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메리츠증권이 투자금 회수 문제로 투자자와 갈등을 빚고 있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부동산시장 불황의 여파로 자금흐름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면서 일어난 일로 보인다. 이 과정서 메리츠증권이 금융주간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 강남구 소재 A 전문 자문사의 B 대표는 최근 골머리를 앓고 있다. A 자문사는 홈페이지에 “자본시장과 부동산 PF 투자의 융합 포트폴리오를 통해 투자자의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한다”고 기재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투자한 사업의 자금 상환 문제가 불거지면서 큰 손해를 볼 위기에 처했다.
“책임 전가”
메리츠증권은 대구 남산·대봉동 공동주택 개발사업의 금융주간사로 참여하고 있다. 대구 중구 남산동 729-6번지와 대봉동 595-5번지 일원에 공동주택 1087세대 및 근린생활시설을 신축하는 사업이다. 메리츠증권은 해당 사업의 브리지론 리파이낸싱을 위한 투자자 모집에 나섰고 A 자문사는 10억원을 투자했다.
브리지론은 신용도가 낮은 시행사 등이 제2금융권서 높은 이자를 내고 사업의 개발자금을 빌려 쓰다가 사업이 진행되면서 자산가치가 높아지고 사업성이 좋아져 리스크가 줄어들면 제1금융권의 낮은 이자 자금을 차입하게 되는데, 이때 제2금융권 차입금을 말한다.
지난해 11월 메리츠증권이 배포한 ‘대구 남산·대봉동 공동주택 개발사업 Equity 투자’ 투자설명서(IM)에 따르면 총대출금액은 40억원 규모로 파악된다. 메리츠증권은 ▲본건 사업 담보신탁 위탁자 수익권 근질권 설정(120%) ▲기타 대주가 합리적으로 요청하는 사항 등을 채권보전 조건으로 내세웠다.
메리츠증권과 A 자문사의 입장은 ‘사업 담보신탁 위탁자 수익권 근질권 설정(120%)’ 부분을 두고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근질권은 채무자가 돈을 갚지 못했을 때 채권자가 담보로 설정된 동산을 처분해 우선변제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금 회수를 위한 일종의 ‘보험’이라 할 수 있다.
실제 B 대표는 “본건 사업 부지에 대해 설정될 담보(부동산담보신탁계약상 수익권에 대한 근질권)의 가치와 금융주간사가 메리츠증권이라는 점을 신뢰해 투자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사업에 대형 증권사가 참여하고 있는 점, 해당 증권사가 내세운 채권보전 조건 등이 투자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문제는 지난해 11월 투자 약정을 맺고 9개월이 다 되도록 투자금 상환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최초 만기일은 지난 2월28일로, A 자문사는 시공사의 자금충원을 통해 투자금 회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연장 만기일(3월31일)이 지나도록 상환은 진행되지 않았다.
B 대표는 “지난 3월 한 차례 연장된 투자약정 만기일도 이미 지났는데 메리츠증권에서는 아무 연락도 없는 상태다. 나나 우리 회사는 사업의 시행사나 시공사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금융주간사인 메리츠증권을 믿고 투자를 진행했는데 투자금 상환을 위한 노력도 하지 않고 모든 책임서 발을 빼려는 모습에 실망감이 크다”고 토로했다.
결국 A 자문사는 해당 내용을 토대로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메리츠증권이 1순위 수익권 근질권 설정과 대항요건 구비 등 투자 주요 조건과 관련해 사실과 다르거나 오인을 일으킬 수 있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또 투자 조건에 관해 고지와 설명 의무를 위반했다고 덧붙였다.
담당자 고급 음식점 예약 부탁
“투자금 회수 위해 잘 보이려고”
이어 투자 만기가 도래했고 사전정산 사유의 발생 등으로 투자금을 반환할 의무가 생겼는데도 이를 위한 절차 이행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B 대표는 메리츠증권이 대기업, 금융주간사로서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A 자문사의 투자금을 우선 상환해줄 것처럼 기망했다고도 강조했다.
B 대표는 “메리츠증권 담당자가 ‘시행사 OTP 카드를 가지고 있다’ ‘시공사서 자금이 들어올 예정인데 누구에게 투자금을 돌려줄지는 내 마음이다’ 등의 발언을 했다. 자신들 뜻대로 하지 않으면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압박 혹은 위협으로 느껴져서 메리츠증권의 요구에 따라 투자약정 만기일을 연장해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메리츠증권은 A 자문사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메리츠증권 측은 투자와 관련해 A 자문사에 충분한 설명을 했다는 입장이다. 투자설명서(IM)를 통해 A 자문사는 선순위 근질권자가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해당 내용에 대해 안내를 받지 못했다는 A 자문사의 주장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여기에 “수익권에 대한 근질권 설정이 어렵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지난 2월17일 만기를 연장하는 변경(투자) 약정서를 체결했다”고 덧붙였다. B 대표는 “어떤 투자자가 수익권 근질권 설정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투자한다는 것이냐”며 “메리츠증권이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B 대표는 투자약정 만기 연장 과정서 메리츠증권이 수익권 근질권 설정 부분을 삭제하려는 시도를 했다고 주장했다. A 자문사에 따르면 첫 투자약정 이후 만기 연장 과정서 변경된 약정서에는 수익권 근절권 부분을 삭제한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B 대표가 이 부분을 문제 삼자 문구를 다시 삽입해 만기 연장 약정을 진행했다는 것.
메리츠증권은 사업의 금융주간사이긴 하지만 피투자자가 아니기 때문에 투자금 상환 의무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투자금 상환 문제는 주간사와 투자자 간의 문제가 아니라 차주(시행사)와 투자자 간의 문제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투자금 반환을 위한 어떤 권한도 없다는 게 메리츠증권의 입장이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A 자문사나 B 대표가 주장하는 우월적 지위의 이용, 사업 담당자의 발언 및 갑질 등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사업 담당자가 B 대표에게 고급 식당 예약을 한 번 부탁한 사실이 있다고는 인정했다. 스시 오마카세를 취급하는 식당으로 예약이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B 대표는 “그 식당서 담당자와 한 번 식사를 했다. 이후 담당자가 지인들과 해당 식당에 가고 싶은데 예약이 어렵다고 연락해와 4명 자리를 잡아준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금 상환이 해당 담당자에게 달려 있다는 생각에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는 게 B 대표의 주장이다. 식당 예약 시기는 지난 2월로 파악된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우리도 해당 사업에 40억원을 투자했고 상환받지 못했다. 총 5개 기관이 투자에 참여했는데 A 자문사만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면서도 “해당 투자와 관련해 피투자자의 투자금 반환 의무를 인지하고 있다. 협의가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업 정상화를 위해 시행사, 시공사 등과 협의 중이라고 전해왔다.
“의무 없다”
B 대표는 “지난 2월에 마무리됐어야 할 일이 3월로 한 달 미뤄지더니 이제는 8월이 되도록 진전이 없다. 투자 자체도 메리츠증권을 보고 시작했고 투자금 상환에 대해서도 메리츠증권의 말을 믿었다. 투자자가 자금 회수 문제로 몇 달 내내 시달리는 동안 메리츠증권은 얼마만큼의 수수료를 챙겼는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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