의혹 등 실체 규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노 전 대통령이 조성한 비자금 규모는 약 46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추징된 금액은 2628억원에 그친다. 재단 측은 지난 10월14일 대검찰청에 최 회장과 노 관장 간 이혼소송 항소심 과정서 법원에 증거로 제출된 김 여사의 ‘선경 300억’ 관련 메모에 기재된 전체 금액이 904억원이라면서 노 전 대통령 일가가 은닉한 비자금이 1270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와 노 관장, 노 원장을 조세범처벌법·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원순석 5·18재단 이사장은 고발 당시 “올바른 정의와 역사를 정립하기 위해 고발장을 접수하게 됐다. 피의 대가로 권력을 장악해 부정부패를 통한 비자금을 조성하고 세습해 자식들에게 넘긴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들은 904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을 차명으로 보관하거나 대여금, 투자금 형식의 채권, 금고 등에 은닉해 국가에 환수당하지 않으려 과세 관청에 신고하지 않았고 이를 통해 상속세도 포탈했다”며 “상속세 포탈 금액이 연간 5억원 이상이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처벌 대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단은 이들이 노 전 대통령의 유산이 연희동 자택이 유일하다고 하는 등 추징 이후 부정 축재한 은닉재산이 없는 듯이 가장해 왔으나 재판 과정서 904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을 차명으로 보관하거나 대여금 및 투자금 형식의 채권, 금고 등에 은닉해 왔음이 드러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은닉재산에 대해 최근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 과정서 피고발인인 김 여사가 2000~2001년까지 약 210억원에 이르는 비자금을 차명으로 불법 보관하다가 다시 한번 보험금으로 납입해 자금을 세탁한 사실도 드러났다고 밝혔다. “비자금 4600억” 정재계 증언 이어져 5·18 관계자 고발로 부인·남매 소환 재단 측은 추징금 완납 이후에도 비자금 관련 뇌물죄 수사 및 추징이 어렵다는 사실을 이용해 그동안 은닉했던 불법 비자금 총 152억원을 피고발인 노 원장 명의로 공익법인에 기부해(동아시아문화센터 147억원, 노태우 재단 5억원) 다시 한번 자금을 세탁하고 자녀에게 불법 증여한 것도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항소심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옥숙 여사가 보관한 1991년 메모와 약속어음을 근거로 비자금이 SK 측으로 흘러 들어갔다고 봤다. 김 여사의 메모에 ‘선경 300억’이라고 적혀 있었고, 선경건설 명의로 발행된 50억원짜리 약속어음 6장을 증거로 내세웠다. 이후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300억원이 최종현 전 SK그룹 회장 쪽으로 흘러 들어가 그룹의 종잣돈이 됐다고 판단했다. 또 이 자금이 당시 태평양증권(현 SK증권) 인수 등에 쓰였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노 관장의 ‘내조 기여’가 2심 재판 과정서 과다하게 부풀려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최 회장 측도 지난 8월 상고이유서를 제출하며 이 부분에 대한 여러 오류를 문제 삼았다. 노태우정부 시절 경제수석, 민주자유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낸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매체를 통해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서 김옥숙 여사가 보관해 온 선경건설 명의의 약속어음은 노 전 대통령의 노후 자금’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노태우 자금 문제를 관리하는 이원조씨가 있는데 사돈 기업에 통치 자금 이야기를 해 (선경서 노태우 측에)꾸준히 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태우 전 대통령 측에서 퇴임 이후에도 이게 과연 제대로 줄 것이냐 이런 부분에 대한 의문이 있어 이를 확약하는 증표로서 일단 뭘 좀 주라고 해서 어음 자체를 준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씨는 5·6공 시절 ‘금융계의 황제’로 불렸다. 노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모아 전달한 혐의로 대법원서 징역 2년6개월을 받은 인물이기도 하다. 준 돈? 받은 돈! 실제 어음 발행일은 노 대통령의 퇴임 이틀 전인 1992년 12월로 알려졌다. 선경건설이 당시 발행한 50억원짜리 약속어음 실물 4장은 1995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비자금 수사와 재판에선 드러나지 않았다가 이번 이혼소송 과정서 처음으로 등장한 것이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의 ‘후광’이나 ‘비자금’이 SK의 성장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판결했다. 노 관장 측 역시 같은 맥락의 주장이었다. 재판부는 노 관장 측의 기여도가 크다고 보고, 최 회장이 1조3808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최 회장 측은 항소심 판결에 즉각 반발했고, 최근 상고심 시작에 앞서 500여쪽에 달하는 상고이유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상고이유서에 따르면 다양한 쟁점 가운데 핵심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및 후광 등은 SK그룹의 성장 과정에 오히려 손해가 됐다는 주장이다. 이에 ‘SK 2인자’ 손길승 명예회장은 반박했다. 그는 진술서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선경건설의 약속어음은 태평양증권 인수와는 무관하고, ‘받았다’는 의미인 차용증은 ‘주겠다’는 의미의 약속어음이라며 노 관장 측 주장에 반박했다. 이는 김 전 위원장의 전언과도 일치된다. 손 명예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심부름을 하던 이원조 경제비서관이 노 전 대통령 퇴임 이후 지낼 거처와 생활비 등을 요구해 생활비 명목으로 매달 전달했다”며 “정권 말이 되니 퇴임 후에도 지속적으로 제공하겠다는 증표를 달라고 요구해 어음으로 준 것”이라고 밝혔다. 노 관장이 법원에 제출하면서 확인된 김 여사의 비자금 메모, 지난 2007~2008년 적발했지만 덮은 214억원+α, 지난 2016~2021년까지 동생 노재헌이 이사장으로 있는 동아시아문화센터로 기부된 147억, 2023년 노태우센터로 출연된 5억 등 노태우 일가의 불법 비자금 은닉, 돈세탁, 불법증여는 현재진행형이다. 검찰은 고발 내용과 경위 등을 확인하는 한편 조사 내용을 토대로 노 관장 등 노태우 일가에 대한 수사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선 심우정 검찰총장이 국회 국정감사서 노태우 일가의 비자금 은닉 관련 직접 수사 의지를 피력한 만큼 실체 규명에 속도가 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노후 자금 시드머니 정재계는 물론 시민단체서도 더 이상 늦어지면 안 된다며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수사가 한 달이 지나도 진척이 없자 환수위는 지난 22일에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검찰 수사 촉구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환수위는 노 전 대통령 가족들이 진행 중인 ‘노태우 위인화 사업’에 “적게는 수억원서 많게는 수십억원의 자금이 들어간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환수위 역시 노 관장 등을 범죄수익은닉 및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한 바 있다. 이어 “노 관장은 노 전 대통령 범죄수익의 은닉과 증식을 도모한 가족공범이기 때문에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 인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환수위는 “자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노태우 일가가 해외서 굴리는 자금도 상당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추가 고발도 예고했다. 또 환수위는 지난달 25일 열린 <만화로 읽는 인물이야기, 대통령 노태우> 출판기념회에 사용된 비용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계서도 노 관장이 직접 불법 비자금이 있다고 밝힌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조사를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노 관장을 직접 소환해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노소영 관장은 불법 비자금 관련 논란이 불거진 이후로도 국정감사에 불참하는 등 전혀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아무렇지 않게 행사에는 참석하고 있다”며 “불법 비자금에 대해 떳떳하다면 직접 설명하고, 조사에도 철저하게 임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300억 메모’꺼낸 노 관장 자충수 “네오트라이톤 뒤져야” 의혹 제기 정치권서도 ‘노태우 비자금’과 관련한 의혹을 제기했다. 정청래 국회 법사위원장은 지난달 8일, 노태우 일가의 은닉 자금은 김옥숙 여사의 904억원을 비롯해 차명으로 보관한 210억원 규모의 보험금, 동아시아문화센터 기부금 147억원 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도 지난달 24일 “노재헌 원장 측근의 명의로 설립된 네오트라이톤이 부동산 분양 및 임대사업을 벌이고 있다”며 “이 회사가 운영되는 데 있어 비자금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달 8일 법무부 국정감사서 ‘6공화국 비자금’과 관련해 “(전체 비자금 추정 규모 대비)일부만 환수되고 1400억원이 붕 뜬 상태였는데, 최근 소송서 밝혀진 904억 메모, 152억 기부금 등 비자금 은닉 정황이 세상에 드러나게 됐다”며 “불법 수익을 끝까지 추적해 환수할 방안을 마련해 종합감사까지 보고할 것”을 박성재 법무부 장관에게 주문한 바 있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노태우 일가 관련 자금 흐름을 국세청 홈택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 여러 채널을 통해 살펴보는 과정서 노태우 일가가 최대주주인 회사를 발견했다. 노 원장의 최측근 명의로 설립된 부동산 임대·매매업을 영위하는 ㈜네오트라이톤이라는 회사를 파악하게 됐다. 노 원장은 네오트라이톤의 지분 60%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것으로 확인됐다. 네오트라이톤에는 최초 설립 이사부터 전·현직 임원 등에 노 원장의 측근이 다수 포함돼있었다. 언론을 통해 노재헌 원장과 홍콩서 페이퍼컴퍼니 설립 의혹을 받는 김정환씨, 그리고 비자금 세탁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 노 원장의 공익법인 동아시아문화센터의 과거 이사장인 채현종씨도 포함돼있다. ‘주식회사등의외부감사에관한법률’ 개정 전 마지막으로 공시된 ‘네오트라이톤 2017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노 원장을 포함한 총 2~3인의 주주단이 수십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무이자·무담보 형식으로 회사에 대여해 줬다. 네오트라이톤은 현재 자본금이 1660만원에 불과한데 주주와 은행의 차입금으로 토지 구매, 건물 건설, 분양 및 임대 등을 통해 수익을 내는 사업 구조다. 불똥 튄 남동생 김 의원은 “노태우 일가는 비자금 일부만 추징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마저도 납부 여력이 없다며 사돈과 친척을 통해 추징금을 대납시켰다고 하는데, 이후 어머니 김옥숙씨는 아들 공익법인에 147억을 출연했다”며 “노태우 일가의 자금 출처와 흐름이 비정상적”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노재헌 원장은 지난달 16일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세청 국정감사서 공익법인 동아시아문화센터를 통해 비자금을 세탁하고 부동산 투자에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