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대담> ‘돌아온 거물’ 정동영 ‘여야 막론’ 거침없는 쓴소리

“보이지 않는 손? 안보실에 있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박희영 기자 = 거물이 돌아왔다. 15대 국회를 시작으로 통일부 장관을 거쳐 내리 5선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정동영 의원의 이야기다. 22대 국회 문턱도 거뜬히 넘었다. 다시 한번 현역으로 뛰게 된 그는 민주당의 든든한 자산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소속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은 MBC 기자 출신이다. 세월이 흘렀지만 질문 하나에도 여유로운 태도로 예리한 답변을 도출하는 감각은 여전했다. <일요시사>와 만난 정 의원은 여야의 진영을 넘어 날카롭게 정치 현안을 짚어냈다. 다음은 정 의원과의 일문일답. 

-법원이 방송문회진흥회(방문진) 차기 이사진 임명에 제동을 걸었다. 추후 윤석열정부가 어떤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나? 

▲우선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방통위 방문진 신임이사 선임에 대한 임명처분 진행 정지 인용에 즉시 항고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항고를 다루는 곳은 서울고등법원인데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앞으로 행정법원서 신임이사 임명 처분과 관련해 본안 심리를 다룰 계획이다.

가처분 당시 법리 적용이 탄탄해 본안 결과도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법부의 판결 문제라 윤정부가 할 수 있는 부분도 딱히 없다. 6개월 뒤 본안 판결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데 이 판결도 취소 판결로 이어질 것이라 확신한다. 

-법원의 판단이 현재 진행 중인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 심판에 줄 영향은. 기각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는데?


▲법원의 집행정지 인용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방통위는 독립성, 다양성 보장을 위해 대통령이 지명한 2인과 여당이 추천한 1인, 야당 추천 2인으로 구성되는 5인 합의제 행정기구다. 이런 상황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한 2인의 결정만으로 방송문화진흥회, KBS 이사 선임을 결정한 일은 방통위 설치의 입법 목적에 위배된다.

또 합의제 행정기구 결정서 충분한 토론과 심의는 상당히 중요하다. 83명의 이사 후보 중 방문진 이사 6명과 KBS 이사 7명을 선임한 사실에 비춰 충분한 토론과 심의가 없었다. 

-심각한 위법이 있었다는 뜻인가?

▲행정서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은 입법의 목적에 충실한 이행과 절차에 대한 엄격한 이행이다. 이 위원장은 위법 행위를 실행한 사람이다. 임기의 길고 짧음은 중요하지 않다. 단 하루라도 방통위원장으로서 위법 행위를 했다면 헌법에 비춰 탄핵소추의 대상이 되는 일은 당연하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내놓은 방송3+1법이 악법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사진의 수를 대폭 늘리고, 친민주당적 성향을 임명하기 위한 법이라고 비판하는데…

▲3+1법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방송3법과 방통위 설치법 개정안을 한데 묶어 부르기 때문이다. 방송3법은 공영방송인 MBC와 EBS는 이사 수를 현행 9명서 21명으로 늘리고, KBS는 11명서 21명으로 늘리자는 게 골자다. 이사 추천 권한을 방송과 미디어 관련 학회, 시청자위원회, 방송기자연합회와 같이 직능단체 등 외부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밖에 공영 방송의 사장 선임 역시 성별, 연력, 지역을 고려해 일반 시민 100명이 직접 사장 후보를 추천하는 방식이다. 


-방통위법 개정안도 여당에서 반대하고 있는데…

▲방통위법 개정안은 의결정족수를 4명으로 늘려 2인으로 방통위를 위법적으로 하는 부분을 차단하겠다는 데 있다. 이사 수를 늘려 정치적 간섭을 최소화시키고, 독립성과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을 보장해 특정 정파의 입김을 배제하겠다는 의미가 크다.

이에 대해 친민주적 성향의 이사를 임명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비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방송사를 정권의 장악 대상으로 바라보는 반개혁적 태도다. 

-선거 이야기도 묻고 싶다. 다음 달에 재보궐선거가 예정돼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호남을 홀대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를 해결할 비책을 말해준다면?

▲호남 홀대론에 대해 호남의 중진 정치인으로서 송구하다. 호남 홀대론 배경에는 경제 문제가 있다. 경제 소외론 때문이다. 지역경제는 침체해 있고, 지역을 대표하는 기업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것도 문제다. 결국 중앙정부의 집중적인 예산이 투여돼야 살아난다.

그래야 경제 소외론, 호남 홀대론이 사라질 수 있다. 호남은 민주당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지만 당이 잘못 가고 있다면 매섭게 회초리를 든다. 선거의 결과를 좌지우지하는 경우가 많은 곳이다. 최근 두 번의 전당대회를 치렀을 때 호남을 기반으로 둔 국회의원 중 선출직으로 지도부에 입성한 경우가 없다.

이번 지도부 구성서 지명직 최고위원은 호남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이 돼야 한다.

-이재명 대표가 당권을 잡은 이후 일부 강성 지지층 입김이 과하게 작용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금 윤정부는 날로 극우적 색채를 강화 중이다. 이와 함께 검찰을 동원해 ‘이재명 죽이기’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이 대표만 죽이면 된다는 광기에 휩싸여 있다. 반드시 윤석열정권을 극복하고 정권을 찾아와야 한다. 결국 지금 상황서 초극은 윤극을 위한 초극 체제인 셈이다.

“지금 민주당은 윤 극복 위한 이 초극 체제”
“한 대표는 부처님 손바닥 안 손오공 신세”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큰 이유는 당 외곽에 있던 정치 팬덤이 당 안으로 들어와 자기 목소리를 내는 현상으로 당원 주권주의, 당원 참여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거스를 수 없는 도도한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흐름이 당장 낯설고 입김이 과하게 작용한다고 비치는 부분이 있지만 그 심연을 보면 민주주의 확대 과정이다.

멀리 보면 대의민주주의와 참여민주주의가 새롭게 균형을 찾아가는 길이다. 


-민주당 계열 초일회가 만들어졌다. 민주당은 그동안 다양한 계파가 존재해 왔다. 

▲열린우리당 당시 당 의장을 맡았는데 리더십을 세우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미국의 정치학자 샤츠 슈나이더는 “정당 정치서 민주주의의 핵심은 당내 민주주의보다는 여당과 야당 사이의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정당에는 민주적 운영과 함께 지도부에 일정 정도 집중된 권위와 권한이 필요하다.

이는 선거가 대표적이다. 결국 지도부 집중이 관철되지 않은 채 계파라는 이름 아래 지도부의 권위가 부정된다면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 현상적 다원주의에 불과하다. 정당 내 포용은 지도부의 권위가 확립되는 가운데 이뤄져야 제대로 끌어안을 수 있다. 

-여러 계파를 끌어안을 통합의 방법이 있다면?

▲원내·외에는 여러 의견과 행동 그룹이 존재하는데, 이들 활동이 당내서 부정당하지 않는다. 요체는 의견과 행동이 당원과 지지자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느냐다. 과거에는 계파 간 공개적, 비공개적 교섭과 주고받기로 조율되는 경향이 강했다.

지금처럼 당원 주권주의, 당원 참여주의가 중요한 시기에는 당원과 지지자의 여론이 절대적이다. 당내 포용에 대한 관점이 달라야 한다. 즉 까다롭고 정보력이 많은 정치 관여 성격의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는 게 중요하다. 이 바탕 위에서 포용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최근 야권에서는 개헌 카드도 꺼냈다. 적절한 시기가 언제라고 보나?

▲가장 좋은 것은 윤 대통령의 임기를 1년 단축하고 개헌을 통해 오는 2026년에 새로운 헌법하에 대통령선거를 치르는 일이다. 일각에선 국회의원 임기를 1년 단축해 2027년 총선을 치르자는 주장도 있는데, 300명의 국회의원보다 대통령 1명의 임기를 줄이는 일이 더 쉽다.

사실 개헌의 적절했던 시기는 과거 문재인정부 출범 당시라고 생각한다. 4·19가 개헌으로 제2공화국을 열었고, 6·10이 개헌으로 6공화국을 열었기 때문에 혁명이라고 부를 수 있었다. 그때 개헌됐다면 윤정부가 출범할 일은 없었다.

22대 국회는 촛불 2기 국회가 돼야 한다. 대통령 중임제든, 이원집정제든 현재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시켜 여야 대결보다는 협치를 제도화하는 데 어떤 체제가 가장 적합할지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깨고 차별화에 나섰다. 속내를 파악한다면?

▲진영을 떠나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다툼과 차별화는 불가피하다. 문제는 차별화가 성공할 수 있느냐다. 이번 여야 대표 회담서 한 대표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고 본다. 본인이 당 대표에 출마하며 공약했던 제3자 특검법과 의정 갈등 중재를 위한 의대 증원 유예안 모두 의제로 내세우지 못했다.

“윤 대통령 어리석은 지도자 반열 들어가”
“계엄령 근거? 야권서 충분히 제기할 문제”

합의문에 반영되지도 않았다. 대통령과 차별화하려는 시도는 하지만 윤 대통령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곤궁한 처지다. 아직까지 부처님 손바닥 안 손오공 신세인 셈이다. 임기가 2년 반이 넘게 남은 윤 대통령이 이른 차별화에 동의할지, 한 대표에게 힘을 실어줄지를 따져봤을 때 모두 고개를 젓는다. 

-제3자 특검법을 국민의힘이 시간을 끌면서 받지 못하는 이유는. 한 대표가 어떤 점을 우려해서 본인이 한 말을 지키지 않다고 보는지?

▲채 상병 제3자 특검법은 엄밀히 말해 ‘윤석열 특검법’이다. 채 상병 사망사건에 대한 수사외압이 특검법의 핵심 사항이다. 시간이 갈수록 수사 외압의 최종적 지시자가 윤 대통령이라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해당 사안과 관련해서는 앞으로도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채 상병 특검법은 대통령 입장에서는 역린이다. 이걸 국민의힘 의원 중 모르는 사람이 없으며, 한 대표도 익히 알고 있다. 결국 해법을 내놓을 수가 없고, 시간을 끌 수밖에 없다. 

-여야의 대치 정국이 22대 국회 들어 더욱 심해진 양상이다. 현재 대치 상황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 국민의힘서 이탈표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나?

▲최근 전세사기특별법과 간호법이 여야 합의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처음에 민주당이 두 법안을 발의해 본회의서 통과했을 때는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법안이다. 거대 범야권이 탄생한 결과는 총선 민심의 결과다. 국회 본회의에 범야권이 통과시킨 법안은 정쟁의 수단이 아니다. 총선 민의에 충실하고자 한 민생 법안이자 개혁 법안이다. 

대통령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무차별적으로 거부권을 남발할 게 아니라 정부여당이 마음을 열고 여야 합의안을 만들려고 했다면 전세사기특별법과 간호법처럼 얼마든지 합의안은 낼 수 있다.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에 재표결을 요구하면 사실상 재적 의원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한데 대통령 눈치를 봐야 할 여당 의원들로부터 이탈표가 나오기는 쉽지 않다. 

-윤 대통령은 거부권을 연속해서 행사해 왔다. 

▲윤 대통령 마음에 안 들고, 여당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합의안을 모색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부결시키는 것은 다수결을 부정하는 일이다. 사실상 여당의 소수결, 심하게 말하면 대통령 1인이 결정하는 것으로 연성 독재의 모습과 다름없는 것으로 민주주의, 협치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이런 국정기조, 국정 방식서 벗어나 정부여당이 적극적으로 협치에 나섰으면 한다. 

-인사 문제도 연일 논란이다. 최근 들어 뉴라이트 인물을 임명했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데…

▲김태효 안보실 차장이 “윤 대통령은 뉴라이트라는 말도 잘 모른다”고 언급한 적 있다. 그런데 골라내는 사람 전부가 그렇다. 김형석 독립기념관 장관, 김태규 방통위 직무대행, 이진숙 방통위원장까지 전부 그런 사람을 지명했다. 윤 대통령이 모른다면 실제로 윤 대통령이 임명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다른 사람에 의해 기획되고 그림이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유시민 작가가 ‘윤 대통령은 참 어리석은 인물’이라는 말을 했다. 실제로 어리석은 지도자 반열에 들어간 것 같다. 모르는데 뉴라이트 인사를 국정 전반에 다 깔았다. 결국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실제로 보이지 않는 손이 누구인지 궁금해 광복회장에게 직접 물었고 답을 들었다. (광복회장에게)일본 밀정이 누구냐 질문했는데, 안보실에 있다고 답했다. 

-얼마 전 이 대표가 여야 대표 회담서 계엄령을 언급한 바 있다. 근거가 뭐라고 보나?

▲윤 대통령이 기본적으로 헌법정신을 준수하지 않는 듯 보인다. 국회 입법부를 상당히 불편해하는 것을 넘어 무시하고 있다. 그동안 행정권을 갖고 굉장히 폭압적으로 행사해 왔다. 어떤 의미에서는 국권을 많이 훼손했는데, 통치만 있고 정치는 없다.

정권으로 할 수 있는 모든 폭압적 행동으로 계엄령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도 내부적으로 비상계엄을 준비한 흔적이 있었다. 야권 입장에선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문제다.

-추가로 의심이 가는 부분은?

▲다른 하나는 대북 정책이다. 윤정부의 대북 정책은 전무하다고 봐도 무방한데 굉장히 도발적이며 공격적이다.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일체의 대화, 소통이 끊겼는데 이런 부분을 빌미로 삼을 수 있다.

윤정부는 대북 정책서 힘에 의한 평화와 압도적 힘을 강조하고 있는데 앞뒤가 맞지 않는다. 문정부 5년 동안 국방비의 평균 증가율은 6.3%, 윤정부는 2년 동안 4.3%에 그친다. 압도적 힘이라면 숫자로 표현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치의 복원이 시급하다. 정치는 정치다워져야 한다. 정치는 상대방을 섬멸하는 게 아닌 상대방을 존중하고 합의점을 찾으려는 협치가 정치의 본령이다. 거야 상황서 협치의 성공 여부는 정부여당에 달려 있다. 국정기조를 전환하라고 말하는 이유다.

윤 대통령이 하루 빨리 잘못된 국정기조서 발을 빼기를 바란다. 전향적으로 야당과 협치에 나서기 원한다. 그게 정치를 살리고, 대한민국을 살리는 길이다. 

<ckcjfdo@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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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