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중대한 고비 맞은 백종원

점주들하고 대판 붙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최윤성 기자 = 백종원이 대표로 있는 더본코리아의 산하 브랜드 ‘연돈볼카츠’ 점주들이 “본사가 허위·과장된 매출과 수익률로 가맹점을 모집해 피해를 봤다”며 단체행동에 나섰다. 이에 더본코리아는 입장문을 내고 일부 가맹점주들의 주장은 명백히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며 반박에 나섰다.

더본코리아가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아 코스피 상장을 재추진 중인 가운데 이번 점주들과의 갈등이 기업공개(IPO)에 걸림돌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17일 <한겨례> 보도에 따르면 요리연구가 겸 방송인 백종원 대표(이하 백 대표)가 이끄는 더본코리아 산하 ‘연돈볼카츠’ 점주들이 최소한의 수익률 보장을 요구하며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신고 등 단체행동에 나섰다. 가맹점주들은 “본사가 허위·과장 매출액과 수익률을 약속하며 가맹점을 모집해 피해를 봤음에도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악재 터진 
연돈볼카츠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에 따르면 본사가 월 3천만원 이상의 예상 매출액을 제시하며 가맹점주들을 유치했으나 실제 매출액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연돈볼카츠는 지난 2018년 방영된 SBS <골목식당>을 통해 화제를 모은 돈가스집 연돈서 출발한 브랜드다.

이후 백 대표는 연돈을 자신이 운영하는 제주 서귀포시 호텔 더본 바로 옆 건물로 이전시켰으며 2021년부터는 연돈볼카츠라는 이름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다. 


점주들은 지난 2022년 본격적인 전국 가맹점 모집에 나선 연돈볼카츠 본사가 예상 매출액·수익률을 부풀렸다고 주장한다.

점주 A씨는 “월 예상 매출액을 3000~3300만원으로 제시하는 본사를 믿고 1억원 넘는 돈을 들여 점포를 열었지만 실제로는 그 절반 이하인 1500만원 남짓에 불과했다”며 “매출 대비 수익률도 20~25%라고 했지만 7~8% 수준에 그쳤다”고 토로했다. 

원가율 역시 본사가 안내한 36~40%보다 높은 45% 수준이었다고 점주들은 호소했다. 임대료·운영비·배달 수수료까지 부담하면 남는 게 없다는 것이다. 

공정위에 등록된 연돈볼카츠 가맹사업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점포당 연평균 매출액은 2억5970만원이었지만 지난해엔 1억5690여만원으로 1년 새 40% 가까이 감소했다. 

매출액이 1500만원, 수익률이 7~8%라면 점주가 손에 쥐는 돈은 한 달에 100만원 남짓에 불과하다. 같은 시기 더본코리아의 매출액은 2820여억원서 4100억여원으로 45.4%가 늘었으며 당기순이익도 159억여원서 209억여원으로 31.4% 증가했다. 

또 점주들은 신메뉴 개발, 필수물품 가격(물대) 인하, 판매가 인상 등을 여러 차례 요구했으나 본사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신규 개점했던 83곳 중 현재 남은 매장은 30곳이 채 되지 않는다. 

점주 B씨는 “요식업 해결사를 자처하면서 왜 자사 브랜드는 내버려두느냐”고 불만을 제기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경기도 가맹거래사업 분쟁조정협의회에 분쟁조정을 신청한 바 있다. 


지난달 분쟁조정 과정서 “점포당 일정액의 손해액을 배상하라”는 중재안이 제시됐지만 본사는 이를 거부했다는 게 점주들 주장이다. 

본사 월 3000만원 이상 매출 약속?
허위 계약? “수익 장담 사실 없어”

이에 더본코리아는 연돈볼카츠 점주들이 최소한의 수익 보장을 요구하며 단체행동에 나선 것과 관련해 해명 및 반박에 나섰다.

더본코리아는 지난 18일 입장문을 내고 “최근 일부 가맹점주들이 당사가 가맹점 모집 과정서 허위·과장으로 매출액과 수익률을 약속했다는 등의 주장을 개진함에 따라 이를 인용한 일부 언론 보도가 있었다”며 “그러나 일부 가맹점주님들의 주장은 명백히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어 “연돈볼카츠 가맹점의 모집 과정서 허위나 과장된 매출액, 수익률 등을 약속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더본코리아는 가맹계약 등의 체결 과정서 전국 매장의 평균 매출액, 원가 비중, 손익 등의 정보를 객관적인 자료에 기초해 투명하게 제공했다는 설명이다. 

더본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연돈볼카츠 월 매출은 1700만원 수준의 예상매출산정서를 가맹점에 제공했다. 연돈볼카츠 가맹점들의 월평균 매출액은 동종 테이크아웃 브랜드의 월평균 매출액과 비교해 낮지 않은 수준이라는 주장이다. 

더본코리아는 “가맹점과의 상생을 위해 물품 대금 인하 등을 진행했다”며 “물품 대금 인하나 가격인상을 일방적으로 거부했다는 일부 가맹점주들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더본코리아는 연돈볼카츠 가맹점과 관련해 2022년 1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주요 메뉴의 원재료 공급가를 평균 15% 수준으로 인하했고 신메뉴 출시 후에는 해당 메뉴의 주요 원재료 공급가 역시 최대 25% 수준으로 낮췄다. 

이들은 “당사는 전 가맹점주님들과의 간담회 등을 통해 물품 대금에 관한 가맹점주님들의 의견에도 항상 귀 기울여 왔다”고 주장했다.

연돈볼카츠 가맹점의 감소와 관련해선 “대외적인 요건 악화, 다른 브랜드로의 전환 등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불만 폭발
이유가…


코로나19 이후의 시대 변화와 물가 인상 등에 따라 외식시장 여건이 전반적으로 악화된 상황서 일부 가맹점들의 경우, 협의를 통해 연돈볼카츠가 아닌 다른 브랜드로 전환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더본코리아는 “본건과 관련해 분쟁조정위원회가 제시한 조정(안)에 대해서도 수용 의사를 밝혔으나 일부 가맹점주들이 위 조정(안)을 거부해 조정절차가 종료된 것”이라며 “본건과 관련된 일부 가맹점주님들의 공정위 신고 등과 잘못된 언론 보도 등에 대해서 객관적 사실에 기초해 성실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돈볼카츠 가맹점주 7명은 지난 18일 서울시 강남구 더본코리아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공정위에 신고서를 제출했다. 

점주들은 본사가 연돈볼카츠 예상 매출액을 허위·과장 광고했다면서 경영 위기에 내몰린 가맹점주들의 생존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가맹점주 2명은 최근 폐점을 결정하고 집회에 참석했다. 

집회에 참석한 가맹점주들은 “과장된 매출 광고 가맹점주 다 속았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가맹점주들은 “본사가 2022년 초 홍보 홈페이지를 통해 하루 최고 매출이 338만원서 465만원이라고 광고했으나 개점한 지 한 달 후부터 매출이 줄어들기 시작했다”며 “대다수 매장이 적자를 면치 못해 빚에 허덕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윤기 연돈볼카츠 가맹점주협의회 공동회장은 “가맹본부가 3000만원 수준의 매출과 20∼25%의 수익률을 홍보했으나 실제 매출은 1500만원 정도에 그치고 수익률은 7∼8% 정도여서 (가맹점주는)월 100∼150만원 정도만 가져간다”고 말했다. 

또 일부 점주는 상품 가격을 올리려 시도했지만 본사가 합의해 주지 않았다고도 했다.

최근 폐점을 결정했다는 점주 C씨는 “계약서에는 본사와 가맹점주가 합의하면 가격을 조정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지만 본사는 가격 조정을 절대 합의해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점주들은 연돈볼카츠의 문제점으로 극히 낮은 재방문율을 공통으로 꼽았다. 백종원과 연돈의 이름을 보고 방문한 고객이 정작 맛에 만족하지 않아 매장을 다시 찾지 않는다는 것이다. 

점주 D씨는 “볼카츠를 교육하는 본사 매니저조차 제대로 된 볼카츠를 만들지 못했는데 이틀 교육받고 장사를 시작했으니 어떻겠느냐”라면서 “이런 부족한 교육과 메뉴로는 장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공정위 신고
결국은 금전

고객으로부터 받은 불만을 본사에 전달해도 반영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점주는 “볼카츠가 짜다거나, 만드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거나 하는 건의 사항을 남겼지만 반영되기까지 오래 걸렸고 결국 실망한 손님들은 유입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점주들은 “본사가 방송에 나온 연돈에 대한 호기심으로 찾아온 손님들이 발생시킨 매출을 근거로 단기간에 많은 가맹점을 내어주면서 본사의 이익만 극대화했다”고 주장했다. 

가맹점주 측 법률대리인 법률사무소 와이(Y) 연취현 변호사는 “가맹 희망자들에게 명시적으로 (기대)매출과 수익을 액수로 말하는 것은 가맹사업법 위반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의 가격 결정권을 침해한 행위도 공정위가 공정거래법 위반 예시로 들고 있는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더본코리아가 가맹점주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연돈볼카츠 일부 점주들이 단체행동에 나서기 전 금전적 보상을 요구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됐다. 

지난 19일 <한경닷컴>이 확보한 더본코리아와 연돈볼카츠 가맹점주들의 녹취록서 한 점주는 “1억5000만원이면 내가 협의회를 없애겠다”며 “내가 이런 말까지 드린 이유는 이쪽에 모인 협의회서 전국가맹점주협의회를 가고 이 준비 과정서 보상을 원하니까, 그 부분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녹취록은 지난해 7월 더본코리아 실무진과 예상 매출액과 실제 매출에 차이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한 연돈볼카츠 가맹점주 7인이 모인 간담회 대화 중 일부를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전적 보상을 요구한 해당 점주는 이전에도 다수의 프랜차이즈 브랜드 매장을 운영한 경력이 있다고 자신을 소개하며 이전부터 금전적인 보상을 언급했던 인물로 확인됐다. 

이 점주는 “5000만원이든, 6000만원이든 이런 합의점이 있다면 끝낼 것이고 저거 쳐주면 돈 받았다고 소문낼 거고, 1억원을 주면 조용히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녹취록 공개 “1억 주면 조용히”
코스피 상장 앞두고 암초 만나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더본코리아 측 관계자는 “저희는 사업 활성화 방안을 함께 얘기하러 나간 자리였는데 금전적인 보상안만 얘기하시니 그때부터 파행을 예감했다”며 “회사 입장에서는 금전적인 지원이 이뤄질 경우, 전 지점을 대상으로 해야 하는데 이들은 자신들만 대상으로 해달라고 하고 협의가 끝나면 조용히 있겠다고 하더라”고 상황을 전했다.

이런 가운데 더본코리아가 이미 공정위에 관련 심의를 요청한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이날 <YTN>에 따르면 연돈볼카츠 일부 가맹점주들의 신고에 앞서 지난 4월29일 공정위에 ‘허위 과장 정보 제공’에 대한 의혹을 판단해 달라며 자진 심의를 요청한 사실을 공개했다.

가맹점주들의 요구사항이 정당하지 않은데 점주들은 계속해서 위법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먼저 심의를 요청했다는 설명이다.

한편 더본코리아는 창립 30주년인 올해 코스피 상장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이번 갈등으로 더본코리아가 추진 중인 기업공개(IPO)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더본코리아는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하고 IPO 절차를 준비 중에 있다. 상장 작업에 돌입한 더본코리아의 예상 몸값은 약 4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더본코리아는 지난 2018년 NH투자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한 뒤 2020년 증시 입성을 추진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외식산업 전체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상장을 보류했다. 엔데믹 전환 후 외식 경기 회복과 브랜드 확장으로 매출 규모를 키우며 IPO 계획이 탄력을 받았다. 

이번 논란 이전만 해도 더본코리아의 시장의 분위기는 양호했다. 더본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5.5% 증가한 4107억원으로 사상 최대였다. 영업이익도 2020년 82억원, 2021년 195억원, 2022년 258억원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다만 이번 갈등은 기업가치가 다소 떨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프랜차이즈 기업에 대한 상장 문턱이 높은 만큼 상장되기 위해선 가맹점주와의 갈등이 부각되는 점은 큰 리스크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말에는 12개이던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도 25개로 불어났다. 늘어난 13개 브랜드 중 8개가 2020년 이후 론칭됐다. 외식 프랜차이즈 운영 외에도 호텔과 유통 사업도 하고 있다. 더본코리아는 지난 2018년 상장 추진을 앞두고 사업 다각화에 나서면서 발을 들였다.

호텔 부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7억9000만원, 유통 부문은 6억원이다. 

더본코리아는 지난 1월 주당 2주를 지급하는 무상증자도 진행한 바 있다. 비상장기업의 무상증자는 일반적으로 유통 가능 주식수를 늘려 IPO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준비 작업으로 풀이된다.

“사실무근”
일방 주장?

지난 1993년 식당을 창업한 백 대표는 이듬해인 1994년 더본코리아 법인을 설립했다. 백 대표는 더본코리아의 지분 76.69% 보유한 최대주주다. 2대 주주는 21.09%를 보유한 강석원 부사장이다. 한편 더본코리아는 한신포차, 새마을식당, 빽다방, 역전우동, 홍콩반점0410 등 25개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yuncastl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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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