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조폭과의 전쟁 중간 점검

‘문신충’ 어리다고 안 봐준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검찰이 이른바 MZ 조폭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점조직에 보이스피싱, 온라인 도박장 운영 등 신흥 범죄가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1990년대 치러진 범죄와의 전쟁 21세기판인 것이다. 최근 법령 개정으로 보이스피싱과 코인 사기 등에도 범죄단체조직 혐의가 적용이 가능한 만큼 해당 법에 관한 양형기준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조폭과의 전쟁을 선포한 지 일주일 만에 다시 강력대응을 지시했다. 그는 유흥업소 이권을 다투다 도심 번화가서 흉기를 휘둘러 1명이 숨진 이른바 ‘광주 칼부림’ 사건에 대해 “배후의 폭력조직 개입 여부까지 철저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검찰총장
강력 지시

대검찰청에 따르면 이 총장은 이종혁 광주지검장으로부터 해당 사건 관련 수사 상황을 보고받고 “초동단계부터 경찰과 긴밀히 협력해 살인 사건 자체는 물론, 사건의 발단 및 배경이 된 유흥업소 이권 다툼 과정서의 불법과 그 배후의 폭력조직 개입 여부까지 철저하게 수사해 근절하라”고 말했다.

이 총장은 아울러 “유흥가 주변 불법 폭력 범죄에 대해 총력을 기울여 엄정 대처함으로써 동종 범행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앞서 이 총장은 지난 6일, 일선 검찰청에 집단 난투극이나 흉기 위협 등 ‘고전적 조폭 범죄’뿐 아니라, 온라인 도박사이트 운영과 불법사채 등 새로운 유형 범죄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며 조직폭력 범죄 엄정 대응을 특별 지시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총장은 ‘시민 위협 조직폭력범죄 엄정 대응’을 지시했다.

이 총장은 “조폭으로 인해 국민 불안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조폭이 유흥가 등을 배경으로 폭력을 행사하거나 금품을 갈취하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20~30대 젊은 층들이 경제적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단기간에 여러 조직원들을 규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온라인 도박사이트 운영, 불법사채, 주식 리딩방, 투자사기 등 신종범죄를 저질러 우리 사회의 새로운 범죄 세력으로 급격히 떠오른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 총장은 “폭력, 갈취 등 기존 범죄뿐 아니라 신종범행에 대해서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라”며 “현장서 폭력을 저지르거나 범행을 실행한 하위 조직원들은 물론, 그 배후서 지시·공모·가담한 배후세력까지 철저히 수사해 처벌하라”고 무관용 원칙을 강조했다.

‘민생 혼란’ 신흥 범죄 강력 대응
전국 날뛰는 4세대 간 큰 조폭들
 

공판 단계서의 적극 대응도 주문했다. 그는 “피해자를 상대로 합의를 강요하거나 회유를 시도한 사실이 적발되면 더욱 엄하게 구형하라”며 “적극적으로 구형 의견을 개진해 상응하는 처벌을 받도록 하고, 형량이 그에 미치지 못하면 상소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폭 범죄의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 ▲불법 범죄수익 등 철저한 추적 및 박탈을 강조했다.


이 총장이 이렇듯 조직폭력범죄에 혈안이 된 이유는 이른바 MZ 조폭들이 민생 범죄를 저지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총장은 취임 때부터 임기를 3개월 앞둔 현재까지 민생범죄 대응을 누차 강조하고 있다. 주변 참모들에게 “훗날 정치수사에 주력했던 총장이 아니라, 민생범죄를 적극적으로 해결했던 총장으로 남고 싶다”고 언급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검찰 관계자는 “서민들을 상대로 불법사채, 금융사기, 금품갈취, 도박사이트 등 갖가지 범죄를 저지르는가 하면, 호텔·주점·장례식장·사우나 등 시민들의 일상생활 공간서 문신을 드러내고 조폭식 굴신인사를 하며 조직폭력배임을 과시하는 등으로 국민들의 불안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MZ 조폭이라 불리는 20~30대의 젊은 층들이 인터넷·SNS 등을 통해 단기간에 여러 조직의 조직원들을 규합해 각종 신종범죄를 저지르고 있어 이에 대한 강력 대응을 지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1990년대 이전 유흥업소 등 이권 장악을 위해 폭력을 행사하던 조폭을 1세대, 부동산 시행사나 아파트 분양 등 부동산시장에 진출해 불법 수익을 편취 하던 조폭을 2세대로, 2000년대 들어 무자본 인사 합병(M&A)과 주가조작 등 금융범죄를 주로 자행했던 조폭을 3세대로 지칭하고 있다. 

조직 규합
신종 범죄

최근 들어 온라인 도박장 개장이나 보이스피싱·불법리딩방 사기 등 신흥 범죄를 저지르는 MZ 조폭을 4세대로 보고 있다. MZ 조폭이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압구정 롤스로이스 남성의 마약 운전 사건이다. 

지난해 8월 서울 압구정동서 약물에 취한 채 롤스로이스 차량을 운전하던 20대 남성 A씨는 인도로 돌진해 지나가던 행인을 숨지게 했다. A씨는 이에 지난 1월 1심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해당 사건으로 A씨는 롤스로이스 남으로 불리며 대중의 공분을 산 바 있다.

경찰은 온몸에 문신을 하고 일정한 직업이 없던 A씨가 고가의 외제차를 운행하며 태연히 불법 행위를 저지르자 자금 출처를 쫓기 시작했고 결국 MZ 조폭의 꼬리가 세상에 드러나게 됐다.

검찰 관계자는 “서민을 괴롭히는 조직범죄에 대한 효율적인 대응은 검찰의 가장 중요한 책무”라며 “1980년대까지는 검찰 특수부 내에 조직폭력 전담 검사를 두고 주요 폭력조직이나 수괴급 폭력배를 중심으로 다양한 단속활동을 전개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1990년 정부서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을 계기로 서울, 부산, 대구, 인천, 수원, 광주 등 6대 지검에 강력부를 신설하고 폭력조직에 대한 전면적인 단속에 착수했고 서방파, 양은이파 두목 등 수괴급 폭력배 200여명을 포함해 조직폭력배 2만3000여명을 단속, 폭력조직을 효율적으로 제압했다”며 “1990년 이후 폭력조직 167개파를 범죄단체 구성 혐의로 처벌한 것은 전 세계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2000년대에 이르러 수감 중인 폭력배들이 대거 출소한 것을 계기로 폭력조직을 재건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합법적인 기업가로 가장하는 등 그 범행 수법도 갈수록 교묘해지는 것에 면밀히 대응했다”며 “이번 MZ 조폭들에 신흥 범죄 대응 방법도 면밀히 검토하면서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잡아도
잡아도…


최근 검찰은 최근 조폭들이 민생을 불안하게 하거나 서민들의 재산을 노리는 범죄에 대해 강력 대응 중이다.

부산지검 동부지청은 부산 해운대서 조폭끼리 집단 난투극을 벌인 사건을 수사하고 있고, 인천지검은 도심 내 시민을 집단으로 보복폭행한 조폭 25명을 지난해 12월 재판에 넘겼다. 광주지검은 도박사이트 운영 및 자금세탁을 한 혐의로 조폭 34명을 지난해 12월 기소했고, 서울중앙지검도 하얏트 호텔서 난동을 부린 목포 ‘수노아파’ 조직원 39명을 지난해 6월 재판에 넘겼다.

‘제2의 범죄와의 전쟁’답게 검찰과 경찰은 MZ 조폭 수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3월18일부터 국민 일상을 위협하는 조직폭력 범죄에 대해 오는 7월17일까지 4개월간 특별단속을 실시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조직폭력 전담수사팀(전국 형사기동대·경찰서 341개팀 1614명)을 중심으로 전통적인 조폭범죄뿐 아니라 조폭이 개입한 투자 리딩방 사기, 도박 등 범죄에 대해서도 단속 중이다.

구체적으로 ▲조폭 개입 신종 사기(리딩방 등)·도박 등 국민 체감 약속 과제 ▲조폭 개입 불법 대부업·대포 물건 등 기업형·지능형 불법행위 ▲집단폭행·건설현장 폭력행위 등 서민 대상 불법행위 등을 중점 단속 대상으로 삼고 있다.

아울러 경찰은 신설 형사기동대를 중심으로 조직폭력배 회합 등 첩보 입수 초기 단계부터 선제적 우발 대비 중이며 폭력조직원 간 충돌 방지를 위한 예방 활동도 함께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기존 폭력 조직의 세력확장을 억제함과 동시에 신규 조직과 신종 조폭 범죄에 대해 더욱 엄정하게 수사 중”이라며 “조직폭력배로부터 범죄 피해를 보았거나 이를 목격한 경우 적극적인 신고와 협조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검찰에서는 경찰의 초동수사를 도와 범죄자 검거에 도움을 주는 한편 조직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피해자 보호와 범죄수익 완전 박탈까지 일련의 단위로 이뤄질 수 있는 ‘원스톱(ONE-STOP)’ 수사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5년간 증가…지난해 3272명
폭력 줄고 사행·사기 늘어

이로 인해 4세대 조직범죄는 형법 114조가 규정하는 범죄집단·단체의 개념에 포섭돼 가중처벌을 할 수 있다. 부패재산몰수법 등의 적용으로 범죄수익환수와 피해 환부 등도 가능하다. 

한 강력부 검사 출신 변호사는 “지난해부터 검찰은 조폭과의 사실상 전쟁이 선포한 상태”라며 “일상의 거리서부터 넓게는 자본시장까지 조폭들이 진출해 있는데, 조폭이 그룹 회장 되는 세상”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이런 상황서 강력 대처한다는 말로 끝나지 않고 앞으로는 조폭에 가담됐다, 연계됐다고 하면 선처받기는 기대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MZ 조폭은)SNS 등으로 사람을 모으다 보니 지역도 상관없고 사이버, 사행성 범죄로 돈도 많이 벌어 비싼 변호사를 고용해 법망을 피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검찰도 아지트를 습격하기보다 디지털 포렌식 같은 (수사)방식에 치중하고 있다. 전화나 메신저 내용이나, 압수수색만 잘하면 그 안에 자료가 풍부하게 남아 있어서 오히려 수사하기 수월한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과 경찰이 MZ 조폭의 신흥 범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것은 통계서도 드러난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조직폭력범죄로 검거된 범죄자 수는 2020년을 제외하고 계속 늘어왔다. 2020년은 코로나19로 인해 대내외적인 활동이 뜸했기 때문에 주춤한 것으로 분석된다. 구체적으로 2019년에 3077명이 검거됐고 556명이 구속됐다. 2020년에는 2817명이 검거되고 531명이 구속되면서 감소세를 보였다, 

2021년부터는 계속 상승세를 보여왔다. 2021년 3027명서 2022년 3231명으로 가파르게 상승했으며 지난해에는 3272명으로 조금의 상승폭을 보였다. 하지만 구속된 범죄자 수는 2021년 120명 이상 증가한 656명을 달성하고 630명 밑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2022년에 633명, 지난해에는 642명이 구속됐다.

조직범죄로 검거된 범죄자들은 늘었지만 오히려 이들의 폭력행사 비중은 40.9%서 32.4%로 감소했다. 다만 신종범죄 대표 유형인 사행성 범죄 비중은 11.7%서 17.8%로 증가했다.

법조계에서는 과거 족보와 계보가 있는 관리 대상서 벗어나 MZ 조폭에 맞는 관리 방법과 양형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점조직이라
검거 어려워”

한 변호사는 “과거 조폭은 족보와 계보가 있어 경찰의 관리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에 죄를 지어 체포될 경우 자동으로 범죄단체 가입이나 조직죄를 적용할 수 있었지만 MZ 조폭은 전력이 없기 때문에 과거 방식의 개입이 불가능하다”며 “최근 법 적용 대상이 확대돼 조직적인 보이스피싱 범죄나 코인 사기죄에도 범단 혐의를 적용하지만 해당 죄를 저지른 범죄자 검서는 매우 어려운 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검찰과 경찰의 검거 인원이 늘어난 것은 칭찬받아야 할 일이지만 온라인 도박장 등 신흥 범죄가 일어나기 전에 대비하는 방법을 고안하는 게 숙제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kcj5121@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대권 청신호’ 이재명 꽃놀이패

‘대권 청신호’ 이재명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대권행 급행열차 티켓을 거머쥔 채 돌아왔다. 선거법 위반 항소심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그야말로 기사회생한 것이다. 이제 남은 건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 여부다. 벼랑 끝까지 몰렸던 이 대표가 반격의 날을 세웠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법 리스크라는 족쇄에 얽매인 지 3년 만이다. 웃음을 띤 채 법원서 나온 이 대표는 “진실과 정의에 기반해서 제대로 된 판결을 해주신 재판부에 먼저 감사드린다. 이제 검찰도 자신들의 행위를 되돌아보고 더는 국력을 낭비하지 말아달라”고 밝혔다. 살아서 돌아왔다 지난 26일 서울고법 형사6-2부(부장판사 최은정·이예슬·정재오)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 항소심 선고공판서 무죄를 선고했다. 피선거권 박탈에 해당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모두 뒤엎은 것이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이 대표가 민주당 대선후보이던 2021년 TV 프로그램서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모른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과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에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발언한 것이다. 재판부는 두 가지 모두 허위 사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김 전 처장을 몰랐다’는 발언이 교유관계를 부인해 허위 사실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가 아닌 주관적 인식에 대해 허위 여부를 판단할 수 없고 교유행위를 부인한 발언으로도 해석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1심서 유죄가 인정됐던 ‘골프 발언’에 대해서도 TV 프로그램 진행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 중 일부며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거짓말한 것으로 볼 수 없고 허위성 인정도 어렵다”고 무죄로 봤다. 특히 이 대표가 호주 출장 중 김 전 처장과 찍은 사진에 대해서도 “10명이 한꺼번에 찍은 사진으로 골프를 쳤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수 없다”며 원본 일부를 떼어냈기 때문에 조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용도변경을 하지 않으면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국토부가 협박했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핵심은 국토부가 법률에 의거해 변경 요청을 했고 성남시장으로서 어쩔 수 없이 변경했다는 것”이라며 “(발언의)일부가 독자성을 가지고 선거인의 판단을 그르칠 만한 발언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피선거권 박탈형 1심 몽땅 뒤집혀 무죄 선고에 한시름 놓은 민주당 이 같은 판결이 나오자 검찰은 “항소심 법원 판단은 피고인의 발언에 대한 일반 선거인들의 생각과 너무나도 괴리된 경험칙과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판단으로 공직선거법의 허위사실공표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단된다”며 곧바로 상고 의사를 밝혔다. 이로써 해당 사건의 최종 판결은 대법원서 가려지게 됐다. 이 대표의 선고가 예정된 26일 이전부터 민주당은 초긴장 상태였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당의 운명이 걸려있다 하더라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향후 모든 방향이 결정되는 하루일 것이다. 조기 대선이 확정된 건 아니지만 60일 이내 선거를 치를 경우 하나의 작은 변수도 나비효과처럼 커질 수 있어 고민이 되는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무죄가 선고된 후에는 “차기 대통령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완벽한 서사”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2심서 무죄를 받은 이 대표가 밝은 얼굴로 법정서 걸어 나오자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지지자들은 그제야 한시름 놓았다. 대권주자 1위를 달리는 이 대표 앞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사법 리스크를 겨냥해 ‘이재명 흔들기’에 나섰던 대권 잠룡들의 목소리는 당분간 사그라들 전망이다. 후보 교체론을 주장해 왔던 비명(비 이재명)계 잠룡 역시 입을 모아 “법원의 판단을 환영한다” “사필귀정” 등의 메시지를 냈다. 이 대표 대세론이 탄력을 받으면서 운신의 폭이 좁아졌지만 탄핵 정국이 현재 진행형인 만큼 총구를 밖으로 돌린 것으로 해석된다. 뒤통수 얼얼 여당 대혼란 국민의힘은 눈에 띄게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당초 1심서 피선거권 박탈형이 나왔기 때문에 2심 역시 최소한 벌금 100만원을 예상했던 것이다. 국민의힘은 재판부의 판결에 문제가 있다는 여론전을 이어나갈 전망이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선고 직후 “항소심 법원의 논리를 잘 이해할 수 없다. 이 부분은 바로 잡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당으로서 대단히 유감스럽고 대법원서 신속하게 6·3·3 원칙(1심은 6개월, 2·3심은 3개월 내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재판해서 정의가 바로잡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최대 리스크였던 범죄자 프레임이 상당 부분 걷어지자 보수 잠룡들은 저마다 말을 얹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거짓은 죄, 진실은 선이 정의”라는 글을 게시했다. 오 시장은 “대선주자가 선거서 중대한 거짓말을 했는데 죄가 아니라면 그 사회는 바로 설 수 없다”며 “대법원이 정의를 바로 세우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재명이 억지 무죄가 된 것은 사법부의 하나회 덕분”이라며 “사법부 조차 진영 논리로 재판하는 것은 참으로 유감이지만 사법부 현실이 그런 걸 어떡하겠나. 오히려 잘됐다. 언제가 될지 모르나 차기 대선을 각종 범죄로 기소된 사람과 하는 게 우리로서는 더 편하다”고 비꼬았다. 대세론 굳히기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2심 결과는 존중받아야 한다”며 “정치의 큰 흐름이 사법부의 판단에 흔들리는 정치의 사법화는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문제의 골프 사진을 최초로 제시한 개혁신당 이기인 최고위원은 “졸지에 사진 조작범이 됐다”며 “옆 사람에게 자세하게 보여주려고 화면을 확대하면 사진 조작범이 되나? CCTV 화면 확대해서 제출하면 조작 증거이니 무효라는 말이냐? 무죄라는 결론을 정해놓고 논리를 꾸며낸 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이 상고심서 잘 다퉈주길 바란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고비를 넘긴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운명을 쥔 헌재를 최대한으로 압박하는 동시에 차기 집권여당으로서의 면모를 부각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무죄를 선고받은 이 대표는 곧장 안동을 찾아 대형 산불로 터를 잃은 이재민을 위로했다. 지난 26일 이 대표는 법원서 곧바로 국회로 이동해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할 예정이었지만 산불 피해가 커지자 이를 뒤로 미루고 안동으로 향했다. 안동은 이 대표의 고향이기도 하다. 앞서 이 대표는 무죄 선고 이후 취재진 앞에 서서 “이 당연한 일들을 이끌어내는 데 많은 에너지가 사용되고 국가 역량이 소진된 것에 대해서 참으로 황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검찰이 또 이 정권이 이재명을 잡기 위해서 증거를 조작하고 사건을 조작하느라 썼던 그 역량을 우리 산불 예방이나 아니면 우리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썼더라면 얼마나 좋은 세상이 되겠나”라고 꼬집은 바 있다. 이 대표는 안동을 찾은 데 이어 27일에는 화재로 소실된 경북 의성군 고운사를 찾아 “고운사를 포함해 피해 입은 지역이나 시설 예산 걱정을 하지 않도록 국회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헬기로 산불 진화 작업을 벌이던 중 추락사고로 순직한 고 박현우 기장의 분향소를 찾아 헌화했다. 당분간 통하지 않을 ‘범죄 프레임’ 여권 잠룡 집중포격에도 꼿꼿하게 이 대표가 민생을 살피는 동안 나머지 민주당 의원이 장외 투쟁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2심 결과가 나왔으니 헌재가 정치적 판단을 하지 않는 이상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를 조속히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 고궁박물관 앞 민주당 천막 당사에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서 “헌법재판소는 해야 할 일을 즉시 하라”며 다시 한번 압박에 나섰다. 박 원내대표는 “오늘로 12·3 내란발발 115일째, 탄핵소추안 가결 104일째, 탄핵 심판 변론종결 31일째인데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라며 “선고가 늦어지면 늦어지는 이유라도 밝혀야 되는 것 아니냐”고 질책했다. 그러면서 “헌재가 헌법 수호라는 중대한 책무를 방기하는 사이 온갖 흉흉한 소문과 억측이 나라를 집어삼키고 있다”며 “헌재의 존재 이유에 대한 근본적 회의도 그만큼 커졌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 역시 “선입 선출에 따른 파면 선고라는 상식의 시간은 지났고, 오늘 오전까지도 선고기일 공지를 안 하면 명예의 시간도 넘어간다”며 “검찰의 억지 기소에 따른 이 대표의 (선거법 2심) 선고 이후로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지연하느냐는 불명예스러운 물음에 답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범죄자 이재명은 안 된다”는 국민의힘 전략이 반쪽짜리가 되면서 탄핵 정국 돌파구가 막혔다. 2심 무죄 판결이 대법원서 뒤집히길 바라며 상고심이 오는 6월26일까지 나와야 한다고 재촉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 남은 건 헌재뿐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무죄를 선고받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외에도 4개의 재판을 더 받는 만큼 아직 ‘완전히’ 족쇄를 풀지 못했다는 새로운 프레임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이미 날개를 단 이 대표의 존재감만 키워줄 뿐, 큰 효과는 없을 것이란 게 야권 관계자의 공통된 설명이다. 한시름 놓은 이 대표는 본격적으로 대권주자 1위를 굳힐 일만 남았다. 중도층을 포섭하는 동시에 비호감 이미지를 탈피하는 것이 최대 과제다. 이에 맞춰 이 대표의 목소리도 더욱 날카로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피 튀기는 3월이 마무리되면서 조기 대선의 운명을 가를 헌재에 모든 시선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