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중 대응?’ 온라인 살인 예고 후일담

“걸리기만 해봐” 으름장 놓더니 솜방망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12시간 동안 모든 범죄가 허용되는 설정의 영화 <더 퍼지>. 지난해 대한민국은 마치 <더 퍼지> 같았다. 연속된 ‘묻지마 범죄’와 난무한 ‘온라인 살인 예고’로 불안감에 하루하루를 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엄정 대응한다고 밝혔지만 정작 제대로 된 처벌은 이뤄지지 않았다. 개정 법안도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사건이 발생하고 시간이 지난 만큼 새로운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림동 흉기 난동 살인사건과 서현역 흉기 난동 살인사건이 트리거가 돼 폭주했던 온라인 살인 예고 글에 대한 처벌이 미미하다. 검찰이 법정 최고형이 나올 수 있게 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과 달리 법원은 가벼운 형량을 선고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5개월간 검찰에 송치된 189명의 온라인 살인 예고 글 게시자 중 32명이 구속 기소됐다. 

대부분
무죄·집유

하지만 이들 중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단 5명에 불과하다. 이들을 제외하면 모두 무죄나 징역형 집행유예에 그쳤다. 당초 서현역 흉기 살인사건 이후 불특정 다수를 위협하는 게시글이 각종 온라인서 쏟아지자 경찰과 검찰은 엄정 대응을 시사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당시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 엄중 처벌할 것이며 해당 장소에 경찰특공대를 배치해 신속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두 차례 중대강력범죄 엄정대응 긴급회의를 열고 ▲강력범죄 전담부서 및 전담 검사 중심의 대응체계 정비 ▲사건 발생 초기부터 경찰과 긴밀히 협력해 피해 확산 방지 및 신병‧증거 확보 철저 ▲증거관계를 면밀히 살펴, 처벌 규정 적극 적용 ▲원칙적 정식 재판 회부 및 소년범이라도 기소유예 지양을 지시했다.

검찰은 해당 지시에 따라 실제 살인과 관련된 구체적 내용이 있고, 물리적 실행행위도 있는 경우에는 살인 예비, 경찰관 등이 동원돼 일반 치안활동에 지장을 초래했다면 위계공무집행방해, 생명·신체 등을 위협하는 내용이라면 협박, 반복적으로 공포감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내용이라면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가능한 법령과 처벌 규정을 적극 적용해 피의자들을 기소했다.

적용된 각각의 범죄의 법정 최고형은 살인 예비 징역 10년, 위계공무집행방해 징역 5년 또는 벌금 1000만원, 업무방해 징역 5년 또는 벌금 1500만원, 협박 징역 3년 또는 벌금 500만원이다. 

법무부에서는 경찰 등 관련 기관과 협의해 살인 예고 글 게시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방침이다. 실제로 공항 테러·살인 예고 사건과 프로배구 선수단 칼부림 예고 사건의 범인들은 법무부로부터 각각 3200만원과 12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당했다.

경찰청도 지난해 경찰 공권력이 낭비된 점에 대해 법무부 등 관계 부처와 협력해 손해배상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경찰청 관계자는 “법무부 등 관계 부처와 협력해 살인 예고 글 게시자에 대한 엄정한 형사처벌과 함께 공권력 낭비로 인해 초래된 국가적 손해 등 상당액의 민사상 손해배상소송을 적극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연이은 온라인 살인 예고 글 게시로 국민 일상에 미치는 피해는 물론 대규모 경찰력 동원 등으로 인한 행정력 낭비가 극심한 실정” 라며 “개별 사안마다 다를 수 있으나 실제 손해 산정액이 얼마나 소요되는지 등 소송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189명 검찰 송치…32명 구속
처벌 규정 없어 가벼운 형량

검찰이 해당 범죄를 적용해 구형했지만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는 5번에 불과하다. 가장 형량이 높게 나온 사례는 공항 폭탄테러 예고다. 지난해 8월 인터넷 커뮤니티에 제주·김해·대구·인천·김포공항 5곳을 대상으로 폭탄테러와 함께 살인하겠다고 글을 게시한 A씨는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2심서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A씨는 지난해 8월 6일 오후 9시7분부터 이튿날 0시42분까지 약 3시간35분간 6차례에 걸쳐 국내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제주·김해·대구·인천·김포국제공항 등 5개 공항에 대한 폭탄테러와 살인 예고를 담은 글을 올린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첫 게시글서 ‘내일 2시에 제주공항 폭탄테러 하러 간다. 이미 제주공항에 폭탄을 설치했고, 공항서 나오는 사람들을 흉기로 찌르겠다’고 주장했다.

조사 결과 A씨는 컴퓨터 관련 전공자로,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해외 IP로 우회 접속해 게시물을 남겼으며 범행 후에는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초기화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범행을 강력히 부인했던 A씨는 객관적 증거를 제시하자 “경찰이 잡을 수 있는지 시험하고 싶었다. 좀 더 많은 관심을 받아야 경찰이 추적을 시작할 것 같아 여러 협박 글을 작성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A씨의 글이 게시된 후 당시 해당 공항에는 80여명의 인력이 투입됐고 장갑차와 순찰차, 폭발물 탐지 차량, 소방차, 구급차까지 일제히 배치되는 등 비상이 걸렸다.

제주지방법원 형사1단독 오지애 판사는 지난해 11월23일 “피고인은 비상식적인 범행동기를 갖고 범행을 저지른 데다 이 범행으로 인해 막대한 공권력이 낭비됐다. 또 범행 후 정황도 좋지 않다”며 “다만 실제 테러를 실행하지 않고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피고인은 반복적으로 다중의 안전을 위협하며 커다란 사회적 불안을 야기했다. 특히 이 사건 범행으로 국내 5개 공항에 경찰 등 대거 인력 투입으로 공권력이 낭비돼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형량을 늘려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두 번째로 높은 형량을 선고받은 사례는 프로배구단 살인 예고다. 지난해 8월 스포츠 중계 앱을 통해 ‘프로배구 선수단 숙소서 칼부림하겠다’는 내용을 적은 B씨는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B씨는 지난해 8월6일 “구미서 컵대회를 치르고 있는 프로배구 선수단 숙소서 칼부림합니다”라는 취지의 글을 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경찰 조사 당시 “스포츠 베팅 사이트서 프로배구팀에 현금 5만원 상당의 포인트를 걸었으나 해당 팀이 경기서 지자 홧김에 글을 올렸다”고 진술했다.

큰소리 
치더니…


B씨의 글로 경찰은 18시간 동안 인력 230여명을 동원해 배구단 숙소 인근 지역 순찰 및 숙소 안전 점검에 나서는 등 치안 인력을 낭비했다. 배구단 역시 선수단 훈련 등 계획한 일정을 정상적으로 진행하지 못했다.

흉기 난동 관련 뉴스 동영상에 놀이동산서 일가족 대상으로 칼부림하겠다는 댓글을 여러 차례 작성한 C씨에게는 징역 6개월이 선고됐다. C씨의 글이 SNS에 올라온 당시 경찰관 수십 명이 현장에 출동해 대대적인 순찰과 수색을 벌이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이외에도 서울숲역에서 기획사 임직원 9명을 살해하겠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작성한 D씨와 모바일 야구 게임 회사에 찾아가서 칼부림하겠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작성한 E씨는 징역형 1년을 판결받았다.

이들의 공통점은 여러 차례 살인 예고를 하거나 최소 수십명의 경찰력이 동원됐다는 점이다. 

검찰은 해당 5개의 사건은 물론 나머지 온라인 살인 예고 사건 재판 과정서도 모방 범죄 확산의 위험성, 심각한 사회 불안 초래, 공권력 낭비 상황 등 부정적 양형사유를 적극 주장하며 법정 최고형을 구형했다. 하지만 법원이 비교적 가벼운 형량을 선고하는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재판에 넘겨진 이들은 모두 벌금형과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7월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 이틀 후 인터넷에 “대림역서 특정 지역 출신 사람을 살해하겠다”는 글을 올려 재판에 넘겨진 F씨도 이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F씨의 글로 인해 당일 현장에는 경찰관 9명이 출동했고, 인근 시민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재판부는 “F씨가 글을 올린 날은 조선(신림동 살인사건 범인)이 신림역서 흉기를 휘둘러 무고한 시민을 살해한 지 이틀 뒤”라며 “성인으로서 자신의 글 내용과 파급력에 대해 더 진지하게 생각했어야 한다”고 질책하면서도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지난해 11월8일에는 “신림역서 한녀(한국 여성) 20명을 죽이겠다”는 내용의 글을 작성한 G씨가 서울중앙지법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같은 해 10월 26일에는 “인천 부평 로데오 거리서 여성만 10명 살해하겠다”는 글을 올린 40대 남성이 인천지법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같은 시기 용산역서 흉기 난동을 예고하는 온라인 방송을 진행한 20대에는 검찰이 징역 3년을 구형했으나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적극적으로 
항소해도…

검찰은 이 같은 법원의 판결에 적극적으로 항소하고 있지만, 법조계에서는 항소에도 실형이 나올 확률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온라인 살인 예고라는 특이 상황에 관한 명확한 처벌 규정이 없으며 법원이 혐의가 적용되지 않다고 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호암의 신민영 변호사는 “현행법상 살인 예고 글 사건에 적용되고 있는 법 조항으로는 처벌이 쉽지 않다”며 “협박만 해도 대상자가 특정이 안 되는 문제가 있고, 공무집행방해의 경우도 119에 전화한 것이 아닌 단순 장난 글을 올린 거라 애매하다”고 내다봤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항소 기각으로 집행유예가 확정될 확률이 99%”라며 “국민들이 겁을 먹고 잠재적 피해자들도 많기 때문에 6개월형 정도가 적당하다고 보이지만 법원의 전반적인 선고 분위기를 봤을 때 실형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검찰 출신 안영림 변호사는 “공중협박죄 처벌 규정이 없어 장난인지, 실제 가해 의사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한 증거 유무에 따라 처벌 여부가 갈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수사기관과 법원의 판결이 갈리면서 온라인 살인 예고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의 필요성이 다시 대두되고 있다.

앞서 검찰서도 법원의 판결과 구형이 계속해서 갈리자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무차별적으로 살인 등 범죄를 예고하는 행위는 현행법상 살인 예비, 위계공무집행방해, 협박, 정보통신망법위반 등의 적용을 검토할 수 있으나, 구체적 사안에서는 현행법만으로 처벌이 어려운 경우가 존재한다”고 인정했다.

대검찰청은 현행법의 한계 때문에 처벌 공백이 발생하면 안 된다며 이를 위해 공중협박행위에 대한 일반적 처벌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법무부에 건의했다.

‘장난삼아’ 정상 참작?
단 5명만 실형 선고받아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도 지난해 공중협박법을 발의했다. 박 의원은 지난해 8월 묻지마 흉악범죄에 입법적으로 대응하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과 ‘형법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박 의원이 대표 발의한 위 개정안은 묻지마 흉악범죄 대책 마련 당정협의회서 논의됐던 ▲범죄자 처벌 강화 ▲범죄 발생 억제 ▲피해자 보호 등의 3가지 방안 중 범죄자 처벌 강화 차원서의 1차적인 후속 입법 성격이나, 사안의 시급성을 감안해 의원 입법으로 추진한 것이다.

해당 개정안에는 형법 제118 조의 2를 신설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를 가할 것을 위협하거나 이를 가장해 공중을 협박하는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공중협박죄’ 규정을 마련했다.

또 정당한 이유 없이 범죄 우려가 있는 흉기나 위험한 물건을 소지한 경우, 현행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 벌금’서 벌금형 부분을 3000만원으로 상향하고, 범행 장소가 대중교통이나 공연장 등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일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처벌 규정을 강화했다.

하지만 해당 개정안은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해 12월7일이 돼서야 전체회의를 열고 공중협박죄를 신설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과 공공장소 등에서 흉기 노출 및 휴대행위 등에 대한 일반적 처벌 규정을 마련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등에 대한 토론 등을 거쳐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로 회부했다.

박 의원이 발의한 해당 법안 외에도 국민의힘 김영식·김용판·홍석준 의원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온라인 공간서 흉악범죄를 예고할 경우 징역 또는 벌금에 처할 수 있게 하는 등 처벌 규정을 명시하며 각각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상임위서 단 한 차례도 다뤄지지 않았으며 결국 총선이 다음 달에 예정돼있어 제21대 국회에서는 자동 폐기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신림동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온라인 살인 예고가 난무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은 높아만 갔는데 여‧야는 급한 민생 관련된 법안을 처리도 하지 않은 채 정쟁만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피습당했을 때에도 정치권 인사를 겨냥한 살인 예고도 4건이나 있었다. 하지만 총선 전에 개정될 가능성이 적이 해당 글 게시자들도 결국 무죄나 집행유예로 풀려날 것으로 보인다.

공중협박죄
신설하나?

국회에 법안이 계류돼있는 동안 이미 대부분 살인 예고 글 게시자들은 무죄나 집행유예로 사회에 나왔다. ‘장난삼아’라는 이유로 살인 예고 글을 게시한 만큼 언제든 재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법무법인 광야의 양태정 변호사는 “단순히 처벌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재범을 방지할 수 있는 장치가 부족하다”면서 “처벌받은 사람에 대한 보호관찰이나 추적관찰을 할 수 있는 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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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