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라인 서는 이재명 세 가지 방탄 노림수

정치 놀음으로 전락한 기싸움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새해가 밝으며 검찰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간의 기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달 검찰은 새해 기싸움의 예고편을 미리 날린 바 있다. 지난달 둘째 주 이 대표에게 이미 소환 통보를 보낸 것이다. 이 대표가 통보받은 날짜는 지난달 28일 수요일로, 민주당 측은 이미 일정이 예정돼있어 ‘28일 소환에는 불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내 몇몇 소식통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 측은 당초 검찰 소환에 전면 불응할 계획을 세웠었다. 이 당시에는 아직 소환 통보를 받기 전이었지만, 민주당은 곧 검찰 소환이 있을 것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언제?
어떻게?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지난달 초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알다시피 정치적인 목적으로 수사 중인 검찰은 곧 이재명 대표에게 소환 통보를 할 것”이라며 “그러나 모두 불응할 예정이다. 검찰, 정권의 의도가 뻔히 보이는 소환조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예견대로 검찰은 지난달 22일 민주당 측에 정식으로 소환조사 요청을 했고, 통보 소식을 들은 언론은 발 빠르게 이를 보도했다. 세간의 이목은 이 대표의 출석 여부에 쏠렸으나 민주당은 바로 소환에 응하지 않겠다고 언론에 알렸다. 

민주당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오후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검찰이 성남FC 광고비 사건으로 소환조사하겠다고 통보했다”며 “검찰이 이 대표를 소환조사하겠다고 통보한 게 어제 저녁이다. 일선 당직자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했고, 팩스 한 장 보낸 게 전부”라며 거부의 뜻을 밝혔다.


현재 이 대표가 검찰에 수사받고 있는 혐의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대표적 사법 리스크인 대장동 개발 의혹부터 변호사비 대납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대선운동 선거법 위반에 이 대표 가족 리스크까지 검찰은 전방위적으로 이 대표를 압박하고 있고, 최측근들과 가족들은 연일 검찰에 소환돼 조사받고 있다.

검찰이 이번에 소환을 통보한 혐의는 대장동도, 가족 리스크도 아닌 성남FC 후원금 의혹이었다.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유민종 부장검사)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네이버, 차병원, 두산건설 등 당시 성남시에 위치한 기업들로부터 성남FC 후원금을 받고 기업들의 편의를 봐줬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수원지검은 이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검찰은 이 대표에게 제3자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3자뇌물공여죄란 공직에 있는 사람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요구 또는 약속할 때 처벌하는 법조항이다.

이를 위반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 정지 처벌을 받는다. 검찰은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가 기업들로부터 제3자인 성남FC에 뇌물(후원금)을 받게 하고 기업들에게 유리한 인허가 건을 해결해줬다고 해석하고 있다.

다소 생소한 법률인 제3자뇌물죄는 실제 처벌까지의 과정이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초 전면 불응 가닥…최근 기류 바뀌어
균열 가는 친명, 검찰 출석 숨은 의도는?

그러나 지난 국정 농단 사건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해당 법률로 처벌된 바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게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제3자)에 후원하게 하고 기업 승계 문제에 관여한 혐의를 받았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묵시적 청탁만으로도 부정한 청탁이 인정된다”고 판단해 유죄를 선고했다.

법률가들은 박 전 대통령의 사례를 들어 이 대표의 경우도 처벌받을 확률이 상당하다고 파악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특히 두산건설과 이 대표 간의 관계를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두산건설은 1991년 성남 일대에 70억원가량의 병원 부지를 매입한 바 있다. 문제는 이때 사놓은 토지가 ‘용도 변경’을 통해 가격이 급등한 사실이다. 

현재 두산이 보유한 토지는 1조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지나며 땅값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두산처럼 100배나 오르는 경우는 드물다. 토지 전문가들은 이런 기하급수적인 땅값 상승이 성남시청 덕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2015년 성남시가 해당 토지를 용적률 250%에서 670% 상향 조정해주고 연면적도 1만2000평에서 3만8954평으로 높여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때 당시 당시 성남시장을 맡고있던 사람은 다름 아닌 이 대표였다.

성남FC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 의지가 매우 강한 검찰에 이 대표의 소환조사는 필수적이다. 이를 알고 있는 이 대표 측이 쉽사리 소환에 응하지 않을 계획을 세운 것이다.

그러나, 최근 그런 이 대표 측의 수사 협조 의지가 바뀌었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이 대표가 당초 정해놨던 ‘소환 불응’을 철회하고 포토라인에 설 각오를 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민주당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린 이미 일정이 정해져 있다. 다른 일정이 있는데 일방적으로 나오라고 통보하는 건 제1야당과 제1야당 대표에 대한 태도가 아니다”며 “보통 일반인 소환하는 것도 이렇게는 안 한다. 조율해서 하는 거지, 일방적으로 하는 경우는 없다”고 소환조사 불참 사유를 밝혔다.

이로부터 며칠 후, 이 대표는 직접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검찰에 출두할 뜻을 밝혔다. 그는 “잘 아시는 것처럼 무혐의로 종결된 사건”이라면서도 “검찰의 행태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지만 당당하게 임하도록 하겠다. 이미 정해진 일정 등이 있어 당장 가기는 어렵지만, 가능한 날짜와 조사 방식에 대해 변호인을 통해 협의해서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검찰 소환에 응할 계획임을 밝혔다.

강제소환?
자진출석?

이 대표의 변호인은 검찰에 12월28일 출석은 어렵고, ‘1월 둘째 주 닷새’ 동안 검찰에 출석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 측이 오히려 출석일을 상정해 전달한 것이다. 이에 검찰은 오는 10일 오전 그를 불러 조사할 계획을 세웠다.


제1야당 대표의 검찰 소환이 비로소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다. 너무 많은 혐의점에 얽매이며 소환에 불응할 방침을 세운 이 대표가 갑자기 변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만난 민주당 소식통에 따르면 이 대표는 검찰에 ‘한 차례’ 정도 출석할 것이고 이때 받은 조사 과정을 가감 없이 언론에 알릴 예정이다.

정계 관계자들은 이 대표가 검찰 출석하는 데 민주당 내부 단속, 여론 전환, 지지층 결집 등 적어도 세 개의 노림수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가장 큰 노림수는 내부 단속이다. 최근 민주당 내 기류는 이 대표의 결백을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대표와 가깝다고 알려진 의원들까지 이 대표가 ‘무죄’가 아닐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 따르면, 대선 운동기간부터 이 대표와 정치적 공동체로 인식됐던 친명(친 이재명)계 의원이 이 대표를 향해 쓴소리를 냈다. 그는 “이재명 대표가 ‘당은 당이고(사법 리스크는) 내 문제’라고 당당하게 말을 했어야 했다. 당당하게 왜 말을 못 하나”라며 “개인에 대한 공격인지, 당에 대한 공격인지에 대한 판단이 서로 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친명계가 야당 탄압이라고 주장한 검찰의 수사에 대해 최초로 결이 다른 목소리를 낸 것이다. 이는 ‘수사는 수사대로 받고 당 문제는 별개’라는 비명(비 이재명)계 논리를 그대로 차용한 것이다. 한 민주당 인사는 “수사가 진척되면서 친명계 사이에 의심의 눈초리가 매서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인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저 보도(친명계 의원 인터뷰)가 나간 것은 이미 분위기가 많이 쏠린 후”라며 “비명계는 물론이고 최근엔 친명계까지 이 대표에 대한 의견이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상태다. 계속 억울하다고만 하는 이 대표지만 검찰의 수사는 꽤 진척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여의도 중앙 무대 경험이 없는 만큼 원래 정치세력이 많지 않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전력만 있는 이 대표는 지난해 보궐선거로 처음 국회에 입성한 초선 의원이다. 오랜 시간 그와 가깝게 지냈다던 7인회 등을 빼면 친명계는 사실 세력이 다져진 지 1년을 갓 넘은 신생 세력이다.

2021 대선 경선과 2022년 전당대회를 거치며 그 세가 민주당의 절반쯤으로 불어난 상태지만 규합된 세월이 짧은 만큼 결속력도 낮다는 게 지배적이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현재 지도부와 처럼회 등은 이 대표 당선 이후 그와 긴밀한 관계를 꾸준히 유지해오고 있다.

계파 갈등이 한창 불거졌을 때 이 대표를 끝까지 지켜낸 것도 이들이며 최근 이 대표를 향해 조여오고 있는 검찰의 수사망을 비판하고 있는 것도 이들이다.

그러나 치밀해지는 검찰 수사에 절반가량 불어난 친명계가 점점 와해되고 있다는 지적이 최근 계속 속출하고 있는 분위기다. 길어지는 검찰 수사에 버티지 못하는 의원이 하나둘 이 대표를 향한 위기설을 고조시키고 있고, 내년 22대 총선이 다가올수록 이런 의원들의 목소리가 점차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민주당 내부서 들리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누구보다 빨리 읽고 있는 이 대표 측근들은 당내 분위기 전환을 위해 그가 ‘정면돌파’해야 한다는 의견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반창꼬?

여의도 전문가들은 이 대표의 검찰 출석 결정은 자의보다는 타의에 의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비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균열이 가고 있는 친명계 의원들의 충성심에 이 대표가 스스로 나서서 반창고를 붙여주는 꼴”이라며 “이 대표가 위기 때마다 보여줬던 ‘정면돌파’ 스타일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것으로 읽힌다”고 분석했다. 

내부 단속도 단속이지만 여론의 동향도 심상치 않다. 연일 도배되고 있는 이 대표 수사에 대한 뉴스는 유권자들에게 이미 피로감을 상당히 준 상태다. 검찰은 야당 대표의 각종 사법 리스크를 수사하며 언론에 크고 작은 뉴스를 매일 흘리는 중이다. 수사 중인 혐의가 많은 만큼 뉴스의 종류도 다양하고 횟수도 빈번하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 직후 잠깐 상승곡선을 탔던 민주당 지지율은 엎치락뒤치락을 반복하다가 최근 다시 20%대로 주저앉았다.

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말 전국 18세 이상 성인 101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 지표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도는 12월 3째주 26%로, 5째주 지지도는 32%로 각각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그에 반해 민주당은 3째주 30%, 5째주엔 28%를 기록했다.

윤 대통령의 여러 헛발질이 잠잠해지자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앞지르는 여론조사가 계속 발표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5째주 지지율 조사에서 민주당이 28%를 기록한 것은 민주당 지지율이 석 달 만에 30% 이하로 떨어진 수치다.

“시간은 여당편”이라는 속설을 증명하듯 계속되는 지지율 추락은 민주당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민의힘이 연달아 비대위를 해산시켰다가 다시 출범하는 등 안정적이지 못한 모양새를 계속 보임에도, 당의 권력구도가 어느 정도 정리된 ‘안정된’ 민주당이 계속해서 ‘지는’ 여론조사가 나오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치 혁신과 획기적인 결단을 통해 여당을 이길 ‘반전 카드’를 모색해야 할 때, 당 대표가 계속 검찰과 줄다리기만 하고 있으면 이 동향이 총선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불안한 목소리도 나온다. 여의도 정가에선 이 대표의 검찰 출석은 그런 당내 불만 목소리에 어느 정도 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친명계 단속·여론전환·지지층 결집
이 대표, 개딸들 안심시키는 데 총력

민주당 내부 소식에 정통한 한 평론가는 “여론을 반전시킬 결단의 카드일 수도 있다”며 “지난 대선 때를 상기시켜보면 이 대표가 각종 리스크에 정면을 맞받아칠 때마다 지지율은 상승해왔다. 정치인이 검찰에 출석하는 것을 본 대중은 ‘뭔가 있는 것 아니냐’며 생각하기보다는 ‘떳떳한가 보다’로 생각하는 게 최근 여론 동향이다. 이 대표도 이를 알고 있을 것”이라고 <일요시사>에 전했다.

실제로 이 대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아들과 배우자 문제가 불거지고, 대장동 수사가 진척될 때마다 직접 해명하거나 사과하면서 지지율을 방어한 전례가 있다. 이미 수차례 포토라인에 섰을 때 망신보다 직접 나서서 해결하는 ‘안정감’이 더 중요하다는 경험을 한 셈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이 대표는 민주당 지지자들에 대한 내부 결속도 기대할 수 있다. 최근 이 대표는 개딸(개혁의 딸들)로 불리는 열성 지지자들을 중앙위원회에 포함시키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민주당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민주당 서울시당은 최근 당의 의사결정기구인 운영위원회에 권리당원 2명을 앉히기로 결정했다. 

민주당원 중 당비를 6개월 이상 납부하면 누구나 권리당원이 될 수 있다. 전대 때 대거 유입된 이 대표의 열성 지지자 중 누구나 시도당의 의사결정기구에 들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팬덤정치’로 비판받고 있는 이 대표의 열성 지지자들에게 민주당의 ‘키’를 맡긴 셈인데, 이를 두고 이 대표의 민주당 길들이기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이는 민주당이 시행하고 있는 시스템 공천에서 결정적 영향을 미칠 위치에 개딸들을 배치하겠다는 것으로 실현 시 자연스럽게 이 대표의 세력 확장에 매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또 당내서 중요해진 강성 지지층들에게도 이 대표는 검찰 출석이라는 카드로 결집을 유도할 수 있다.

이미 이 대표가 검찰에 ‘탄압’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지지층에게 검찰에 출석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그동안 그랬던 것처럼 지지층은 모두 ‘이 대표 지키기’에 돌입할 것이라는 게 민주당 내부의 시각이다.

이 대표의 지지층은 그가 정치하며 많은 탄압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그럴 때마다 본인들이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먹고
먹히는

정치화된 검찰 수사와 또 그를 역이용하려는 정치권은 서로 먹고 먹히는 싸움을 진행 중이다. 시급한 현안들조차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제21대 국회는 이처럼 정치 검사와의 기싸움으로 남은 1년을 보낼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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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