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나 홀로 감빵생활’ 김근식 목격담

욱하는 성격에 징벌 밥 먹듯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아동 성범죄자 김근식의 수감생활은 어땠을까. 교도소 재·출소자들의 목격담에 따르면 김근식은 긴 수감 기간에도 불구하고 끝내 수감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 또 교정당국 지침에 반발하고 욱하는 성격을 참지 못한 탓에, 교도소 내부 징계도 꾸준히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과연 진정으로 교화된 게 맞을까. 의심하는 시선은 단순한 기우가 아닐지도 모른다. 

김근식은 2000년과 2006년 인천광역시 및 경기도 일대에서 미성년자 12명을 강제추행·성폭행한 아동 성범죄자다. 2000년 미성년자 강간치상죄로 5년6개월을 복역한 뒤, 2006년 출소 16일 만에 다시 성폭행을 저질렀다.

인면수심
악질 범행

김근식은 2006년 5월24일 인천광역시 서구에서 등교하던 초등학생 A양을 성폭행했다. 한 달 뒤엔 인천 계양구에서 단 나흘 사이에 초등학생 2명을 성폭행했다. 하교 중이던 이들의 나이는 불과 10살·13살이었다.

김근식의 범행은 계속 이어졌다. 6월20일엔 계양구 한 원룸 주차장에서 13살 미성년자를, 7월3일엔 인근 지역 독서실에서 귀가하던 17살 미성년자를 유인해 성폭행했다.

김근식의 범행 수법은 가히 악질적이었다. 도움을 요청하며 자신의 승합차로 유인한 뒤 성폭행하는 수법을 반복했다. 저항하는 피해자는 무참히 폭행했다. 도움을 주려는 순수한 동심을 철저히 짓밟은 셈이다.


이윽고 김근식은 범행 반경을 넓혔다. 7월 중순부터 9월 중순에 이르는 두 달 동안, 김근식은 인천과 경기도를 넘나들며 성폭행 범행 5건을 더 저질렀다.

경찰의 포위망이 점차 좁혀들면서 김근식의 도주극이 시작됐다. 도주 초반에는 인천 덕적도에서 숨어 지냈다. 기회를 엿보던 김근식은 동생의 여권을 이용해 필리핀으로 유유히 빠져나갔다. 하지만 김근식은 필리핀에서 도피처를 마련하는 데 실패한다. 주변 사람들이 김근식이 아동 성범죄자인 걸 알아채면서 손을 뗐기 때문이다.

이에 김근식은 제 발로 귀국길에 올랐다. 서울 여관방을 전전하던 김근식은 공개수배 이후 자수했다.

2006년 인천지법 1심 재판부는 “2000년에도 어린이를 성폭행한 죄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그 형의 집행을 마친 지 불과 16일 만에 다시 이 사건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교화 가능성도 거의 없어 보인다”며 “피해자들이 평생 지니고 살아갈 커다란 신체적·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더해 보면 피고인을 평생 사회와 격리해야 함이 마땅하다”고 판시했다.

같이 생활했던 출·재소자들의 증언
“평소 혼자…못 참고 스스로 단절 원해”

하지만 재판부는 “다만 자수해 검거된 이후 범행을 자백하고 수사에 협조하는 등 정상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며 감형 사유 역시 밝혔다. 재판부는 김근식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김근식이 한 차례 불복해 2심 재판이 열렸지만, 판결은 바뀌지 않았다.

이후 김근식은 여러 차례 이감되다 결국 안양교도소로 옮겨졌다. 안양교도소의 기결수들은 분류 심사에서 3~4급을 받은 이가 대부분으로, 흉악범·재범·누범 등이 여기 포함된다. <일요시사>는 김근식과 함께 수감됐던 출소자 일부와 연락이 닿았다.


출소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김근식과 같은 기간에 수감됐다고 해도, 교도소 안에서 마주한 재소자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김근식이 스스로 ‘단절’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안양교도소에서 복역한 A씨는 “김근식은 감방 밖으로 거의 나오질 않았다. 식사도 방에서 혼자 했고, 운동 시간도 달랐다”며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걸 극도로 꺼리는 것 같았다”고 기억했다. 

A씨 설명에 따르면 재소자는 하루에 30~40분 운동 시간을 부여받는다. 재소자 대부분은 함께 운동 시간을 보내는 데 반해, 김근식을 비롯한 일부 ‘특별관리대상’은 다른 시간을 배정받았다. 한 자릿수에 불과한 이들은 운동 중 서로 별다른 교류가 오가지 않는다고 한다.

통제 불능
들어보니…

김근식은 수형자 작업(노역) 또한 완강히 거부했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형집행법)’ 제 66조에 따르면 수형자는 자신에게 부과된 작업과 그 밖의 노역을 수행할 의무를 가진다. 하지만 최근 재소자 인권 신장이 화두에 오르면서 예전만큼 강제성을 두기는 어렵다고 알려졌다. 

얼마 전 퇴직했다는 교정당국 관계자는 “의무라곤 해도 본인이 징벌(교도소 내부 징계)까지 각오한 채 거부하면 더 강제할 방법이 없다. 관련 법에도 ‘교도소장 직권으로 작업을 면제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출소자 증언에 의하면 김근식은 교정당국 지침을 상습적으로 거부해 징벌을 수십차례 받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혼거 거부’다. 재소자가 다른 재소자와 함께 수감되면 ‘혼거’, 혼자 수감되면 ‘독거’라고 칭한다. 

김근식은 혼거가 결정되자 동료 재소자들에게 폭언 등을 일삼으며 난동을 부렸다. 이 때문에 ‘금치’ 등 징벌을 밥 먹듯이 받으면서도 아랑곳하지 않자, 결국 교정당국이 김근식의 독거실 수감을 결정했다는 것.

과거 대전교도소에서 복역한 B씨는 “금치는 독방에 가두고 면회·운동 등을 모두 금지하는 중한 처분”이라며 “여느 재소자들은 한 번만 당해도 몸서리를 칠 일인데, 김근식은 그런 걸 계속 받으면서도 고집을 부렸으니 교도관들도 당혹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거실만
들락날락

이 같은 이유로 김근식을 실제로 대면한 재소자는 ‘도우미’를 한 몇몇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도우미는 교도관 지시에 따라 배식·거실 청소 등을 담당하는 재소자다. 죄질이 비교적 덜 불량한 절도범·사기범 등이 주로 도우미로 활동한다. 

이와 관련해 B씨는 “김근식이 잠시 혼거실에 있을 때를 제외하면 다른 재소자들이 (김근식을)볼 일이 딱히 없다. 도우미했던 재소자들이 김근식 방을 다녀와서 ‘이랬더라 저랬더라’ 말하는 정도”라고 전했다.


김근식은 감정·충동 조절에 어려움을 보였다. 김근식은 대전교도소에 수감된 2013·2014년 동료 재소자를 폭행해 두 차례 옥중 재판을 받았다. 상해죄가 인정되면서 김근식의 형량은 기존 15년에서 16년으로 1년 늘어났다. 하지만 이 이후로는 폭력 행사를 자제한 것으로 보인다. 

A씨는 “김근식이 폭력을 썼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다”며 “폭언·욕설을 일삼았다는 말은 있었지만 얀양에서 누가 맞았다는 건 금시초문”이라고 회상했다.

한편 김근식은 이번 달 출소할 예정이었지만, 새로운 성범죄 혐의가 드러나면서 재구속된 상태다. 

사회성 부족한데 교화된 것 맞나?
출소 직전 재구속…여죄 밝힐까?

앞서 수원지검 안양지청은 지난 15일 김근식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다음 날 구속했다. 이에 김근식은 안양교도소 기결수 수감동에서 미결수 수감동으로 옮겨졌다. 이번 혐의는 김근식이 확정판결을 받은 범죄사실 외 추가로 드러난 혐의다. 김근식은 2006년 당시 13세 미만이던 피해자 C씨를 강제로 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C씨는 언론 등을 통해 김근식의 과거 성범죄 사실을 접했다. 이후 C씨는 2020년 말 “김근식으로부터 강제추행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수사를 거쳐 지난해 7월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고, 이후 검찰은 증거관계 분석 등을 이어왔다.


본래 13세 미만 미성년자에 대한 강제추행죄의 공소시효는 7년이었지만, 2010년 이후 공소시효가 폐지됐다. C씨 사건은 공소시효가 만료되기 전에 법이 바뀌면서 처벌이 가능해진 사례다.

김근식은 줄곧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일에는 법원에 ‘구속을 풀어달라’고 요청하는 구속적부심을 청구하기도 했지만, 심사 결과 기각됐다.

이어 검찰은 지난 24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된 김근식의 구속기한을 한 차례 연장한다고 밝혔다. 현행 형사소송법상 검찰은 법원의 허가를 받아 10일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한 차례 구속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김근식의 1차 구속 기한은 지난 25일까지였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김근식을 다음 달 초 기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감정·충동 
조절 어려움

A씨는 <일요시사>에 “(김근식은)형량이 길었고 수감생활을 힘겨워했던 만큼 나가고 싶은 열망도 컸을 것”이라며 “나도 감옥을 다녀온 입장에서 봤을 때 김근식이 이번 재구속으로 큰 심적고통을 느끼고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근식 화학적 거세 가능성

김근식의 사회 복귀·재범 가능성을 두고 국민적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덩달아 ‘화학적 거세(성충동 약물치료)’ 요구가 높아지는 가운데, 사정당국 역시 이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김근식의 재범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화학적 거세가 소아성애자의 돌발행동을 막기 위한 효과적인 대안 중 하나라는 점에도 의견이 일치된다.

차승민 정신과 전문의는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와 관련한 의견을 밝혔다.

차 전문의는 국립법무병원(옛 치료 감호소)에서 지난해 말까지 4년간 근무했다. 

그는 “전문가들이 소아성애증의 경우 ‘재범 가능성이 거의 100%’라는 의견을 제시한 것에 동의한다”며 “타고난 병에 가까운 질환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치료 등이 없이 그냥 사회로 복귀한다면 당연히 이런 욕구들이 계속 남아 있어 성적 대상이 눈앞에 보이면 참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현재 수원지검 안양지청은 김근식이 화학적 거세 청구 대상이 되는지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에 따르면 검찰은 전문가 정신감정을 거쳐 법원에 최장 15년 기한으로 화학적 거세를 청구할 수 있다.

다만 피고인이 비정상적인 성적 충동이나 욕구를 억누를 수 없고, 재범 위험이 크다는 판명이 전제돼야 한다.

검찰은 김근식이 16년 전 저지른 추가 성범죄 혐의를 기소할 때 이를 함께 청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때 법원은 판결 시 부수처분으로 화학적 거세를 명령할 수 있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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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