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재명 결별 시나리오

대표 버려야 당이 산다?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를 버려야 살 수 있을까. 최근 민주당 내부에서 나오는 몇몇 의심의 눈초리는 ‘이 대표를 버리자’는 쪽에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 대표에 대한 사법 리스크가 리스크에서 끝나지 않고 점점 구체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나와 있는 건에 대한 방어에도 버거웠던 민주당은 이 대표의 ‘쌍방울 사건’까지 재조명되자 지쳐가는 모양새다.

당에서 버려지는 대표도 있을까. 국민의힘의 윤리위원회가 이준석 전 대표를 징계하며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은 보여준 바 있다. 그러나 아직도 국민의힘은 내홍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지난 8월 이 대표가 낸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인용하며 ‘주호영 비대위’가 해산한 바 있고, 해산 뒤 다시 출범한 ‘정진석 비대위’에 대해서 이 대표가 또 다시 가처분 신청을 내며 국민의힘은 다시 재판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준석 
오버랩?

이 대표가 ‘끝까지’ 가처분 신청할 것을 예고한 터라, 여의도 전문가들은 이번 가처분 결과가 나오더라도 국민의힘 내홍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사상 초유의 일들이 연이어 터지며 여당은 현재 정당 업무가 마비된 상태다. 전당대회로 정당하게 뽑은 당 대표를 당 내부에서 징계한 사태는 이 대표의 사례가 처음이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경우도 매한가지다.

지난달 말, 민주당은 정기 전당대회를 열고 초선의 이재명 의원을 대표로 선출한 바 있다.


약 한 달간 진행된 전당대회에서 양 계파의 집안싸움은 계속 벌어졌다. 이 대표의 출마를 반대하는 ‘비명(비 이재명)계’는 갖가지 방법으로 이 대표의 당선을 저지하려 노력했고 ‘세대교체론’을 주장한 젊은 의원들이 하나 둘 전대에 뛰어들며 이 대표의 힘을 빼려 애썼다.

그러나 결과는 이 대표의 압승이었다. 이 대표는 세간의 견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이 선거운동에 뛰어들어 당원들의 마음을 샀고 ‘강한 리더’를 열망하던 민주당 지지자들의 한을 풀어줬다.

이 대표 본인이 압도적인 표 차이로 당선됐을 뿐 아니라 최고위원들까지 그의 측근들로 채워지며 ‘힘 있는’ 야당 대표가 될 듯이 보였다.

치열했던 계파 싸움도 전당대회 후 잦아드는 분위기다. 치열하게 싸우더라도, 일단 선거가 끝나고 나면 후보나 대표를 밀어주는 민주당 특유의 분위기가 작용한 탓이다. 비명계 의원들은 그동안 이 대표를 향해했던 모진 쓴소리를 ‘일단 멈춘’ 상태다. 

그러나 이 대표의 리더십을 흔드는 ‘적’은 당 밖에 있었다. 그의 적은 다름 아닌 대한민국 검찰이다. 갖가지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는 측근들이 잇따라 구속되며 궁지에 몰려있는 상태다. 

지난달 말, 뇌물죄 관련으로 구속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현 킨텍스 대표이사)가 가장 최근 사례다. 이 전 부지사는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그동안 말이 많았던 쌍방울 그룹과 이 대표 간의 ‘연결고리’로 인식된 인물이다. 

재판을 맡은 김영록 수원지법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이 전 지사의 범죄 혐의가 소명됐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면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전 부지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사법 리스크 방어 포화 상태
급물살 타는 쌍방울 스모킹건

그는 부지사를 지내던 2018부터 2020년까지 쌍방울그룹으로부터 법인카드와 차량 3대를 제공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금액으로 따지면 총 2억5000여만원이다. 또 이 전 부지사의 측근이 실제 근무하지 않았음에도 쌍방울로부터 9000여만원 상당의 급여를 부정 취득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와 쌍방울의 관계에는 그의 아들도 엮여있다. 아들 이모씨는 졸업 예정자 신분으로 그룹 계열사 중 하나인 연예기획사에 입사해 약 1년간 임금을 받았다. 검찰은 이를 재계와 정계가 유착한 ‘취업 특혜’의 전형이라고 보고 이씨를 수사선상에 일찌감치 올려놓은 바 있다.

이외에도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 법인카드로 병원비와 휴대폰 통신비, 가전제품 구매, 자동차 수리, 여행경비, 배달음식 결제 등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하고 있고, 법원은 관련 자료들을 주요 증거로 채택했다.

쌍방울이 이렇게 이 전 부지사의 각종 지출을 책임진 이유는 그가 ‘북한 관련 사업의 키맨’로 통했기 때문이다.

이 전 부지사는 17대 총선에서 서울 중랑구갑에 당선돼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당시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가깝게 지내며 참여정부 시절 ‘실세 의원’으로 활동했던 그는 국회의원 시절 북한을 방문하며 ‘대북통’으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방북 이후 각종 남북 교류 협력 업무를 도맡아했던 그는 이후 북한과의 사업에서 크고 작은 영향력을 행사했다.

쌍방울은 북한 관련 사업에 매우 적극적인 기업 중 하나다. 실제로 2019년 중국 선양에서 북측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및 민족경제협력연합회를 주최했고, 희토류 등 지하자원 개발사업에 대한 경제 합의서를 작성했다. 

해당 합의서가 작성됐다는 뉴스가 보도되자 당시 쌍방울그룹 계열사들의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검찰은 쌍방울의 북한 관련 사업에 도움을 준 것이 이 전 지사가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부지사
도지사

검찰이 그를 강하게 의심한 이유는 쌍방울이 북한으로부터 이권을 챙기던 시기가 하필 이 전 지사가 경기도 부지사를 하던 시기와 겹치기 때문이다.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남북화해와 교류 시대에 발맞춰 경기도의 역할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이 대표가 도지사 시절 신설한 새로운 직책이다.

평화부지사는 각종 남북교류 협력사업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특별한 권한을 갖는다.


쌍방울이 북한과 관련해서 특혜를 챙긴 점과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로부터 금품 등의 대가를 받은 점은 아직 사실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사법부는 그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분위기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대표와 이 전 지사, 그리고 쌍방울 그룹 간의 상관관계다. 이번 이 전 부지사의 구속이 주목을 받은 이유는 이 대표를 향하고 있는 검찰의 수사가 꽤 많이 진척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쌍방울이 북한 관련 각종 이권을 챙겼다고 의심받는 시기는 이 전 지사의 부임 시기 겹칠 뿐만 아니라 이 대표의 도지사 부임 시기와도 겹친다. 이 전 부지사를 부지사와 킨텍스 대표이사 자리에 임명한 사람도 이 대표 본인이다. 

이 전 부지사와 쌍방울그룹 간의 유착관계가 주목받자 이 대표와 쌍방울그룹 간의 유착관계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미 논란이 됐던 ‘변호사비 대납 사건’이다.

이 대표는 제7회 지방선거 직후인 2018년 허위사실 유포죄로 인한 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은 바 있다. 이 대표를 고발한 깨어있는시민연대당은 지난해 10월 이 대표를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이들이 고소한 사건은 1·2·3심을 거쳐 약 2년간 이어졌고 끝내 무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무죄를 받기 위해 이 대표는 대규모 변호인단을 선임했다. 일각에서는 당시 사용한 변호사비만 20억원이 넘을 것이라고 추산하기도 한다.


한 시민단체는 해당 변호사비를 쌍방울그룹이 내줬다고 주장하는 중이다. 쌍방울그룹이 이 대표의 변호사비 23억원을 내줬다는 내용이 제기되자 언론은 이 대표와 쌍방울그룹 간의 상관관계에 주목한 바 있다. 

쌍방울과
북한 사업

잇따른 측근들의 구속과 이 대표를 향한 검찰의 기소에 민주당은 일관되게 ‘야당 탄압 기소’라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가 ‘허위사실 공포 혐의’로 기소당한 직후인 지난달 8일 브리핑에서 “대통령 후보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기소는 처음일 것”이라며 “군사정권보다 더한 검사정권의 정치탄압”이라고 밝혔다.

다음 주인 14일에는 이 대표 본인이 직접 “정쟁, 야당 탄압, 정적 제거 이런 데 국가 역량을 소모하지 말고,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민생 개선에 주력해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본인의 사건 수사에 과한 몰입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그대로 전달한 것이다.

‘아직까지’는 민주당도, 이 대표 본인도 한마음 한뜻으로 ‘야당 탄압’이라 주장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이 전 지사의 구속 이후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대표를 의심하는 눈초리도 생겨나고 있다. 검찰이 사건을 수사하며 새로운 사실이 끊임없이 나오자 하나 둘 “이쯤되면 뭔가 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이미 기소가 완료된 ‘허위사실 공표죄’에 더해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인 ‘김혜경씨 법카 의혹’ ‘두산 제3자 뇌물공여 의혹’ 등만으로도 민주당은 검찰의 공세를 방어하기 벅찬 상태다.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전당대회 후 민주당은 사실 ‘억지로’ 하나가 된 상황이다. 비명계의 불만이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을 뿐 언제든지 다시 위로 올라올 수 있는 상황”이라며 “검찰의 수사를 민주당 내부에서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현재 민주당의 공식 입장은 ‘야당 탄압’이지만, 이게(이 대표에 대한 혐의가) 계속 나오면 달라질 수 있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즉, 지금까지는 민주당이 하나가 돼 이 대표를 보호하고 나서는 중이지만, 이 전 부지사까지 구속되며 쌍방울 문제가 터지는 것을 보고 몇몇 의원들이 ‘반신반의’하는 입장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몇몇 민주당 전문가는 내년 총선을 비명계가 중심이 돼 ‘민주당이 이 대표를 버리는’ 시나리오도 그리고 있다. 어차피 공천받는 것이 불투명한 의원들이 전격적으로 대표를 버리고 비상 체제로 다시 돌아가길 원한다는 분석 아래서다.

이들의 명분은 민주당의 ‘낮은’ 지지율이다. 현재 국민의힘은 여당으로서, 더 나아가 정당으로서의 기능이 마비된 상태다. 이준석 대표의 가처분 신청과 더불어 잇따른 윤핵관들(윤석열 핵심 관계자)의 논란은 당 내부를 어지럽게 하고 있다.

게다가 윤 대통령의 계속되는 헛발질에 지지율은 계속 추락하는 중이다. 가뜩이나 사상 최소 차이로 당선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계속해서 빠지는 추세고, 이는 정당지지율에도 반영되고 있다. 그러나 이 ‘빠진’ 지지율을 민주당은 그대로 가져오고 있지 못하고 있다.

“다음 총선 생각하면 가능성 충분”
국민의힘 사례 보니…가능하다?

심지어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힘이 앞서는 결과도 나온다. 지난달 29일 보수 매체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공정에 의뢰해 실시한 정례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40.9%의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은 38.6%의 지지를 받았다.

정상적인 절차로 지도부를 구성한 민주당이 비상 체제마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국민의힘에 근소하게 뒤진 것이다.

이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난무하지만, 많은 사람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크게 발목을 잡는 중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국민의힘 내홍 문제가 연이어 터짐에도 민주당 대표의 비리 문제가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대선 기간에 나타난 양상과 매우 흡사하다.

당시 국민의힘의 대선후보였던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의 ‘허위 이력서’ 문제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으로 지지율 추락 위기에 놓였다. 그러나 이는 지지율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 대표 또한 아들과 배우자 문제가 터지며 같은 비리 문제에 시달렸기 떄문이다. 많은 의혹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은 끝내 당선됐다.

민주당은 이때의 악몽이 다음 총선에서도 반복되기를 바라지 않고 있다. 따라서 ‘지지율 부진’과 ‘대표 사법 리스크’ 등의 이유로 이 대표를 버릴 가능성도 없지 않은 상태다. 그렇다면 민주당이 전당대회로 뽑힌 대표를 무슨 수로 버릴 수 있을까.

‘검찰 수사 방관’과 ‘체포 동의안 찬성’ ‘윤리위 징계’ 등의 방법이 있다. 현재 검찰에 당 차원에서 압박을 넣고 있는 민주당은 매주 두세 개 가량의 검찰 관련 논평을 내놓고 있다. 이에 지지자들은 크게 동요하는 중이며 의회 권력과 사법 권력 간의 대치로까지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는 수사 당국에 큰 부담이다.

또 이 대표에 대한 면책특권을 발동시키지 않는 방법도 있다. 현행법에 따라 국회의원은 회기 중 국회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회기가 아니거나 회기 중이라도 동료 의원들이 체포 동의안에 찬성한다면 구속이 가능하다. 체포 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 참석에 과반 동의로 가결될 수 있다.

지난해 있었던 이상직 전 의원에 대한 체포 동의안 가결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9월 국회는 체포 동의안을 무기명 투표에 부쳐 출석 의원 251명 중 찬성 139표로 통과시켰다. 이 전 의원은 결국 영장을 피해갈 수 없었다.

검수완박 사건으로 민심을 잃어 지방선거에서 대패한 민주당이 총선을 앞두고 이 대표의 구속을 필사적으로 막는 모습을 보여주면 똑같은 패배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

이 대표 본인 역시 지난달 28일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 자리에서 “국회의원 면책특권을 폐지해 거짓 선동을 못하게 하자”고 발언해 주의를 끈 바 있다.

당 차원의 ‘윤리위 징계’ 카드도 남아있다. 친명 지도부로 채워진 현재 민주당에서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지만,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의 사례를 볼 때 물리적으로 대표 징계가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안고 가면
총선 패배?

따라서 민주당이 본격적으로 이 대표를 버릴 결정을 내린다면 그에 대한 ‘당원권 정지’나 더 나아가 ‘제명’이 가능한 상태다. 민주당이 지난 대선에서 약 1600만표를 받은 이 대표를 버린다는 것은 당 차원에서 큰 손실인 게 분명하다. 그러나 총선 패배의 그림자가 계속해서 짙어진다면, 민주당은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 큰 결단을 내려야만 한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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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