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공룡’ MBK 손익 계산서

갈수록 간절해지는 본전 생각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국내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인 MBK파트너스가 잇따른 투자 실패로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큰 기대를 안고 사들였다가 애물단지로 전락한 매물이 곳곳에서 눈에 밟힌다. 차익은커녕 본전 뽑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MBK파트너스(이하 MBK)는 바이아웃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사모펀드 운용사다. 매물로 나온 기업을 인수한 뒤 재투자를 통해 기업가치를 극대화한 후 재매각하는 투자전략을 기초로 한다.

확연했던
파죽지세

MBK 성공신화의 주역은 단연 창업주인 김병주 회장이다. 골드만삭스, 칼라일그룹 등을 거친 김 회장은 2005년 MBK를 설립 이후 하락기에 기업을 인수해 차익을 실현하는 방식으로 회사를 키웠다.

한미캐피탈(현 KB캐피탈) 인수 및 매각은 관련 업계에서 MBK를 주목하게 된 계기로 작용했다. MBK는 2006년 626억원을 투입해 한국씨티은행으로부터 한미캐피탈을 매입했고, 이듬해 우리은행에 한미캐피탈을 2711억원을 받고 되팔았다.

한미캐피탈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MBK가 거둔 차익은 1840억원에 달했다.


금호렌터카 인수 및 매각은 MBK의 투자 능력을 가감 없이 보여준 또 하나의 사례였다. MBK는 2010년 KT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대한통운으로부터 금호렌터카 지분 100%를 2890억원에 인수했고, 금호렌터카와 KT렌탈이 합병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KT렌탈 2대 주주로 올라섰다.

MBK는 2013년에 자금회수에 나섰고, KT렌탈 보유 지분 42%를 KT에게 넘긴 대가로 2200억원을 챙겼다. 표면적인 차익은 800억원 수준이었지만, 금호렌터카 지분 인수 당시 40%가량을 금융권에서 차입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수익은 훨씬 더 컸다.

ING생명(현 신한라이프) 인수 및 매각 과정에서도 남다른 수완이 돋보였다. ING생명은 2012년 네덜란드 본사의 경영난 여파로 시장에 매물로 나왔고, 1조8000억원을 지불한 MBK의 특수목적회사인 라이프투자유한회사가 새 주인으로 등극했다.

MBK 휘하에서 5년을 보낸 ING생명은 2018년 다시 시장에 나왔고, 신한금융지주가 최종 인수자로 결정됐다. MBK는 ING생명 주식 4850만주(지분율 59.15%)를 주당 4만7400원에 넘기는 대신 신한금융지주로부터 약 2조3000억원을 넘겨받았다.

2020년 매각한 코웨이는 가장 극대화된 이익을 남긴 투자 사례로 평가된다. 2013년 MBK는 극동건설 인수 여파로 자금사정이 악화된 웅진그룹으로부터 코웨이를 1조19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MBK는 3700억원을 출자하는 방식으로 인수를 진행했다. 또 인수금융으로 4700억원을 마련했고, 상환전환우선주(3500억원)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MBK는 코웨이를 사들인 직후부터 구조조정과 비용절감에 힘을 쏟았고 효과는 확실했다. 강도 높은 체질 개선 작업에 힘입어 인수 3년째인 2015년에 20%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할 정도로 수익성이 극대화됐다. MBK는 2020년에 코웨이를 넷마블에 되팔면서 1조원대 차익을 남겼다.

쏠쏠했던
차익 장사


MBK는 연이은 투자 성공에 힘입어 금융투자업계에서 동아시아 지역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로 자리매김하기에 이르렀다. 출범 당시 11억달러에 불과했던 운용 자금이 20년 만에 300억달러 규모로 커진 상태다.

물론 MBK가 무결점 성공가도를 달려온 건 아니다. 크고 작은 투자 실패 사례가 심심치 않게 목격됐으며, 몇몇 투자는 흑역사로 남기도 했다. 2008년 인수했던 씨앤엠(현 딜라이브)이 대표적이다.

MBK는 케이블TV 1위였던 씨앤엠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2조2000억원을 투입하는 강수를 뒀지만, 이는 패착이었다. 씨앤엠은 케이블TV에서 인터넷방송(IPTV)으로 시장 주도권이 넘어가는 흐름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했고, 결국 2016년 채권단 경영관리체제로 전환했다. 채권단이 매각을 주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 MBK는 산업 흐름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2010년 중후반에 인수한 ▲홈플러스 ▲롯데카드 ▲네파 등이 재매각에 어려움을 겪자, 이 같은 기류가 부각되는 양상이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 9월 영국 대형마트 기업 테스코로부터 대형마트 업체인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당시 홈플러스에 책정된 몸값은 7조2000억원에 달했고, 이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인수·합병 사례였다.

그러나 홈플러스에 매겨진 천문학적인 몸값은 재매각을 어렵게 만들었고, 8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실적은 뒷걸음질쳤다. MBK가 인수하기 직전인 2014 회계연도에 영업이익 2400억원을 거뒀던 홈플러스는 2022년에 영업손실 2602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좋은 시절은 다 끝났나?
팔리지 않고 쌓이는 매물

이런 가운데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는 지난달 28일, 홈플러스 기업어음·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3로 유지했다. 지난해 2월28일 A3+에서 A3로 조정한 신용등급을 재평가에서 동일하게 적용한 것이다. 신용등급 A3는 적기 상환 가능성은 일정 수준 인정되나, 단기적인 환경변화에 따라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되는 등급이다.

한신평은 대형마트·SSM의 시장 지위 하락, 과거 대비 약화된 경쟁력, 현금창출력 대비 과중한 재무부담 등을 평가 이유로 언급했다. 홈플러스가 지속된 점포 매각과 제한적인 설비 투자로 대형마트 시장 내 경쟁력이 약화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금리·고물가로 소비가 둔화하고 온라인, 근거리·소량 구매 등 대형마트에 불리한 소비행태가 굳어져 단기간 내 유의미한 수준의 수익성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롯데카드는 롯데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을 꾀하던 2019년 매물로 나왔고, MBK·우리은행 컨소시엄에 최종 매각됐다. 당시 MBK가 책정한 롯데카드의 기업가치는 1조8000억원 수준이었다.

MBK는 롯데카드가 2022년 말 역대 최대인 순이익 2780억원을 기록한 것을 계기로 롯데카드 매각에 힘을 싣기 시작했다. 하지만 카드 업황 부진으로 매각 작업은 순조롭지 않았다. 당시 MBK 측이 요구한 롯데카드 매각가는 약 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MBK는 롯데카드 분리매각 수순을 밟았다. 지난해 맥쿼리자산운용에 롯데카드가 보유한 교통카드 사업 자회사 로카모빌리티 지분 100%를 4150억원에 매각하면서 다소 몸집을 줄인 상태다.

네파는 MBK가 2013년 1조원가량을 투자해 평안엘앤씨로부터 지분 94.2%를 사들인 아웃도어 업체다. 투자금 중 절반에 해당하는 5000억원을 인수금융으로 조달했으며 2·3호 블라인드 펀드에서 나머지 금액을 부담했다. 

그러나 네파는 지금껏 재매각에 실패했다. 2022년 영업이익 264억원을 거두는 등 최근 들어 확연한 성장세를 나타냈지만,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아웃도어를 포함한 국내 패션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식었다는 게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엉켜버린
엑시트

최근 들어 투자 실패 사례가 연이어 목격된 것과 별개로, 여전히 MBK 휘하에는 매력적인 기업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최근 수익성이 눈에 띄게 향상된 글로벌고메이서비시스(bhc), 모던하우스 등은 매각 가능성이 높은 매물로 분류된다.

MBK는 bhc를 지배하는 글로벌고메이서비시스의 최대주주다. 2018년 전환사채(CB) 투자, 2020년 2차 투자를 통해 지분율을 끌어올렸으며, 경영권 인수가 아닌 지분 투자 형식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bhc는 기업가치가 3조원대로 평가받고 있다. 2018년(6800억원)과 비교해 4배가량 상승한 수치다. 30%대 영업이익률은 동종업계에서 가장 월등한 축이다. 지난해 11월 박현종 bhc 회장 해임을 계기로 bhc 매각 가능성은 한층 높아진 분위기이며, 차영수 MBK 운영 파트너가 박 회장을 대체하는 역할을 수행 중이다.

1996년 이랜드그룹 생활 사업부로 출범한 모던하우스는 국내 홈·리빙 시장에서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MBK는 2017년 유동성 위기에 빠진 이랜드리테일로부터 모던하우스를 약 6860억원에 인수했다.

인수 직후인 2018년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모던하우스는 영업이익 315억원을 기록하면서 확실한 실적 반등을 이뤄냈다. 수익성이 높아진 이후 MBK는 2021년 모던하우스 운영법인(엠에이치엔코) 지분 100%를 매각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아직까지는 재매각을 실현하지 못한 상태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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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