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천 드러나는 당정 일체의 한계

대통령 지키다 민심 다 잃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 지도부의 컨벤션 효과가 시작과 동시에 끝났다. 지도부의 존재감도 크지 않다. 끓여보겠다는 연포탕은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친윤 일색’이다. 지지율에 민심이 반영되자, 곧바로 하락하는 추세다. 김기현 대표 등 지도부는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고심인 모양새지만 이마저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당과 정부가 하나가 되려는 자세만 보인 탓이다. 

대통령실에서 밀어준 덕분에 김기현 당 대표는 과반을 넘겨 승리를 가져갔다. 김 대표는 전당대회 기간에도 당정일체가 필요하다고 줄곧 강조해왔다. 본격적으로 당정 일체가 시작되자, 지도부는 한 달에 두 번 만남을 가지며 운명공동체격으로 당과 정부가 하나가 될 모습이다. 과거 김영삼정부 이후 20년 만의 부활이다. 사실상 윤석열정부의 정책에 힘을 싣겠다는 의도다. 

벌써 끝난
컨벤션 효과

첫 만남에서는 윤정부가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3대 개혁에도 발을 맞춘다. 이 중 특히 노동개혁에 가장 힘을 쏟고 있다. 김 대표는 민·당·정 협의회서 “3대 구조개혁은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린 국가적 과제”라고까지 강조했다. 

단순 ‘아이디어 차원’이라는 정책들도 윤정부와 궤를 함께해 여론의 반응을 살폈다. 문제는 여론이 너무 좋지 않다는 점이다. 노동정책의 문제와 함께 검토한 출산 대책도 여론의 공분을 샀다. 아이 3명을 낳으면 군 면제를 하겠다는 정책이었다.

쉽게 말해 20대 남성에게 아이 3명이 있으면 군대에 가지 않을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이는 대학 졸업 후 4년 안에 아이를 셋 낳아야 가능한 만큼 현실성이 결여돼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렇듯 대통령실이 여러 실책을 저질러도 당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당정일체는 표면상으로는 당과 정부가 시너지효과를 내겠다는 게 목표였다. 

해당 정책의 기저에는 윤정부가 설정한 방향을 수정하거나, 우려를 표할 수 없다는 게 깔려 있다. 사실상 대통령의 그늘에 당이 가려지는 셈이다. 당만의 목소리는 실종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당대회에서는 당정일체론이 통할 수밖에 없었다. 지지율 한 자릿수에 그쳤던 인물이 윤 대통령의 영향력으로 당선됐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조직적인 면에서는 친윤으로 완벽함을 이뤘다.

친윤(친 윤석열) 핵심 세력으로 불리는 이철규 의원이 사무총장에, 이 의원을 보좌하는 전략 부총장, 조직 부총장에는 각각 친윤으로 분류된 박성민, 배현진 의원이 임명됐다. 대변인단도 유상범·강민국 의원 등 친윤 색채가 짙은 인물 위주로 구성됐다는 평가다.

정책위의장 역시 박대출 의원이, 여의도 연구원장에는 박수영 의원을 배치했다.

이 같은 인사는 조직 결속 부분에서는 상당한 이점을 가져갈 수 있어 보인다. 다만 전당대회 기간에도 주인공이 당 대표가 아닌, 윤 대통령이 됐다는 부분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 같은 우려는 현실로 다가왔고 당 대표의 존재감은 한 달도 안 돼 사라져버렸다.

지지율도 더불어민주당에 역전을 허용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청년층의 지지세가 심각하게 낮다는 점이다. 과거 새누리당 시절만큼의 지지율이 나올 정도다. 


빠른 속도로 함께 추락하는 중
청년 지지율 순식간에 빠져나가

새누리당 시절에도 보수당은 청년 일자리, 모바일 정당 등의 2030 대책을 내놨으나 실제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현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예 다시 과거 행보를 반복하는 수준이라는 불만도 있다. 청년 세대는 캐스팅 보트로 불린다. 중도층이 많은 청년 특성상 이들의 마음을 살 수 있어야 차기 총선서 유리해진다. 실제로 헌정 사상 최초의 ‘30대 당수’였던 이준석 전 대표 체제하에서는 청년의 니즈를 잘 파악해왔다.

이 전 대표의 여의도 문법 탈피, 새로운 시도 등이 잘 먹혀들어가면서 2030세대들이 앞다퉈 국민의힘에 입당하기도 했다. 청년들이 단순히 문재인정부에 대한 비호감 때문에 국민의힘을 지지한 게 아니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당 지도부는 이준석계에게 화해의 제스처를 보냈다.

김 대표는 “천하람 위원장은 말할 것도 없이 당협위원장”이라며 “당연히 함께 가야 한다”고 손을 내밀었다. 

이는 전대 직후 이별을 암시했던 상황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전대가 끝난 직후에는 일부 최고위원들이 함께 가기 어렵다는 발언과는 상반돼서다. 하지만, 이준석계는 쉽게 화해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의 청년층 지지세는 다른 연령대보다 가파른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대선 기간에는 청년층이 국민의힘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왔다. 민주당을 지지하던 30대층이 국민의힘으로 옮겨갔으나, 최근 잇따른 실책에 빠르게 이탈 중이다. 

69시간근무제 논란, 일본과의 관계 등이 이유다. 급해진 당 지도부는 MZ 노조와의 치맥 회동, 1000원 학식 확대 등으로 뿔난 청년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정책에 빠른 속도로 드라이브를 걸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당에서 요청하자마자, 대통령실에서도 바로 예산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비판이 나온다. 서울 및 수도권 지역의 대학들과는 달리 지방대학들은 재정 확보가 어려운 상태라는 점 때문이다.

시작부터
엇박자

정치권에서는 추후 국민의힘을 향한 청년층 지지가 더욱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그러자, 청년 표심이 간절한 국민의힘은 청년을 전진 배치시키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정책위원회에 청년부의장 자리를 새로 만들어 정책위 내 각 상임위 현안을 조정하는 정책조정위원회별로 청년 부위원장을 배치하겠다는 구상이다.

청년층과 함께 당 정책을 개발하고, 표심을 끌어오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하지만, 정작 청년층에선 시큰둥한 반응이다. 오히려 장외에 있는 이 전 대표에게 시선이 쏠린다. 이 전 대표는 최근 장외 정치를 다시 시작하는 모양새다.

지도부를 향한 공격도 더욱 거세졌다. 이 전 대표는 “김 대표가 정상적으로 집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정치 지형상 본인이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등에 올라탄 뒤, 대통령이 밀어 당 대표가 돼 애매한 이야기를 한다”고 작심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순천을 시작으로 전국을 순회할 예정이다. 비단, 청년층뿐 아니라 민심 자체를 노리는 것이다. 이미 전대서부터 민심을 차곡차곡 다져왔고, 반 민주당 세력을 따로 꾸리고 있다. 노선도 당내 공격보다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공격하는 쪽으로 바꿨다. 지도부 입장에서는 상당히 불리해질 수 있는 상황이다. 

당정 일체만 챙기다가 민주당 견제에 느슨함을 보이기도 한다. 민주당은 양곡관리법, 한일정상회담에 대한 이슈들로 정부여당과 윤정부를 공격한다. 양곡관리법과 관련해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은 한 목소리를 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공식적으로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으며 한덕수 국무총리 역시 대국민 담화까지 발표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즉각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오히려 농민들의 의견을 듣겠다며 판단을 잠시 유보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이런 지점을 계속 노리고 있다.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을 방어하는 태도를 취할수록 상황이 민주당에게 유리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사실상 국민의힘과 윤정부의 공동노선이 민주당에게 큰 이득인 셈이다. 애써 여러 번 공격할 필요 없이 한 번만 공격해도 동시에 둘을 타격하고, 국민의힘에게 끊임없이 부담을 실어주려는 행보다. 

같이 죽자고?
손 잡고 하락

이처럼 정부여당과 윤정부의 엇박자가 자꾸 나오는 가운데, 박대출 정책위의장과 이관섭 국정기획 수석이 혼선을 방지하고자 꺼내든 것이 바로 핫라인 카드다.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그립을 강하게 쥐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당정의 수평적인 관계를 만들겠다는 취지인데, 오히려 수직적으로 비칠까 우려스럽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앞서 윤 대통령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끝내겠다며 청와대를 박차고 나간 뒤, 용산으로 향했다. 그러나 최근 당정일체론을 두고 부정적인 평가가 쏟아진다. 당선 다음 날에는 “대통령은 당의 사무와 정치에 관여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당정의 분리 기조가 뚜렷했다. 

당정 일체론을 본격적으로 띄운 인물은 윤핵관의 핵심 중 한 명인 장제원 의원이다. 장 의원은 “당정이 충돌했을 때 부담이 됐다”며 “우리 역사가 증명한다”고 필요성을 언급했다. 친윤(친윤석열)계도 함께 뜻을 모았다. 비윤(비 윤석열)계는 당정일체론을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당이 폭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벌써부터 당정 일체의 부작용이 심각한 편이다. 윤정부의 헛발질이 계속될수록 국민의힘도 위기가 지속된다. 

일심동체로 적극 방어에 나서고는 있지만 힘겨울 정도다. 대통령실의 책임 회피는 지금껏 자주 있던 일이다. 앞선 노동시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의 책임도 노동부에 떠넘겼다. 앞선 경우처럼 대통령실은 책임론이 불거질 때마다, 별개의 의견들이 나온다. 이런 식의 해결은 국민의힘에게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당정 일체론은 과거 정부서도 자주 꺼낸 카드다. 김대중정부 시절에는 대통령이 집권여당 총재를 겸했다. 당 인사와 재정 심지어 공천권까지 쥐고 흔들면서 영향력을 행사했다.

당시의 당정 일체론은 권력이 대통령에 집중되는 등 여러 폐단을 낳자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정 분리를 실시했으나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정치권의 심한 견제를 받았던 데다 정부 여당이 분열의 길까지 들어섰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 쉽지 않다는 예상 파다
승리 없이 자기 사람만 심기 목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이런 모습을 지켜봤고,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 결국 당정 일체론을 줄곧 내세웠다.

이 전 대통령은 표면상으로는 당 대표를 맡지는 않았지만 공천, 인사 등으로 당에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특히 이명박정부 당시에는 친이(친 이명박)계의 득세 속에 친박(친 박근혜)계를 공천서 완전 배제하면서 공천 학살 논란이 일었다. 

내년 22대 총선은 윤정부 중간평가의 성격이 강한 만큼 당정 일체론은 1년 뒤, 총선 승리 여부와도 직결된다.

현재까지의 상황대로라면,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국민의힘은 차기 총선서 큰 희망을 걸기 어렵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내놨다. 당심이 곧 민심이라는 기조를 세웠기 때문이라는 것. 

현재의 민심으로는 윤 대통령 얼굴로 선거를 치른다고 해도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기도 하다. 통상적으로 정가에선 총선서 대통령을 앞세우려면 50%가 넘어야 가능하다고 본다. 

하지만, 현재 윤 대통령 지지율은 30%대까지 떨어져 있다. 김 대표가 자신했던 윤 대통령의 지지율 60%에 절반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대신 부정 평가는 60% 가깝게 나온다. 

일각에선 아예 국민의힘이 총선 승리에 욕심이 없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된다.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할 바에 윤 대통령의 측근만 심으려는 계획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와서다. 

잘 알려져 있듯이 친윤 그룹이 당내 주류임은 확실하지만, 윤 대통령의 측근이라고 불리는 인물은 몇 없다. 현재 윤 대통령은 서울서 지지율이 10%p 정도가 빠졌다. 

오히려
부작용

민심을 통틀어 지지세가 굳건한 지역은 TK(대구·경북) 뿐이다. PK(부산·울산·경남) 지역도 부정 평가가 과반을 넘는다. 지지율 상승을 이뤄내지 못하면, 윤 대통령의 측근 심기는 보수세가 강한 지역에만 한정될 수 있다. 당선 지역이 강남, 영남권에 한정된다는 소리다. 

한 정가 관계자는 “당정 일체가 잘 이뤄지면 신속하게 문제들을 해결해나갈 수 있다. 그러나 무조건적으로 대통령실의 입장을 받아들이면 안 된다”며 “당 지도부는 ‘아니다’라는 말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외연 확장과 지지율을 끌어올릴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당정일체? 막가는 김재원

김재원 수석 최고위원이 또 실책을 저질렀다. 앞서 김 위원은 전광훈 목사를 찬양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전 목사가 우파 진영을 전부 천하통일했다고 발언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발언은 즉시 여론에 뭇매를 맞았는데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징계 목소리까지 나온다.

김기현 대표가 경고하긴 했지만 당 지도부는 김 위원을 징계하지 않을 예정이다. 본인이 사과했다는 게 이유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같은 친윤이기 때문에 징계 등이 내려지지 않는다는 비판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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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