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김달성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

“죽음의 이주화, 위험의 이주화”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우리는 노예가 아니다’. 포천이주노동자센터라고 알려진 장소에 들어서자 색연필로 쓴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8평 남짓한 원룸에는 세간살이도 많지 않았다. 작은 상을 사이에 두고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인 김달성 목사와 마주 앉았다. 

1980년대부터 서울, 인천 등지에서 노동선교를 해온 김달성 목사는 10년 전, 경기도 포천으로 활동 지역을 옮겼다. 포천은 언뜻 보면 동남아에 와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외국인들이 많은 지역이다. 김 목사는 “이주노동자가 자꾸 눈에 밟혔다”고 했다. 5년 전부터는 이주노동자 선교활동에만 전념하고 있다. 

맨땅에 헤딩

지난 10월4일, 포천 소흘읍 송우리에 위치한 포천이주노동자센터(이하 센터)에서 김 목사를 만났다. 이날 만남에서 김 목사의 지난 5년을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그간 국가가 만든 법과 제도에 상처 입은 이주노동자들은 센터를 찾았다. 김 목사의 활동은 ‘분투’에 가까웠다. 넘을 수 없는 벽을 앞에 두고 끊임없이 두드리는 형국이었다. 

김 목사가 이주노동자 선교활동을 위해 찾은 곳은 이주노동자들이 다수 입원해있다는 포천의 한 병원. 그는 산업재해로 병원 신세를 지고 있는 이주노동자를 만나기 위해 매일 출근 도장을 찍었다. 입원환자, 외래환자를 가리지 않고 친구처럼 대화를 나눴다. 코로나19 창궐 이전이라 다행히 병원 출입이 자유로웠다.

“한국말, 한국법, 한국 물정도 모르고 타국에 와서 산재까지 당했으니 얼마나 도움이 절실했겠습니까. 대화를 나누다 보니 산재보험 보상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주노동자가 절반은 됩디다. 함께 아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노동 현장에서 산재를 입을 경우 근로자는 보상을 신청할 수 있다.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산재를 신청하는 주체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이기 때문이다. 김 목사는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이주노동자들에게 알려줬다. 산재를 입고 혼자 끙끙 앓지 말고 법의 도움을 받으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김 목사의 조언은 금세 벽을 만났다. 

“한 달, 두 달 (안내를)하고 있는데 절벽 같은 큰 어려움을 만났습니다. 이주노동자가 산재보험 보상을 신청하려 할 때 포기하게 만드는 외부세력의 존재를 알게 됐습니다. 산재보험 보상은 기본 건강권이에요. 그런데 그것마저 신청하지 못하도록 하는, 포기하도록 하는 외부세력이 있더란 말입니다.”

5년 전부터 이주노동자 선교 전념
산재병원 드나들며 애로사항 들어

그는 사업주와 이주노동자의 관계가 ‘갑과 을’을 넘어 주종관계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 배경으로 ‘고용허가제’를 꼽았다. 고용허가제는 내국인을 구하지 못한 중소기업이 정부로부터 고용허가서를 발급받아 합법적으로 비전문 외국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국가가 만든 제도가 이주노동자의 산재보험 보상을 막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주노동자가 처음 한국에 들어올 때 비전문 취업비자라고 해서 E9 비자를 줍니다. 3년 동안 사업장에서 무리 없이 일한 이주노동자는 1년10개월 더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받아요. 총 4년10개월인 셈이죠. 그런데 고용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업주의 사인이 필요합니다. 이렇다 보니 사업주가 얼굴만 찡그려도 산재보험 보상 신청을 포기하는 거죠.”

기업 평점이 낮아진다는 이유로 손가락이 3개 잘린 이주노동자의 산재보험 보상 신청을 포기하도록 하는 일도 있었다. 김 목사를 절망케 한 사실은 국가가 만든 법이 이주노동자들을 옥죄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기업 평점이라는 그 작은 것 때문에…”라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2020년 1월 가죽공장 보일러 폭발사고, 2020년 12월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속헹씨 비닐하우스 사망사건 등 전국을 뒤흔들었던 이주노동자 사건에는 늘 김 목사가 함께했다. 경기도 양주에서 일어난 보일러 폭발사고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리던 이주노동자 3명의 사업장 변경을 이끌어냈다. 그나마도 3개월, 7개월, 8개월이나 걸렸다. 

산재보험 보상 있어도 못 해
미등록 노동자는 더 열악해

영하 16도의 강추위에 난방도 안 되는 비닐하우스에서 잠을 자다가 사망한 속헹씨 사건은 이주노동자들의 인권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김 목사는 속헹씨 사망 소식을 듣고 대책위원회를 꾸려 대정부 투쟁에 나섰다. 70~80개 노동 관련 단체가 1년 넘게 투쟁한 끝에 지난 5월 산재 승인이 결정됐다. 

캄보디아에 있는 속헹씨의 가족을 어렵게 찾아가 위임장을 받고 진행한 끝에 이뤄낸 결과였다. 속헹씨의 유족은 산재보험 보상 신청에 대해 아예 모르는 상태였다. 농업 분야에 종사하는 이주노동자가 직업성 질환으로 산재보험 보상 승인을 받는 일은 매우 드물다. 김 목사에 따르면 신청률도 낮고 승인율도 낮다.

김 목사는 “몇십개 단체가 달라붙어 투쟁하고 언론 보도가 이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승인까지)1년 넘게 걸렸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산재 은폐율’을 강조했다. 지난해 5월 한국노동연구원 김정우 전문위원이 국내에서 발생한 산업재해에서 최소 3분의 2는 은폐됐다는 통계분석 결과가 담긴 논문을 발표했다. 

“이 통계가 30인 이상 사업장을 조사한 결과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이주노동자는 주로 30인 이하 사업장에서 근무합니다. 즉 30인 이하 사업장의 산재 은폐율은 66.6% 이상일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이주노동자의 경우는 어떻겠습니까. 제가 산재 피해를 입은 이주노동자를 수없이 만난 경험으로 봤을 때 산재보험 보상 신청 비율은 20% 이하입니다. 승인은 다음 얘기고 신청하는 비율조차 10명 가운데 2명도 안 된다는 거죠.”

김 목사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불법체류자)의 상황은 이주노동자보다도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노동조건과 환경이 바닥에 이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예를 들면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1년 내내 밤샘 노동만 시키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서 월급은 최저임금 이하로 주고”라고 설명했다. 

그래도 계속해야

“현재 이주노동자는 국가가 정책적으로 ‘위험의 이주화’ ‘죽음의 이주화’를 조장하는 노동환경에 노출돼있는 상황입니다. 시간이 지나도 이주노동자가 직접 대응하는 일은 많이 어려울 거예요. 우리 같은 단체가 나서서 대응해야 그나마 조금씩이라도 개선되리라 생각합니다. 단체에 대한 시민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합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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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