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격차> “당신도 무연고자 될 수 있다” 소외된 자들의 죽음에 관하여…

[기사 전문]

진행자: 혹시 여러분은 이웃에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고 계신가요?

홀로 임종을 맞은 뒤 일정 기간 후에 발견되는 죽음인 ‘고독사’. 우리나라의 고독사 사망자는 2019년 659명에서 2021년 953명으로, 나날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즉 사회의 음지에서 일어나는 소외된 죽음이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죠.

특수청소업체 ‘바이오해저드’를 운영하는 유품정리사 김새별씨가 그 현장의 모습을 설명합니다.

김새별(유품정리사): 쉰 아홉 살 드신 남성 분이 고시텔에서 이렇게 돌아가셨어요. 근데 사실 그 나이쯤 되고 그러면 직장 구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대부분 하시는 일이 청소용역 또는 경비용역.

결국은 이제 회사에서 나오게 되셔서 일이 없으니까, 고시텔에서 본인이 갖고 있는 돈으로... 최소한의 돈으로 먹고 살 수 있는 데만 집중을 하셨더라고요. 근데 제가 볼 때는 약주 이런 걸 드시지는 않았는데 굶어서 돌아가신 것 같아요. 아사죠. 많지는 않은데 더러 있어요.

전체적인 통계라고 하긴 그렇지만 제가 느낄 때 40~50대 중장년층의 고독사가 한 70% 정도 되고, 20%가 청년들의 극단적 선택. 한 10%가 노인 고독사죠.

예전에는 독거노인이라 그랬잖아요. 가족이 없는 노인 분들, 혼자 사는 노인 분들. 그런데 지금은 ‘홀몸 노인’이라고 그러죠. 가족이 있어도 혼자 사니까.

홀몸 노인에 대한 어떤 복지가 좋아지고 방문이나 이런 걸 통해서 계속 관리하고, 모니터링하니까 노인 고독사가 많이 줄어들었어요. 그럼에도 한 10% 정도를 잡는 이유는, 그렇게 한다고 해서 노인 고독사를 다 막을 순 없어요. 사각(지대)이 없을 수가 없죠.

청년들이 고독사 하는 곳은 90%는 집이 쓰레기장 같고요. 사실 우리가 접근해야 될 부분 중 하나가 ‘고독사, 사회적 문제, 이웃 간의 단절, 가족 간의 단절’ 이런 얘기를 하는데. 이게 ‘주변 사람들이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 신경 쓰고 관심 가져 달라’고 얘기하잖아요.

근데 사실 혼자 사시는 분들이 외부와 단절하는 거예요. 그 사람들이 스스로 벽을 만들고 다가오지 못하게, 얼굴 한번 보고 인사를 나누려고 해도 너무 차갑고 무서우니까 사람들이 못 다가가는 거죠. 그러니까 저는 이게 돌아가신 분의 책임이 큰 것 같아요.

진행자: 이외에도 ‘사회적 차별에 의한 죽음’을 염두에 두고 살아가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른바 ‘소외 계층’입니다.

부모를 여의거나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들인 ‘고아’는 그중 큰 영역을 차지하는데요. 고아권익연대 조윤환 대표가 입을 열었습니다.

조윤환 대표(고아권익연대): 제가 한 일곱 살 여섯, 일곱 살 정도 됐을 때 저보다 한 살 어린 고아 후배가 있었어요. 제 옆에서 이 아이가 죽었어요. 자고 있는데 이 아이가 오줌을 쌌더라고요. 그래서 우리 고아원에서 오줌을 싸면 좀 큰 사건이거든요. “큰일 났다. 빨리 치워!” 그랬는데 근데 이 친구가 안 일어나요. 이유는 간단해요. 너무 추워서 감기로 죽은 거예요. 시설이 너무 안 좋으니까 간단하게 제때 의료 조치조차도 받지 못하고 인생을 마감했는데... 시설 측에서는 왜 사망신고를 하지 않았냐? 이 아이가 살아 있어야만 지원금이 이 아이의 이름으로 나오거든요.

재작년에 28세 여성이 죽었던 사건은 너무나 안타깝죠. 연락이 안 돼 실종 신고했는데 사망했다 하더라고요. 경찰서에서. ‘사인이 뭐냐’고 했더니 경찰서에서는 ‘극단적 선택으로 판결하고 있다. 자세한 얘기는 못 해 준다‘고 하더라고요. 적극적으로 수사를 부탁한다고 했더니 ‘그 부분은 더 이상 우리가 못한다’고 하더라고요.

고아들의 죽음에 대해서 더 적극적으로 수사하고 진상규명을 국가가 책임지고 해야 하는데, 진상이 드러나는 것을 꺼리는 모습이 너무 안 좋아요. 일반 가정에서 컸다면... 아무리 경찰에서 “수사 제대로 했다”고 해도 끝까지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거예요. 근데 고아들은 그렇게 해 줄 사람들도 없고, 국가도 관심이 없어요.

그분은 결국 자살 처리됐고… 그래서 실체를 수사해달라고 요청한 건데 결국 못 한다고 하더라고요.

(한 분은)어려서부터 고아원에 버려지고, 고아원에서 초등교육도 못 받고 중등교육도 못 받고 고아원에서 노예로 사는 거죠. 살다가 고아원이 폐쇄되니까 갈 곳이 없잖아요. 폐쇄된 고아원에 갔어요. 그분이 살았던 흔적이 그대로 있더라고요. 이분은 지금도 아무도 몰라요. 이게 무연고자예요.

국가는 이 사람의 데이터는 있잖아요. 이 사람이 계속 나이는 먹어가죠. 150세까지 사망신고가 안 되니까. 우리나라에 150세로 살고 계신 분들이 꽤 돼요 지금. 행안부(행정안전부)에 150세 이상인데 사망신고가 안 된 호적들이 꽤 많대요. 가족이 있다면 실종신고해서... 어쨌든 실종신고가 약 10년이 되면, 10년인가 20년이 되면 자동으로 사망 처리가 된대요. 근데 실종 신고까지 안 된 애들은 그냥 누적되는 거예요. 나이만 먹는 거예요.

고아가 죽으면 경찰서에서도 수사하기 싫어해요. 폭행당했든 강력범죄를 당했던 관심이 없어요. 어차피 그걸 찾아 봤자 누구도 관심 없으니까.

우리 현대 사회의 복지 가치에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이 있잖아요. 여전히 고아들한테만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이야기가 적용되지 않고 있어요.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은 아예 실종신고조차 안 되는 것.

대한민국 고아 신분은 죽음조차도 애도 받지 못하는(사람들). 나쁘게 말하면 ‘국가의 실적’ ‘빨리 죽게 만들어야 하는 존재’. 이건 격차가 아니라 비참한 거죠. 바닥 중의 바닥이고...

진행자: 죽음마저 외면당하는 소외 계층의 현실. 이에 더해, 극심한 차별로 평범한 생활조차 누리지 못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먼 타지에서 돈을 벌러 한국에 온 사람들, 바로 ‘이주노동자’입니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외국인 부검률은 17.4%로, 한국인 부검률 2.9%보다 6배 높았습니다. 즉 한국에서 외국인이 부검 당할 가능성이 한국인보다 6배 높다는 것입니다.

캄보디아 출신 여성 속헹씨의 죽음은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드러내줍니다. 그녀는 불법 비닐하우스 기숙사에서 생활하던 농업노동자로, 2020년 겨울 밤 돌연사했습니다. 당시 김달성 목사가 우연히 해당 사건을 접하게 됐는데요.

김달성 대표(포천이주노동자센터): 그게 2020년 12월20일에 사망한 거예요. 속헹씨와 네 동료 여성 노동자들이 함께 일했던 농장 있죠. 그 농장의 한가운데에 까만 차광 막을 뒤집어쓴 불법 가건물이 숙소였었죠. 샌드위치 패널(판넬) 가건물이에요.

중요한 초점이, 속헹씨가 20일에 사망했다는 건데 이틀 전부터 기숙사에 난방이 가동이 안 됐다는 거예요. 그게 핵심이었어요. 영하 16도 한파가 며칠 동안 계속되는 그때였어요. 그리고 또 하나 핵심은 뭐냐, ‘평상시에 지병이 없었다’

나는 즉각적으로 이 사망사건에 대한 대책위를 구성했죠. 그랬는데 근로계약서를 나중에 받아보니까 한 달에 (인당)15만원씩 기숙사비를 내는 것으로 기록돼있고...

진행자: 김달성 목사의 노력으로, 2022년 5월 마침내 산업재해가 승인됐습니다. 영하 16도 살을 에는 추위 속에서 쓸쓸히 숨을 거둔 속헹씨. 그녀는 한 달 후 캄보디아로 돌아갈 비행기표를 예매한 상태였습니다.

김달성 대표(포천이주노동자센터): 속헹씨 사망한 그 사업주는 아직도 해요. 끄떡없어요. 고발했는데 ‘불법시설물을 제공했다’는 것만 문제 삼아서 한 200만원 벌금만 받고 말았어요. 사람 죽여도 끄떡없습니다.

진행자: 만약 연고자가 없는 사람이 사망할 경우, 그는 ‘무연고 사망자’로 분류됩니다.

무연고 사망자의 시신은 안치실에서 바로 화장장으로 이송됩니다. 즉 이들에게는 ‘장례’라는 애도의 순간이 주어지지 않는 것이죠.

단, 서울시에서는 2018년부터 대부분의 무연고 사망자에게 공영장례를 지원하는데요. 그 배경에는 한 시민단체의 지대한 노력이 있었습니다. 소외된 자들의 ‘애도 받을 권리’를 지키는 사람들, ‘나눔과나눔’입니다.

김민석 팀장(나눔과나눔): 장례를 치르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한데요. 제도적인 기준에 부합해야 되고, 두 번째는 경제적인 기준에 부합해야 해요. 시장에서 요구하는. 그 두 가지 자격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그런 사람들이 무연고 사망자가 되고 있는 거잖아요.

무연고 사망자가 한 해에 3000분이 훌쩍 넘어가고 있는데요. 그걸 단순히 3000명의 무연고 사망자라고 볼 순 없어요. 고인 한 명당 굉장히 보수적으로 잡아도 서너 사람의 인연이 있을 거거든요. 그렇게만 잡아도 우리는 한 해 만명이 넘어가는 박탈된 애도를 경험하는 사람들을 양산해내고 있는 거예요.

진행자: 나눔과나눔은 연고자의 범위를 ‘혈연 중심’에서 ‘관계 중심’으로 넓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경제적 조건에 부합하더라도, 단지 직계가족이 없다는 이유로 무연고 사망자가 되는 사례가 많기 때문입니다.

김민석 팀장(나눔과나눔): '무연고 사망자'라는 말이 주는 이미지가 굉장히 세요. 고인이 굉장히 외롭고 쓸쓸하게 그리고 빈곤하게, 우리가 생각했을 때 너무 안타깝고 슬픈 삶을 살았을 거라고 생각하게 만드는데 실제로 장례 현장에서 만나보면 모두가 그렇지 않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관계가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다 각자의 삶이 있었는데 그것도 다 지워 버리는 거예요. 죽은 이후에 장례를 치를 수 있는 그 협소한 범위의 연고자가 없다는 이유 딱 하나로.

실제로 굉장히 저명한 교수님이 돌아가셔서, 근데 자녀가 없이 돌아가셨던 거예요. 그분이 돌아가셨을 때 동료 교수,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명망 높고 이름 있는 사람들이 30명 넘게 빈소에 찾아왔어요.

조카가 장례 치를 의사가 충분히 있고 경제적 능력도 되고 마음도 있는데 굳이 그 사람에게서 장례 치를 권리를 빼앗아서 무연고 사망자로 만들어서 공영장례를 치르고 있는 거죠.

저희 아버지한테 장례를 치를 수 있는 범위에 대해서 쭉 얘기를 하니까 아버지도 이해가 안 되는 거죠. “왜 조카가 장례를 못 치러?” “왜 이모나 삼촌, 조카, 며느리는 장례를 치를 수 있는 연고자가 아닌 거야?” “왜 친구들은 장례를 치를 수가 없어?”

이런 사례는 계속 늘어나겠죠. 저부터도 1인 가구이고... 제가 무연고 사망자가 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밖에 없어요. 부모님보다 먼저 죽는 것.

공영장례가 보편적인 제도가 된다고 하면 그 사람들이 적어도 한 가지 불안은 줄일 수 있는 거죠. ‘내가 죽었을 때 돈이 있건 없건, 혹은 주변에 장례를 치러 줄 사람이 있건 없건 우리 사회가 나를 존엄하게 존중하면서 배웅할 거다’라는 믿음이 생기는 거죠.

진행자: 소외된 죽음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목격하고, 그 이후의 과정을 책임지는 사람들. 각자의 일을 할 때 그들이 느끼는 심경은 어떨까요?

김새별(유품정리사): 처음에 시작할 때는 멋모르고 그냥 집만 정리하고 그러면 되는 줄 알았는데, 하나하나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사진이 없는 집이 없어요. 근데 왜 사진이라는 것들이 좋은 사람들하고 좋은 곳에 놀러 갔을 때 그 좋았던 기억을 평생 간직하고 싶어서 찍는 게 사진이거든요. 그런 사진들을 보면서 그분의 인생, 그분의 노트들, 일기장들을 보면서 그분의 모든 인생을 알게 돼요.

휴먼 다큐처럼 그런 느낌이 들어요. 어떤 인생을 살았는데 최근에 어떤 고비가 있었고, 예를 들어 스스로 생을 마감하시는 분들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그런 생각도 들고... 모든 게 보이는 것 같아요.

조윤환 대표(고아권익연대): 고아들이 죽었을 때 국가가 대응하는 거나 시스템을 보면 ‘이렇게 무관심할 수 없다’ 전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고아원 출신이라고 하는 순간 ‘국가의 결과물’이 되기 때문에 국가가 최대한 그 흔적을 없애려는 같아요.

시설에서 자란 고아 출신 성인들은 어쩌면 ‘국가가 입양한 자식’이기 때문에, 죽을 때도 (국가와)함께였으면 좋겠다.

김민석 팀장(나눔과나눔): 일단 장례를 치른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 보자면, 돌아가신 분을 존엄하게 배웅한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살아 있는 사람들이 더 이상 이 세상에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사람과의 관계를 전환하는 일종의 순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 장례라는 게 보편적인 사회보장제도로 기능해야 되지 않을까. 그렇게 됐을 때 이 공영장례가 빈곤한 사람 혹은 외롭고 쓸쓸하게 사망한 사람에게 제공되는 일반적인 장례보다 못한 장례가 아니라... 그게 일종의 낙인을 만들고 있거든요. 그런 낙인 없이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제공되는 걸 저희는 희망하고 있고, 그렇게 사회가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

진행자: 빈곤 때문에, 우울 때문에, 혹은 협소한 제도적 범위 때문에... 소외된 죽음은 우리 자신의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지난해 한국의 사망자 수는 31만7800명. 2011년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약 23% 증가한 수치입니다. 우리는 죽음이 늘어나는 사회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2006년부터 2020년까지 출생을 위해 소모된 예산은 380조2000억원. 그러나 죽음은 오롯이 개인의 영역으로 여겨지며, 그 예산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국가는 삶의 시작 뿐만 아니라 삶의 끝 역시 보장해야 하지 않을까요?
 

취재팀: 장지선
사진팀: 고성준/박성원
영상팀: 배승환/김희구/강운지/김미나
프로젝트: 죽음의 격차 (죽어서도 차별받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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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