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박희영 기자 = 참 솔직하다. 국민의힘 인요한 의원은 자신의 당의 현재 상황에 대해 “물 세는 집에 세숫대야를 가져다 놓은 상태다. 올라가서 지붕 고칠 생각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전당대회가 아닌 분당대회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상태다. 전당대회 이후 갈라진 당을 통합시키는 일이 급선무다.
의원실 곳곳에서는 전남 순천 냄새가 난다. 흥선대원군이 쓴 ‘지불여순천’이 의원실 한쪽에 액자로 붙어 있는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리고 DJ(김대중 전 대통령)를 사랑한다. 그가 찐순(찐 순천)인이다.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던진 말에서도 자신의 고향 순천 사랑이 툭툭 묻어난다.
룰에 갇힌 미국보다 정으로 둘러싸인 한국이 좋다고 말하는 그는 바로 국민의힘 인요한 의원이다. 인 의원은 “김대중을 사랑한다고 외치는 내가 국민의힘 현역 의원으로 있는 것만으로도 당이 어마어마하게 변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전당대회서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다. <일요시사>가 인 의원을 만나 정치 현안 등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했다. 슬로건은 ‘혁신이 계속돼야 한다’인데, 혁신위원장을 했을 때 어떤 점이 가장 아쉬웠나?
▲최초로 밝히는 거지만, 다시 기억하고 싶지는 않다. 혁신위 활동이 끝나갈 때 제일 마지막에 나온 이야기가 나를 공관위원장에 시키겠다는 말이었는데, 사실 별 관심이 없었다. 혁신보다 더 욕먹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아쉽다. 공관위원장을 했어야 했다.
나는 당에 빚진 게 없어서 누구 말을 들을 필요가 없었다. 내가 공천 관리를 했다면 아주 객관적으로 했을 것이다. 총선서 이렇게까지 패배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쉬운 점은 혁신이 50%밖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부분이다.
“공관위원장했으면 공천 관리 잘했을 것”
“윤 대통령, 희생정신 가지고 있는 인물”
-다시 돌아간다면 공관위원장을 하겠다는 말인가?
▲국민의미래(국민의힘 위성정당) 선거대책위원장으로 합류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혁신위원장을 했을 때 수많은 날 밤을 새가며 추천을 받았다. 대부분 모르는 사람이었다. 사회서 괜찮은 인물을 다 뽑았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선대위원장 때 함께한 사람들과 아무런 커넥션이 없었다.
-한동훈 후보의 러닝메이트와 원희룡 후보의 러닝메이트는 어떤 차이가 있나?
▲실력이 없고, 경험도 부족하다. 다 해봤자 정치 경력이 4년을 넘지 못한다. 나폴레옹이 말했다. 용기 있고 미련한 장군이 사고를 친다고. 한마디로 그쪽은 모르는 걸 아는 걸로 착각한다. 우리는 지금 나라의 운명을 결정할 때다. 인류 역사상 50년 동안 변한 곳은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정치는 멀리 볼 필요가 없다. 민주당은 이미 변질된 당이고, 김대중 정신을 다 버렸다. 우리 당은 아마추어를 쓰니 걱정이다.
-한 후보가 고쳐야 할 점은?
▲잘못하면 사과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 나는 과거 이준석 의원의 아버님을 공격했던 일이 있다. 바로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과감하게 사과했다. 지금 한 후보를 포함한 그룹은 빨리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과할 필요성이 있다. 김건희 여사는 오랫동안 알아온 형님의 형수가 아닌가? 한국 문화는 특히 사람 관계가 중요하다. 룰보다 중요할 때도 있다.
-한 후보가 사과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라 보나?
▲인생의 쓴맛과 실패를 경험해보지 못해서다. 말 그대로 한 후보는 탄탄대로를 달려온 사람이다. 반대로 윤 대통령과 나는 고배를 마셔본 과다. 그래서 둘이 만나면 거침이 없다.
-윤 대통령과는 가까운 사이다.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본격적으로 가까워진 것은 순천 정원박람회 때다. 당시 북한 이야기를 들려줬는데 상당히 흥미를 가졌다. 식사도 자주 했다. 윤 대통령은 전문 검사 출신, 나는 의사 출신이라 서로 의견이 강하다. 혁신위가 끝나고도 식사를 했는데, 윤 대통령에게 정치를 못하겠다고 말한 적 있다.
그냥 병원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는데 윤 대통령이 나를 잘 다독여줬다. 불통이라고 알려진 이미지와은 다르다. 굉장히 직선적으로 말하고 요즘말로 상남자다. 인간 냄새도 난다. 윤 대통령은 200명이 넘는 외국 지도자들을 만났다. 한 마디로 희생정신이 있다. 불통 이미지가 강해진 이유는 대통령의 인간성을 국민에게 잘 설파하지 못한 우리 탓도 있다고 본다.
“한동훈 실패 경험 없어”
“변화, 통합, 희생 부족”
-당이 분열돼있다는 지적들이 많다. 단결시킬 방법은?
▲변화, 통합, 희생이다. 경상도 당원들께서는 제발 당을 변화시켜달라고 한다. 제발 살게 해달라고.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고 인식하신 것 같다. 변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다음 문제는 통합인데 기본적으로 이 부분은 굉장히 어렵다.
그렇지만 사람을 미워하면 안 된다. 지금 대표 후보들을 보면 밟지 말아야 할 땅을 서로 밟아버렸다. 수습이 될지 걱정 되긴 하는데 누가 이기든 지든 같이 끌고 가야 한다. 그래도 희망적인 부분은 아무리 못해도 민주당보다 낫다는 점이다.
-나경원 후보와 원 후보의 단일화는 필요하다고 보나?
▲처음 전당대회가 막 시작했을 때 나 후보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리를 좀 도와달라고 했는데 굉장히 적절치 않았다. 나 후보에게 두 번이나 사과하고 회관서 만나 또 사과했는데 나 후보가 괜찮다고 했다. 오히려 자기 대변인이 논평을 세게 해 미안하다고 말해줬다. 사실 나는 최고위원이라 이 부분은 당 대표 후보끼리 협의를 하는 게 맞는 듯 싶다.
-일각에서는 너무 한(동훈) 후보만 때리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오는데?
▲최근에 사과를 한번 하긴 했지만 심은 대로 수확하고, 뱉은 말에 책임져야 한다. 본인이 해온 행동, 정책에 대해 책임 소재는 본인에게 있다. 미국에는 ‘coward’라는 말이 있다. 한국말로 ‘겁쟁이’라는 뜻인데 뭘 잘못했을 때 인정을 못하는 사람을 칭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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