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언캐니(uncanny)’ 류노아·이제

혼란과 불안의 정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라흰갤러리서 류노아·이제 작가의 2인전 ‘언캐니’를 준비했다. 전시 제목인 언캐니(uncanny)는 존재의 근원적인 불가해성을 직면할 때 일상의 무언가로부터 실감하게 되는 혼란과 불안의 정서를 의미한다. 

류노아와 이제 작가가 참여한 2인전 언캐니는 삶에 내재된 생소함과 불확실성을 두 작가가 어떻게 시각화하는지 살펴보고 그들이 자각한 낯섦이 어떤 의미에 도달하는지 조명하는 취지서 기획됐다. 

시간을 새기다

두 작가는 언캐니를 감지하는 과정서 주어진 조건에 관성적이거나 타성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낯선 감각과 부딪치며 인식의 균열을 경험한 끝에 보다 넓은 세계를 자각하고 안정된 결말을 거부하는 미완의 단계가 도리어 풍부한 자력이 있다는 것을 표현하려 했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류노아의 작품은 2015년부터 현재에 이르는 작업을 모두 아우르고 있다. 작업의 방향을 고민했던 류노아의 지난 시간이 작업에 선명하게 새겨져 있는 셈이다. 

류노아는 생존이라는 당면 과제 앞에서 삶을 버텨야 했던 유학 시절의 불안과 긴장을 주로 표현해왔다. 그러다 몸의 통증으로 몇 달을 앓아눕게 되면서 이제껏 실감하지 못했던 ‘시간의 순리’를 직시하게 됐다. 


이후 류노아는 현존하는 모든 것의 저변에 강물처럼 흐르는 시간의 스밈이나 시간이 초래한 아이러니를 초월하는 감각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시간을 둘러싼 작가의 인식은 2020년 이후 작품서 고전주의를 연상시키는 회화 언어로 드러난다. 

시간의 감각을 온 신경으로 느낄 수 있을 만큼 아득한 것을 작업에 적용, 궁극적으로는 초시간적으로 유효한 가치에 도달하려 했다. 그의 작업은 시간의 절대적인 서사에 관객을 편입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의 시야를 전설과 신화의 시간에 상응할 법한 영역으로까지 끌어올린다. 

삶의 생소함과 불확실
낯섦이 도달하는 의미

이제의 작품서 풍경과 인물, 시간은 모호하게 하나로 섞이면서 ‘완결되지 않은 상황’으로 관람객에게 전달된다. 이제는 특정한 사건을 지시하기보다는 불명확하고 연약한 가상의 시공간으로 의식의 나사를 자꾸만 느슨하게 풀어버린다. 

이제의 작품서 흥미로운 점은 이 정서가 언캐니의 낯섦을 지나 더 깊은 불안을 향해 관습적으로 버려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 과정서 새로운 싹을 동반하는 충만한 저력을 확인할 수 있다. 

이제는 당초의 순간적인 감각으로 화면을 관통하고 그 결과 나온 작품은 필연적인 결과를 이탈해 또 다른 연쇄 작용을 양산해낸다. 이렇듯 은근히 불편하고 어슴푸레한 미완의 작업 이면에는 ‘회화의 사건을 어떻게 확장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자리하고 있다.  

이제는 “미술이 이미지로서 갖는 힘은 현상의 여파를 열린 감각의 상태로 무한히 전환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막연히 흘려버리다가도 불현듯 마음에 차오르는 일상의 반향을 놓치지 않으려 애쓰며 타성에 젖은 전형을 시험대에 올리는 동시에 잠재성의 파동을 무한히 공명시킨다.


확장되는 회화

라흰갤러리 관계자는 “언캐니는 현상으로부터 수수께끼처럼 생경한 감정에 휩싸이게 되는 문턱서 필연의 요인을 비껴가려는 능동적인 의지가 광활한 세계의 일부를 캐내고 잠재적인 것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한다”며 “이는 관람객에게 또 다른 연쇄반응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시는 다음달 16일까지.   

<jsjang@ilyosisa.co.kr>

 

[류노아는?]

▲학력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학사 졸업(2008)

▲개인전
‘Waiting Room’ 에이라운지(2022)
‘Soft Self’ 컴포짓(2016)
‘Half Holiday’  살롱드에이치(2013)
‘쿠피디타스’ 브레인팩토리(2010)

[이제는?]

▲학력
국민대학교 예술대학 회화과 졸업(2002)
국민대학교 대학원 회화과 졸업(2004)

▲개인전
‘아직 약간의 빛’ 에이라운지(2023)
‘페인팅 기타 등등’ 산수문화(2021)
‘손목을 반 바퀴’ 갤러리조선(2017)
‘폭염’ 갤러리버튼(2015)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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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