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 1500호 특집기획> 한눈에 보는 김건희 8가지 의혹 총정리 ④도이치 주가조작 사건

이제 빠져나갈 구멍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김건희 여사를 따라다니는 의혹 중 가장 긴 ‘꼬리표’다. 남편인 윤석열 대통령은 물론 검찰까지 김 여사의 연루 의혹에 꽁꽁 묶여 있는 상황이다. 특히 관련자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김 여사에 대한 향후 사법처분을 예측할 수 있는 가늠자로 여겨지고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이 처음 제기된 이후 4년이 흘렀다. 그 사이 김건희 여사의 지위는 검찰총장의 부인서 영부인으로 격상됐다. 사건 관련자는 기소돼 재판장서 대부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정치권과 법원의 눈은 당시 사건서 김 여사가 한 ‘역할’에 쏠려 있다. 

지위 격상
의혹 여전

지난달 12일 서울고법 형사5부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주범 격인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시세조종 행위를 주도적으로 실행한 혐의를 받는 이종호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주가조작을 총괄기획한 ‘주포’ 김모씨, 돈을 댄 ‘전주’ 손모씨 등에 대한 항소심 판결을 내렸다. 

이들은 2009~2012년 차명계좌를 동원해 조직적으로 통정매매 등 시장서 금지된 부정한 수단을 이용해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2021년 10월 기소됐다. 이 사건에 관심이 집중된 이유는 김 여사가 시세조종에 돈을 대는 전주 역할을 했거나 주가조작이 의심되는 시기에 거래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에 연루돼있어서다.

항소심 재판부는 “권 전 회장은 상장회사 최대주주 겸 대표이사 지위에 있지만 책임을 도외시한 채 자기 회사의 시세조종 행위를 도모했다”며 “범행으로 유무형의 이익을 얻었고 신주인수권부사채 등 도이치모터스의 초기 안정적 성장에 상당한 이익을 취했다”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5억원을 선고했다.


1심보다 늘어난 형량이다.

이 대표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과 벌금 4억원을 선고받았다. 그는 최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수사하는 해병대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해 ‘임성근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또 재판부는 주포 김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눈길을 끈 대목은 ‘전주’ 손씨에 대한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이다. 손씨는 주가조작에 공모한 혐의로 기소돼 1심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2심서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된 방조 혐의가 인정되면서 유죄로 뒤집혔다. 시세조종에 계좌가 동원된 경우를 두고 재판부가 일부지만 유죄 판단을 내린 것이다. 

재판부는 “다른 피고인들이 인위적으로 시세를 부양하기 위해 매매 성황 오인·매매 유인 목적으로 시세조종 행위를 하고 있음을 알았던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이어 “손씨는 단순히 피고인들에게 돈을 빌려준 전주가 아니라 피고인들이 시세조종 행위를 하는 사실을 인식하고 편승했다”며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대량으로 매수해 인위적 매수세를 형성한 뒤 주가 부양에 도움을 주는 등 정범의 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항소심 뒤집힌 ‘쩐주’ 판결
검찰 처분 영향 미칠 가능성↑

손씨에 대한 판결이 주목을 받은 것은 그의 역할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서  김 여사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재판을 받는 이들은 권 전 회장 등 9명이다. 이들은 91명의 계좌 157개를 동원해 서로 짜고 주식을 매매하는 등의 방법으로 시세를 조종해 2000원대 후반에 머물던 주가를 8000원대까지 띄웠다는 의혹으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1심 재판부는 손씨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그가 도이치모터스 주식에 관해 이른바 작전이 행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정범(범죄를 실행한 사람)이 범행을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런 실행을 용이하게 하는 직‧간접 행위는 방조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항소심서 공소장 변경을 통해 손씨에게 ‘방조’ 혐의를 추가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손씨의 방조 혐의를 유죄로 보면서 김 여사의 계좌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활용된 계좌 중 3개가 김 여사 명의다. 최근 김 여사가 검찰 조사에서 대신증권 계좌를 다른 사람에게 일임하지 않고 직접 운용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계좌는 김 여사 명의 계좌 3개 중 하나다. 

김 여사는 지난 7월 검찰 대면조사에서 주가조작에 연루된 사람들의 지시나 관여 없이 독자적으로 판단해 주식을 거래했고, 따라서 서로 짜고치는 통정매매가 아니었다고 진술했다. 1‧2심 재판부의 판단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이 나온 셈이다. 재판부는 해당 계좌 거래를 통정매매에 이용된 것으로 봤다. 

이 계좌에서는 2010년 11월1일 도이치모터스 주식 8만주를 주당 3300원에 매도하는 주문이 제출돼 체결됐다. 당시 매도 주문은 주가조작 가담자 민모씨와 ‘주포’ 김씨가 문자메시지로 “12시에 3300에 8만개 때려달라 해주셈” “준비시킬게요” “매도하라 하셈”이라는 대화를 주고받은 뒤 7초 만에 제출됐다.

재판부는 문자메시지, 김 여사가 증권사 직원과 통화한 녹취록을 토대로 계좌가 주가조작에 이용됐다고 판단했다. 

해명에도
의심 커져

반면 김 여사 측은 매도 결정은 김씨 등이 서로 나눈 문자메시지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검찰에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누군가의 매도 요청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당시 김 여사가 홈트레이딩시스템(HTS) 프로그램을 이용하지 않고 증권사 직원에게 전화하는 방식으로 주식을 거래했다는 점에서 7초 만에 이를 실행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야권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에 총공세를 펼치고 있는 상황서 재판부의 판단과 배치되는 진술이 나온 점은 눈여겨볼 만한 부분이다. 특히 김 여사는 검찰 진술서 ‘2010년 5월 이후로는 계좌를 다른 사람에게 일임하지 않고 직접 주식매매를 결정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면서 시기를 특정했다.

이는 공소시효를 염두에 둔 진술로 보인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시작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BMW 공식 딜러였던 도이치모터스는 2009년 1월 코스닥에 우회상장했다. 상장 당시 9000원에 이르던 주가가 같은 해 3월 2000원대 후반대까지 떨어졌다. 이후 등락을 거듭하던 도이치모터스 주가는 2009년 12월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2011년 3월에는 7940원까지 올랐다.

주가조작 의심이 제기되면서 2013년 경찰이 내사에 착수했지만 무혐의로 종결됐다. 하지만 2020년 4월 당시 열린민주당 최강욱·황희석·조대진 비례대표 후보가 서울중앙지검에 김 여사를 주가조작 및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발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권 전 회장이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종하는 과정에 김 여사가 전주로 참여했다는 의혹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이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기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후보 시절이던 2021년 10월 이후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주가조작 핵심 선수로 꼽히는 이모씨가 검거됐고 권 전 회장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수사가 김 여사의 턱밑까지 겨누면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대선 기간 내내 윤 대통령의 ‘리스크’로 작용했다.

검찰과 피고인 사이서 쟁점이 됐던 부분은 공소시효를 결정하는 범행 기간이다. 검찰은 2021년 10월 권 전 회장 등을 기소하면서 범죄 기간을 2009년 12월23일부터 2012년 12월7일로 적시했다. 이 기간에 있던 5단계의 시세조종 행위를 3년 동안 이어진 ‘하나의 범죄’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해석대로면 10년에 이르는 자본시장법 공소시효는 마지막 범행이 끝나는 시점부터 따져서 2022년 12월7일로 만료된다. 형사소송법에서는 공범 중 1명만 재판에 넘겨져도 공소시효가 정지된다. 김 여사가 주가조작에 연루됐다면 권 전 회장과 공범 혐의를 받는다.

대법원서
가려진다

상황에 따라 김 여사의 죄를 물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반면 권 전 회장 등 피고인들은 설령 시세조종 행위가 있었다고 해도 단계별로 떼어내 범죄 행위를 각각 따져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통상 시세조종이 6개월 미만 단기에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변수가 많은 만큼 3년 동안 시세를 조종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피고인 측 주장대로면 1단계(2009년 12월~2010년 9월), 2단계(2010년 9월~2011년 4월), 3단계(2011년 4~10월)에 해당하는 범행의 공소시효는 검찰이 기소한 시점(2021년 10월)에 이미 완료된다. 김 여사가 주가조작에 개입했다는 의혹은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1~2단계(2009년 12월~2011년 4월) 시기에 집중돼있다. 

재판부가 범죄 기간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김 여사의 공소시효 완료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다.

1‧2심 재판부는 전체 주가조작 기간 중 1차 작전 시기(2009년 12월23일~2010년 10월20일)와 2차 작전 시기(2010년 10월21일~2012년 12월7일)를 나눠서 판단했다. 두 시기 시세조작 행위를 주도한 ‘주포’가 다르고 범행 방식이 크게 달라진다는 이유를 들었다. 

당시 재판부는 1차 작전 시기는 공소시효가 지나 면소 판결했고 나머지 2차 작전 시기에 대해서만 유‧무죄 여부를 판단했다. 피고인 측이 주장한 단계별로 보면 1단계 시세조종 부분은 공소시효가 지나 죄를 물을 수 없다고 봤고, 2010~2012년 이뤄진 2~5단계 시세조종은 일부 유죄로 본 것이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2월 권 전 회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원을 선고했다. 주가조작 핵심 선수로 꼽혔던 이씨는 도이치모터스 시세조종 혐의는 공소시효 만료 등으로 처벌을 피했지만 별도 법인인 아리온테크놀로지 횡령‧배임 혐의로 징역 2년에 벌금 5000만원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또 이종호 대표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6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두고 ‘실패한 시세조종’이라고 평가했다. 일부 시기를 제외하고 도이치모터스의 주가 변동이 크지 않고 피고인들이 큰 시세차익을 보지 못했으며 일부는 손해까지 봤다는 것이다.

야권 특검법으로 파상공세
힘 잃어가는 대통령 거부권

재판부는 “시세조종의 동기와 목적은 있었겠지만 시세차익 추구라는 측면에서는 이를 달성하지 못한 실패한 시세조종으로 평가된다”면서 “일반투자자가 손해를 입거나 시장질서에 상당한 정도의 교란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시 전주 손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과 2심 판결이 일부 엇갈리면서 최종 판단은 대법원서 날 것으로 보인다. 전주 손씨 등 피고인 9명 가운데 일부가 항소심 판결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손씨의 유죄 여부가 김 여사에 대한 처분을 앞둔 검찰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한 언론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2차 시기 주포 김씨가 김 여사를 ‘BP패밀리’라고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김씨가 과거 검찰 조사에서 “BP패밀리가 있다”며 “거기에는 권오수(전 회장), 이종호(대표), 김모씨, 김건희씨, 이모씨 이런 사람들이 있다”고 진술한 것이다.

매체 보도에 따르면 BP패밀리는 이 대표가 운영한 블랙펄인베스트의 약자인 BP를 딴 것으로 추정된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들과 김 여사가 ‘패밀리’라는 이름으로 묶인 사실이 확인되면 전주에 불과했다는 그동안의 해명은 모두 깨지게 된다. 김 여사 처지에서는 빠져나갈 구멍이 점차 작아지고 있는 셈이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로 방어막을 펼치고 있지만, 그마저도 국민 여론 악화에 힘을 잃어가는 모양새다.

야권은 말 그대로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인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 첫머리에 올라와 있다. 민주당은 ‘될 때까지 밀어붙인다’는 기세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바로 재표결에 들어간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김건희 리스크’가 ‘윤석열 리스크’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20% 박스권에 갇혀 있다. 국정지지율 20%대가 무너지면 그 후폭풍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총선 패배로 언급되기 시작한 ‘레임덕’ 가능성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진단도 제기된다. 

언제까지
버틸까

야당의 총공세에 거부권이라는 기름을 끼얹는 순간 정국 자체가 ‘김건희 블랙홀’에 빠질 수도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물론 산적해 있는 김 여사 관련 의혹을 어떤 식으로든 해결해야 한다는 국민의힘 내부의 목소리도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권 내부 균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김건희 리스크의 도화선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이제 폭발을 앞두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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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