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대방건설이 시공능력평가에서 시원찮은 성적표를 받았다. 거의 모든 항목에서 뒷걸음질이 확연한 데다, 실적 부진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점에서 심각성이 부각된다. 어느덧 재정건전성마저 위협받고 있다.
대방건설은 2021년 5월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무렵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71개 기업집단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했는데, 대방건설그룹은 신규 지정된 8곳에 포함됐다. 공정위가 발표한 자산총액은 5조3260억원으로 공시대상기업집단 71곳 중 66번째였다.
낮아진 위치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됐다는 건 공식적인 ‘대기업’으로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 지정된 기업은 회사 경영에 대한 공시·신고 의무를 부여받고, 총수 일가는 사익편취 예방 차원에서 각종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대방건설은 2021년 이후 매년 재계 순위 60위권 안팎에 이름을 올리는 등 대기업 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자산총액은 매년 1조원 안팎으로 커지는 추세다. 2022년 5월 발표에서는 6조1840억원, 이듬해에는 7조6720억원, 올해는 8조1600억원으로 집계됐다.
구교운 회장은 지금껏 동일인으로 분류돼 왔지만, 그룹의 실질적인 소유주는 오너 2세인 구찬우 대방건설 대표다. 구 대표는 대방건설 지분 71%를 쥐고 있으며, 나머지 29%는 윤대인 대방산업개발 대표가 보유 중이다.
다만 대방건설의 업계 위상은 최근 들어 다소 낮아진 모양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31일 공개한 시공능력평가 결과에 따르면 대방건설은 시공능력평가액 2조1255억원을 기록해 23위에 올랐다. 순위는 전년 대비 9계단 떨어졌는데, 이는 30위권 내에서 가장 큰 낙폭이었다.
또 꾸준히 순위를 끌어올렸던 최근 행보와도 대비된다. 대방건설은 2015년 49위서 2016년 30위로 올라섰고, 2020년에 처음으로 20위권에 진입했다. 2021년 15위, 2022년 14위, 지난해 14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올해는 다시 20위권 밖으로 밀렸다.
그럴듯하지만…
하락한 대외 위상
시공능력평가는 발주자가 적절한 건설업체를 선정할 수 있도록 ▲실적평가액 ▲경영평가액 ▲기술능력평가액 ▲신인도평가액 등 4개 항목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산출하는 것이다. 매년 7월 말 공개된 평가 결과는 공사 발주자가 입찰 자격을 제한하거나 시공사를 선정할 때 활용된다. 신용평가와 보증심사에도 쓰인다.
시공능력평가액은 전년(2조9862억원) 대비 28.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1190억원) 대비 67억원 증가한 신인도평가액을 제외한 항목에서 뒷걸음질이 확연했다.
가장 낙폭이 심각했던 건 경영평가액이다. 1조2882억원으로 전년(2조411억원) 대비 63.11% 수준에 불과했다. 경영평가액은 재무건전성을 수치화한 지표다. 실질자본금과 경영평점 등 재무구조를 반영한다. 또 경영평점은 차입금의존도, 이자보상비율, 자기자본비율, 매출순이익율, 총자본회전율 등을 기반으로 산출된다.
실적 악화가 경영평가액 하락으로 이어졌다. 대방건설은 지난해 국내 건설 경기 악화의 여파로 연결 기준 매출 1조1722억원을 올리는 데 그쳤다. 전년(2조1901억원) 대비 절반을 겨우 넘긴 수준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2.3% 감소한 993억원이었다.
대방건설은 지난해 순차입금이 약 5000억원 불어나면서 부채비율은 같은 기간 182.6%에서 201.2%로 악화했다. 기존 50.6%였던 차입금의존도도 55.4%로 증가했다.
이외에도 실적평가액은 5827억원으로 전년(6804억원) 대비 14.3% 줄었다. 기술평가액은 1288억원으로 11.5% 감소했다.
뒷걸음질
다만 올해는 분위기를 반전시킬 만한 여력이 충분한 상황이다. 대방건설은 상반기에만 총 1247세대 공급을 진행했고, 연말까지 계획한 물량을 모두 소화할 경우 지난해 두 배 수준인 약 7000세대를 공급하게 된다. 또 연말까지 사업장 7곳에서 총 5687세대 규모로 분양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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