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궁금하다> 산타클로스협회 한국지부 남철희 회장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12.26 08:27:53
  • 호수 1407호
  • 댓글 0개

“산타클로스는 365일 나눕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매년 12월24일이면 아이들은 잠들기 전 머리맡에 긴 양말을 두고 설레는 마음으로 잠이 든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양말 속 선물을 확인하고 몰래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다녀갔다는 것을 확인한다. 올해는 기필코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를 보고 싶었던 아이는 잠시 아쉬운 마음을 갖지만 이내 선물을 풀고 행복한 성탄절을 맞이한다.

“산타클로스는 정치, 종교, 인종, 문화 갈등이 없다. 이런 갈등이 있으면 항상 반대 세력이 있지 않냐. 산타클로스협회는 이러한 산타클로스의 정신을 본받아 투명하고 깨끗한 사랑의 정신을 펼치고자 합니다.” 산타클로스협회 한국지부 남철희 회장의 말이다.

그는 2004년부터 산타클로스협회 한국지부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 동안 협회는 ▲소년소녀 가장 돕기 ▲노인 돕기 ▲북한 어린이 돕기 ▲장학사업 등을 했다. 착한 아이들을 도와주는 산타클로스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산타클로스가 12월에 바쁘듯, 원래는 남 회장도 12월에 바빴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산타클로스협회는 ‘잠시’ 활동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것뿐 산트클로스협회는 여전히 ‘산타클로스’였다.

<일요시사>는 크리스마스를 기념해 산타클로스협회 한국지부 남철희 회장을 만나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산타클로스협회가 어떤 곳인지 궁금합니다


▲산타클로스는 실제 인물이에요. 4세기경 사람인데 실제 이름은 성인 니콜라스(Saint Nicholas)입니다. 부모님이 7살 때 돌아가셨고, 어린 나이에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았는데 그 유산을 불우한 이웃을 위해 나눠주며 살았어요. 니콜라스가 살아있을 당시 가족들 외 선물을 주는 문화 자체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분을 통해 이웃을 도우면 좋다는 것이 알려지고 자선활동이 시작됐어요. 산타클로스협회는 성 니콜라스처럼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기반으로 종교, 언어, 인종으로 차별하지 않도록 자선사업을 펼칩니다.

-한국에서 산타클로스협회는 어떻게 시작됐나요?

▲2002년 한일월드컵 때 한국은 외국을 돕는 ‘코리안 서포터즈’를 만들었습니다. 당시 한국과 터키전이 있었는데, 한국이 졌지만 터키 선수들과 함께 어깨동무하며 축하했어요. 산타클로스협회 본부가 터키에 있는데, 이런 한국의 모습을 보고 감동받았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그래서 터키 본부가 외교부를 통해 한국에 국제평화상을 수여했죠.

당시는 한국에 산타클로스협회가 없었기 때문에 코리안 서포터즈가 이 상을 받았는데, 상을 받으러 터키에 방문했을 때 산타클로스협회 한국지부를 만들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터키 본부에서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고 수차례 미팅을 통해서 2004년에 결성됐어요.

저도 운동권 출신이긴 하지만 정치나 종교에서 갈등을 일으키는 모습을 자주 봤고, 사상이나 이념을 넘어서 대립하지 않는 사랑을 산타클로스협회를 통해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보통 산타클로스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지 않나요? 중동에서도 산타클로스는 친근한 이미지예요. 현재 국내 산타클로스협회 회원은 2000명 정도고, 전 세계 70개국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활동을 못 했다고 들었습니다


▲기존에는 모금운동 사업을 통해서 리어카 기부, 불법 외국인 노동자에게 마스크 모금 운동을 지원했습니다. 또 서울역 가면 옆에 쉼터가 있지 않습니까. 그곳에서 6개월 동안 월요일마다 식사 봉사활동을 했어요. 아무래도 코로나19로 대면활동이 힘들어지니 활동이 줄어들긴 했지만 안 한 게 아닙니다. 다만 알리지 않았어요. 코로나 기간에도 리어카 지원, 외국인 노동자 지원을 계속해서 했습니다.

“목적은 순수한 사랑 운동”
“정치·종교·인종의 벽 없어”

-협회를 운영하면서 가장 기쁜 일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지금 사회는 사랑이 없고 혼탁해 보입니다. 다들 자기 이익만 추구하는 물질 만능주의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그러나 의외의 사람들이 있어요. 이런 사람들 때문에 사회가 잘 돌아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2010년도에는 산타 어린이 합창단을 만들어서 세계 산타 행사를 할 때 특별공연을 했습니다. 터키는 기본이고 러시아, 불가리아, 조지아에서도 합창 공연을 했는데, 우리 산타 어린이 합창단이 인기가 많았어요. 

아이들이 동네 구멍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는 데도 돈을 안 받았습니다. 엄청난 사랑을 받았고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이외에도 불법 외국인 노동자 단체에 물품을 지원하고, 중고 자전거를 수선해서 도와줬어요. 또 목도리나 모자를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고맙다는 이야기를 듣는 게 가장 기쁩니다.

-반대로 가장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경제적인 부분이 가장 힘들어요. 사람들이 순수하게 기부하는 것은 괜찮지만, 기업에 경제적인 도움을 받으려면 순수한 활동으로는 힘듭니다. 그렇다고 상업성을 띠거나, 이념‧정치적 목적을 가질 순 없습니다. 그건 산타클로스 정신에 위배됩니다. 우리가 잘못하면 산타클로스 이미지가 안 좋아집니다. 그래서 마케팅을 해볼까 고민도 하고 있는데, 말 그대로 고민 중입니다. 이런 순수한 운동이 정치나 상업적인데 연관되면 안 됩니다.

-사회적 협동조합 놀터와 업무협약을 했던데?

▲놀터 대표는 해금 전문가예요. 지금 동남아로 음악 순회공연을 다니고 있습니다. 양악과 국악이 합쳐지면 환상적인 조합이 나옵니다. 그래서 이 단체와 함께 캐럴 대회를 개최하려고 합니다. 캐럴 대회와 연대해서 기부를 많이 한 사람들에 대한 상설전시관도 만들 예정입니다. 그러면 유치원생들부터 견학을 올 수 있지 않을까요.

단순히 큰돈을 기부하는 사람만 중요한 게 아니라, 휴지를 주워서 이웃에 기부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어떻게 만들어져 가는지 알리는 게 목적이에요. 어릴 때부터 교육을 해서 자연스럽게 알아가야 합니다.

-산타클로스협회의 앞으로 계획이 궁금합니다

▲예전에 강원도 태백에 산타 마을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기획 과정에서 어그러져 실패했어요. 언젠가는 한국에 산타 마을을 꼭 만들 것입니다. 산타 마을에서 소년소녀 가장이나 노인 일자리 창출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캐럴 대회를 계획하고 있어요. 지금 저작권 문제 때문에 거리서도 캐럴을 못 듣습니다. 올해 초부터 시작해서 내년 12월까지 캐럴 대회를 열고 싶습니다. 이 밖에도 사랑에 대한 학술대회도 열고 토론도 하면서 꾸준히 사랑과 평화운동을 할 것입니다. 


지금 어른들의 마음에는 사랑이 없어요. 그것을 아이들이 당연히 따라가고 있는데, 이것이 잘못된 것입니다. 오히려 어른이 순수한 아이를 보고 배워야 해요. 아이들의 산타클로스는 부모이듯, 아이들도 누군가의 산타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도 마찬가지예요. 


<alswn@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