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 1500호 특집기획> 한눈에 보는 김건희 8가지 의혹 총정리 ④도이치 주가조작 사건

이제 빠져나갈 구멍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김건희 여사를 따라다니는 의혹 중 가장 긴 ‘꼬리표’다. 남편인 윤석열 대통령은 물론 검찰까지 김 여사의 연루 의혹에 꽁꽁 묶여 있는 상황이다. 특히 관련자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김 여사에 대한 향후 사법처분을 예측할 수 있는 가늠자로 여겨지고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이 처음 제기된 이후 4년이 흘렀다. 그 사이 김건희 여사의 지위는 검찰총장의 부인서 영부인으로 격상됐다. 사건 관련자는 기소돼 재판장서 대부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정치권과 법원의 눈은 당시 사건서 김 여사가 한 ‘역할’에 쏠려 있다. 

지위 격상
의혹 여전

지난달 12일 서울고법 형사5부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주범 격인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시세조종 행위를 주도적으로 실행한 혐의를 받는 이종호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주가조작을 총괄기획한 ‘주포’ 김모씨, 돈을 댄 ‘전주’ 손모씨 등에 대한 항소심 판결을 내렸다. 

이들은 2009~2012년 차명계좌를 동원해 조직적으로 통정매매 등 시장서 금지된 부정한 수단을 이용해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2021년 10월 기소됐다. 이 사건에 관심이 집중된 이유는 김 여사가 시세조종에 돈을 대는 전주 역할을 했거나 주가조작이 의심되는 시기에 거래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에 연루돼있어서다.

항소심 재판부는 “권 전 회장은 상장회사 최대주주 겸 대표이사 지위에 있지만 책임을 도외시한 채 자기 회사의 시세조종 행위를 도모했다”며 “범행으로 유무형의 이익을 얻었고 신주인수권부사채 등 도이치모터스의 초기 안정적 성장에 상당한 이익을 취했다”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5억원을 선고했다.


1심보다 늘어난 형량이다.

이 대표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과 벌금 4억원을 선고받았다. 그는 최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수사하는 해병대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해 ‘임성근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또 재판부는 주포 김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눈길을 끈 대목은 ‘전주’ 손씨에 대한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이다. 손씨는 주가조작에 공모한 혐의로 기소돼 1심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2심서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된 방조 혐의가 인정되면서 유죄로 뒤집혔다. 시세조종에 계좌가 동원된 경우를 두고 재판부가 일부지만 유죄 판단을 내린 것이다. 

재판부는 “다른 피고인들이 인위적으로 시세를 부양하기 위해 매매 성황 오인·매매 유인 목적으로 시세조종 행위를 하고 있음을 알았던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이어 “손씨는 단순히 피고인들에게 돈을 빌려준 전주가 아니라 피고인들이 시세조종 행위를 하는 사실을 인식하고 편승했다”며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대량으로 매수해 인위적 매수세를 형성한 뒤 주가 부양에 도움을 주는 등 정범의 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항소심 뒤집힌 ‘쩐주’ 판결
검찰 처분 영향 미칠 가능성↑

손씨에 대한 판결이 주목을 받은 것은 그의 역할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서  김 여사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재판을 받는 이들은 권 전 회장 등 9명이다. 이들은 91명의 계좌 157개를 동원해 서로 짜고 주식을 매매하는 등의 방법으로 시세를 조종해 2000원대 후반에 머물던 주가를 8000원대까지 띄웠다는 의혹으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1심 재판부는 손씨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그가 도이치모터스 주식에 관해 이른바 작전이 행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정범(범죄를 실행한 사람)이 범행을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런 실행을 용이하게 하는 직‧간접 행위는 방조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항소심서 공소장 변경을 통해 손씨에게 ‘방조’ 혐의를 추가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손씨의 방조 혐의를 유죄로 보면서 김 여사의 계좌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활용된 계좌 중 3개가 김 여사 명의다. 최근 김 여사가 검찰 조사에서 대신증권 계좌를 다른 사람에게 일임하지 않고 직접 운용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계좌는 김 여사 명의 계좌 3개 중 하나다. 

김 여사는 지난 7월 검찰 대면조사에서 주가조작에 연루된 사람들의 지시나 관여 없이 독자적으로 판단해 주식을 거래했고, 따라서 서로 짜고치는 통정매매가 아니었다고 진술했다. 1‧2심 재판부의 판단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이 나온 셈이다. 재판부는 해당 계좌 거래를 통정매매에 이용된 것으로 봤다. 

이 계좌에서는 2010년 11월1일 도이치모터스 주식 8만주를 주당 3300원에 매도하는 주문이 제출돼 체결됐다. 당시 매도 주문은 주가조작 가담자 민모씨와 ‘주포’ 김씨가 문자메시지로 “12시에 3300에 8만개 때려달라 해주셈” “준비시킬게요” “매도하라 하셈”이라는 대화를 주고받은 뒤 7초 만에 제출됐다.

재판부는 문자메시지, 김 여사가 증권사 직원과 통화한 녹취록을 토대로 계좌가 주가조작에 이용됐다고 판단했다. 

해명에도
의심 커져

반면 김 여사 측은 매도 결정은 김씨 등이 서로 나눈 문자메시지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검찰에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누군가의 매도 요청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당시 김 여사가 홈트레이딩시스템(HTS) 프로그램을 이용하지 않고 증권사 직원에게 전화하는 방식으로 주식을 거래했다는 점에서 7초 만에 이를 실행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야권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에 총공세를 펼치고 있는 상황서 재판부의 판단과 배치되는 진술이 나온 점은 눈여겨볼 만한 부분이다. 특히 김 여사는 검찰 진술서 ‘2010년 5월 이후로는 계좌를 다른 사람에게 일임하지 않고 직접 주식매매를 결정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면서 시기를 특정했다.

이는 공소시효를 염두에 둔 진술로 보인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시작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BMW 공식 딜러였던 도이치모터스는 2009년 1월 코스닥에 우회상장했다. 상장 당시 9000원에 이르던 주가가 같은 해 3월 2000원대 후반대까지 떨어졌다. 이후 등락을 거듭하던 도이치모터스 주가는 2009년 12월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2011년 3월에는 7940원까지 올랐다.

주가조작 의심이 제기되면서 2013년 경찰이 내사에 착수했지만 무혐의로 종결됐다. 하지만 2020년 4월 당시 열린민주당 최강욱·황희석·조대진 비례대표 후보가 서울중앙지검에 김 여사를 주가조작 및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발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권 전 회장이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종하는 과정에 김 여사가 전주로 참여했다는 의혹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이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기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후보 시절이던 2021년 10월 이후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주가조작 핵심 선수로 꼽히는 이모씨가 검거됐고 권 전 회장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수사가 김 여사의 턱밑까지 겨누면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대선 기간 내내 윤 대통령의 ‘리스크’로 작용했다.

검찰과 피고인 사이서 쟁점이 됐던 부분은 공소시효를 결정하는 범행 기간이다. 검찰은 2021년 10월 권 전 회장 등을 기소하면서 범죄 기간을 2009년 12월23일부터 2012년 12월7일로 적시했다. 이 기간에 있던 5단계의 시세조종 행위를 3년 동안 이어진 ‘하나의 범죄’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해석대로면 10년에 이르는 자본시장법 공소시효는 마지막 범행이 끝나는 시점부터 따져서 2022년 12월7일로 만료된다. 형사소송법에서는 공범 중 1명만 재판에 넘겨져도 공소시효가 정지된다. 김 여사가 주가조작에 연루됐다면 권 전 회장과 공범 혐의를 받는다.

대법원서
가려진다

상황에 따라 김 여사의 죄를 물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반면 권 전 회장 등 피고인들은 설령 시세조종 행위가 있었다고 해도 단계별로 떼어내 범죄 행위를 각각 따져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통상 시세조종이 6개월 미만 단기에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변수가 많은 만큼 3년 동안 시세를 조종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피고인 측 주장대로면 1단계(2009년 12월~2010년 9월), 2단계(2010년 9월~2011년 4월), 3단계(2011년 4~10월)에 해당하는 범행의 공소시효는 검찰이 기소한 시점(2021년 10월)에 이미 완료된다. 김 여사가 주가조작에 개입했다는 의혹은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1~2단계(2009년 12월~2011년 4월) 시기에 집중돼있다. 

재판부가 범죄 기간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김 여사의 공소시효 완료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다.

1‧2심 재판부는 전체 주가조작 기간 중 1차 작전 시기(2009년 12월23일~2010년 10월20일)와 2차 작전 시기(2010년 10월21일~2012년 12월7일)를 나눠서 판단했다. 두 시기 시세조작 행위를 주도한 ‘주포’가 다르고 범행 방식이 크게 달라진다는 이유를 들었다. 

당시 재판부는 1차 작전 시기는 공소시효가 지나 면소 판결했고 나머지 2차 작전 시기에 대해서만 유‧무죄 여부를 판단했다. 피고인 측이 주장한 단계별로 보면 1단계 시세조종 부분은 공소시효가 지나 죄를 물을 수 없다고 봤고, 2010~2012년 이뤄진 2~5단계 시세조종은 일부 유죄로 본 것이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2월 권 전 회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원을 선고했다. 주가조작 핵심 선수로 꼽혔던 이씨는 도이치모터스 시세조종 혐의는 공소시효 만료 등으로 처벌을 피했지만 별도 법인인 아리온테크놀로지 횡령‧배임 혐의로 징역 2년에 벌금 5000만원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또 이종호 대표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6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두고 ‘실패한 시세조종’이라고 평가했다. 일부 시기를 제외하고 도이치모터스의 주가 변동이 크지 않고 피고인들이 큰 시세차익을 보지 못했으며 일부는 손해까지 봤다는 것이다.

야권 특검법으로 파상공세
힘 잃어가는 대통령 거부권

재판부는 “시세조종의 동기와 목적은 있었겠지만 시세차익 추구라는 측면에서는 이를 달성하지 못한 실패한 시세조종으로 평가된다”면서 “일반투자자가 손해를 입거나 시장질서에 상당한 정도의 교란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시 전주 손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과 2심 판결이 일부 엇갈리면서 최종 판단은 대법원서 날 것으로 보인다. 전주 손씨 등 피고인 9명 가운데 일부가 항소심 판결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손씨의 유죄 여부가 김 여사에 대한 처분을 앞둔 검찰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한 언론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2차 시기 주포 김씨가 김 여사를 ‘BP패밀리’라고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김씨가 과거 검찰 조사에서 “BP패밀리가 있다”며 “거기에는 권오수(전 회장), 이종호(대표), 김모씨, 김건희씨, 이모씨 이런 사람들이 있다”고 진술한 것이다.

매체 보도에 따르면 BP패밀리는 이 대표가 운영한 블랙펄인베스트의 약자인 BP를 딴 것으로 추정된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들과 김 여사가 ‘패밀리’라는 이름으로 묶인 사실이 확인되면 전주에 불과했다는 그동안의 해명은 모두 깨지게 된다. 김 여사 처지에서는 빠져나갈 구멍이 점차 작아지고 있는 셈이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로 방어막을 펼치고 있지만, 그마저도 국민 여론 악화에 힘을 잃어가는 모양새다.

야권은 말 그대로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인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 첫머리에 올라와 있다. 민주당은 ‘될 때까지 밀어붙인다’는 기세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바로 재표결에 들어간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김건희 리스크’가 ‘윤석열 리스크’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20% 박스권에 갇혀 있다. 국정지지율 20%대가 무너지면 그 후폭풍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총선 패배로 언급되기 시작한 ‘레임덕’ 가능성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진단도 제기된다. 

언제까지
버틸까

야당의 총공세에 거부권이라는 기름을 끼얹는 순간 정국 자체가 ‘김건희 블랙홀’에 빠질 수도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물론 산적해 있는 김 여사 관련 의혹을 어떤 식으로든 해결해야 한다는 국민의힘 내부의 목소리도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권 내부 균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김건희 리스크의 도화선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이제 폭발을 앞두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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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