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TV> ‘정쟁으로 번진’ 이태원 참사, 조경태가 생각하는 추모의 의미

[기사 전문]

-매주 주말 열리는 참사 집회. 사람들이 무엇을 원한다고 생각하나?

글쎄요. 이 속에는 순수한 추모를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또 정치적 의도를 담은 분들도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지난번 이태원 참사 애도 마지막 기간에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주장했던… ‘퇴진이 추모다’ 이런 구호도 있더라고요.

이런 정치적인 발언들이 여기에 나왔다는 것 자체가 이태원 참사를 또 과거의 세월호 참사처럼 정치적 쟁점화를 하려 하는 모습, 아시다시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세월호 희생자들 방명록을 쓰면서 “미안하다, 고맙다” ‘고맙다’는 표현 썼거든요. 거기에서 저는 굉장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주 불순한 의도로 그런 어떤 추모 행사라든지 추모 대열에 껴 있다면… 저는 그런 사람들은 반드시 솎아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당 의원도 몇 명 참석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국회의원들은 선출직이잖아요. 일을 잘하든 못 하든 임기가 4년 보장된 것 아닙니까. 근데 이분들이 거기 가서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운운하고 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선출직으로 당선된 분들이 선출직으로 당선된 대통령을 물러나라고 한다는 것은 이치적으로 아주 잘못됐다. 그야말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그런 행위로 비칠 수 있기 때문에, 저는 그분들은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고 얘기한 거죠.

지금 6개월밖에 안 된 대통령이 퇴진해서 이게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그럼 선거를 또다시 해야 합니까? 그럼 마음에 안 들 경우에 6개월마다 대통령선거를 하면 그게 국익에 도움이 되나요? 왜 그 적용을 대통령에게만 합니까? 국회의원은 왜 적용을 안 합니까? 국회의원들도 못 하면 바로 바꿔야 하죠. 그쵸?

-맞은편에서 ‘맞불 집회’로 태극기집회가 있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지금의 우파 쪽에서 얘기하는 것은 대통령을 지키기 위한 하나의 모습이잖아요. 그거는 어쩔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앞에 이 사람들이 집회를 안 하면 안 하겠지만 하고 있으니까, 대통령을 자꾸 물러나라고 하는 세력들이 있으니까 물러나서는 안 된다는 어떤 작용 반작용에 의해서… 그런 영역이 있기 때문에 저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현재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이태원 참사의 책임은 어디까지 있다고 보나?

이태원 참사에 대해서는 사실은 현장의 지휘라인이, 초기 대응이 아주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모든 조직도를 보면 하부 라인에서 뭔가 정보보고가 올라와야만 상부 라인에서 그걸 인지하고 대책을 세울 텐데, 이번 이태원 참사 같은 경우에는 아시다시피 하부 라인이 거의 마비되다시피 한 거잖아요.


우리 남자들 다 군대 갔다 왔잖아요. 하부에서 봤으면 상부에다 보고하는 것 아닙니까? 그게 상식이잖아요. 근데 하부의 지휘 라인이 무너졌다, 그때 하부 지휘 라인의 책임자가 그 시각에 없었다 이 말이죠. 저는 그게 ‘국가가 없었다’고 생각한 거예요. 거기다 용산경찰서장도 없었잖아요. 그것도 하부의 책임자, 치안을 책임지는 책임자가 없었거든요.

(이태원 참사가)9시40분쯤 났으면, 6시30분인가 그때 거기 ‘코드 제로’가 발령됐다는 거예요. ‘코드 제로’가 뭐냐면 ‘죽을 것 같다’ ‘압사당할 것 같다’ 이게 코드 제로인데, 가장 최고의 경보음이 울린 거잖아요. 그때 경찰 출동했으면 문제가 없었어요.

근데 경찰이 묵살한 거예요. 이건 누구 책임이죠? 그리고 ‘코드 1’로 된 것도 몇 번 있었더라고요. 7번인가? 그것도 묵살해버린 거거든요. ‘112 신고에 대해 초기 대응이 너무 부족했다’ 거기서 저는 대형참사를 막을 수 있었는데도 못 막았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말해 경찰청장이 무슨 관계가 있어요? 밑에서 안 움직이면 위에서 어떻게 할 수 없는 것 아닙니까.

다만 이제 도의적인 책임이 있잖아요. 사람이 150여명이 돌아가셨으니까. 이게 국가적 참사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 부분에서는 최고책임자까지, 그 라인의 실무 최고책임자까지 도의적 책임을 지는 것이 맞다고 보는 거죠. 그래서 저는 ‘최고책임자는 행안부 장관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보는 거죠.

근데 민주당에서 이야기하는 이상민 장관 파면은 아주 불순한 의도죠. 국정조사를 왜 합니까? 국정조사를 하는 이유가 있을 거 아니에요. 진실을 밝히려면 그때 당시 최고의 실무 라인, 최고책임자인 장관이 있어야 진실을 밝힐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장관이 없는 자리에서 무슨 진실을 규명할 수 있겠습니까? 이치에 안 맞는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민주당 같은 경우는요, 아주 반이성적인 사고를 하는 거 같아요. 결국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를 순수한 애도, 진정한 의미로서 사건 사고 예방을 위한 그런 국정조사가 아니라 그야말로 정쟁을 하겠다는 의도가 이 부분만 봐도 드러나는 거죠.

-경찰 수사로 충분하다는 말은?

여론조사에서는 ‘경찰 조사가 미흡하면 검경합동수사본부를 만들자’ 그게 전 아주 이성적인 대안인 것 같거든요.

지금 국정조사할 만큼 대한민국이 그렇게 한가한 시기가 아니잖아요. 경제 문제라든지, 기타 내년에 닥칠 여러 가지 경제 위기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이걸 정부에만 맡겨도 되겠습니까? 국회는 맨날… ‘노는 곳’으로 국민들이 인식하잖아요. ‘맨날 싸우는 곳’ ‘노는 곳’…

저는 그래서 지난번 세월호 때도 얼마나 많은 정치인이 노란 리본을… 몇 년 동안 달고 다녔잖아요. 그분들 책임 없습니까? 국민과 약속했잖아요. 노란 리본 달고 다니면서 “두 번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호언장담했던 그 국회의원들은 지금 어디 가서 뭘하고 있냐는 거죠.

일본에서도 수학여행 가는 배가 침몰해서 많은 희생자가 나왔어요. 그때 일본은 어떻게 대처했습니까? 일본의 여야 정치인들이 어떻게 했습니까?

노란 리본 안 달았습니다. 그분들은 정말 힘을 모아서 ‘다시는 아이들, 민들에게 이런 참사가 없도록 하자’고 해서 어릴 때부터 수영을 가르쳐야 한다, 생존 수영을 가르쳐야 한다 해서 초등학교부터 수영장을 짓기 시작했잖아요. 전 국민이 다 수영할 줄 아는 거죠.


우리나라는 세월호 터지고 나서 그런 인프라를 제대로 깔았습니까? 왜 우리는 일본을 그렇게 규탄하면서, 왜 일본보다도 못한 정치를 하느냐는 말이죠.

-모 언론에서 유족의 의사를 묻지 않고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것에 대해선?

글쎄요, 그 명단을 공개한 이유가 뭔지 저는 그 매체에 묻고 싶어요. 도대체 그분들은 어느 나라 매체인지. 나라를 혼란스럽게 하고 분열시켜서 과연 국익에 무슨 도움이 되고, 또 유족들한테 무슨 도움이 되고, 또 우리 국민들에겐 무슨 도움이 되는지.

한번 이용해 먹었으면 됐지. 세월호를 이용한 것 아닙니까, 따져 보면. 세월호 때 그렇게 안전을 부르짖고 슬퍼하는 척했던 분들, 노란 리본 달았던 사람들. 그럼 그들이 선호하는 그 정당, 그들이 선호하는 정치인들한테 안전에 대해 계속해서 강조했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법을 만들라 하고, 자기들이 사전을 찾고 밤을 새워서라도 가장 완벽한 안전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했어야죠. 리본만 단다고 다 되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이런 부분에 대해서 조금 더 이성을 찾고, 남의 아픔에 더 생채기를 주는 행태는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유가족분들에게 진정으로 본인들이 애도를 표한다면, 꼭 명단을 공개하지 않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얼마든지 추모하고 애도할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자꾸 우리 사회의 아픈 부분을 자꾸 장기화하는(것은) 유족과 국민에 대한 예의도 아니지만 돌아가신 분들, 고인에 대한 예의도 아닙니다. 고인 분들을 정말 위한다면 마음으로, 가슴으로 애도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총괄: 배승환
취재: 차철우
기획: 강운지
촬영&편집: 김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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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