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대통령의 뒷모습 ㊲굴종적 꼭두각시 노릇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3.06.22 09:06:32
  • 호수 14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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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원래 좌절된 소망은 열배 백배 안타까운 추억으로 변해 사람을 과거로 물귀신처럼 끌고 들어가는 법이야. 정신이상이 되기 전에 현실을 바로 보아야지. 아니 뭐 크게 고민하거나 애통스러워할 필요도 없이, 지금 이 현실에서 후계자로 선정된 딸을 보면 어느 정도 예측할 수는 있지 않을까 싶은 걸. 그 박통 각하 나리님께서 만약 살아 계셨다면 따님보다 훨씬 더 추악한 말로를 걷지 않았을까?” 

독선과 독단

“오히려 그때 순직하셨기에 영웅 위인으로 추앙받는 셈이지. 그 당시 점점 주색에 탐닉해 들어가던 상황은 누구도 브레이크를 걸 수 없었다더군. 정치적 판단에서도 그랬대. 독선과 독단…. 자기는 천재적인 영웅이기에 어떤 난관이나 구렁텅이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과대망상은 꼭 그분뿐만 아니라 흔히 수재들이 잘 걸리는 착각의 사슬이지.”

“따님 대통령도 수재라면 수재지 결코 바보 멍청이는 아니야. 좋은 남자 만나 가정을 꾸렸다면 훌륭한 현모양처가 될 수도 있었으련만, 괜히 정치판에 뛰어들어(그것도 본인의 의지라기보다는 아버지에게 빙의된 자들에게 떠밀려) 부친의 못다 한 꿈을 펼쳐 보이겠노라며 어릴 때부터 배워 익힌 바 비전(秘傳)의 묘술을 시전하지만 청천 하늘을 날긴커녕 점점 추락하고 있잖아. 앞으로 어떤 나락의 구덩이로 떨어질지 몰라.”

“미국, 중국, 일본, 특히 북한 놈들의 방해 때문에 정치를 제대로 해나가기 어려운 상황이잖아. 난바다의 거센 파도 속을 일엽편주로 헤쳐 나가야 하는 신세가 외로워 보여.”


“언제는 그렇지 않았나? 시시각각 이성적이고 창조적인 자세로 고군분투해야 살아남는 판인데, 적도 아군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한 채 독선적으로 옛날 옛적 만파식적이나 늴리리 불어 판도를 잠재울 꿈이나 꾸고 있으니…. 바다 물결이 위험스럽긴 해도 배를 띄워 주는 바탕이건만, 지혜롭게 잘 활용할 생각은 않고 아버지의 몽상에 젖어 태평가나 흥얼거리는 꼴이랄까? 세상이 경천동지할 정도로 바뀌었는데도….”

“아마 아버지가 지금 살아 계시더라도 글로벌 대양(大洋)을 헤쳐 나가긴 어려웠을 거야. 이미 시효가 만료되고 유통기한이 많이 지났다는 얘기지. 그런데도 여전히 이른바 태극기 부대를 믿고 희희낙락이니 대한민국호가 대체 어찌 될는지….”

“흠, 마치 우국지사 같구먼. 큰 바다보다는 이 하숙에서 어찌 살아낼지 걱정하는 게 좋지 않을까?”

“허헛, 누가 할 소릴 사돈이 하는군. 바다가 아니라 이 콘크리트 아스팔트 바닥이라도 마찬가지야. 이 하숙집도 주인이 까딱 잘못 운영하면 침몰해 버릴지 몰라. 저기 저 치킨집이나 슈퍼마켓 또한…. 위정자 나리들은 자기네 당파의 대국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소국도 무시하지 말아야 해.”

개성공단 폐쇄, 사드 배치…국리민복 해쳐
여왕 각하? 점차 금 가는 환상의 유리거울

“나리들께서 당연히 그러겠지 뭘.”

“아냐. 그런 생각이 좀 있다면 개성공단을 제멋대로 마구 폐쇄해서 거기 입주한 수많은 중소기업체 오너와 종업원들을 낭떠러지로 몰아넣진 않았겠지. 그리고 사드를 얼렁뚱땅 배치해 성주군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중국을 자극해설랑 괜스레 국리민복을 해치는 짓은 하지 않았겠지.”


“미래를 봐서 하는 거잖아. 꼭 필요해서 하는 거라구!”

“그래, 필요하다면 해야겠지. 그런데… 꼭 필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이 있고, 설령 하더라도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더 많이 심사숙고한 후에 환경 영향 조사를 엄밀히 하는 등 절차에 맞게 했더라면 아마 미국 정부도 한국과 한국인을 자기네의 똘마니가 아니라 동등한 친구로서 대우했을 거야. 그런데 이건 뭐 밀당 한번 제대로 하지 않고 스스로 팬티를 훌렁훌렁 벗어 버린 꼴이니, 그들이 겉으론 웃을지언정 속으론 우리 대한민국을 뭐라고 생각하겠어?”

“개성공단, 일본군 위안부, 미군이 움켜쥐고 있는 전시작전권 문제,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등 뭐 하나 주인다운 의식을 갖고 자주적으로 창조적으로 해결해 나가긴커녕 굴종적인 꼭두각시 노릇이나 하며 낄낄거려대니…. 원 참, 자칭 선덕여왕이 카랑카랑 뱉어내는 통일대박론도 참다운 자기 목소리 같지가 않고, 어딘지 뭔가 뒤에서 누가 조종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단 말야.”

“어이, 미친 소리 작작하구 술이나 마셔!”

“설마 막걸리 반공법으로 끌려가진 않겠지?”

“이건 맥주니까 쭉 들이켜고 그 잘난 아가리나 좀 닥쳐!…”

 태극기 부대를 비롯한 열혈 지지자들은 아직도 그녀를 여왕 각하로 떠받들고 있었다. 하지만 환상의 유리 거울은 차츰 금이 가기 시작하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그런 상황이기에 여왕에 대한 정당한 비판에도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지 몰랐다. 하긴 요즘 우파고 좌파고 간에 정당한 비판이 어디 있겠는가마는….

우리의 오른손과 왼손뿐 아니라 우뇌와 좌뇌, 오른쪽 눈과 왼쪽 눈, 좌우의 귀·코·입·심장·콩팥·성기마저 서로 싸우고 있으니 말이다. 이 몸뚱이가 어찌 성할 날이 있겠는가.

남북끼리만 아니라 남한 내부마저 분열돼 서로 잘났다며 아웅다웅하는 판이니 우리의 심신, 즉 마음이 어찌 온전할 수 있으리오? 

계절은 점점 깊어 가고 있었다. 아니다. 좀 어폐가 있는 것 같다. 봄에서 늦봄으로, 늦봄에서 초여름으로 넘어가는 길목에선 깊이보다 오히려 얕음이 더 유행하는 듯싶었다. 

슬쩍 구경


어느 날, 나는 피에로씨의 권유로 탈북자 단체 사무실에 마실을 가게 되었다. 내심 한번 가 보고 싶었기에 내가 은근히 바람을 넣었다고도 할 수 있다. 어쨌든 만약 그가 권하지 않았다면 언감생심 어려운 일이었으리라.

그는 마치 무척 비밀스럽고 대단한 아지트에라도 데려가는 양 행동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그냥 슬쩍 구경 가는 정도로만 생각했다. 

삼각지 부근의 허름한 건물 2층 한구석에 ‘자유대한통일추진문화협회’가 자리해 있었다. 피에로씨는 무슨 암호라도 치듯 이상 야릇한 수법으로 문을 노크했다. 내가 보기엔 유치스러웠으나 그는 진지한 표정이었다.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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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악명 높은 보이스피싱 총책 탈옥한 ‘김미영 팀장’ 포착

[단독] 악명 높은 보이스피싱 총책 탈옥한 ‘김미영 팀장’ 포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성민 기자 =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정훈씨의 최근 행적이 확인됐다. 지난해 탈옥에 성공한 이후 1년여 만이다. 박씨와 함께 탈옥에 성공했던 인물은 총 3명이다. 이들은 올해 초까지 말레이시아로 여러 차례 밀항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박씨는 최근 필리핀 카비테 부근 한 시골 마을로 주거지를 옮겼다. <일요시사>는 지난해 초부터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정훈씨의 탈옥 가능성을 제기했다. 외교·수사당국은 현지 담당자가 철저하게 관리 중이라며 ‘소극 행정’으로 대처했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 꼴이다. 1년이 지난 현재, 박씨는 필리핀 서부 지역 한 시골 마을에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못 잡나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는 필리핀 카마린스 수르 교도소에서 탈옥한 이후 올해 초까지 총 세 차례 이상 말레이시아 사바주로 밀항을 시도했다. 이들이 밀항을 시도한 곳은 필리핀 남서부 잠비앙가와 민다나오 다바오 시티다. 잠비앙가의 경우 여행경보 4단계인 흑색 경보(여행금지) 발령 지역이다. 외교부의 예외적 여권 사용 허가 없이 흑색 경보 지역을 방문·체류하는 경우, 여권법 제26조 등 관련 규정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잠비앙가는 우리나라 국민이 여행할 수 없는 곳인 셈이다. 박씨와 송모씨 등 ‘탈옥 멤버’들은 다바오 시티에서 두 차례 밀항을 시도했으나 실패해 잠비앙가로 이동했다. 잠비앙가에서 술루 제도를 통해 말레이시아로 이동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술루 제도로 이동하던 박씨 일당들은 필리핀 반군에 억류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박씨가 밀항을 시도한 잠비앙가를 비롯해 남부 민다나오 지역에는 이슬람 반군들이 주둔해 있다. 지난해 10월 말에도 무력 충돌이 발생해 최소 14명이 사망했다. 당시 민다나오 마긴다나오델수르주의 파갈룽간시에서 필리핀 최대 반군단체 모로이슬람해방전선(MILF)의 두 지휘관과 수하 병력이 총기와 흉기로 격렬한 전투를 벌였다. 1970년대부터 분리주의 무장투쟁을 벌여온 MILF는 2014년 정부와 평화협정을 맺었다. 이를 통해 정부가 민다나오섬에 설치한 이슬람 임시 자치정부인 ‘방사모로 과도당국(BTA)’과 ‘방사모로 무슬림 민다나오 자치지역(BARMM)’ 구성에 참여했다. 잠비앙가·민다나오서 ‘뒷돈 도주’ 시도 이슬람 반군에 억류 후 풀려나 마닐라로 MILF는 2019년 9월부터 평화협정을 이행하기 위해 무기 반납을 시작했지만, 무장 해제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여전히 총기를 보유한 MILF 병력은 수천 명 이상이다. 박씨는 반군들에게 마약 및 보이스피싱으로 벌어들인 돈 수천만원을 뇌물로 전달한 이후 풀려났다. 지난 5월 초 박씨는 송씨와 헤어진 후 필리핀 루손섬 카비테주 카비테 시티로 이동했다. 지난달 말에는 카비테 시티 외곽 한 시골 마을에 자신의 현지 부인인 A씨까지 불러 정착을 시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그간 마닐라 타기그에서도 부촌으로 꼽히는 보니파시오 글로벌 시티에 거주했다. 현지인들은 보니파시오를 BGC 또는 글로벌 시티로 부른다. 필리핀의 청담동으로 불릴 만큼 고층 빌딩, 고급 주거지, 쇼핑 거리 등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보니파시오의 경우 냉장고와 에어컨 정도만 구비돼있는 콘도 한 유닛의 월세가 필리핀 돈으로 13만~15만페소(약 304만~351만원)에 달한다. 필리핀은 주차장도 주인이 따로 있기 때문에 주차장을 포함하면 월세도 10만원에서 15만원 정도 더 늘어나게 된다. 같은 도시에 위치한 원룸 형식의 콘도 월세도 5만5000페소(약 128만원)에 달한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경찰도 관련 첩보를 파악해 현지 수사당국과 공조 중이다. 아직 정확한 집 주소나 확실한 거주지를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박씨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출신의 전직 경찰이다. 2008년 수뢰 혐의로 해임된 그는 경찰 조직을 떠난 뒤 2011년부터 10년 넘게 보이스피싱계의 정점으로 군림해 왔다. 수억 비트코인에 차명 주택 부동산 소유 현지 부인이 조력해 “지속적 현금 조달” 특히, 조직원들에게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로 구성된 대본을 작성하게 할 정도로 치밀했다. 경찰 출신인 만큼, 관련 범죄에선 전문가로 통했다. 그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지난 2012년 콜센터를 개설해 수백억원을 편취했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그의 범죄는 2021년 10월4일에 끝이 났다.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게 “박씨가 마닐라에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하고 있었다. 2023년 초까지만 해도 박씨가 곧 송환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씨는 일부러 고소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죄를 만들어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 범죄를 계획했다. 국내 정보기관은 박씨 일당의 움직임이 수상하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2023년 12월과 지난해 3월 두 차례에 걸쳐 필리핀 교정당국에 박씨의 탈옥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박씨가 탈옥한 것을 두고 필리핀 교정당국은 해당 교도소에 CCTV가 설치돼있지 않아 탈옥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일부 훼손된 철조망을 찾아냈다고 한국 정부에 설명했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외교부와 경찰, 법무부 국제형사과 등이 일부 파견을 가 현지에서 한국 범죄자들을 관리하는데, 공문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직접 범죄자와 면담을 하는 등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그저 공문만 보내는 것으로는 범죄자들의 탈옥을 막을 수 없다. 당국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안 잡나 박씨는 A씨의 도움을 받아 오래된 교도소의 취약점을 파악해 탈옥을 계획했다. 사전에 철저히 ‘탈옥 계획’을 구상하고 보안이 허술한 교도소에 잡혔단 뜻이다. 말레이시아로의 밀항 준비도 A씨가 현금 조달을 해줬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A씨는 박씨가 교도소에서부터 환전한 수억원 이상의 비트코인을 관리해 왔다. 박씨와 같은 교도소에 있었던 한 제보자는 “환전한 비트코인 외에도 A씨가 박씨의 차명 소유 자택 부동산 등 수십억원 상당의 재산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