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다단계 ‘워너비 저격수’ 예자선 변호사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7.15 15:32:50
  • 호수 14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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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질 끄는 수사…피해자만 늘어난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사기인 걸)모르고 당한 피해자가 잘못 아닌가요?” 다단계 사기 피해자들이 쉽게 듣는 말이다. 하지만 이들은 모르고 있는 것이 있다. 한국이 가상자산 사기의 ‘천국’이라는 것을. 예자선 변호사가 워너비데이터㈜ 피해자를 근거리서 보며 느낀 점이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뜯어고치지 않으면, 사기 공화국인 한국은 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요시사>가 예자선 변호사를 처음 만난 장소는 대전의 한 식당이었다. 이 식당에는 워너비데이터㈜(이하 워너비) 피해자 20명가량이 모여 있었다. 대부분 나이가 많았지만 젊은 사람도 있었고, 다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고 막막해했다.

중·장년층은 본인이 얼마나 피해를 입었는지 확인하는 것조차 어려워했다. 더 이상의 확산을 막고 응당한 처벌을 받도록 하기 위해 예 변호사가 선두에 섰다.

<일요시사>는 피해자를 한 명씩 만나 어떻게 워너비에 투자하게 됐는지, 당시 사용했던 통장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 취재했다. 예 변호사는 피해자들을 만난 뒤에는 워너비 피해자들의 의견을 모아 피해 규모를 파악하는 한편, 다단계를 없애기 위해 어떤 방법이 필요한지 연구한 끝에 직접 고발장을 작성해 접수했다.

저서 <카카오는 어떻게 코인을 파는가? 지금부터 질문을 시작하겠습니다>와 <블록체인과 코인 누가 돈을 버는가>의 저자인 예 변호사는 수원지검 검사, 예금보험공사 변호사, 카카오페이 법률 실장 등을 거쳐 현재는 시민단체 경제민주주의21의 금융사기감시센터 소장이다.

지난 9일, 서울시 강남구의 한 카페서 예 변호사를 만나 워너비를 접하고 겪은 일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예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최근 워너비데이터㈜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는데?

▲워너비의 엑소좀 화장품으로 공정위 제재를 받은 것이다. 희소식이긴 한데, ‘죄명을 수집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발장 접수는 이미 지난 1월에 했는데, 아직 구속되지도 않았고 사기는 계속되고 있다. 이러니 다단계 사기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

특히 공정위 심의 과정서 또 워너비가 사기 친 것을 알게 됐다. 워너비 지점장이란 사람이 자신이 피해자를 돕겠다며, 워너비에 가압류를 걸어 피해자가 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단다. 자기에게 맡기라고… 그런데 그 과정서 돈이 필요하다며 1억원을 받았다. 당연히 아무 절차도 진행되지 않고 돈을 떼어먹었다.

-워너비에 개입하게 된 경위가 궁금하다.

▲지난 2월에 소지섭이 광고했고 금감원이 수사 의뢰를 했다는 워너비 기사를 봤다. 이후 여름에 압수수색을 한다는 기사를 봤는데, 호기심에 찾아봤더니 변호사가 자문 변호사라고 돼있었다. 이러면 사기죄 공범이니까 황당했다.

이 같은 행태를 비판하는 A 목사가 있었는데, 워너비 대표가 그를 명예훼손, 손해배상으로 10억원을 청구했다. 원래 조직 사기는 제보자나 이탈자에게 명예훼손을, 담당 경찰을 직권남용죄로 고소하고 손해배상도 청구한다.

변호사 입장에선 말도 안 되는 주장이지만, 어쨌든 대응해야 하는 사람에겐 상당한 부담이다. A 목사님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아 답변서를 써 드리는 과정서 워너비 피해자를 돕는 분들을 알게 됐다.


-피해자들을 돕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다양하다. 교회 신도인데 목사가 이런 행동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뛰어든 사람, 금감원에 사기 코인 공익제보를 한 사람, 워너비 대표가 사기치는 것을 알고 말리려고 한 사람 등이다.

-워너비를 겪은 뒤 느낀 점이 많다는데?

▲기사가 나오면 이미 폰지 구조는 무너진 것이다. 모집 수당을 주면서 유인을 하는 단계가 지나서 투자자에게 돈을 주지 못해서 말이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금감원의 수사의뢰 기사 이후 1년이 되어 가도록 (담당자만 바뀌고) 아무 소식이 없었다. 계속 피해자들이 고소장을 써 달라고 하기에 수사와 처벌에 효과적인 방법을 생각했다.

워너비 사기 피해 알리던 목사
10억 고소 돕다 아예 뛰어들어

또, 피해자가 고소하면 유사수신행위 위반으로 수사가 진행되는데 이건 겨우 징역 5년이다. 하지만, 본질은 투자사기로 회사 사업 설명해서 돈 받은 거 전체를 사기죄로 고발하면 된다. 어차피 국내 형법은 죄명이 여러 개라도 가장 무거운 죄를 기준으로 형량이 정해진다. 사기가 형량이 더 높으니 경찰이 유사수신행위를 추가하느라 불필요한 업무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경찰 수사가 바뀌어야 하는 점이 있다고?

▲워너비처럼 다단계 사기는 투자설명회를 여는데, 이를 막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시간이 지나 사건이 터지고 전국서 고소장이 접수되는데, 고소가 한참 모이면 수사가 시작된다. 이 기간 동안 사기꾼들은 피해자에게 “오해다. 아무 일 없을 것”이라며 다시 사기를 친다. 정말 사업장에는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수사 담당자는 채팅방 메시지를 수집하고, 설명회 녹취록을 따고, 계보도를 작성하느라 진땀을 흘린다. 일은 많고, 효과는 없다. 업무가 이렇게 짜여 있는 것이지, 경찰이 일을 안 하는 게 아니다. 재판으로 넘어가는 데만 최소 1년이 걸린다. 어쨌든 겨우 몇 명이 재판에 넘겨지면, 큰 사건은 기사화되지만, 재판도 질질 끌고 솜방망이 판결이 나온다.

-어떻게 바뀌는 게 좋을까?

▲방법은 있다. 조직적인 데다 피해자도 많고 난이도가 있는 범죄인데, 특성에 맞는 방법을 쓰지 않아 (수사가)더 어려운 것이다. 마약은 범죄 특성상 인지 수사를 한다. 다중 대상 투자 사기는 성격상 인지 수사로 사업자를 털어야 한다. 수사의 개시, 증거를 피해자 진술 중심으로 하는 것이 문제다.

투자 사기의 특징은 외부서 인지하기 쉽다는 것이다. 경찰은 제보를 받고 사업자의 설명 내용이 사기인지 확인하고, 법원은 사기 혐의가 있는 경우 구속영장을 발부해 추가적인 행각을 중단시킨다. 피해자별 범죄일람표에 시간 낭비하지 않고 사업의 사기성을 입증하는 데 집중하는 효과적 수사를 한다. 법원은 중형을 선고한다는 시나리오가 현행법상 충분히 가능하다.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단일 사기 범죄가 5억원 이상이면 징역 30년, 50억 이상이면 무기징역이 가능한데, 조직적 사기는 ‘상습’으로 볼 수 있어서 이런 경우 전체 피해금액을 단일 범죄로 볼 수 있다. 

-수사 방식이 변하지 않는 이유는?

▲법원이 단순히 양형만 하는 것이 아니다. 형사 사법 시스템은 판결을 목적으로 수사업무가 짜여지는 일련의 과정이다. 경찰, 검찰, 법원이 머리를 맞대고 조직 사기를 없애기 위한 적용 법조, 입증 정도, 영장 발부 등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업무 방식과 인력 배치도 거기에 맞게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같이 논의를 하지 않으니 바뀔 수 없다. 기관 간 논의는 정책적 문제로 대통령과 정치인의 영향이 크다. 공무원이 바꾸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정치권은 워너비 같은 다단계 사기 문제엔 관심이 없고, 근본적 원인에 대한 이해도가 없어서 오히려 사기를 적극적으로 돕는 지경이다.

-사기를 돕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

▲워너비는 가상자산 사기다. 블록체인 사업이라고 홍보하면서 지점에 가면 가상자산을 주겠다고 시작한다. 그렇게 돈을 모아 교수를 영입해 줄기세포 사기(엑소좀)를 추가한 것이다. 국낸에 가상자산 사기가 왜 이렇게 많을까? 거래량이 세계 1위 수준으로, 외신서 걱정하고 있을 정도인데 사후적으로 부정거래 행위를 감시해서 과연 막을 수 있겠나? 


당연히 사전 발행에 앞서 신고 절차를 두고 지키도록 하는 등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사기는 ‘남의 돈을 받을 때, 겉으로 A를 말하면서 실제로는 B인 것’인데, 가상자산을 팔려고 표방하는 사업은 그것으로 돈을 벌 가능성이 없다. 사업자의 비즈니스 구조 자체가 가상자산을 발행해 파는 것이 수입이다. 워너비처럼 모든 돈은 가상자산을 사는 사람들의 주머니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고소장 제출 7개월 ‘감감무소식’
“다단계 사기 설명회부터 막아야”

7월부터 시행되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는 발행 규제, 거래소의 상장에 대한 책임 부분이 아예 없다. 거래소가 고객 예탁금과 개인정보를 잘 관리해야 한다는 것뿐이다.

-수사기관서 가상자산을 수사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것 같다.

▲어쩔 수 없다. 대형 거래소, 상장회사의 코인들은 다 봐주면서 잡 코인과 다단계 코인만 잡는 방법은 없다. 둘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거래소가 사업계획을 심사하거나 상장 폐지됐다고 책임을 지는 것도 아니다. 코인은 다단계 방법을 선택하지 않아도 사기칠 수 있다.

상장기업 코인인 위믹스 코인도 상장 폐지됐고, 카카오의 클레이 코인도 실컷 팔고 나서 네이버 코인 핀시아와 합병한다는 명분으로 없어졌다. 워너비의 경우, 전영철은 내세울 간판이 없으니까, 피해자를 유인하기 위해 오프라인 조직을 이용해 “다른 사람 데리고 오면 모집수당 준다”고 했던 방법만 다른 것이다.

설명하는 내용을 보면 “코인 생태계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하는 게 완전히 똑같다. 이러니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코인을 팔 때는 그냥 두고, 피해자 고소가 들어와야 고소를 모아서 수사하게 되는 것이다. 행정기관에서 ‘가상자산은 신고 후 팔도록’ 절차를 만들어야, 수사기관에서 미신고 가상자산의 ‘사업설명 사기’에 대해 인지 수사하기 편해지는 것이 당연하다.

-워너비 사기가 일반 다단계가 아닌 가상자산 사기로 보는지?

▲소지섭이 출연했던 광고도 블록체인 광고였다. 블록체인은 가상자산을 발행하고 거래하는 프로그램을 말하는데, 이걸 대단한 기술처럼 내세우고 출석 체크하면 가상자산을 줬다. 요즘 다단계는 다 가상자산이다. 워너비가 기사화되니까 소지섭 측이 항의했다고 보도자료를 내던데, 단순히 광고 활용 범위에 관한 것 같아 보였다. 사기인 줄 뒤늦게 알아서 계약을 취소하고 돈을 돌려줬다는 내용은 못봤다.

-시민이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사기는 직접 투자한 피해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부당하게 쌓은 부로 인해 경제 불평등의 심화, 사법 시스템의 붕괴라는 국가 파괴력이 크다. 하필 가상자산 사기가 제일 많은 나라가 한국이다. 이 같은 현실은 투기를 좋아하는 국민성이나 디지털 기술의 발달 같은 이유가 아니다.

조직적인 투자 사기를, 거기에 맞는 수단을 사용해서 저지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의 문제점은 국민 다수가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면 바꿀 수 있다. 사기라는 게 아예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거짓말이 비난받는 것과 사업가 행세를 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현재 경제민주주의21서 활동 중인데, 거짓말이 혁신으로 포장돼 정책이 되는 것을 포착해서 알리고자 한다. 이곳에는 여러 전문가가 있지만, 우리도 우리 분야만 안다. 겉으로는 멀쩡한 세미나인데 내용은 다 거짓말이라서 충격받았다. 세미나에 참석했던 교수, 변호사, 정치인들이 축사를 하지만 (문제에 대해)전혀 인식이 없다.

워너비를 통해 알게 된 내용은 책으로도 낼 생각이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라고 하지만, 바위라고 알고 있었던 게 바위가 아니고 대형 스크린일 수도 있다. 나 말고도 함께 계란을 던질 사람이 있으면 된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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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반가운 얼굴과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추석 명절이 다가왔다. 예민하지만, 또 그만큼 흥미로운 정치 이야기도 한두 마디씩 오간다. 그래서인지 용산은 마냥 웃을 수 없다. 추석을 앞두고 연이어 리스크가 터졌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연휴 내내 야당이 추석 밥상을 독차지할지도 모른다. 물가는 오르는데 국정 지지율은 내림세다. 추석 연휴 동안 의료 대란은 예견된 문제였다. 야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역풍 맞을 위기에 처한 마당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의 묘한 거리감도 신경이 쓰인다. 꺼야 할 급한 불이 한두 개가 아니다. 지지율 추락 30% 뚫렸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20%대인 29.6%를 기록했다. 지난 2022년 8월 첫 번째 주 29.3%를 기록한 이후 약 2년 만에 다시 20%대 지지율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6∼30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이 같은 수치로 집계됐다. 부정 평가는 66.7%, ‘잘 모름’은 3.6%다. 해당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2.7%였다. 신뢰수준은 95%에 표본오차 ±2.0%p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치권에서는 의료 대란을 비롯한 물가, 당정 갈등 등이 맞물린 결과라고 해석했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야당이 의료 공백 문제를 입 모아 지적하면서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의료개혁을 다루는 정부의 태도를 겨냥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서 의료개혁과 관련해 “의대 증원이 마무리된 만큼, 개혁의 본질인 ‘지역, 필수 의료 살리기’에 정책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기존의 뜻을 확고히 했다. 의료진과 대통령의 인식 차이에 대한 질문에는 “의료 현장을 가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 “비상진료체제가 그래도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 등의 말을 했다. 이에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향해 “혼자서만 달나라에 사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3일 국회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해 “중증·난치 환자를 떠나버린 전공의가 제일 먼저 잘못하는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응급실은 중증 환자만 이용할 수 있게 제도화할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정부가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난 4일 윤 대통령은 심야 응급실을 방문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의료진이 ‘번아웃’되지 않도록 각종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지만 이미 갈등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길어지는 의료 대란, 사면초가 한동훈 영부인 공천 논란까지? 상다리 휘는 야 물가 문제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지난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물가상승률은 작년 동월 대비 2.0%로 집계됐다. 이는 1.9%이던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정부는 이 점을 강조하며 물가 안정세를 강조했지만 당초 지난달 물가가 높았던 탓에 국민이 체감하긴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달 정부는 민주당이 발의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에 대해 거부권을 썼다. ‘현금 살포’ ‘표풀리즘’이란 지적이 나와도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된다는데 싫어할 국민은 없다”며 “추석을 앞두고 (25만원 지원법을)딱 잘라 거절했으니 이에 맞먹을 대응책을 가져와야 한다. 지지율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법안이든 지원금이든 국민이 피부로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윤 대통령은 “기초생활수급자 167만명에게 지급하는 생계급여를 추석 전 조기 지급하라”고 지시하면서 민생경제 분야서 승부수를 띄웠다. 같은 날 민주당은 당론으로 추진하던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역화폐법 개정안)을 국회서 의결하면서 마찬가지로 이슈 선점에 나섰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추진하던 25만원 지원법과 다를 바가 없다며 “내 세금 살포법”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대표적인 민생 법안을 정쟁 법안으로 활용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고 유감”이라며 맞불을 놨다. 용산을 향한 야당의 공세가 날로 거칠어지고 있다. 이에 맞서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야권 인사를 겨냥해 수사 속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공격 대상이 됐다. 김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권오수 전 회장 등의 2심 선고기일이 오는 12일 예정된 만큼 이를 덮기 위한 ‘급발진 수사’를 진행한 게 아니냐는 점에서다. 검찰은 오는 9일 신 전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공판기일 전 이뤄지는 증인신문에 “문 전 대통령도 참석하라”고 통보했다. 법적으로 따졌을 때 출석 의무는 없지만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보고 있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진다. 다시 쥔 총자루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는 문 전 대통령과 딸 문다혜씨에 대한 수사를 두고 “추석 명절 밥상에 윤석열, 김건희 대신 다른 이름을 올리기 위한 국면 전환용 기획수사”라고 비판했다. 대통령 부부에 대한 혐의는 덮어주는 검찰이 전직 대통령과 가족에 대해서는 도의를 무시하는 수사를 전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받는 김혜경 여사도 소환했다. 지난 5일 김 여사가 수원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것을 두고 민주당은 “야당 대표로 모자라 배우자까지 추석 밥상머리에 제물로 올리려는 정치검찰의 막장 행태”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윤정부는 집권 후 추석 밥상마다 이 대표를 올리려는 시도를 계속해 왔다”며 “검찰은 이번에도 반성은커녕 야당 대표의 배우자마저 검찰 포토라인에 세우겠다고 한다. 야당 대표에 대한 정치 탄압 수사가 검찰의 추석 기념행사냐”고 직격했다. 야당의 사법 리스크가 추석 밥상에 올라오나 싶더니 김건희 여사에 대한 새로운 의혹이 나오면서 순식간에 분위기가 뒤집혔다. 김 여사가 지난 4·10 총선을 앞두고 당시 5선이었던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에게 ‘지역구를 옮겨 출마하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야당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김 여사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추석 밥상에 올리면서 명품가방 수수 의혹부터 공천 개입 논란까지 전 방향으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대통령실은 김 전 의원이 당초 컷오프된 점을 들며 반박했지만 논란이 쉽게 가라앉진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소문이 무성하던 김 여사의 당무 개입과 선거 개입, 국정 농단이 실제로 있었다는 것이 되기 때문에 경악할 수밖에 없다”며 “‘김건희 특검법’에 이를 포함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엄포를 놨다. 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도 “당시 총선을 진두지휘했던 한 대표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며 “두 사람 모두 대답하지 않을 경우 김건희씨의 국정 농단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야당의 발목을 잡나 싶었지만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이 등장하면서 한순간에 모든 이슈를 빨아들인 형국이다. 용산이 코너에 몰린 상황서 여당이 난관을 헤치고 새로운 의제로 판을 엎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끝까지 시끌벅적 하지만 ‘N번째 윤-한 갈등’이 불거진 시점서 당에 큰 기대를 하기엔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여당이 합심해 추석 밥상을 차리고 싶어도 자꾸만 손발이 엇나가니 오히려 민주당만 득을 본다는 설명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국민의힘과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을 지켜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한 대표가 제3자 특검법을 입 밖으로 내뱉은 순간 야당에 꽃놀이패를 직접 쥐어준 것과 다름없다. 한 대표가 용산과 언제 또 충돌할까 지켜보는 당 입장에서는 조마조마하다”고 토로했다. 다음 달 재보궐선거가 치러질 부산 금정구서 만에 하나 국민의힘이 패배한다면 한 대표 사퇴 요구로 이어질 것이란 구설이 여의도 정가를 떠돈다. 지난해 강서구청장 선거서 국민의힘이 패배하자 김기현 전 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처럼 한 대표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아직은 친한(친 한동훈)계 보다 친윤(친 윤석열)계 비중이 큰 만큼 당이 갈라지진 않겠지만 60%가 넘는 당원이 선택한 당 대표를 쫓아내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정 갈등마저도 야당의 반찬으로 내어줬다. 용산이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 카드를 제시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용산은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반기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국정 브리핑서도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가 아니라 제가 살아오면서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라며 국회 정상화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사실상 이 대표와의 만남을 거절한 셈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첫 영수회담은 지난 4월29일이었다. 윤정부 출범 이후 720일, 4·10 총선이 끝난 지 18일 만이었다. 당시 총선서 국민의힘이 참패하자 국정 전환용으로 ‘소통하는 정부’를 내세웠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지금처럼 민주당이 온갖 리스크를 꺼내 들고 국정 지지율이 하락하는 시점서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영수회담에 응하지 않겠냐는 설명이 나오는 이유다. 꽉 막힌 국회 탄핵 거부권만 도돌이표 분위기 반전시킬 영수회담 카드 꺼낼까 이 대표는 지난 8·18 전당대회서 재임에 성공한 직후부터 줄곧 대화를 요청해 왔다. 윤 대통령 입장서도 제1야당 대표와의 만남을 무기한으로 미룰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첫 번째 영수회담처럼 ‘안 만나느니만 못하다’는 지적이 나올 경우, 오히려 용산의 실책으로 이어질 우려가 제시된다. 지난 1일 여야 대표 회담이 빈손으로 끝난 만큼 대통령조차 야당 대표를 설득하는 데 실패한다면 민주당이 “불통” “꽉 막힌 소통” 등 공격적인 논평을 쏟아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영수회담이 이뤄져도 꽁꽁 얼어붙은 정국이 풀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하다. 지난 5일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제22대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여야정 민생협의체’를 제안했다. 하지만 연설 후반부에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조준하자 야당 측 의석서 반발이 터져 나왔고 민생협의체 논의는 뒷순위로 밀렸다. 야당 의원들 사이서 윤 대통령이 보내온 추석 선물을 거부하는 ‘선물 보이콧’도 일어났다. 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자신의 SNS에 추석 선물 사진과 함께 “용산 대통령로부터 배달이 왔다”며 “받기 싫은데 왜 또다시 스토커처럼 일방적으로 (선물을)보내시나”라고 글을 게시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스토커 수사’나 중단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혁신당 김준형 의원도 “‘선물 보내지 마시라’고 분명히 말했지만 외교도, 장관 임명도 마음대로”라며 “(국회)개원식 불참까지 제멋대로 하더니 안 받겠다는 선물을 기어이 보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은 “당장 눈앞에 택배기사님 고충을 생각하시는 것부터 시작하시라. 참고로 대통령실 명절선물은 지역주민들의 피땀으로 만든 특산품”이라고 말하는 등 국회 곳곳서 잡음이 일기도 했다. 한 차례 고비를 넘겨도 용산의 앞날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눈앞에 놓인 국정감사와 예산 심사가 끝나면 수능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4대 개혁(연금·의료·교육·노동) 중 교육개혁이 다시 한번 주목받는 때이기도 하다. 이제 곧 수능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석에 의료개혁이 문제가 됐다면 그다음으로는 교육개혁이 화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교육개혁이든 의료개혁이든 취지는 좋은데 문제는 이 개혁안을 벌여놓고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니 사방서 문제가 동시에 터지는 것”이라며 “의대 증원으로 인해 올해 수능은 ‘초긴장 모드’다. 지난해 ‘킬러 문항’으로 사교육계가 크게 반발한 만큼 정부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의협 당직 병원 반발 “추석에 아프면 대통령실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정부의 추석 연휴 당직병원 운영 방침에 크게 반발했다. 앞서 정부가 추석 연휴 기간에 약 4000곳을 대상으로 당직 병·의원을 운영할 계획을 밝히자 “민간 의료기관에 부당한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고 반박한 것이다. 아울러 의협은 의사 회원을 대상으로 “대통령은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한다”며 “추석 연휴 응급진료 이용은 정부 기관이나 대통령실로 연락하시기 바란다”는 공지를 전송했다. 공지 말미에는 ‘02-800-7070’라는 연락처를 덧붙였다. 이는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이 제기되던 당시 논란이 됐던 대통령실 번호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