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 법정관리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꼼수 막전막후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10.08 10:15:31
  • 댓글 0개

시궁창에 처박힌 '샐러리맨 신화'

[일요시사=김민석 기자]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의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그런데 정작 윤 회장 본인은 회생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웅진그룹 경영권을 지키려고 무리수를 두다 '사면초가'에 빠졌기 때문이다. 윤 회장은 이제 '모럴해저드'를 넘어 '배임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된 형국이다. '샐러리맨의 신화'를 써오던 윤 회장의 브레이크 없는 추락, 웅진그룹은 온전할 수 있을까.

지난달 26일 웅진그룹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와 계열사인 극동건설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후 그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채권단 및 업계에서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경영권 유지와 수조원대에 달하는 채무동결 이익을 보기 위해 고의로 부도를 내고 법정관리행 카드를 선택했다'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또 법정관리 신청 전 윤 회장이 웅진그룹 계열사의 자산을 빼돌린 정황이 드러났고 윤 회장 일가의 주식 처분도 논란이 됐다. 이로써 윤 회장은 '모럴해저드'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된 것.

관련업체 '소송준비'
금융당국 '조사착수'

윤 회장 측은 모럴해저드 의혹에 대해 오해라고 해명하고 나섰지만 피해를 입은 관련 업체들은 배임과 사기혐의로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도 조사에 나서 윤 회장을 비롯한 웅진그룹 경영자들이 줄줄이 법정에 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윤 회장을 둘러싼 의혹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극동건설을 고의로 부도 냈다는 의혹, 둘째 코웨이 매각 대상업체와의 상습적 계약 불이행을 두고 볼때 애초에 윤 회장은 코웨이를 매각할 생각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신뢰상의 의혹, 셋째 채권단이 손해를 보게 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법정관리 신청 직전 법정관리와 무관한 계열사로 자산을 빼돌려 이익을 취하려 한 의혹, 넷째 그룹 내부정보를 통한 윤 회장 부인 등 총수 일가의 불공정거래 의혹 등이 그것이다.


이 중에서 가장 큰 논란거리는 극동건설의 고의부도 여부다. 극동건설은 지난달 25일 현대스위스저축은행에서 돌아온 150억원 규모의 만기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를 냈다. 이에 윤 회장은 그룹의 연쇄도산을 우려해 지주회사까지 동시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웅진코웨이 인수를 추진했던 MBK파트너스 측의 말은 달랐다. 고의부도 논란의 핵심은 MBK 측의 웅진코웨이 매각대금 납부일이 언제였느냐로 따져 볼 수 있는데 MBK 측은 웅진 측의 요구에 따라 납부기일을 두 차례나 앞당길 정도로 거래 성사에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즉 웅진 측에서 코웨이 매각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오락가락' 코웨이 매각, 팔 생각은 있었나
부도나도 계열사 빚부터…모럴해저드 심각

웅진코웨이를 1조2000억원에 사들이기로 한 MBK는 매각 대금 입금일을 두고 의견차를 빚어왔다. 자금 수혈이 다급해진 웅진홀딩스 측은 MBK에 10월2일로 잠정 합의를 이뤘던 대금 지급을 9월28일로 앞당겨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MBK 측은 당초 10월4일에서 2일로 이틀을 앞당겨준 상황이어서 더 이상 일정 단축이 어렵다고 맞선 상황이었다. 그러다 지난달 26일 웅진그룹은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네 시간 전 긴급회동을 요청했다. 웅진홀딩스는 긴급회동에서 법정관리 신청 의사를 밝혔다. 이에 MBK는 9월28일까지 대금지급을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미 웅진 측은 법정관리 신청 쪽으로 이미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였다. 결과적으로 MBK는 웅진코웨이 인수를 위해 접촉했던 해외투자자로부터 신뢰를 잃게 됐다.

이와 관련 웅진코웨이 인수를 추진했던 MBK관계자는 "지난달 28일까지 극동건설 PF대출금 500억원을 막으면 법정관리로 갈 필요가 없는데, 그룹 측이 웅진코웨이를 팔지 않기 위해 꼼수를 썼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웅진 측 관계자는 "MBK가 28일 돈을 넣어줬어도 이 돈을 꺼내 쓰기 위해 필요한 서류 절차를 마치는 데는 10월2일까지 시간이 걸리게 돼 있었다"며 "당시 홀딩스 잔액은 30억원뿐이었고, 월말까지 1100억원의 대출 만기가 돌아오는 상황이어서 버틸 힘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금융권에선 웅진 측의 이러한 행보를 두고 웅진코웨이를 팔아도 실제 확보할 수 있는 현금이 거의 없어 매각의 실익이 없다고 판단해 판을 깬 것으로 보고 있다. 막상 판이 깨지자 업계에 퍼져있던 '윤 회장은 웅진코웨이를 매각할 의사가 애초에 없었던 게 아니냐'는 심증이 점점 확신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6월 웅진코웨이 매각 본 입찰 마감 당시 코웨이 지분 30.9%를 1조20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나선 GS리테일이 새 주인으로 유력시됐다. 윤 회장은 GS리테일 측과 매각합의까지 이루었지만 발표 직전 이를 번복 하면서 상식과는 맞지 않는 행보를 시작했다. 이후 웅진그룹은 중국 콩카그룹과 전략적 제휴를 맺더니 7월경에는 KTB사모펀드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그러나 한 달 만에 MBK로 인수 주체가 또다시 바뀌었다. MBK와 맺은 계약에도 웅진코웨이를 재매각할 때 웅진그룹이 우선해 되살 수 있는 권리를 명시했다.

이를 두고 당시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기업들은 '해도해도 너무한다'는 반응을 주로 보였고 한 기업 관계자는 'M&A가 장난이냐"며 윤 회장의 행보를 강하게 비난했다는 후문이다.

코웨이 매각 대상
수시로 바뀌어

웅진 측의 갑작스러운 법정관리 신청도 문제지만 채권단이 분개하는 부분은 따로 있다. 바로 법정관리 신청 전날 웅진홀딩스가 계열사 웅진씽크빅(250억원)과 웅진에너지(280억원)에 빌린 530억원을 예정보다 먼저 갚아 조직적으로 자산 빼돌리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그것이다. 또 극동건설은 법정관리 신청 전 제주도에 있는 '오션스위츠 제주호텔'의 지분 100%(34억원)를 웅진식품에 헐값에 넘기기도 했다.

이를 두고 채권단 및 금융권에서는 "150억원을 갚지못해 극동건설을 부도내면서 계열사 돈은 꼬박꼬박 다 갚아준 것을 보면 모럴해저드의 극치"라는 반응이다. 웅진에 돈을 빌려주거나 투자한 금융기관과 협력업체, 개인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계열사 빚부터 갚은 건 너무나도 무책임한 처사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웅진그룹 측은 오해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마치 법정관리 신청 전날 웅진씽크빅과 웅진에너지에 돈을 갚은 것으로 보도돼 오해를 사고 있지만 실제 상환날짜는 20일로 법정관리 신청과 무관하다"며 "당시 이틀 기한으로 빌린 급전으로 상환을 했고 공시를 25일날 한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극동건설의 제주호텔 지분 처분에 대해서도 "호텔도 부채가 상당해서 지난해 말부터 매각을 추진해 이번에 마무리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법정관리와는 상관없는 일상적인 거래라는 게 웅진 측의 설명이다.

윤 회장 일가 관련 모럴해저드 의혹은 또 있다. 윤 회장 일가가 웅진씽크빅 등 계열사 주식을 법정관리 신청 직전 처분해 불공정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것. 윤 회장의 부인 김향숙씨는 지난달 24일과 25일 이틀에 걸쳐 웅진씽크빅 주식 4만4781주(4억원 가량)를 전량 매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 회장 친척 윤석희씨도 이달 들어 9월 14, 19, 21, 24, 25일 등 5회에 걸쳐 웅진코웨이 2890주를 약 1억1000여만원에 매도했고 웅진홀딩스 경영지원실장인 우정민 전무도 웅진코웨이 2만 4648주를 8월27일과 9월14일, 20일 세 차례에 걸쳐 전량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 회장 친인척 및 핵심 참모들이 법정관리 직전에 지분을 매도한 데 대해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손실 회피 등 불공정거래 혐의가 없는지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웅진홀딩스가 법정관리 신청 전 몇 달 동안 대규모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발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검찰이 수사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기업평가(한기평)에 따르면 웅진홀딩스는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불과 1∼2개월여 전인 7∼8월에 200억원의 CP를 발행하기도 했다.

워크아웃 건너뛴 채
법정관리 직행

이뿐만 아니다. 윤 회장은 법정관리행 공시가 나기 하루 전날 기존의 웅진홀딩스 대표이사를 신광수, 이시봉에서 윤석금, 신광수로 대표이사 변경 공시를 냈다. 웅진 측은 "스스로 책임지고 자구노력 등 경영정상화를 이끌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선 "법정관리 하에서도 계속 경영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도"라며 "윤 회장의 욕심이 과해도 너무 과하다"고 지적했다.

금융권에서도 채권단과의 협의 없이 워크아웃(재무구조개선약정) 등 절차를 건너뛰고 바로 법정관리행을 택한 것 자체가 경영권에 대한 윤 회장의 집착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도 이 같은 행위가 모두 법정관리 신청 1∼2일 전에 일어났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극동건설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신청 과정에서 부당행위가 있었는지도 함께 조사에 나섰다.

웅진그룹은 올해 상반기만 해도 채권은행단이 선정한 재무구조개선 약정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극동건설이 지난달 25일 150억원의 어음을 막지 못하는 등 건전성이 급속히 악화하자 금융당국과 주채권은행은 당일 긴급회의를 열어 웅진 측과 워크아웃을 맺을지 협의했다. 그런데 그 바로 다음날 윤 회장은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의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으로 나타난 것. 이를 두고 금융권은 웅진 측이 워크아웃 협의를 사전에 파악하고 이를 피하기 위해 급히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은 기업 구조조정촉진법에 근거해 채권단과 기업의 협약으로 진행되는 워크아웃과 통합도산법에 따라 법원이 주도하는 법정관리로 나뉜다. 이 가운데 법정관리는 기존 경영진을 관리인으로 앉히는 '관리인 유지' 제도와 모든 상거래 채권을 동결하는 '채권자 평등 원칙'을 적용하고 있어 기업의 편의를 지나치게 봐준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따라서 윤 회장이 법정관리를 신청해도 대표이사가 경영권을 유지한다는 현행 법 조항에 따라 윤 회장은 계속해서 웅진홀딩스의 경영권을 쥘 수 있는 셈이다.

각종 의혹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4일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윤 회장과 신광수 웅진홀딩스 대표를 '기망'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 측은 웅진그룹이 차입금 상환을 약속했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았고 만기가 남은 1000억원대 채무를 갚는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제공해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의 판단 착오를 일으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영권 집착…대표 사임도 꼼수? 
채권단 사실상 '그룹해체' 요구

우리투자증권 역시 윤 회장을 배임과 사기혐의 등으로 형사고발 하거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에 따르면 웅진그룹은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을 준비하면서도 지난달 19일과 24일 우리투자증권에서 웅진홀딩스 주식을 담보로 200억원 규모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담보비율은 200%로 대출 당시 주식가치는 400억원 이상이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채권단은 웅진그룹이 지난달 25일 만기가 남은 인천 구월동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관련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등 1200억원을 갚은 반면, 만기가 돌아온 극동건설 어음 150억원을 상환하지 않아 부도를 낸 것은 극동건설 주주와 채권단에 대한 배임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아울러 우리투자증권에서 200억원의 담보대출을 받은 19일과 24일은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의 법정관리를 준비하는 시점과 겹쳐 사기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채권단은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쯤 되자 지난 2일 채권단은 "그룹의 지주회사이며 법정관리를 신청한 웅진홀딩스의 청산을 법원에 요청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사실상 그룹의 해체를 요구하고 나섰다. 채권단은 또 신뢰가 땅바닥에 떨어졌다는 점을 강조하며 윤 회장과 웅진홀딩스를 배임, 사기 혐의로 고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웨이 인수에 나섰던 MBK 측도 웅진 측이 MBK와 협의를 거치지 않고 전격적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거래 중단을 통보한 데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 웅진코웨이 매각이 중단되면서 손해를 입은 투자자들도 윤 회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지금까지 윤 회장은 재계에서 보기 드문 자수성가형 기업인으로 알려졌다. 이에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재벌들이 지배하는 시장에서 기적적인 성공신화를 만든 창업자'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윤 회장은 그야말로 맨손으로 백과사전 외판원으로 시작해 8대 사업군에 14개 계열사를 보유한 매출규모 6조원의 재계 31위 대기업을 일궈내면서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려왔다. 

하지만 윤 회장은 과도한 욕심을 부리다 한없이 추락하게 됐다. 윤 회장은 지난 2007년 극동건설 인수라는 치명적 실수를 저지른 데 이어 2010년 서울저축은행을 사들이는 악수를 뒀다. 또 무리하게 태양광 사업에 진출해 웅진에너지, 웅진폴리실리콘 등을 운영하다 결국 심각한 경영난을 초래했다. 재벌 흉내를 내며 문어발 확장을 하다가 가랑이가 찢어지고 만 것이다.

몰락한 기업가에서
탐욕스런 재벌로

윤 회장은 경영난 속에서도 코웨이를 매각을 두고 상식을 벗어난 행보를 이어 갔다. 결정적으로 경영권 유지에 집착한 나머지 법정관리 꼼수를 부리다 은행과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기에 이르고 말았다.
비난여론이 거세지자 윤 회장은 지난 4일 뒤늦게 보유한 웅진홀딩스 주식을 내놓는 등 개인재산(사재) 출연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웅진홀딩스 대표를 사임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윤 회장의 모럴해저드에 격분한 채권단의 강경한 입장을 바꾸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채권단은 윤 회장의 경영 참여 배제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뿐만 아니라 윤 회장을 상대로 피해업체들의 각종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고 추후 검찰 수사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어 앞으로 윤 회장의 '날개 없는 추락'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의문 해소 첫 단추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