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기쁜우리보호작업장 조진화 원장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11.21 10:03:10
  • 호수 1402호
  • 댓글 0개

그들의 얼굴엔 그늘이 없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안녕하세요!” 기쁜우리보호작업장 1층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핸드폰에 집중하고 있던 장애인 여성으로부터 들은 인사말이다. 그는 인사에 그치지 않고 이것저것 궁금한 걸 물어보기도 했다. 친구처럼 보이겠지만 처음 만난 사이였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곳에서 직업 재활훈련을 받는 장애인의 얼굴에는 그늘이 없다.

서울시 강서구 가양동에는 ‘기쁜우리보호작업장’(이하 보호작업장)이 있다. 한적한 동네에 있는 작업장으로 향하면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바로 보호작업장 바로 옆에 있는 카페 조이아. 전면 유리창으로 볕이 잘 드는 카페 내부는 갓 구워서 나온 빵과 쿠키가 있다. 그리고 음료를 주문하면 알게 된다. 이곳에서 음료나 빵 주문을 받고 손님에게 서빙을 하는 직원은 모두 장애인이다.

카페 조이아는 보호작업장에서 자립과 직업 재활훈련을 받는 장애인들이 직접 일을 한다. 보호작업장에 있는 장애인은 장애의 정도에 따라 단순노동, 베이커리 작업 등으로 나뉜다. 

단순노동을 하는 곳에서는 책상에 모여서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도 나눈다. 작업 중에 누군가는 “추운 사람 있으면 히터를 틀겠다”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냐”고 서로를 챙기며 일상을 물어보기도 했다. 

빵을 만드는 곳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청결을 위해 위생복을 입고 있었고 모두 일에 집중하고 있었다. 겉으로 보면 누가 장애인인지 교사인지 알 수 없었다. 

이곳은 서두에 언급했듯 장애인의 자립을 돕고 직업 재활훈련을 한다. 1997년 7월1일에 사회복지법인 기쁜우리월드가 사업을 개시한 이후 중증발달장애인에게 제과제빵, 카페, 임가공 사업 등 보호된 환경에서 직업 재활훈련 및 직무능력 향상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곳에 있는 장애인은 두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직업 재활훈련을 받는 중인 사람과 취직은 한 사람이다. 기본적으로 재활훈련을 받고 기업으로 취업을 나가는 게 1차적 목적이다.

일반 기업 취업 준비하는 작업장 
제과제빵 대회서 수상받은 경력도

<일요시사>는 어린이집, 의료법인 등 사회복지시설에서 근무 후 7년간 기쁜우리보호작업장에서 근무 중인 조진화 기쁜우리보호작업장 원장을 만나 장애인 취업 활동에 관해 자세히 들어봤다.

-장애인 직업 취업 활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보호작업장에서 중증발달장애인들이 수년간 직업 훈련 등을 하는 것을 봤습니다. 이들은 직업 훈련 등을 통해 직업에 대한 욕구 및 능력이 향상됐고, 더 나아가 사회구성원으로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도왔습니다. 이런 일 자체가 보람돼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국내 장애인 직업 활동이 잘 이뤄지고 있는가요?

▲중증발달장애인도 직업 욕구가 다양하고 높습니다. 그래서 장애인개발원,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복지관, 보호작업장에서 중증발달장애인의 직업 활동을 하고 있어요. 그러나 대부분 일반 기업으로 취업으로 연결되는 것이 어렵습니다. 따라서 일반 기업 취업 전 보호작업장에서 직업 재활훈련 등 사회경험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보호작업장에서 다년간 근무한 근로자 중에는 일반 기업인 자동차 기업, 제과점, 학교 등으로 취업해 현재까지 성실하게 근무하는 이도 있습니다. 제과제빵이나 바리스타 대회에서 수상한 경우도 있구요.

-이 일을 하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부분이 궁금합니다.

▲중증발달장애인은 제품 하나를 완성시키는 데 일반인보다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해요. 우리 사회는 장애인이 만든 제품을 안 좋게 생각합니다. 장애인이 만든 제품의 품질 및 트렌드, 포장 등을 연구해 개선하고 있어요. 현재는 일반 시장과 견줘도 무리 없는 우수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데, 제품 인식이 낮아 매출 증진이 어렵습니다. 제품에 대한 인식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해요.

실제로 어린이집에 빵을 납품하는데, 우리 제품이 당일 만들어서 판매하기 때문에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맛있다는 것을 알아요. 원재료도 좋으니까. 그런데 학부모 중에서 ‘장애인이 만든 제품’이라고 꺼리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너무 안타깝습니다.

-장애인 직업 활동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보호작업장은 중증발달장애인이 생산한 제품을 판매해 매출 수익금으로 급여를 지급하는 구조입니다. 매출 활성화가 가장 어렵습니다. 일반 기업에서 사업 분야와 연계해 장애인 생산품을 홍보하고 매출로 이어지는 것 자체가 힘듭니다. 또 공공기관은 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제도가 있는데, 활용도가 낮고 운영이 미흡해 사업 확장이 어렵습니다.

“장애인들도 사회 구성원 될 수 있어”
“나라에서 장애인 최저시급 도와줘야” 

-국가가 장애인 직업 활동에 도움을 줘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장애인직업재활시설 근로자 중에는 급여를 ‘최저임금 적용 제외’로 지급해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최저임금의 50% 이상을 받을 수 없습니다. 결국 보호작업장 매출의 문제인데, 국가에서 도와줘서 이들의 급여를 줄 수 있길 바랍니다.

현재 보조 작업실은 중증장애인 대비 교사 비율이 10대1이에요. 이런 상황에서 직업 훈련과 보호, 그리고 보호작업장 홍보 및 매출과 생산까지 책임져야 합니다. 인력이 너무 부족해요. 지금은 그래도 보호작업장이 많이 안정돼 일이 많이 편해졌습니다. 

그러나 2016년만 해도 정말 힘들었어요. 근무 중에 장애인 한 분이 뛰쳐나간 사건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선생님들이 모두 그 장애인을 찾아야 해요. 말 그대로 미아가 된 거니까. 그 사이에 보호작업장에 있는 다른 친구들은 관리가 안 됩니다. 

-직업을 찾고 있는 장애인에게 할 말이 있다면?


▲보호작업장은 장애인을 위해 만들어진 기관입니다. 직업을 가지고 싶은 꿈을 가진 장애인 모두가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장애인 가족도 인식이 많이 바뀌어야 합니다. 보호작업장에서 장애인이 일하는 모습만 보고 ‘저 정도로 생활을 해야 올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보호작업장의 문턱이 높다고 인식하는 겁니다.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이곳에서 일하는 분들 중에는 이미 7년 이상 일한 장애인도 있습니다. 모두 훈련을 통해 만들어진 거예요. 장애인이 직접 보호작업장을 올 수 있거나, 가족이 데려다줄 수 있다면 방문해보길 바랍니다.

또 장애인 가족 중에는 경제적인 이유로 장애인을 보호작업장을 거치지 않고 일반 기업으로 취업시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대부분 적응을 힘들어합니다. 장애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은 꼭 보호작업장에서 훈련을 받고 취업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alswn@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