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유튜브계 백종원’ 은현장

당당함 온데간데 없고…머리 숙이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창업으로 서민 성공 신화를 썼던 은현장씨가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한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핵심이었다. 이외에도 여러 의혹이 제기되면서 은씨는 네이버 카페 조회 수를 올리는 프로그램을 쓴 사실을 인정했다. 그의 나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은현장씨는 ‘유튜브판 골목식당’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코로나19 사태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자영업자들을 돕기 시작했다. 직접 가게를 찾아가 컨설팅과 솔루션을 제공하는 등 ‘제2의 백종원’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그를 향해 여러 의혹이 제기되면서 유튜브를 접는 등 비판도 커지고 있다.

반지하서…
성공 신화

은씨는 어렸을 때 생활고에 시달렸다고 한다. 가게서 네 식구가 다 자기도 하고, 중학교 때는 반지하서 살았을 만큼 형편이 좋지 않았다. 이 때문에 그의 목표는 돈을 버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부모님이 공부를 강요하면서 가출을 하거나 피자집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교와는 거리가 멀어지기도 했다.

당시 담임교사가 은씨에게 추천한 건 직업반에 진학해 요리를 배우는 것이었다. 이때부터 은씨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파는 걸 목표로 살았다.

그는 유튜브 활동을 시작하기 이전 곱창 식당을 운영했다. 장사가 잘 되면서 치킨집까지 운영했지만 처음에는 순탄치 못했다. 이후 대박이 나게 되고 프랜차이즈로 급성장했다. 이 치킨집이 바로 ‘후라이드 참 잘하는 집’이다.


돈을 버는 삶에만 집중한 은씨는 건강 문제와 번아웃으로 해당 치킨 프랜차이즈 사업을 200억원에 매각했고, 이후 현재까지 500억원 정도를 보유한 자산가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생 놀 수 있는 수준의 돈을 벌었으나 어린 시절부터 돈 벌기에만 몰두한 나머지 그의 곁에는 진정한 친구가 많이 없었다고 한다. 이때부터 은씨는 몰려오는 공허함과 허탈감을 없애려 유튜브판 골목식당 콘텐츠를 기획해 자영업자들을 도와주기 시작했다.

처음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취미, 재미, 명예, 자존심 등 때문이었다고 한다. 유튜브를 그만두려고 벼랑 끝에 있을 때 즈음 유튜버 채널 ‘30대 자영업자 이야기’ 측이 아무런 준비 없이 그냥 영상을 찍자고 제안했다. 그 영상이 바로 한강서 소주, 감자깡 먹는 영상이다. 원래의 구독자 수 목표는 10만명이었다.

그는 코로나 여파로 매출 타격을 입었거나 사업 수완이 부족한 자영업자를 찾아가 가게를 심폐 소생하는 모습을 유튜브에 담으면서 또 다른 성공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특히 2030 사이서 열렬한 팬덤이 형성돼있는데, 그가 라이브 스트리밍을 켜거나 설루션 장소·시간을 미리 공지하면 그 가게 앞에 수백명의 인파가 몰렸다.

그렇게 해당 가게를 접해본 지역 사람들이 단골이 돼 다시 가게를 찾으면서 영업 선순환이 이루어졌다.

치킨 프랜차이즈 사업 매각해 대박
돈 버는 게 목표 어린 시절 생활고

일본 요식업계의 전설인 우노 다카시와 달리 은씨는 ‘장사의 신’이란 타이틀에 ‘매울 신(辛)’ 자를 쓴다. 그리고 이름처럼 존폐 위기에 몰린 사장들에게 ‘매운 맛’을 제대로 보여준다. 가게가 왜 망할 수밖에 없는지, 생채기에 소금 뿌리듯 직언을 던지고 때로는 쌍욕을 퍼부으며 “잠은 죽어서 자라” “모든 걸 쏟아부어라”고 다그친다.


음식 맛, 메뉴판, 가격, 배달앱 팁 등 노하우가 전수되고, 무엇보다 업주들의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성공 비결을 전수하는 여느 멘토링 프로그램과 달리, 은씨의 채널이 유독 인기를 끌었던 건 다 죽어가는 자영업자의 재기 스토리를 은씨와 구독자가 함께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3평 고시원 살며 수천만원 빚에 허덕이는 장사 경력 17년 차 삼겹살집 사장, 코로나로 벌이가 사실상 끊기면서 이혼 위기에 내몰린 황태집 사장, 두 아이 아빠면서 카드 돌려막기로 가게 월세 내는 20대 족발집 사장 등 곡절 많은 사연을 가진 자영업자들이 진정성 있는 은씨의 솔루션과 구독자의 ‘돈쭐’에 다시 일어서기도 한다.

은씨는 채널A <서민갑부 폐업 탈출 대작전>에 출연해오기도 했다. 지난해 의정부 정육점 식당을 찾았을 당시 정체성 없는 메뉴 구성과 충격적인 국밥 육수 조리 과정이 공개돼 MC들을 충격에 빠트렸으나 눈물을 쏟아내며 절실하게 도움을 청하는 사장의 진심에 은씨는 솔루션을 제시해 주기로 했다.

당시 그는 고기 손질법부터 ▲초벌 과정 ▲갈비 김치찌개 레시피까지 전수했다. 긴급 점검으로 불시에 정육점 식당을 찾은 은씨와 MC 제이쓴은 기대 속에 갈비 김치찌개를 시식하지만 기대와 달랐다.

사장들에게
매운맛 조언

당시 은씨는 “이건 김치찌개가 아니라 김칫국”이라고 혹평을 쏟아냈다. 해당 방송에서의 은씨의 독설은 타 식당서도 마찬가지였다. 준비 기간도 없이 급하게 가게를 인수해 10개월째 운영하고 있는 반려동물 수제 간식집을 찾은 은씨는 “도대체 이 가게의 매력이 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수제 간식보다 더 많은 기성품을 판매 중인 데다, 수제 간식 클래스를 위해 만든 가게임을 알면서도 “클래스를 안 하는 게 목적”이라며 상황을 무마하려 하는 태도에 은씨는 화를 냈다. 이어지는 은씨의 일침에 그제야 사장은 “클래스를 하려고 한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채널A 시청자위원회 첫 회의에선 지난해 7월 방송을 시작한 <서민갑부 폐업 탈출 대작전>에 출연하는 은현장 대표가 자영업자를 돕는 모습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태도에 대한 지적을 여러 차례 했다.

이 같은 은씨의 독설은 지난해 11월 채널A 시청자위원회 회의록서 문제가 됐다. 채널A는 “제작진은 지속적으로 욕설과 비속어 금지하지만 독한 맛의 조언을 유지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으며 (욕설 비속어 금지는)향후 방송분에 적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채널A는 “이와 함께 방송을 통해 독한 지적의 이유, 그 뒤에 숨은 진정성, ‘장사의 신’에 걸맞은 전문성을 알리는 장치 등을 준비해 반영하고 있다”며 “방송 기준 약 7주 전에 촬영이 시작되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즉각 적용되지 못한 점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사과했다.

한 시청자위원은 “<서민갑부 폐업 탈출 대작전> MC를 맡고 있는 은현장 대표가 사연자에게 반말을 했다가 존댓말을 했다가 하는 식으로 왔다갔다 하는 것이 거슬렸다”며 “반말을 할 수는 있겠지만, 불편함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채널A는 이날 답변을 통해 “은씨의 태도와 관련된 문제가 지속적으로 많이 지적되고 있다. 아무래도 유튜브서 장시간 본인 콘텐츠를 하면서 생긴 습관들이 아직 몸에 배어 있어서 초반에는 그런 색깔을 많이 빼내고 방송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만드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고 사과했다.

“뒤졌어!”
“짜증 나?”

또 다른 시청자위원도 “은씨가 도움을 주는 건 분명하지만 너무 지나친 표현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조금 도를 넘는 표현이 꽤 있어서 업주도 불편하지만 시청자들도 불편한 느낌이 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 시청자위원에 따르면, 불편하게 느낀 발언으로 1~2화서 “유튜브였으면 넌 뒤졌어” “야” “씨” “음식을 잘할 것 같지가 않아” “짜증 나” 등이 있었다.

이 같은 지적이 계속되자 은씨의 반말과 독설이 줄기도 했다. 강한 어조의 말을 할 때도 솔루션을 할 시간이 부족하기에 효과를 내기 위해 직설적으로 얘기한다는 취지로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시청자위원회는 시청자를 대표하는 각계각층의 위원들이 방송 내용에 관해 의견을 제시하는 기구로 방송법에 근거해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 등 방송사들이 운영하고 있다.

은씨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라이브서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나 ‘에펨코리아’서 자신에 관한 허위 사실을 지속적으로 유포하거나 사기꾼으로 몰아가는 게시물을 전부 캡처해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확장되자 언론 보도가 이어졌는데 ‘후라이드 참 잘하는 집’ 프랜차이즈 매각 대금이라고 밝혔던 200억이 허위라는 사실과 매각처인 드라마 제작기업 초록뱀미디어의 계열사이자 연예기획사인 티엔엔터테인먼트의 주가조작 연루 등의 의혹이 제기됐다.

은씨의 인지도가 높아질수록 갖가지 의혹도 제기됐다. 은씨가 운영하던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를 사들인 기업의 공시에 따르면, 현금 10억원과 전환사채 50억원에 주식 매각 계약이 이뤄졌다는 것. 은씨가 밝힌 매각 대금과 실제 매각액에 차이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됐다.

자영업자 솔루션 선행 뒤 잇단 논란
주가조작 의혹에 매크로 운용 나락행

이에 은씨는 “200억원의 매각 대금을 한 번에 받은 건 아니지만, 200억원을 받은 건 맞다”면서 계좌 입금 내역을 공개했다. 또 초록뱀미디어 관련 의혹에 관해서도 “제가 관련이 있다면 어떠한 처벌도 달게 받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회사 매각 대금 받은 것도 인증해서 올렸는데 안 믿고, 사업자 홈택스 캡처한 거 올렸는데도 안 믿는다”며 “주가조작 안 했다고 했는데도 안 믿는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은씨는 또 ‘장사의 신’ 채널 운영은 중단을 통해 피해 규모를 입증하고, 배상 청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악플러들 때문에)내가 어떤 피해를 봤는지 증명하는 게 진짜 힘든데 제가 방송하지 않고 수익이 없으면 그걸로 증명할 수 있지 않겠냐”면서도 “절대로 그 사람들이 다시 일어나지 못하도록, 감당할 수 없을 수준의 비용으로 하겠다”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같은 달 28일 해명 방송서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 김세의씨의 슈퍼챗에 발끈해 각자 채널을 걸고 내기를 하자고 제안했으나 김씨의 취재 의지만 더 불태우게 되자 바로 사과하고 댓글로도 재차 사과했다. 다시 방송을 켜 유튜브 중단을 선언하고 2억원짜리 USB를 입수했다며 악플러들을 고소하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김씨가 보낸 슈퍼챗 50만원도 돌려주겠다 약속했으나 다음 날까지 해당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이후 유튜브 채널 ‘카라큘라 미디어’는 지난달 29일 라이브를 통해 ‘장사의신 유니버스’로 묶인 것에 관해 “은씨와 절친한 사이가 아니다. 직접 은씨를 둘러싼 의혹들을 정리해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은씨는 지난 1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서 “네이버 카페 운영에 대해 사죄드릴 게 있다”며 “2022년 8월경 네이버 카페를 만들었고, 이 카페를 활성화하기 위해 많은 것들을 시도했다. 카페를 운영해본 지인의 소개로 카페 자동 관리 프로그램이 있음을 알게 됐다. 자동으로 댓글을 달아주고, 조회수도 올려주는 프로그램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인받은 전문가 플랫폼서 개발자에게 의뢰해 만드는 프로그램이었기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사용했다”며 “광고 글이나 회원들의 게시글에서 조회수를 10~15씩, 많을 땐 몇백씩 올렸다. 하지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중지했다”고 언급했다.

또 “현재 광고주들과 단톡방으로 소통하고 있다”면서 “보상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보상하겠다”고 했다.

200억
진실은?

이와 관련해 일부 누리꾼들은 “자동으로 댓글 달아주고, 조회수도 올려주는 프로그램이 어딜 봐서 큰 문제 없나” “결국 매크로가 맞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 일부 누리꾼은 “암암리에 (매크로)다 한다” “쇼핑몰은 리뷰 작업이랑 상위 노출하려고 저런 거 다 한다. 문제 삼으면 문제 되는 거고 ‘장사의 신’이 마음에 안 드니까 다들 이러는 것” 등의 옹호 의견도 제기됐다.

<hounder@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