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대로’ 이권 카르텔과의 전쟁 막전막후

입맛 따라 눈엣가시만 제거?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잘못된 부분은 분명 바로잡아야 한다. 일부의 잘못을 전체로 확대해 몰아가는 행위는 잘못됐다. 윤석열정부가 ‘카르텔 타파’를 국정운영의 방향으로 잡으면서 많은 조직 전체가 점점 카르텔이 돼가고 있다. 그러나 자신이 과거 몸담았던 조직만은 나쁜 집단에서 빠졌다. 이러다가 후폭풍마저 불어닥칠 태세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서 “이권 카르텔, 부패 카르텔에 관한 보조금을 전부 폐지하고, 그 재원으로 수해 복구와 피해 보전에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해당 발언을 두고 일각에선 수해 복구를 정치와 엮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야권은 물론 여권 내부서도 우려 목소리가 나왔다. 

누굴 위한 
집단 몰이?

윤 대통령이 지목한 이권 카르텔은 비리와 불법이 드러난 노동계, 민간단체, 문재인정부서 추진된 태양광 관련 사업 등을 일컫는 것으로 여겨진다. 통상 카르텔이라는 용어는 동일 업종 기업이 경쟁 제한 혹은 완화를 목적으로 가격, 생산량, 판로 등에 대해 협정을 맺고 형성하는 독점 형태를 뜻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불법적인 행태를 일삼는 집단끼리의 결탁으로 여겨져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있다. 

2년 전, 윤 대통령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소수 이권 카르텔을 타파하겠다고 공언했다. 당시 윤 대통령이 발언한 내용을 들여다보면 금방이라도 이들과 전쟁마저 불사할 태세였다. 정권과 이해관계로 얽힌 소수 이권 카르텔이 권력을 사유화하고 있고, 책임의식, 윤리의식이 마비된 먹이사슬을 구축하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같은 해 11월 국민의힘 대선후보 수락 연설서도 카르텔 언급은 다시 등장했다. 이들을 혁파하고, 정권교체를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이권 카르텔을 뿌리뽑기 위해 대선에 나섰다고 해석해도 무방하다.


다만 이권 카르텔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이후에도 윤정부가 언급한 카르텔 세력은 윤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자주 표적이 돼왔다. 지난해 2월, 대선 전국 유세 현장서도 자주 등장했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자, 발언 수위는 한껏 더 올라갔다. 충북 청주시 성안길 유세길서 그는 “카르텔 기득권 세력을 박살내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카르텔이라는 단어는 끊임없이 언급됐다. 지난해 9월에도 문정부의 태양광 비리가 적발되자 다시 카르텔을 띄웠다. 

같은 해 12월부터는 노조와의 전쟁을 시작하면서 이들을 카르텔로 규정해버렸다. 민노총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 사태서 강경 대응한 뒤 화물연대가 백기를 들고서다. 

수해 복구 정치적으로 엮어버려
어떻게 하겠다는 이유 빠져있어

화물연대에 이어 건설노조도 카르텔로 내몰렸다. 물론 일각에선 노동계의 악질적인 행태는 처벌이 필요한 측면이 있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들 모두를 악의 축으로 매도하는 행위는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설노조는 건폭(건설 폭력배)으로 몰렸으며, 결국 한 건설 노동자는 분신까지 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6월 말, 경찰은 200일이 넘는 기간 동안 건폭 특별단속서 총 1484명을 검찰에 송치했고, 이 중 132명은 구속했다. 최다 단속 사례는 전임비와 월례비 등 금품갈취 혐의였다. 문제는 대법원 판례상 월례비는 불법이 아니라는 점이다. 

월례비, 전임비에 이어 윤정부는 회계장부까지 들여다보고 있다. 노조의 비리나 횡령 문제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닌 이야기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정부가 개입하는 순간 문제가 커질 수도 있다. 


윤정부의 카르텔은 문정부의 적폐와 비슷한 의미로 통용되는 듯하다. 당시의 적폐 세력은 검찰이었는데, 정치권서도 무리한 적폐 퇴치로 다른 현안에 집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던 바 있다. 

윤 대통령의 3대 개혁 중 언급된 이권 카르텔은 세트 격이다. 정치에 참여한 지 2년이 흐른 현재에도 이들 세력과 전면전을 벌이겠다며 줄곧 강조해오고 있는 사안이다. 현재까지 윤정부서 카르텔로 못 박은 곳은 노동계, 민간단체, 사교육계, 태양광 사업, 5대 은행, 3개 이동통신사 등이다.

점점 다양한 계층 및 기업들이 카르텔 집단으로 낙인찍혀가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새로 인선된 차관들과의 자리서 현 정부는 반 카르텔 정부라며 맞서 싸우라고도 주문했다. 이번 수해 피해 복구 지원대책으로도 윤 대통령은 이권 카르텔의 보조금을 주겠다며 정치와 엮기도 했다.

이런 탓에 여의도에까지 옮겨가 정치적인 이슈로까지 번진 상황이다. 앞서 윤정부는 노조에 이어 민간단체에 지급된 국고보조금 1조1000억원 중 314억원이 부정 사용된 것을 확인했다며 부정행위가 적발된 단체를 형사고발 혹은 수사 의뢰했다.

정부는 민간단체 보조금 예산은 5000억원 이상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전 정권
발라내기?

결국 정치 이슈로까지 불거지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가 예산은 쌈짓돈이 아니다”라며 윤 대통령을 공격했다. 특히 정청래 최고위원은 “백번 양보해 부패·이권 카르텔을 털어 나온 돈이 있다고 해도 수재민은 하루가 급하다. 어느 세월에 피해 복구를 한단 말이냐?”며 윤 대통령의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실제로 수재민 예산은 즉시 지급돼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보조금 회수는 즉시 이뤄지기가 어렵다. 사실상 결정이 정확히 난 시점부터 환수할 수 있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하나 둘 우려 목소리가 나왔다. 유승민 전 의원은 “염치가 있다면 수많은 생명을 잃은 참사에 카르텔을 들먹이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노동계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한노총이 보조금을 받는 부분은 이미 대부분 탈락했다”며 읍소했다. 보조금 선정에 탈락된 재원은 노동 상담 제공 서비스 부문이다. 

역대 정부들도 노조에 강경한 자세를 취했지만, 윤정부는 이전 정부보다 공격적이고, 적대적인 모습을 자주 보인다. 노조를 때릴수록 윤정부의 지지율은 오르는 현상을 보이는데, 적어도 정치적인 이익이 있다는 뜻이다. 

이뿐만 아니다. 사교육계 역시 수능 킬러 문항과 관련돼 또 다른 카르텔로 규정됐다. 현재 대형 입시학원 등이 세무조사 대상이 됐고, 사정기관은 사교육계를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단순 킬러 문항부터 시작해 교육 카르텔로 확전되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만큼 논리가 허술하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문제의 시작은 지난 6월 전국 수능 모의평가였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주호 교육부 장관에게 학교 수업서 배우지 않은 내용은 수능 출제 문제서 배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같은 발언은 수능을 5개월 남긴 시기에  말 그대로 교육계를 혼란에 빠뜨려놓기 충분했다.

일단 지르고
보자는 식?

윤 대통령의 주문이 나오자마자 교육부 대입담당국장은 경질됐는데, 교육계에선 이 사태에 대해 이례적으로 보고 있다. 대통령실은 교육 당국과 사교육이 결탁해 카르텔을 형성했다는 주장을 펼친다. 교육 당국이 수능을 어렵게 낸 탓에 고액의 사교육이 횡행하게 됐다는 것이다. 교육 당국도 킬러 문항을 배제할 경우 사교육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논리를 내놨다.

문제는 최근 총리실서 보안자료인 수능 출제·검토위원 관련 자료까지 가져갔다는 점이다. 사교육과 카르텔 관련성을 확인하기 위해 수능 출제 인력풀 자료까지 입수한 것이다. 정부가 이들의 관계가 유지되고 있다고 생각해서다.

함께 지목된 것은 사교육 강사의 고수입이다. 본격적인 세무조사가 시작되면서 사실상 이들 강사가 카르텔의 한 축으로 지목된 셈이다. 

앞선 일련의 사태들을 살펴보면 윤정부는 불법을 저지른 몇몇을 전체가 그렇다는 것처럼 확대해 매도하려는 경향이 짙어 보인다. 책임 역시 카르텔로 분류된 곳이 무한으로 짊어지도록 만든다. 정부가 나서 대화와 타협을 하기보다는 수사와 환수로 압박하는 식이다. 


이번 수해 역시 마찬가지다. 정치적 책임을 즉시 시민단체로 돌렸다. 오송 터널 참사가 발생했을 때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있었다. 대통령실서 나온 메시지는 “대통령이 서울로 뛰어간다고 해도 집중호우 상황을 크게 바꿀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같은 말이라도 정치적인 수사를 내놔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는 점이다. 특히 대통령실의 입장과 발언은 대통령의 공식 창구로 늘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공감, 위로, 책임 대신 하고 싶은 말만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자리에 없던 와중에 이슈를 돌릴 대상이 필요했던 모양새다. 

노조, 교육계 등 전체 매도  
이후에 후폭풍 올까 우려돼

이권 카르텔 발언 이후 여전히 규모, 방식 등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논의할 것인지도 모호하다. 노조, 민간단체에 지원하던 보조금은 추계되지도 않고 법적 근거도 없는 돈이다. 대통령실이 내놓는 메시지들은 여전히 단편적일 뿐이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올해 예산 중 아낄 수 있는 부분을 아껴 재해 복구와 지원에 사용하자는 것”이라며 또다시 해명에 진땀을 빼야 했다. 윤 원내대표는 “내년·내후년 예산을 확정할 때 방만하게 집행됐던 정치 보조금을 폐지해 복구와 재난 안전 시스템 업그레이드에 쓰겠다는 뜻”이라면서도 “오히려 민주당이 수해로 정쟁을 부추기고 있다. 새롭게 편성되는 예산을 감안한 원론적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이 같은 국민의힘의 해명이 시원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시민단체 등에 지원되던 정부보조금과 이번 수해와 무슨 상관이 있냐는 지적이다. 또 카르텔 중 법조 카르텔은 빠져 있다는 비판도 나오는 가운데, 선택적 카르텔 몰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법조 카르텔은 윤정부서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는 키워드다. 현재 검찰 수사에 따르면 대장동 수사가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향하고 있지만, 고위 판·검사, 변호사 출신도 다수 연루돼있다. 이들 명단은 일찌감치 공개됐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수사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박영수 전 특검의 압수수색은 뒤늦게 이뤄졌고,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기각됐다. 최근 불거졌던 로톡 이용 변호사 징계 사태도 마찬가지다. 

앞서 로톡은 헌법재판소서 승소했고, 공정거래위원회도 로톡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변호사협회는 달랐다. 오히려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이들 변호사를 징계 처리했다. 

법조계 패스
이러다 역풍

윤 대통령은 여전히 법조 카르텔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꺼내지 않고 있다. 전관예우, 특정 기업을 수사하던 검사가 퇴직한 뒤 해당 기업을 변호하는 로펌, 법률 고문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논란이 됐던 바 있다.

정치권서 제기하는 카르텔을 빙자한 자기 조직 지키기라는 비난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전체를 매도해버리면 반드시 역풍을 맞을 것”이라며 “이러다가 국민 전체를 카르텔로 몰아갈 판”이라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부 연구개발 예산도 줄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권 카르텔 타파’를 카드를 꺼내들자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25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이 내년 정부 출연금 중 주요 사업 예산의 20% 삭감안이 제출된 상태다. 

뒤이어 각 정부 부처와 한국연구재단 등의 공공 R&D 과제 예산도 감축되는 분위기다.

앞서 윤 대통령은 “나눠 먹기, 갈라 먹기 R&D는 제로 베이스(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며 강하게 말했다. 현재 연구 현장에서는 불만의 목소리자 점점 커지고 있다. 

과학기술계가 이권 카르텔이 있다고 하는 게 R&D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다는 입장을 내놨다. 업계에서도 연구자 간 양극화가 심화된다는 등의 우려가 나온다. <차>

<기사 속 기사> ‘쏙 빠진’ 금융권 회전문 인사

윤석열 대통령이 이권 카르텔을 언급하자 시선이 금융권에게도 쏠린다.

이와 관련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2023년 반부패 청렴 워크숍서 카르텔을 언급한 바 있다. 

이 원장은 “이권 카르텔이 문제가 되는 만큼 복무 자세를 더욱 가다듬어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감독과 검사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정작 금융 관료와 감독당국의 회전문 인사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현재 관료 출신 인사들은 금융권에서 자리만 바꿔가며 직을 이어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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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