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근절 프로젝트] 구성애표 성교육 생생가이드 ④네덜란드 교육법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9.27 14: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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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에 체위·오르가즘 가르친다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아줌마 특유의 입담으로 금기시 되는 영역이었던 ‘성(性)’ 이야기를 양지로 끌어올린 구성애(56)씨. 그녀가 성교육의 최전방에서 활동한지도 10년이 훌쩍 지났다. ‘행복한 성’을 강조하는 구씨는 현재 (사)푸른아우성 대표로, 이어지는 특강요청에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마침 하루가 멀다 하고 잔혹 성범죄가 터져 전국이 떠들썩할 때. 국회 사무처가 주관한 성교육 강의에서 구씨를 만났다. 거침없는 ‘구성애표 성교육’을 총 4회에 걸쳐 연재한다.

청소년이 또 다른 청소년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러 처벌 받은 사례가 10년 새 11배나 늘었다. 지난 19일 법원행정처가 발간한 <2012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19세 미만 아동·청소년을 성폭행하거나 성추행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소년재판에서 보호처분을 받은 청소년은 690명으로 조사됐다. 2002년 60명인 것에 비해 11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6세 때부터 성교육

이와 같은 현상은 성에 관한 가치관이 어릴 때부터 제대로 정립되지 못한 것에 기인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개방화된 성문화로 인해 청소년들이 일찍 성에 노출돼 있어 많은 사람들이 성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날아가는 성문화, 기어가는 성교육’ ‘앞서가는 청소년, ?아가는 성교육’이 오늘날 우리나라 성교육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구씨는 “우리는 좋은 성교육 프로그램의 목표가 무엇인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며 “10대들이 건강과 성관계에 대해 스스로 책임지고 결정하도록 돕는 데 목표를 두는 성교육을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구씨는 청소년 성교육에 가장 성공한 나라로 ‘네덜란드’ 사례를 꼽았다. 네덜란드 자녀들은 6세 때부터 성교육을 접하기 시작하여 심지어는 식탁에서 밥을 먹으면서 부모와 대화를 나눌 정도며 초등학교 교과서에는 체위법도 소개된다고 한다.


구씨는 “성매매가 합법인 네덜란드는 성에 대한 모든 모습이 다 있다. 매우 개방적인 나라로 유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청소년들의 성이 문란한 것은 아니다”라며 “10년 동안 청소년들에게 실질적인 성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한 결과 가장 큰 3가지 변화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첫 번째는 ‘첫 경험의 연령’이 늦어졌다는 것이다. 네덜란드는 아이들이 어른들의 예상과 달리 성에 대해 이미 많은 것을 접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 교육을 한다. 여기엔 생물학적인 부분뿐 아니라 가치, 태도, 이성을 만날 때 대화의 기술 등도 포함된다.

구씨는 “네덜란드는 초등학교 5∼6학년 때부터 ‘오르가즘’이 무엇인지를 가르친다”며 “쾌락의 핵심을 궁금할 때 가르치고 스스로 어떤 성을 향해 나갈 것 인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니 음란물이 우스워지는 효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그 결과 네덜란드 청소년들의 첫 경험 연령이 2∼3년 늦어졌다. 스스로 ‘첫 경험은 늦게 하는 것이 좋다’는 가치관이 정립된 것이다. 실질적인 성교육을 받지 못 해 인터넷, 음란물 등의 매체로 자신만의 성을 정립해 나가고, 매해 첫 경험 연령이 빨라지고 있는 한국 아이들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두 번째는 첫 경험을 하게 됐더라도 피임을 완벽에 가깝게 한다는 것이다. 네덜란드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피임법을 교육한다. 성교육을 한다고 해서 성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거나 성행위를 많이 하게 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올바른 정보를 접하면 미리 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인한 것이다.

그 결과 성 경험이 있는 네덜란드 청소년들이 첫 번째 경험에서 피임을 한 경우는 98%에 달한다. 현재는 세계에서 10대 임신율이 가장 낮은 나라로 꼽힌다.

청소년 대상 실질적인 성교육 프로그램 실시
첫 경험 연령↑ 데이트 강간↓…피임법 숙지


마지막 세 번째는 ‘데이트 강간률’이 낮다는 것이다. 데이트 강간은 교제관계에서 발생하는 강간을 말하는데, 네덜란드는 이에 대한 교육을 하는 것은 청소년 이성교제의 핵심으로 꼽는다.

네덜란드가 데이트 강간 척결을 위해 벌인 것은 ‘no means no!’캠페인이다. ‘안 돼는 안 돼!’를 인정하는 것이다. 여자 아이들에겐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 성관계를 요구하더라도 싫으면 싫다고 똑 부러지게 말하도록, 남자 아이들에겐 상대가 ‘안 돼’라고 했을 경우 이를 인정해주고 참아야 한다는 것을 교육한다. 전 세계에서 제일 낮은 ‘데이트 강간율’은 이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인 결과다. 

구씨는 반면 “‘안돼요 안 돼, 되요 되요’라는 논리가 깔린 우리나라에서 여자아이들의 첫 경험은 대부분 데이트강간으로 이뤄진다”며 “성적인 접촉을 가지려면 반드시 상대방의 허락을 얻어야 하며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아이들에게 교육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라고 강조한다.

좋아하니까 스킨십, 애무, 성관계로 이루어지는 게 남자 아이들의 ‘성관계 논리’라면, 여자 아이들에게 ‘한 번의 성관계’란 아이를 잉태해서, 낳아서, 양육하는 과정까지 걸려있다는 것이다.

구씨는 “흥분된 김에 밀어붙이고, 그럴 마음이 없었지만 얼떨결에 당하게 된 것이 데이트 강간”이라며 “전혀 예상 없이 진행됐기 때문에 임신율도 높고, 임신을 한 경우 낙태율도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소년 임신상담 중 ‘엄마한테는 절대 말하지 말아달라’는 아이들이 대부분인데 이는 부모 몰래 낙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원조교제를 쉽게 하는 등 또 다른 일탈을 낳을 수 있고, 몸조리를 못해 불임으로 이어지기도 쉽다”며 “아름다웠던 아이들이 한 순간에 타락할 수밖에 없는 것에 데이트 강간이 놓여있다”고 덧붙였다.

“부모부터 바뀌어야”

성교육의 본보기가 된 네덜란드 사례를 통해 구씨는 ‘문화는 다르지만 본질은 가져올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그에 앞서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그릇된 성 가치관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구씨는 “부모들 역시 자라면서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지 못해 ‘성’으로 아이를 자극 주는 것을 꺼린다. 내 아이만큼은 자연다큐나 보고, 수학문제나 더 풀다가 갑자기 성인이 확 되길 바라는 경우가 많다”며 “시대가 바뀌어 아이들의 성문화도 달라진 만큼 이제 부모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을 수치스럽게 보는 부모가 자녀의 성교육을 꺼리게 되면 올바른 성 개념이 안 잡힌 채 커버린 아이들이 문제를 일으키고, 결혼 한 뒤에도 제대로 된 성생활을 누릴 수 없는 악순환을 반복하는 것”이라며 “부모의 노력과 성교육 의무화를 입법화 시키는 등의 정부의 노력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구성애씨는?>

1990년대말 ‘아우성(아름다운 우리 아이들의 성)’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구성애씨는 10년이 넘도록 ‘아우성’을 필생의 과제로 삼고 성교육 강의를 해왔다. 연세대 간호학과를 졸업한 그는 산부인과 조산사로서 아기 수 천명을 받아내면서 쌓은 생생하고도 풍부한 지식과 노동조합을 돌며 성문제 교양강의를 맡았던 경험으로 성교육 강사의 길로 들어섰다. 현재는 사단법인 푸른아우성 대표로 성상담을 하면서 유료사이트 아우넷을 운영하고 있다. 초딩 아우성 , 구성애의 빨간책, 니 잘못이 아니야 등 성교육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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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