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물 호객하는 유튜브 실상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10.17 11:26:25
  • 호수 1397호
  • 댓글 2개

예고편 밑밥 깔고 손님 낚시질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유튜브는 다양한 콘텐츠를 접할 수 있어 나이를 초월해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이 ‘다양한 콘텐츠’라는 것에 문제가 생겼다. 유튜브를 통해 짤막한 음란물을 보여주고 후원을 받는 유튜버가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관련 규제가 전무하다는 것이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한 모바일앱 1순위는 유튜브다. 앱 조사업체 와이즈앱은 지난해 1월 기준 국내 유튜브 앱 사용자는 441만명, 총사용 시간은 12억3549만 시간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창작물?

이는 1인당 한 달에 30시간34분, 하루에 59.2분 이용한 것이다. 연령대별 사용 시간은 10대가 2812분으로 하루 평균 1시간30분이 넘었다. 20대는 2491분, 30대는 1630분이다. 40대와 50대 이상은 각각 1170분과 1616분이다. 

연령별 사용자 비율은 10대가 13.4%, 20대가 17.2%, 30대가 19.4%, 40대가 21.3%, 50대 이상이 28.7%였다. 총 사용 시간은 10대가 20.6%, 20대가 23.3%, 30대가 17.2%, 40대가 13.6%, 50대 이상이 25.4%였다.

한마디로 영유아를 제외한 모든 한국인이 유튜브를 사용하고 있고, 개인 동영상 플랫폼의 시대가 끝나지 않는 것이다. 특히 요새 10대는 숙제할 때도 ‘네이버’나 ‘구글’ 등을 사용하지 않고 유튜브부터 검색한다.


세대를 넘어서는 유튜브 활성화로 인한 부작용이 있다. 바로 유튜브 콘텐츠에 올라오는 음란물 영상 때문이다. 유튜브에 음란물 영상이 올라오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유튜브 자체에서 음란물 콘텐츠를 단속하기 때문이다.

유튜브는 2017년 8월15일부터 ▲욕설 ▲폭력 ▲선정성 ▲테러 옹호 등의 영상에는 광고를 차단해 바로 수익 제한 조치를 취했다. 국내 유튜버들 사이에서는 흔히 ‘노란 딱지’라고 불린다. 그 결과 유튜브 내 선정적인 영상이 대거 삭제됐다.

하지만 기준이 불분명해 문제가 없는데도 노란 딱지가 달리기도 하고, 충분히 문제 소지가 있어도 노란 딱지가 안 달리는 경우가 있다.

지난달 7일 유튜브는 ‘과도한 노출 및 성적인 콘텐츠’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자세하게는 ‘성적 만족을 위한 음란물’에 관한 것이다. 이에 대해 ▲콘텐츠 삭제 ▲채널 폐쇄의 조치를 취하는데, 의복 착용 여부와 상관없이 성적 만족을 위한 성기, 가슴, 엉덩이를 묘사하는 경우다. 

19금 규제에 발 벗고 나섰지만…
2분 정도 짧은 숏컷으로 유인

페티시즘 관련 콘텐츠를 담은 동영상은 ▲콘텐츠 삭제 ▲연령 제한을 적용한다. 폭력적이거나 노골적인 수치심을 주는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이런 콘텐츠에 관해서는 채널을 신고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도 모든 규제를 피하는 음란물 유튜버가 있다. 애당초 이들은 유튜브를 통해서 수익을 창출할 마음도 없다. 그렇다면 이들은 돈을 벌 수도 없는 영상을 왜 만드는 것일까. 더군다나 자신을 주인공으로 한 음란물이다. 이들에게 유튜브는 그저 음란물을 홍보하는 수단일 뿐이다.


이 같은 활동을 하는 유튜버 A씨가 있다. A씨의 채널은 구독자가 1만2700명 정도고, 총 14개의 영상이 있다. 유튜브에 가입한 날짜가 지난해 11월이니 11개월 동안 총 14개의 영상을 올린 것이다. 영상은 대체로 짧다. 1분에서 2분 사이의 영상이 제일 많다. 아무리 길어도 3분을 넘지 않는다. 

이 채널의 영상은 성인 인증을 하지 않으면 볼 수 없지만, 영상 제목이나 영상 대표 섬네일(영상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게 줄여 화면에 띄운 것)을 확인하면 유튜버가 주인공인 음란물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영상 제목은 “치마가 너무 짧아서 다 비치네” “비키니 입고…” “아슬아슬한 부채 쇼” 등이다.

이런 류의 콘텐츠는 유튜브 심의에 걸려서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채널을 만드는 데 규제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곧바로 다시 채널을 만든다.

이들이 돈을 버는 방법은 뭘까? 바로 ‘후원 사이트’를 통해서 정기구독을 하면 메일로 전체 영상을 보내주는 식이다. 즉 유튜브는 자신의 영상을 홍보해서 후원받기 위한 수단 중 하나다.

이런 영상에는 모두 공통점이 있다. 바로 ‘정보’란이나 ‘영상 설명 글’에 후원 사이트 링크가 걸려있다. 이 링크를 검색해서 들어가면 ‘투네이션(Toonation)’ ‘패트리온(Patrion)’ ‘온리팬즈(OnlyFans)’ 등의 사이트가 나온다. 

이 사이트는 외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모금 후원 사이트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의 일종으로 그림, 음악, 영상 소설,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 창작자는 구독자(후원자)로부터 후원을 받고 그 금액에 대한 보상을 제공한다.

후원 사이트 들어가면 
돈 내고 동영상 풀버전 

후원은 정기 후원과 일시금으로 나뉘는데 지속해서 후원하면 후원 보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후원 사이트는 대부분 음란물 규제를 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통상적으로 사회에 허용되지 않는 부분까지 콘텐츠로 인정하는 상황이다.

A씨의 유튜브 후원 사이트에 들어가서 로그인을 해봤다. 후원 금액은 1000캐시에 1000원으로 자유롭게 후원할 수 있었지만, A씨의 경우는 최소 후원 금액을 100만원으로 설정해놨다. A씨의 영상을 보기 위해서는 100만원을 후원해야 하는 것이다. 

A씨의 후원 금액이 비싼 것이고, 저렴한 경우는 3만원에 동영상을 살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동영상 ▲개인 화보 ▲온라인 포토 북 등 음란물을 판매한다.

후원을 통해 영상을 구매해본 B씨는 영상이 일반 음란물보다 훨씬 자극적이라고 지적했다. B씨는 “이런 식의 활동은 주로 유튜브에서 한다. 예고편같이 짤막한 영상을 보여주고 후원을 유도한다. 3만원이 기본이고, 여러 개도 구매할 수 있다. 한 달에 영상 4개씩 있는 시리즈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7월까지 총 17개의 콘텐츠가 있었으니 총 51만원이다. 구매자들은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식의 음란물 판매는 범죄행위”라고 지적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 44조의 7(불법 정보의 유통금지 등)에 따르면 ‘음란한 부호·문언·음향·화상 또는 영상을 배포·판매·임대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하는 내용의 정보’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범죄

이에 관해 변호사는 “분명히 음란물을 유통·판매·전시·배포하는 행위는 처벌한다. 그러나 이러한 멤버십으로 운영되는 구독 시스템에 관해서는 실제 법적 판단이 필요하다. 해당 플랫폼에서 유통되는 콘텐츠, 유통 방식이 불법이라고 규정되지 않는 이상 처벌 대상이라고 보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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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