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찰 출신 ‘김미영 팀장’ 국내 송환 물거품 내막

비쿠탄 마약왕과 손잡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보이스피싱계 거물 ‘김미영 팀장’ 박모씨가 필리핀 비콜 교도소로 이감됐다. 사실상 국내 송환이 더 어려워졌다. 박씨는 총 4명과 같은 곳으로 옮겨졌다. 이 중 1명은 한 달에 약 5kg 이상의 필로폰을 국내로 유통해온 인물로 확인됐다. 박씨가 마약 사업에도 손대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이유로 해석된다.

‘김미영(가명) 팀장’ 박모씨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출신의 전직 경찰이다. 경찰 출신이기에 관련 범죄에선 전문가로 통한다. 박씨는 새로운 마약왕으로 떠오르고 있는 인물인 송모씨와 타 교도소로 이감됐다. 교도소 내에서 마약 사업이 가능한 만큼 경찰 안팎에서는 이들이 새로운 조직을 꾸리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마약+피싱
새로운 조직

박씨는 2008년 수뢰 혐의로 해임돼 경찰 조직을 떠났다. 2011년부터 10년간 보이스피싱계의 정점으로 군림해온 그는 조직원들에게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로 구성된 대본을 작성하게 할 정도로 치밀했다.

박씨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지난 2012년 콜센터를 개설해 수백억원을 편취했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그의 범죄는 2021년 10월4일에 끝이 났다.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 박씨가 마닐라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했다.


2023년 초까지만 해도 박씨가 곧 송환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씨는 일부러 고소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죄를 만들어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 기를 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박씨의 ‘꼼수 전략’은 성공했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필리핀 이민국 수용소에 투옥됐던 박씨는 최근 필리핀 루손섬 남동부 지방 비콜 교도소로 이감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국내서 유명 작가로 행세하며 수천만원의 사기를 저지른 뒤 필리핀으로 도피했던 윤모씨에게 해당 전력을 배웠다. 윤씨는 지난 8월 강제 송환됐다.

박씨를 포함해 함께 이감된 인물은 박씨와 새로운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씨, 박씨 밑에서 일하던 보이스피싱 관리책 2명으로 총 4명이다. 이들은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텔레그램을 통해 보이스피싱 및 마약 공급·유통책을 모집했다.

이 조직은 송씨 주도하에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박씨를 영입한 이유로는 서로를 신뢰하지 않는 마약범죄조직의 고질적 문제를 극복하기 위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보이스피싱·마약 연계 ‘피싱&마약’ 결성
필리핀 비콜 교도소로 이감…빼기 어려워

비쿠탄에 수감돼있는 한 제보자는 “송씨와 박씨의 텔레그램방에 있는 인원이 10명이 넘는다. 대부분 보이스피싱과 마약 전과가 있는 인물들로 한국인만 있는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씨는 본래 마약과는 거리가 멀었던 인물이다. 송씨와 안면을 트면서 보이스피싱보다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송씨는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서도 깊게 들여다보는 인물이다. 그는 박씨에게 보이스피싱 범죄 노하우를 전수받아 비트코인 사기도 저지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비콜 교도소서 탈옥을 계획 중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른 비쿠탄 관계자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서 약 100만페소(한화 약 2330만원) 정도면 인도네시아로 밀항이 가능하다. 비콜 지역 교도소는 비쿠탄보다 탈옥이 쉬운 곳”이라고 말했다.

필리핀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타 국가로 밀항에 성공하면 냉정하게 말해 국내 송환은 불가능하다”며 “박씨와 송씨뿐만 아니라 다른 범죄자들도 언제나 비슷한 계획을 구상 중”이라고 했다.

실제 비쿠탄 수용소서 타 감옥으로 이감된 건 사실상 국내 송환이 불가능해졌다고 볼 수 있다. 한국과 필리핀은 형사사법공조조약과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했다. 필리핀서 장기간 수용 생활을 하는 한국인을 한국으로 이송하면 좋으나 현재 수용자 이송조약은 체결돼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는 “송환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인물에 한해 이송 요청을 지속하고 있다”며 “필리핀 이민국과 논의를 이어가는 중”이라고 밝혔다. 법무부의 이 같은 입장은 2년 전과 다르지 않다. 시간이 가는 동안 이송조약조차 체결하지 못한 점은 한국 정부의 소극 행정이라는 지적이다.

이송조약
체결 못해

실제 법무부는 일부 한국인 범죄자들에 관해 송환신청서도 보내지 않은 바 있다.

범죄인 인도는 국제형사사법 공조 활동 가운데 가장 고전적 수단이다. 이는 관할권으로부터 도주한 범죄인은 범죄인 소재지국보다는 범죄 행위지국서 유효·적절하게 재판 또는 처벌할 수 있다는 인식에 근거한다. 다만 범죄인 인도는 국제법상 확립된 제도가 아니다.

국제법상 의무가 아니므로 조약상 의무가 없는 한 타국의 인도 요구를 수용하지 않아도 국제법 위반은 아니기에 각국은 인도 여부를 재량으로 결정할 수 있다.

한국 범죄인 인도법은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와도 상호주의를 적용해 인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인도 대상이 되는 범죄는 원칙적으로 청구국 영역서 발생한 범죄다. 영해나 영공서 저지른 범죄는 물론 공해상 청구국의 선박이나 항공기서 벌인 범죄도 포함한다.

범죄인은 수사 또는 재판을 받고 있거나 유죄 판결을 받고 피청구국으로 도주한 자를 말한다. 인도 대상 범죄인은 주로 청구국 국민과 제3국인이다. 인도가 허용되는 범죄는 청구국과 피청구국의 법률로 모두 처벌 가능한 범죄여야 한다.

인도 요청을 거절하는 사유는 의무적 거절 사유와 재량적 거절 사유로 나눌 수 있다. 피청구국서 청구 범죄에 대해 이미 확정 판결을 받은 경우도 의무적 거절 사유다. 박씨와 송씨의 경우 현지서 재판을 받고 있어 의무적 거절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법무부가 보이스피싱 혐의가 아닌 마약 유통 혐의로 송환을 적극적으로 요청한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필리핀 정부가 ‘재량’을 근거로 거절할 가능성도 있으나 법무부는 이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박씨처럼 국내에 송환되지 않으려는 인물은 또 있다. 2023년 1월23일, 충남 서산서 아내를 살해하고 저수지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필리핀으로 도주한 강주천이다. 그는 한국 경찰의 공조 요청으로 필리핀서 검거됐으나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필리핀서
국내 유통

강씨는 비쿠탄 수용소서 탈옥했다가 8일 만에 체포됐다. 그는 현재까지 산 후안 그린힐스 교도소에 투옥된 상태다.

강씨는 체포 당시 1kg의 필로폰을 소지하고 있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강씨는 송씨의 지시로 해당 필로폰을 국내로 유통하려 했다. 유통에 성공한 이후 독일제 총기인 Heckler & Koch HK416도 전달받으려 한 정황도 포착됐다.

비쿠탄 수용소에 수용된 또 다른 관계자는 “송씨가 파사이에 있는 공급책을 통해 강씨에게 필로폰 유통을 지시한 건 비쿠탄에 있는 한국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송씨가 비쿠탄에 있는 한국 마약업자들 중 가장 많은 양의 마약을 유통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씨는 박씨처럼 필리핀 현지 교도소에 더 머무르기 위해 송씨의 지시를 이행하려 했다. 필리핀법상 외국인이 마약을 거래하면, 종신형에 처해져 국내법상 처벌이 어렵다.

강씨가 마약범으로 종신형을 받게 되면 박왕열이 있는 뉴빌리비드 교도소(NBP)로 가게 된다. 그가 NBP에 가게 된다면 박왕열처럼 마약 사업을 영위할 가능성은 불 보듯 뻔하다. 재소자들은 NBP서 마약을 유통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구조라고 주장한다.

한 재소자는 “하루에 1끼의 식사가 제공된다. 살아있는 생쥐를 슬라이스로 잘게 썰어서 던져준다”며 “이걸 먹지 않으면 굶어 죽어야 한다. 살려면 돈이 있어야 하는데 NBP서 유일하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내부 조직들의 말을 듣고 마약을 유통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손 놓은 법무부 시기 놓쳐
“외교적 노력 최선” 원론적 대응만

이 재소자는 “박왕열이 마약 유통을 꽤 잘하다 보니 돈도 그만큼 많이 번 것이다. 실제 박왕열 주변인들은 생각지도 못할 정도로 부유해졌다”고 설명했다.

NBP 내에 있는 국제 범죄조직들은 한국 마약 시장을 고수익 사업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국정원은 일본 야쿠자와 중국 범죄조직이 한국 마약 밀반입·유통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21년 국내서 적발한 마약류는 1295kg으로, 2020년 321kg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했다. 154kg의 마약을 적발했던 2017년과 비교하면 8배 이상 폭증했다. 통상 필로폰의 1회 투약량은 0.03g이다. 쉽게 말해 4300만명이 투약할 수 있는 마약이 국내서 유통되고 있다는 뜻이다.

동남아 3대 마약왕 중 1명인 ‘탈북민 마약왕’ 최정옥도 검거되기 전 해외서 대규모 보이스피싱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인들로 구성된 동남아 마약밀수 조직의 총책으로 알려진 최씨는 캄보디아서 붙잡혀 2022년 4월 국내로 송환됐다.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최씨가 같은 탈북민과 조선족 등이 가담한 해외 보이스피싱 조직을 동원해 우리 국민을 상대로 범행을 주도한 것으로 판단했다.

아직은 보이스피싱 피해 금액의 정도가 확인되지 않았으나 당국에 따르면 최씨가 보이스피싱으로 한 달 만에 5억원 정도의 범죄수익을 거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범죄 활동 규모에 따라선 피해금액이 10억원대 이상으로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수의 마약 전과 이력을 가진 최씨는 2018년부터 활동무대를 국내서 중국, 러시아, 동남아로 옮겼다. 그는 태국, 라오스, 미얀마가 맞닿아 있는 세계적인 마약 생산지 ‘골든트라이앵글’서 현지인들과 손잡고 마약을 생산, 한국에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2021년 7월 마약 소지 및 밀입국 혐의로 태국 수사망에 걸려 파타야서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하지만 한 달 뒤 500만바트(한화 약 1억8000만원)를 보석금으로 내고 풀려났다. 국내는 물론 태국서도 이례적인 일이다. 최씨는 이후 캄보디아로 도주한 끝에 국정원, 인터폴, 현지 경찰의 공조로 체포됐다.

조직원과
탈옥 계획

그는 보이스피싱으로 번 돈을 태국으로 갖고 오는 데 한국 내 차명계좌를 사용했다. 당국에 꼬리가 잡힐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당시 최씨의 차명거래에는 태국 한인교포 여러 명의 계좌가 활용됐다. 이 때문에 다수 한인교포 한국 계좌의 거래는 현재 정지된 상태다.

최씨는 범죄수익 5억원 중 2억원가량만 태국 현지 브로커에게 알선료 명목으로 준 것으로 알려졌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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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