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TV> ‘정쟁으로 번진’ 이태원 참사, 조경태가 생각하는 추모의 의미

[기사 전문]

-매주 주말 열리는 참사 집회. 사람들이 무엇을 원한다고 생각하나?

글쎄요. 이 속에는 순수한 추모를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또 정치적 의도를 담은 분들도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지난번 이태원 참사 애도 마지막 기간에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주장했던… ‘퇴진이 추모다’ 이런 구호도 있더라고요.

이런 정치적인 발언들이 여기에 나왔다는 것 자체가 이태원 참사를 또 과거의 세월호 참사처럼 정치적 쟁점화를 하려 하는 모습, 아시다시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세월호 희생자들 방명록을 쓰면서 “미안하다, 고맙다” ‘고맙다’는 표현 썼거든요. 거기에서 저는 굉장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주 불순한 의도로 그런 어떤 추모 행사라든지 추모 대열에 껴 있다면… 저는 그런 사람들은 반드시 솎아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당 의원도 몇 명 참석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국회의원들은 선출직이잖아요. 일을 잘하든 못 하든 임기가 4년 보장된 것 아닙니까. 근데 이분들이 거기 가서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운운하고 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선출직으로 당선된 분들이 선출직으로 당선된 대통령을 물러나라고 한다는 것은 이치적으로 아주 잘못됐다. 그야말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그런 행위로 비칠 수 있기 때문에, 저는 그분들은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고 얘기한 거죠.

지금 6개월밖에 안 된 대통령이 퇴진해서 이게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그럼 선거를 또다시 해야 합니까? 그럼 마음에 안 들 경우에 6개월마다 대통령선거를 하면 그게 국익에 도움이 되나요? 왜 그 적용을 대통령에게만 합니까? 국회의원은 왜 적용을 안 합니까? 국회의원들도 못 하면 바로 바꿔야 하죠. 그쵸?

-맞은편에서 ‘맞불 집회’로 태극기집회가 있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지금의 우파 쪽에서 얘기하는 것은 대통령을 지키기 위한 하나의 모습이잖아요. 그거는 어쩔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앞에 이 사람들이 집회를 안 하면 안 하겠지만 하고 있으니까, 대통령을 자꾸 물러나라고 하는 세력들이 있으니까 물러나서는 안 된다는 어떤 작용 반작용에 의해서… 그런 영역이 있기 때문에 저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현재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이태원 참사의 책임은 어디까지 있다고 보나?

이태원 참사에 대해서는 사실은 현장의 지휘라인이, 초기 대응이 아주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모든 조직도를 보면 하부 라인에서 뭔가 정보보고가 올라와야만 상부 라인에서 그걸 인지하고 대책을 세울 텐데, 이번 이태원 참사 같은 경우에는 아시다시피 하부 라인이 거의 마비되다시피 한 거잖아요.


우리 남자들 다 군대 갔다 왔잖아요. 하부에서 봤으면 상부에다 보고하는 것 아닙니까? 그게 상식이잖아요. 근데 하부의 지휘 라인이 무너졌다, 그때 하부 지휘 라인의 책임자가 그 시각에 없었다 이 말이죠. 저는 그게 ‘국가가 없었다’고 생각한 거예요. 거기다 용산경찰서장도 없었잖아요. 그것도 하부의 책임자, 치안을 책임지는 책임자가 없었거든요.

(이태원 참사가)9시40분쯤 났으면, 6시30분인가 그때 거기 ‘코드 제로’가 발령됐다는 거예요. ‘코드 제로’가 뭐냐면 ‘죽을 것 같다’ ‘압사당할 것 같다’ 이게 코드 제로인데, 가장 최고의 경보음이 울린 거잖아요. 그때 경찰 출동했으면 문제가 없었어요.

근데 경찰이 묵살한 거예요. 이건 누구 책임이죠? 그리고 ‘코드 1’로 된 것도 몇 번 있었더라고요. 7번인가? 그것도 묵살해버린 거거든요. ‘112 신고에 대해 초기 대응이 너무 부족했다’ 거기서 저는 대형참사를 막을 수 있었는데도 못 막았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말해 경찰청장이 무슨 관계가 있어요? 밑에서 안 움직이면 위에서 어떻게 할 수 없는 것 아닙니까.

다만 이제 도의적인 책임이 있잖아요. 사람이 150여명이 돌아가셨으니까. 이게 국가적 참사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 부분에서는 최고책임자까지, 그 라인의 실무 최고책임자까지 도의적 책임을 지는 것이 맞다고 보는 거죠. 그래서 저는 ‘최고책임자는 행안부 장관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보는 거죠.

근데 민주당에서 이야기하는 이상민 장관 파면은 아주 불순한 의도죠. 국정조사를 왜 합니까? 국정조사를 하는 이유가 있을 거 아니에요. 진실을 밝히려면 그때 당시 최고의 실무 라인, 최고책임자인 장관이 있어야 진실을 밝힐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장관이 없는 자리에서 무슨 진실을 규명할 수 있겠습니까? 이치에 안 맞는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민주당 같은 경우는요, 아주 반이성적인 사고를 하는 거 같아요. 결국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를 순수한 애도, 진정한 의미로서 사건 사고 예방을 위한 그런 국정조사가 아니라 그야말로 정쟁을 하겠다는 의도가 이 부분만 봐도 드러나는 거죠.

-경찰 수사로 충분하다는 말은?

여론조사에서는 ‘경찰 조사가 미흡하면 검경합동수사본부를 만들자’ 그게 전 아주 이성적인 대안인 것 같거든요.

지금 국정조사할 만큼 대한민국이 그렇게 한가한 시기가 아니잖아요. 경제 문제라든지, 기타 내년에 닥칠 여러 가지 경제 위기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이걸 정부에만 맡겨도 되겠습니까? 국회는 맨날… ‘노는 곳’으로 국민들이 인식하잖아요. ‘맨날 싸우는 곳’ ‘노는 곳’…

저는 그래서 지난번 세월호 때도 얼마나 많은 정치인이 노란 리본을… 몇 년 동안 달고 다녔잖아요. 그분들 책임 없습니까? 국민과 약속했잖아요. 노란 리본 달고 다니면서 “두 번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호언장담했던 그 국회의원들은 지금 어디 가서 뭘하고 있냐는 거죠.

일본에서도 수학여행 가는 배가 침몰해서 많은 희생자가 나왔어요. 그때 일본은 어떻게 대처했습니까? 일본의 여야 정치인들이 어떻게 했습니까?

노란 리본 안 달았습니다. 그분들은 정말 힘을 모아서 ‘다시는 아이들, 민들에게 이런 참사가 없도록 하자’고 해서 어릴 때부터 수영을 가르쳐야 한다, 생존 수영을 가르쳐야 한다 해서 초등학교부터 수영장을 짓기 시작했잖아요. 전 국민이 다 수영할 줄 아는 거죠.


우리나라는 세월호 터지고 나서 그런 인프라를 제대로 깔았습니까? 왜 우리는 일본을 그렇게 규탄하면서, 왜 일본보다도 못한 정치를 하느냐는 말이죠.

-모 언론에서 유족의 의사를 묻지 않고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것에 대해선?

글쎄요, 그 명단을 공개한 이유가 뭔지 저는 그 매체에 묻고 싶어요. 도대체 그분들은 어느 나라 매체인지. 나라를 혼란스럽게 하고 분열시켜서 과연 국익에 무슨 도움이 되고, 또 유족들한테 무슨 도움이 되고, 또 우리 국민들에겐 무슨 도움이 되는지.

한번 이용해 먹었으면 됐지. 세월호를 이용한 것 아닙니까, 따져 보면. 세월호 때 그렇게 안전을 부르짖고 슬퍼하는 척했던 분들, 노란 리본 달았던 사람들. 그럼 그들이 선호하는 그 정당, 그들이 선호하는 정치인들한테 안전에 대해 계속해서 강조했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법을 만들라 하고, 자기들이 사전을 찾고 밤을 새워서라도 가장 완벽한 안전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했어야죠. 리본만 단다고 다 되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이런 부분에 대해서 조금 더 이성을 찾고, 남의 아픔에 더 생채기를 주는 행태는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유가족분들에게 진정으로 본인들이 애도를 표한다면, 꼭 명단을 공개하지 않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얼마든지 추모하고 애도할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자꾸 우리 사회의 아픈 부분을 자꾸 장기화하는(것은) 유족과 국민에 대한 예의도 아니지만 돌아가신 분들, 고인에 대한 예의도 아닙니다. 고인 분들을 정말 위한다면 마음으로, 가슴으로 애도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총괄: 배승환
취재: 차철우
기획: 강운지
촬영&편집: 김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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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