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조폭과의 전쟁 중간 점검

‘문신충’ 어리다고 안 봐준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검찰이 이른바 MZ 조폭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점조직에 보이스피싱, 온라인 도박장 운영 등 신흥 범죄가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1990년대 치러진 범죄와의 전쟁 21세기판인 것이다. 최근 법령 개정으로 보이스피싱과 코인 사기 등에도 범죄단체조직 혐의가 적용이 가능한 만큼 해당 법에 관한 양형기준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조폭과의 전쟁을 선포한 지 일주일 만에 다시 강력대응을 지시했다. 그는 유흥업소 이권을 다투다 도심 번화가서 흉기를 휘둘러 1명이 숨진 이른바 ‘광주 칼부림’ 사건에 대해 “배후의 폭력조직 개입 여부까지 철저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검찰총장
강력 지시

대검찰청에 따르면 이 총장은 이종혁 광주지검장으로부터 해당 사건 관련 수사 상황을 보고받고 “초동단계부터 경찰과 긴밀히 협력해 살인 사건 자체는 물론, 사건의 발단 및 배경이 된 유흥업소 이권 다툼 과정서의 불법과 그 배후의 폭력조직 개입 여부까지 철저하게 수사해 근절하라”고 말했다.

이 총장은 아울러 “유흥가 주변 불법 폭력 범죄에 대해 총력을 기울여 엄정 대처함으로써 동종 범행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앞서 이 총장은 지난 6일, 일선 검찰청에 집단 난투극이나 흉기 위협 등 ‘고전적 조폭 범죄’뿐 아니라, 온라인 도박사이트 운영과 불법사채 등 새로운 유형 범죄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며 조직폭력 범죄 엄정 대응을 특별 지시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총장은 ‘시민 위협 조직폭력범죄 엄정 대응’을 지시했다.

이 총장은 “조폭으로 인해 국민 불안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조폭이 유흥가 등을 배경으로 폭력을 행사하거나 금품을 갈취하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20~30대 젊은 층들이 경제적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단기간에 여러 조직원들을 규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온라인 도박사이트 운영, 불법사채, 주식 리딩방, 투자사기 등 신종범죄를 저질러 우리 사회의 새로운 범죄 세력으로 급격히 떠오른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 총장은 “폭력, 갈취 등 기존 범죄뿐 아니라 신종범행에 대해서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라”며 “현장서 폭력을 저지르거나 범행을 실행한 하위 조직원들은 물론, 그 배후서 지시·공모·가담한 배후세력까지 철저히 수사해 처벌하라”고 무관용 원칙을 강조했다.

‘민생 혼란’ 신흥 범죄 강력 대응
전국 날뛰는 4세대 간 큰 조폭들
 

공판 단계서의 적극 대응도 주문했다. 그는 “피해자를 상대로 합의를 강요하거나 회유를 시도한 사실이 적발되면 더욱 엄하게 구형하라”며 “적극적으로 구형 의견을 개진해 상응하는 처벌을 받도록 하고, 형량이 그에 미치지 못하면 상소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폭 범죄의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 ▲불법 범죄수익 등 철저한 추적 및 박탈을 강조했다.


이 총장이 이렇듯 조직폭력범죄에 혈안이 된 이유는 이른바 MZ 조폭들이 민생 범죄를 저지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총장은 취임 때부터 임기를 3개월 앞둔 현재까지 민생범죄 대응을 누차 강조하고 있다. 주변 참모들에게 “훗날 정치수사에 주력했던 총장이 아니라, 민생범죄를 적극적으로 해결했던 총장으로 남고 싶다”고 언급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검찰 관계자는 “서민들을 상대로 불법사채, 금융사기, 금품갈취, 도박사이트 등 갖가지 범죄를 저지르는가 하면, 호텔·주점·장례식장·사우나 등 시민들의 일상생활 공간서 문신을 드러내고 조폭식 굴신인사를 하며 조직폭력배임을 과시하는 등으로 국민들의 불안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MZ 조폭이라 불리는 20~30대의 젊은 층들이 인터넷·SNS 등을 통해 단기간에 여러 조직의 조직원들을 규합해 각종 신종범죄를 저지르고 있어 이에 대한 강력 대응을 지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1990년대 이전 유흥업소 등 이권 장악을 위해 폭력을 행사하던 조폭을 1세대, 부동산 시행사나 아파트 분양 등 부동산시장에 진출해 불법 수익을 편취 하던 조폭을 2세대로, 2000년대 들어 무자본 인사 합병(M&A)과 주가조작 등 금융범죄를 주로 자행했던 조폭을 3세대로 지칭하고 있다. 

조직 규합
신종 범죄

최근 들어 온라인 도박장 개장이나 보이스피싱·불법리딩방 사기 등 신흥 범죄를 저지르는 MZ 조폭을 4세대로 보고 있다. MZ 조폭이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압구정 롤스로이스 남성의 마약 운전 사건이다. 

지난해 8월 서울 압구정동서 약물에 취한 채 롤스로이스 차량을 운전하던 20대 남성 A씨는 인도로 돌진해 지나가던 행인을 숨지게 했다. A씨는 이에 지난 1월 1심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해당 사건으로 A씨는 롤스로이스 남으로 불리며 대중의 공분을 산 바 있다.

경찰은 온몸에 문신을 하고 일정한 직업이 없던 A씨가 고가의 외제차를 운행하며 태연히 불법 행위를 저지르자 자금 출처를 쫓기 시작했고 결국 MZ 조폭의 꼬리가 세상에 드러나게 됐다.

검찰 관계자는 “서민을 괴롭히는 조직범죄에 대한 효율적인 대응은 검찰의 가장 중요한 책무”라며 “1980년대까지는 검찰 특수부 내에 조직폭력 전담 검사를 두고 주요 폭력조직이나 수괴급 폭력배를 중심으로 다양한 단속활동을 전개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1990년 정부서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을 계기로 서울, 부산, 대구, 인천, 수원, 광주 등 6대 지검에 강력부를 신설하고 폭력조직에 대한 전면적인 단속에 착수했고 서방파, 양은이파 두목 등 수괴급 폭력배 200여명을 포함해 조직폭력배 2만3000여명을 단속, 폭력조직을 효율적으로 제압했다”며 “1990년 이후 폭력조직 167개파를 범죄단체 구성 혐의로 처벌한 것은 전 세계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2000년대에 이르러 수감 중인 폭력배들이 대거 출소한 것을 계기로 폭력조직을 재건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합법적인 기업가로 가장하는 등 그 범행 수법도 갈수록 교묘해지는 것에 면밀히 대응했다”며 “이번 MZ 조폭들에 신흥 범죄 대응 방법도 면밀히 검토하면서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잡아도
잡아도…


최근 검찰은 최근 조폭들이 민생을 불안하게 하거나 서민들의 재산을 노리는 범죄에 대해 강력 대응 중이다.

부산지검 동부지청은 부산 해운대서 조폭끼리 집단 난투극을 벌인 사건을 수사하고 있고, 인천지검은 도심 내 시민을 집단으로 보복폭행한 조폭 25명을 지난해 12월 재판에 넘겼다. 광주지검은 도박사이트 운영 및 자금세탁을 한 혐의로 조폭 34명을 지난해 12월 기소했고, 서울중앙지검도 하얏트 호텔서 난동을 부린 목포 ‘수노아파’ 조직원 39명을 지난해 6월 재판에 넘겼다.

‘제2의 범죄와의 전쟁’답게 검찰과 경찰은 MZ 조폭 수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3월18일부터 국민 일상을 위협하는 조직폭력 범죄에 대해 오는 7월17일까지 4개월간 특별단속을 실시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조직폭력 전담수사팀(전국 형사기동대·경찰서 341개팀 1614명)을 중심으로 전통적인 조폭범죄뿐 아니라 조폭이 개입한 투자 리딩방 사기, 도박 등 범죄에 대해서도 단속 중이다.

구체적으로 ▲조폭 개입 신종 사기(리딩방 등)·도박 등 국민 체감 약속 과제 ▲조폭 개입 불법 대부업·대포 물건 등 기업형·지능형 불법행위 ▲집단폭행·건설현장 폭력행위 등 서민 대상 불법행위 등을 중점 단속 대상으로 삼고 있다.

아울러 경찰은 신설 형사기동대를 중심으로 조직폭력배 회합 등 첩보 입수 초기 단계부터 선제적 우발 대비 중이며 폭력조직원 간 충돌 방지를 위한 예방 활동도 함께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기존 폭력 조직의 세력확장을 억제함과 동시에 신규 조직과 신종 조폭 범죄에 대해 더욱 엄정하게 수사 중”이라며 “조직폭력배로부터 범죄 피해를 보았거나 이를 목격한 경우 적극적인 신고와 협조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검찰에서는 경찰의 초동수사를 도와 범죄자 검거에 도움을 주는 한편 조직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피해자 보호와 범죄수익 완전 박탈까지 일련의 단위로 이뤄질 수 있는 ‘원스톱(ONE-STOP)’ 수사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5년간 증가…지난해 3272명
폭력 줄고 사행·사기 늘어

이로 인해 4세대 조직범죄는 형법 114조가 규정하는 범죄집단·단체의 개념에 포섭돼 가중처벌을 할 수 있다. 부패재산몰수법 등의 적용으로 범죄수익환수와 피해 환부 등도 가능하다. 

한 강력부 검사 출신 변호사는 “지난해부터 검찰은 조폭과의 사실상 전쟁이 선포한 상태”라며 “일상의 거리서부터 넓게는 자본시장까지 조폭들이 진출해 있는데, 조폭이 그룹 회장 되는 세상”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이런 상황서 강력 대처한다는 말로 끝나지 않고 앞으로는 조폭에 가담됐다, 연계됐다고 하면 선처받기는 기대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MZ 조폭은)SNS 등으로 사람을 모으다 보니 지역도 상관없고 사이버, 사행성 범죄로 돈도 많이 벌어 비싼 변호사를 고용해 법망을 피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검찰도 아지트를 습격하기보다 디지털 포렌식 같은 (수사)방식에 치중하고 있다. 전화나 메신저 내용이나, 압수수색만 잘하면 그 안에 자료가 풍부하게 남아 있어서 오히려 수사하기 수월한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과 경찰이 MZ 조폭의 신흥 범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것은 통계서도 드러난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조직폭력범죄로 검거된 범죄자 수는 2020년을 제외하고 계속 늘어왔다. 2020년은 코로나19로 인해 대내외적인 활동이 뜸했기 때문에 주춤한 것으로 분석된다. 구체적으로 2019년에 3077명이 검거됐고 556명이 구속됐다. 2020년에는 2817명이 검거되고 531명이 구속되면서 감소세를 보였다, 

2021년부터는 계속 상승세를 보여왔다. 2021년 3027명서 2022년 3231명으로 가파르게 상승했으며 지난해에는 3272명으로 조금의 상승폭을 보였다. 하지만 구속된 범죄자 수는 2021년 120명 이상 증가한 656명을 달성하고 630명 밑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2022년에 633명, 지난해에는 642명이 구속됐다.

조직범죄로 검거된 범죄자들은 늘었지만 오히려 이들의 폭력행사 비중은 40.9%서 32.4%로 감소했다. 다만 신종범죄 대표 유형인 사행성 범죄 비중은 11.7%서 17.8%로 증가했다.

법조계에서는 과거 족보와 계보가 있는 관리 대상서 벗어나 MZ 조폭에 맞는 관리 방법과 양형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점조직이라
검거 어려워”

한 변호사는 “과거 조폭은 족보와 계보가 있어 경찰의 관리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에 죄를 지어 체포될 경우 자동으로 범죄단체 가입이나 조직죄를 적용할 수 있었지만 MZ 조폭은 전력이 없기 때문에 과거 방식의 개입이 불가능하다”며 “최근 법 적용 대상이 확대돼 조직적인 보이스피싱 범죄나 코인 사기죄에도 범단 혐의를 적용하지만 해당 죄를 저지른 범죄자 검서는 매우 어려운 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검찰과 경찰의 검거 인원이 늘어난 것은 칭찬받아야 할 일이지만 온라인 도박장 등 신흥 범죄가 일어나기 전에 대비하는 방법을 고안하는 게 숙제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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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