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결단’ 10월 호남 혈전

커지는 판 그래도 편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재보궐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소규모 선거지만 호남을 쟁취하기 위한 진보 진영의 기싸움이 벌어지면서 이례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비판 수위가 아슬아슬하다. ‘건강한 경쟁’을 하겠다며 선거에 뛰어들었지만 어째서인지 날 선 말들이 상처를 콕콕 찌른다.

2024년 하반기 재보궐선거가 다음달 16일 치러질 예정이다. 이번 선거는 인천 강화군수, 부산 금정구청장, 전남 곡성군수와 영광군수 등 기초단체장 등 4명을 뽑는다. 호남인 곡성과 영광은 진보의 텃밭이다. 이곳에 깃발을 꽂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대격돌

먼저 곡성군수 선거에는 4명의 후보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민주당에서는 조상래 전 전남도의원을 후보로 내보냈다. 이로써 조 후보는 곡성군수에 세 번째 도전하는 후보가 됐다. 혁신당에서는 박웅두 후보가 나선다. 농민운동가 출신인 박 후보는 혁신당 농어민위원장을 맡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중견기업 임원 출신인 최봉의 당원이 도전한다. 곡성미래연구소장 이성로 후보는 무소속으로 출마한다.

영광은 5명의 후보가 나서 보다 치열한 선거가 예상된다. 민주당에서는 영광군 의원을 지낸 장세일 후보가 ‘쌀값 20만원 회복’을 공약으로 내걸고 출사표를 던졌다.


혁신당에서는 민주당 유력 후보였지만 경선 과정에 이의를 제기하며 탈당한 뒤 당적을 바꾼 장현 전 호남대 교수를 대항마로 세웠다. 진보당에서는 이석하 후보가, 김기열·오기원 후보는 무소속으로 선거 대열에 합류했다. 국민의힘은 영광군수 후보를 공천하지 않기로 했다.

이처럼 영광이 치열한 이유는 그동안 치러진 여덟 번의 선거서 무소속 후보가 세 차례나 깃발을 꽂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속한 당보다는 개인 역량과 조직력으로 승부를 볼 수 있어 민주당 텃밭 덕을 보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과 혁신당은 사활을 걸고 선거에 임하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혁신당 조국 대표 모두 전당대회 이후 처음으로 치르는 선거인 만큼 자신들의 리더십을 시험해볼 수 있는 무대기도 하다.

혁신당은 지난 8월 정기국회 1박2일 워크숍 장소를 영광·곡성으로 정했다. 민주당 역시 인천서 열린 워크숍을 마친 직후 호남으로 집결했다. 이후에도 양당 대표와 지도부는 틈틈이 호남을 찾아 선거유세에 힘을 실었다.

영광·곡성 배경으로 펼쳐지는 기마전
금정구청장 후보 단일화 여전히 ‘삐걱’

혁신당은 지난 총선서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를 강조했다. 민주당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쇄빙선 역할을 자처하며 윤석열정부에 맞서 싸우겠다는 기조를 확실히 했다.

조 대표는 당선 이후에도 민주당과의 합당에는 선을 그으며 협력하는 관계로 남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검찰개혁, 교섭단체 조건 완화 등을 놓고 이견을 보였지만 크게 언성을 높이는 일은 드물었다.


하지만 재보궐선거가 막바지에 다다를수록 서로를 겨냥한 메시지가 거칠어지고 있다. 대결 구도가 확정되고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을 보인 탓이다.

<뉴스1> <남도일보> <아시아경제> 등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10~11일 ARS 방식(무선 90%·유선 10%)으로 조사한 결과 영광군수 재선거 가상대결서 혁신당 장현 후보가 30.3%, 민주당 장세일 후보가 29.8%를 기록했다. 0.5%p 차이로 혁신당이 우위를 선점한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곡성군수 재선거 가상대결에서는 민주당 조 후보가 59.6%, 혁신당 박 후보가 18.5%를 득표해 박 후보를 크게 앞질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조하면 된다.

민주당은 주민 기본소득과 정권교체를 투트랙으로 내세워 표심에 호소했다. 반면 혁신당은 호남 주민에게 또 다른 선택지를 제공함으로써 호남 발전을 이끌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조 대표는 지난 26일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서 “호남은 사실상 민주당 일당 독점 상태로 고인 물은 썩는다. (썩은 물은)흐르게 해야 한다”며 “혁신당은 누가 더 좋은 사람과 정책을 내놓느냐로 경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민주당을 향해 선전포고하면서 불을 댕긴 것이다.

그러자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호남은 고인 물이 썩는 곳이 아니라 개혁과 변화를 선도한 곳”이라고 받아쳤다. 박 의원은 “윤석열정부의 독주를 목전에 두고 10월 지방 재보선부터 경쟁 구도로 가면 진보세력의 분화가 시작된다”며 “지금은 경쟁이 아니라 단결해서 정권교체에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시 안 볼 것처럼 싸워도…
“그래도 우리의 적은 용산”

민주당 곳곳서도 “공격 상대가 잘못됐다”며 조 대표를 만류했지만 과열된 분위기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혁신당 황현선 사무총장이 민주당을 향해 ‘호남의 국민의힘’이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민주당이 그의 해임을 요구하면서 갈등이 번지고 있다.

한 야권 관계자는 “혁신당이 민주당과 우군이 될 수 있던 이유는 민주당의 발목을 잡지 않을 것이란 메시지를 계속해서 던졌기 때문”이라며 “국민의당이나 정의당 같은 선택을 하지 않는다는 걸 전제조건으로 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혁신당은 민주당이 윤정부를 겨냥해 ‘심판 치료’를 벼르고 있는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서도 충돌했다. 금정구청장 후보 단일화 논의가 공회전하면서 파열음만 새어나오고 있다.

지난 25일 민주당 김경지 후보와 혁신당 류제성 후보는 이날 오후 3시 후보 단일화를 위한 회동을 가질 예정이었지만 돌연 취소됐다. 혁신당은 민주당 측에서 회동 결렬을 통지했으며 “후보 간의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조 대표가 김 예비후보를 향해 “승리를 가져오기 힘든 후보” “전에도 두 번 도전했다가 결실을 거두지 못했다”고 발언한 것을 꼬집으며 혁신당의 사과가 우선이라고 맞불을 놨다.


이러다가 야권이 두 쪽 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비판과 비난이 뒤섞인 만큼 양 당이 다시 관계를 회복하기 어렵지 않겠냐는 점에서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호남을 놓고 (양 당의)물밑 접촉은 없던 것으로 안다”면서도 “이번 선거로 인해 야권이 갈라질 가능성은 적다. 지금까지 민주당에 대항하는 소수 정당은 많았지만 혁신당처럼 저돌적인 자세를 취한 이들이 없어 (민주당도)흠칫했을 뿐”이라고 해석했다.

여권은?

다른 야권 관계자 역시 분열 가능성을 적게 봤다. 이 관계자는 “윤정부라는 커다란 공통의 적이 있어 민주당과 혁신당은 선거가 끝나는 대로 다시 화합 모드로 돌입할 것”이라며 “싸울 땐 확실하게 싸우고 또 힘을 합칠 땐 제대로 협력해가는 모습을 국민도 원하지 않겠는가”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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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