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 휩쓸 ‘쌍특검’ 후폭풍

누구도 승자는 없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쌍특검(50억 클럽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다. 앞으로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간의 대립이 한층 더 심화할 양상이다. 문제는 완전한 승리자가 없다는 점이다. 이득이 크지만 손실도 분명하다. 민주당, 국민의힘, 정의당 중 마지막에 웃는 자는 누굴까?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결국 쌍특검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처리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검찰의 탄압에 맞선다는 명분을 내세워 쌍특검을 추진해왔다. 이때 당시 정의당은 이재명 대표 방탄에 합류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로 김건희 여사 특검에는 다소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 

손잡고 
동시 폭격

민주당은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일찌감치 특검을 추진해왔다. 대선 기간 불거졌던 대장동 의혹 규명을 위해 지난해 3월 이미 특검 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었다. 정의당도 대장동 관련 의혹들이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했다. 

처음에는 쌍특검을 두고 민주당과 정의당도 의견이 갈렸다. 민주당은 대장동 특검 법안에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시절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을 봐줬다는 의혹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특검 추천권도 대통령이 속하지 않은 교섭단체에 부여하려 했다.

민주당 추천으로 2명 중 한 명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겠다는 셈이다. 정의당은 처음부터 50억 클럽에 방점을 찍었다. 특검 추천권도 비교섭단체에만 부여해 민주당, 국민의힘을 배제하겠다고 밝혀왔다. 


시간이 흐르면서 민주당과 정의당은 점점 의견 차를 좁혀갔다. 국민의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야당은 힘을 합치면서 점점 모양새가 갖춰졌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대표 발의한 50억 클럽 특검법의 경우 수사 대상은 화천대유, 성남의뜰 관련자들의 50억 클럽 의혹과 관련된 불법 로비, 뇌물 제공 행위 등 범죄 혐의자로 밝혀진 인물들이다. 

특검의 임명은 교섭단체에 속하지 않은 정당이 특별검사 후보자 2명을 합의해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대통령이 이 중 1명을 임명하는 방식이다. 

임명된 특검은 한 달간의 준비기간을 갖고 150일 내에 수사를 완료해야 하며 수사기간은 90일 연장할 수 있다. 50억 클럽에 등장하는 인물은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박영수 전 특별검사,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이다. 이들은 권력기관인 검찰 등에 근무하면서 김만배와 화천대유의 뒤를 봐줬고, 불법행위를 무마하는 데 도움을 줬으며, 억대의 자문료와 큰 액수의 뇌물을 챙겨갔다는 의혹이다. 

사실 50억 클럽의 명단은 국민의힘 측에서 먼저 밝혔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당시 정영학 회계사 녹취록에 50억원 약속 그룹이 언급돼있다며 법조인, 정치인 5명의 실명을 공개해버렸다. 

야당 공조로 패스트트랙 지정
민주당, 이 대표에게 악재로?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곽 전 의원은 수사 타깃이 됐다. 그러나 1심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언급된 인물들의 수사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50억 클럽과 관련한 특검법이 본회의에 오르기 직전 검찰은 부랴부랴 박영수 전 특검과 관련해 우리은행을 추가로 압수수색에 나섰다. 50억 클럽 특검법 및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도 지난달 27일, 본회의서 패스트트랙 지정 안건으로 지정됐다. 

민주당과 정의당이 추진하는 김건희 특검법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개입 의혹, 코바나컨텐츠 기업 협찬 의혹이 대상이다.

검사 추천 방식은 국회의장이 법 시행일부터 3일 내에 1명의 특별검사를 임명할 것을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요청한다. 대통령은 요청서를 받은 날부터 3일 이내에 1명의 특별검사를 국민의힘을 제외한 원내 정당들에 서면으로 의뢰하는 방식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얼마 전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회장인 권오수 전 회장을 불러 조사하기도 했다. 문제는 김 여사의 여러 의혹이 터져 나오는 중임에도 불구하고, 김 여사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야당은 국민의힘의 반대로 법사위에 상정되지 않자 본회의서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데 합의했다. 참고로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여사에 대해 서면조사만 진행하고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해 비판을 받았다. 

국민의힘은 정의당과 민주당을 두고 “쌍특검과 노란봉투법의 야합”으로 규정하는 등 쌍특검을 강력 반대하고 있다. 

총선에
악영향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두 특검 모두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50억 클럽 특검법은 수사 대상을 무한정 확대할 수 있고, 검찰이 수사 중인 대장동 개발 사건 등을 특검이 수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유다. 이 경우 민주당 이 대표의 방탄 특검법이 된다는 논리다. 

김건희 특검법 역시 난색을 드러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2년간 친문(친 문재인) 성향 검사들이 수사한 뒤 범죄 혐의를 확인하지 못했던 사건인데, 김 여사를 괴롭히려는 의도가 목적이라는 것이다. 윤 원내대표는 김건희 특검법을 아예 ‘김 여사 스토킹법’이라고 규정했다. 

본회의 직전까지 막판 협상을 벌이기도 했으나 여야의 거리는 도무지 좁혀지지 않았다. 국회법에 따르면 재적 의원의 과반(150명)이 찬성한 안건은 패스트트랙 지정 대상 안건으로 정할 수 있다. 요구안이 국회의장에게 전달되면 무기명 투표로 패스트트랙 지정 여부를 표결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서 쌍특검 법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전체 국회의원 중 3/5인 180명의 찬성이 필요했다. 이미 민주당, 정의당을 비롯해 무소속 의원 등 총 182명의 의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수적으로 열세인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본회의장 입·퇴장을 반복하는 모습밖에 보여줄 수 없었다. 


이제는 법제사법위원회가 180일 이내 심사 및 합의를 진행한다.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바로 본회의에 자동으로 부의된다. 이후 60일 안에 심사를 마쳐야 하고, 올해 12월 말에는 본회의 표결 단계를 거친다. 과반 이상이 찬성하면 바로 가결된다. 

이미 50억 클럽 특검법은 지난달 11일 법안심사제1소위를 통과한 상태다. 180일 내에 법사위 의결이 없으면 소위가 의결한 대안이 본회의서 처리될 수 있다. 

김건희 특검법은 법사위에 상정되지는 않았다. 이 역시 국민의힘에는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한다. 180일 내로 법사위서 의결하지 않으면 민주당과 정의당이 수정안을 마련해 본회의서 처리할 가능성이 크다. 

쌍특검의 국민적 지지는 압도적인 편이다. 50억 클럽 특검법을 지지하는 여론은 70%가 넘고, 김건희 특검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 역시 60%에 달한다. 

심해질
대립구도

민주당을 비롯한 정의당, 소수 야당들은 내년 차기 총선을 앞두고 쌍특검법을 호재로 여긴 모양새다. 문제는 쌍특검을 추진한 쪽도, 반대하는 쪽도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선 여당의 경우에는 윤 대통령, 김 여사 방탄 논란에 휩싸이게 된다. 현재 국민의힘의 정당 지지율은 대선 직후보다 더 떨어져 있다. 


중도층은 줄줄이 빠져나갔고, 텃밭 지지층까지 흔들리고 있다. 이미 당정일체의 영향으로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지지율과 맞물려 동반하락 중이다. ‘송영길 돈봉투 살포’라는 민주당에 악재가 생겼으나 자신들 쪽으로 지지세를 거둬들이지도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민의힘이 반대하고 있는 간호법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는 관측이 많다. 이미 윤 대통령은 한 차례 양곡관리법 거부권 사용으로 지지율이 하락한 바 있다. 

국민의힘이 부쩍 민생에 더 다가가려는 입장을 취하고는 있으나 딱히 효과가 없다. 주목할만한 부분은 특검 출범과 차기 총선과의 관계다. 현재 속도로 쌍특검법이 진행될 경우, 총선 직전에 결과까지 낼 수 있는데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에 처해질 수 있다. 

특검의 활동 시기 출범 등이 다소 늦어지더라도 최소한 총선 전, 국민의힘에게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초반만 해도 쌍특검 추진은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면서부터다. 

그러나 쌍특검을 추진한다고 해도 민주당과 정의당에도 일부 악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민주당은 지금까지도 이 대표 방탄 프레임서 벗어나지 못하는 중이다. 특히 이 대표는 대장동 개발 당시 성남시장이었다. 국민의힘이 이 대표 방탄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앞서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은 50억 클럽법에 대해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조 의원은 “몸통이 있어 꼬리가 있다. 해당 특검은 대장동 게이트라는 큰 그림을 빼고 생각할 수 없다”며 “특검이 현재 진행 중인 대장동 특혜 수사를 방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의당, 앞으로도 존재감 발휘해야
국민의힘으로 넘어간 방탄 프레임

조 의원에 따르면 이미 전문가들도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했다. 법사위와 법원행정처, 법무부도 특검의 수사 대상이 너무 광범위하게 규정돼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50억 클럽 특검 출범 시 이 대표를 물고 늘어질 게 뻔하다. 또 돈봉투 논란을 가리기 위해 추진한 게 아니냐는 의심도 여전하다. 단순히 민주당도 호재로 여기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

현재 이 대표에게 적용된 혐의는 여러 개로 이 중 배임, 뇌물 혐의로 기소됐다. 이를 고리로 벌써부터 국민의힘은 “문재인정부서 수사하지 않았다”며 다시 전임 정부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같은 당 전주혜 의원은 본회의서 “이재명 지키기 특검법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민주당과 손잡은 정의당에도 문제는 있다. 정의당은 ‘민주당의 2중대’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차기 총선서 과연 생존할 수 있겠느냐는 걱정 섞인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이는 정의당이 민주당과 손잡는 것을 주저한 이유기도 하다. 최근 정의당은 정의당만의 길을 걷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쌍특검을 추진하면서 다시 민주당 손을 잡아 민주당 위성정당이라는 비판에 휩싸이게 됐다. 긍정적인 점은 정의당이 협상서 다소 유리한 위치를 차지해온 점이다. 정의당이 이토록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이유는 차기 총선서 생존을 위해서다. 앞서 정의당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지기도 했었다.

최소한 이번 쌍특검만큼은 그동안 사라졌던 존재감을 발휘했던 셈이다. 실제로 정의당의 협조가 없었더라면 이번 패스트트랙 지정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게 중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만 앞으로가 문제다. 정의당이 오랜 기간 공들여왔던 노란봉투법이 결실을 맺을 수 있느냐다. 국민의힘은 이를 고리로 “민주당과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게 아니냐”며 비판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정의당은 이 같은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존재감이 커져야만 차기 총선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뜻이다.

모두에게
양날의 검

한 정치권 관계자는 “특검법은 세 당 모두에게 득실이 존재한다. 민주당은 정국을 주도할 수 있는 키를 가져올 수 있는 기회다. 그러나 이 대표의 대장동 의혹이 다시 커지면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정의당이 이번에는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다음에는 어떻게 발휘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국민의힘도 무조건 방어한다는 입장만 강조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또 다른 뇌관’ 노란봉투법 드라이브

더불어민주당, 정의당이 최근 국회 본회의서 직회부 요건을 달성한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의 강행 추진에 드라이브를 걸 예정이다.

노란봉투법은 노조법상 사용자와 노동자 등의 정의를 확대해 합법 파업의 범위를 넓혀 파업으로 인한 사측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려는 게 골자다. 

야권은 직회부를 통해 노란봉투법을 5월 내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과 정부는 야권의 검은 뒷거래라며 반발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지난 2월 민주당과 정의당 주도로 환노위를 통과했다.

법사위서 60일 이상 계류된 탓에 지난달 22일 직회부 요건을 달성할 수 있었다.

이런 탓에 민주당, 정의당과 국민의힘의 대립이 한층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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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