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A뉴스] 서울 경북고가 정상에 선 제78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이번 대회서 단연 시선을 끈 팀은 따로 있다. 경남 양산 물금고가 주인공이다.
경북고가 청룡기 정상에 섰다.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재학 중이던 1993년 이후 30년 만의 우승이다. 경북고는 지난달 27일 목동야구장서 열린 제78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결승서 물금고를 4-1로 꺾었다.
이로써 경북고는 통산 8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전국대회 우승은 2015년 봉황대기 이후 8년 만이다.
대역전극
경북고는 투구수 제한 규정 때문에 에이스 전미르 없이 결승에 나섰다. 전미르는 지난달 24일 강릉고와의 8강전에서 104개의 공을 던졌고, 대회 규정에 따라 나흘 동안 의무 휴식을 취해야 했다.
하지만 이승헌이 쾌투를 선보이며 경북고 승리의 발판을 놨다. 7이닝 7피안타 3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물금고 타선을 봉쇄했다. 마운드에 오르지 못한 전미르는 타석에서 활약했다. 선제 적시타를 날리는 등 4타수 2안타 2타점을 올렸다.
경북고 타선은 1회부터 선취점을 뽑으며 기선을 제압했다. 1회 말 김세훈, 박관우의 연속 볼넷과 임종성의 희생번트로 일군 1사 2, 3루에서 전미르가 2타점 중전 적시타를 때렸다.
경북고는 2회에도 추가점을 냈다. 2회 말 안정환의 안타와 박건우의 2루타로 일군 1사 2, 3루서 김세훈이 희생플라이를 뽑아냈다. 경북고는 4회 말 상대 실책을 틈 타 1점을 추가하고 승기를 굳혔다.
경북고 30년 만에 정상…통산 8번째
이승엽 감독 재학 시절 이후 첫 우승
물금고는 8회 초 1사 만루서 공민서가 밀어내기 볼넷을 골라 1점을 만회했지만, 더 이상 추격하지 못했다. 비록 최종 우승은 경북고에 내줬지만, 이번 대회 최고 이변을 일으킨 팀으로 또 다른 주인공이 됐다. 2015년 창단한 물금고는 종전까지 8강이 최고 성적으로, 전국대회 결승 무대를 밟을 것이란 기대는 많지 않았다.
하이라이트는 16강전이었다. 마산고와의 경기서 3회까지 1-11로 뒤졌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4회 말부터 반격을 시작, 10점 차 열세에도 집중력을 발휘해 14-12로 뒤집는 데 성공했다.
8강은 행운이 따랐다. 전통 강호라 불리는 충암고에 7-3으로 앞서다 7-7 동점이 됐지만 비로 인해 경기가 중단됐다. 승기가 기울던 상황서 다음 날 11-9로 승리하며 창단 첫 4강에 올랐다.
4강에선 경기상고를 만나 대승을 거뒀다. 2-3으로 뒤지던 7회 7득점의 빅이닝을 연출해 13-5 역전승으로 결승전에 올랐다. 1학년 투수 조동휘는 이날 7이닝 3실점 2자책점으로 호투하며 물금고의 결승행을 이끌었다.
대회 최고 이변 연출한 준우승팀 활약상
2015년 창단 첫 전국대회 결승 무대 밟아
물금고는 2015년 9월 야구부를 창단했다. 선수 17명으로 출발했다. 마산고 수석코치를 지낸 강승영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지금까지 지도하고 있다. 경남도 내 고교 야구부 창단은 마산고, 마산용마고, 김해고에 이어 4번째였다.
물금고 야구부 창단은 지역 내 야구 꿈나무 유망주를 발굴하고 육성하려는 노력이 만든 결실이다. 양산에는 초등학교 리틀야구, 원동중 야구부가 있지만 고교 야구부는 없었다. 따라서 원동중 선수들은 진학을 위해 부산 등으로 가야 했다.
시골에 있는 원동중은 2011년 학생수 감소로 폐교 위기에 놓이자 학교와 마을주민이 나서서 야구부를 창단, 학교를 살린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 학교 야구부는 2013년과 지난해 대통령기 전국 중학교야구대회서 2연패를 달성해 야구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양산엔 현재 야구 동호인 리그만 100개팀, 3000여명에 육박하는 등 야구 사랑이 각별하다. 양산시가 앞장섰고 시 야구협회, 야구동호회, 기업체 등도 잇따라 야구부 지원에 동참했다.
축제 분위기
당시 창단을 물심양면 도왔던 나동연 양산시장은 “이번 물금고 야구부의 전국 대회 준우승으로 양산은 야구 도시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다”며 “한국야구협회와 양산지역 국회의원 등과 협의해 물금고 야구부 등 지역 야구부는 물론 국가대표가 전지훈련장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야구장 건립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