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나 홀로 감빵생활’ 김근식 목격담

욱하는 성격에 징벌 밥 먹듯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아동 성범죄자 김근식의 수감생활은 어땠을까. 교도소 재·출소자들의 목격담에 따르면 김근식은 긴 수감 기간에도 불구하고 끝내 수감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 또 교정당국 지침에 반발하고 욱하는 성격을 참지 못한 탓에, 교도소 내부 징계도 꾸준히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과연 진정으로 교화된 게 맞을까. 의심하는 시선은 단순한 기우가 아닐지도 모른다. 

김근식은 2000년과 2006년 인천광역시 및 경기도 일대에서 미성년자 12명을 강제추행·성폭행한 아동 성범죄자다. 2000년 미성년자 강간치상죄로 5년6개월을 복역한 뒤, 2006년 출소 16일 만에 다시 성폭행을 저질렀다.

인면수심
악질 범행

김근식은 2006년 5월24일 인천광역시 서구에서 등교하던 초등학생 A양을 성폭행했다. 한 달 뒤엔 인천 계양구에서 단 나흘 사이에 초등학생 2명을 성폭행했다. 하교 중이던 이들의 나이는 불과 10살·13살이었다.

김근식의 범행은 계속 이어졌다. 6월20일엔 계양구 한 원룸 주차장에서 13살 미성년자를, 7월3일엔 인근 지역 독서실에서 귀가하던 17살 미성년자를 유인해 성폭행했다.

김근식의 범행 수법은 가히 악질적이었다. 도움을 요청하며 자신의 승합차로 유인한 뒤 성폭행하는 수법을 반복했다. 저항하는 피해자는 무참히 폭행했다. 도움을 주려는 순수한 동심을 철저히 짓밟은 셈이다.


이윽고 김근식은 범행 반경을 넓혔다. 7월 중순부터 9월 중순에 이르는 두 달 동안, 김근식은 인천과 경기도를 넘나들며 성폭행 범행 5건을 더 저질렀다.

경찰의 포위망이 점차 좁혀들면서 김근식의 도주극이 시작됐다. 도주 초반에는 인천 덕적도에서 숨어 지냈다. 기회를 엿보던 김근식은 동생의 여권을 이용해 필리핀으로 유유히 빠져나갔다. 하지만 김근식은 필리핀에서 도피처를 마련하는 데 실패한다. 주변 사람들이 김근식이 아동 성범죄자인 걸 알아채면서 손을 뗐기 때문이다.

이에 김근식은 제 발로 귀국길에 올랐다. 서울 여관방을 전전하던 김근식은 공개수배 이후 자수했다.

2006년 인천지법 1심 재판부는 “2000년에도 어린이를 성폭행한 죄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그 형의 집행을 마친 지 불과 16일 만에 다시 이 사건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교화 가능성도 거의 없어 보인다”며 “피해자들이 평생 지니고 살아갈 커다란 신체적·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더해 보면 피고인을 평생 사회와 격리해야 함이 마땅하다”고 판시했다.

같이 생활했던 출·재소자들의 증언
“평소 혼자…못 참고 스스로 단절 원해”

하지만 재판부는 “다만 자수해 검거된 이후 범행을 자백하고 수사에 협조하는 등 정상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며 감형 사유 역시 밝혔다. 재판부는 김근식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김근식이 한 차례 불복해 2심 재판이 열렸지만, 판결은 바뀌지 않았다.

이후 김근식은 여러 차례 이감되다 결국 안양교도소로 옮겨졌다. 안양교도소의 기결수들은 분류 심사에서 3~4급을 받은 이가 대부분으로, 흉악범·재범·누범 등이 여기 포함된다. <일요시사>는 김근식과 함께 수감됐던 출소자 일부와 연락이 닿았다.


출소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김근식과 같은 기간에 수감됐다고 해도, 교도소 안에서 마주한 재소자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김근식이 스스로 ‘단절’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안양교도소에서 복역한 A씨는 “김근식은 감방 밖으로 거의 나오질 않았다. 식사도 방에서 혼자 했고, 운동 시간도 달랐다”며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걸 극도로 꺼리는 것 같았다”고 기억했다. 

A씨 설명에 따르면 재소자는 하루에 30~40분 운동 시간을 부여받는다. 재소자 대부분은 함께 운동 시간을 보내는 데 반해, 김근식을 비롯한 일부 ‘특별관리대상’은 다른 시간을 배정받았다. 한 자릿수에 불과한 이들은 운동 중 서로 별다른 교류가 오가지 않는다고 한다.

통제 불능
들어보니…

김근식은 수형자 작업(노역) 또한 완강히 거부했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형집행법)’ 제 66조에 따르면 수형자는 자신에게 부과된 작업과 그 밖의 노역을 수행할 의무를 가진다. 하지만 최근 재소자 인권 신장이 화두에 오르면서 예전만큼 강제성을 두기는 어렵다고 알려졌다. 

얼마 전 퇴직했다는 교정당국 관계자는 “의무라곤 해도 본인이 징벌(교도소 내부 징계)까지 각오한 채 거부하면 더 강제할 방법이 없다. 관련 법에도 ‘교도소장 직권으로 작업을 면제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출소자 증언에 의하면 김근식은 교정당국 지침을 상습적으로 거부해 징벌을 수십차례 받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혼거 거부’다. 재소자가 다른 재소자와 함께 수감되면 ‘혼거’, 혼자 수감되면 ‘독거’라고 칭한다. 

김근식은 혼거가 결정되자 동료 재소자들에게 폭언 등을 일삼으며 난동을 부렸다. 이 때문에 ‘금치’ 등 징벌을 밥 먹듯이 받으면서도 아랑곳하지 않자, 결국 교정당국이 김근식의 독거실 수감을 결정했다는 것.

과거 대전교도소에서 복역한 B씨는 “금치는 독방에 가두고 면회·운동 등을 모두 금지하는 중한 처분”이라며 “여느 재소자들은 한 번만 당해도 몸서리를 칠 일인데, 김근식은 그런 걸 계속 받으면서도 고집을 부렸으니 교도관들도 당혹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거실만
들락날락

이 같은 이유로 김근식을 실제로 대면한 재소자는 ‘도우미’를 한 몇몇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도우미는 교도관 지시에 따라 배식·거실 청소 등을 담당하는 재소자다. 죄질이 비교적 덜 불량한 절도범·사기범 등이 주로 도우미로 활동한다. 

이와 관련해 B씨는 “김근식이 잠시 혼거실에 있을 때를 제외하면 다른 재소자들이 (김근식을)볼 일이 딱히 없다. 도우미했던 재소자들이 김근식 방을 다녀와서 ‘이랬더라 저랬더라’ 말하는 정도”라고 전했다.


김근식은 감정·충동 조절에 어려움을 보였다. 김근식은 대전교도소에 수감된 2013·2014년 동료 재소자를 폭행해 두 차례 옥중 재판을 받았다. 상해죄가 인정되면서 김근식의 형량은 기존 15년에서 16년으로 1년 늘어났다. 하지만 이 이후로는 폭력 행사를 자제한 것으로 보인다. 

A씨는 “김근식이 폭력을 썼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다”며 “폭언·욕설을 일삼았다는 말은 있었지만 얀양에서 누가 맞았다는 건 금시초문”이라고 회상했다.

한편 김근식은 이번 달 출소할 예정이었지만, 새로운 성범죄 혐의가 드러나면서 재구속된 상태다. 

사회성 부족한데 교화된 것 맞나?
출소 직전 재구속…여죄 밝힐까?

앞서 수원지검 안양지청은 지난 15일 김근식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다음 날 구속했다. 이에 김근식은 안양교도소 기결수 수감동에서 미결수 수감동으로 옮겨졌다. 이번 혐의는 김근식이 확정판결을 받은 범죄사실 외 추가로 드러난 혐의다. 김근식은 2006년 당시 13세 미만이던 피해자 C씨를 강제로 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C씨는 언론 등을 통해 김근식의 과거 성범죄 사실을 접했다. 이후 C씨는 2020년 말 “김근식으로부터 강제추행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수사를 거쳐 지난해 7월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고, 이후 검찰은 증거관계 분석 등을 이어왔다.


본래 13세 미만 미성년자에 대한 강제추행죄의 공소시효는 7년이었지만, 2010년 이후 공소시효가 폐지됐다. C씨 사건은 공소시효가 만료되기 전에 법이 바뀌면서 처벌이 가능해진 사례다.

김근식은 줄곧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일에는 법원에 ‘구속을 풀어달라’고 요청하는 구속적부심을 청구하기도 했지만, 심사 결과 기각됐다.

이어 검찰은 지난 24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된 김근식의 구속기한을 한 차례 연장한다고 밝혔다. 현행 형사소송법상 검찰은 법원의 허가를 받아 10일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한 차례 구속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김근식의 1차 구속 기한은 지난 25일까지였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김근식을 다음 달 초 기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감정·충동 
조절 어려움

A씨는 <일요시사>에 “(김근식은)형량이 길었고 수감생활을 힘겨워했던 만큼 나가고 싶은 열망도 컸을 것”이라며 “나도 감옥을 다녀온 입장에서 봤을 때 김근식이 이번 재구속으로 큰 심적고통을 느끼고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근식 화학적 거세 가능성

김근식의 사회 복귀·재범 가능성을 두고 국민적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덩달아 ‘화학적 거세(성충동 약물치료)’ 요구가 높아지는 가운데, 사정당국 역시 이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김근식의 재범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화학적 거세가 소아성애자의 돌발행동을 막기 위한 효과적인 대안 중 하나라는 점에도 의견이 일치된다.

차승민 정신과 전문의는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와 관련한 의견을 밝혔다.

차 전문의는 국립법무병원(옛 치료 감호소)에서 지난해 말까지 4년간 근무했다. 

그는 “전문가들이 소아성애증의 경우 ‘재범 가능성이 거의 100%’라는 의견을 제시한 것에 동의한다”며 “타고난 병에 가까운 질환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치료 등이 없이 그냥 사회로 복귀한다면 당연히 이런 욕구들이 계속 남아 있어 성적 대상이 눈앞에 보이면 참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현재 수원지검 안양지청은 김근식이 화학적 거세 청구 대상이 되는지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에 따르면 검찰은 전문가 정신감정을 거쳐 법원에 최장 15년 기한으로 화학적 거세를 청구할 수 있다.

다만 피고인이 비정상적인 성적 충동이나 욕구를 억누를 수 없고, 재범 위험이 크다는 판명이 전제돼야 한다.

검찰은 김근식이 16년 전 저지른 추가 성범죄 혐의를 기소할 때 이를 함께 청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때 법원은 판결 시 부수처분으로 화학적 거세를 명령할 수 있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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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