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대담> ‘내분’ 국민의힘 향한 5선 조경태의 쓴소리

“비대위, 초등학교 반장선거만도 못했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초등학교 반장선거만도 못했다.” 국민의힘 내 최다선(5선)인 조경태 의원이 최근 출범한 비상대책위원회를 두고 한 말이다. 주호영호가 좌초된 직후 바로 두 번째 비대위가 출범했지만 비대위원으로 합류한 인물들 중 상당수가 친윤(친 윤석열) 성향을 가진 인물이다. 인터뷰 동안 조 의원은 국민의힘 지도부가 민생보다 눈치 보기에 바쁘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36세라는 나이에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같은 지역에서만 내리 5선을 지낸 인물이다. 초선 때부터 지금까지 여야를 막론하고 할 말은 시원하게 한다. <일요시사>는 조 의원을 만나 비대위 출범의 과정, 당내 혼란 상황,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평가, 김건희 여사 특검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수사 등 정치 현안을 물었다. 다음은 조 의원과의 일문일답.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혼란을 겪는 중입니다

▲정치인은 정치를 하면서 국민에게 염치있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저희 당은 대선, 지방선거 승리를 통해 정권도 바꿨고 지방권력도 가져왔습니다. 선거 때 국민에게 얘기하고 호소했던 게 국민을 잘 살도록 하겠다는 약속이었습니다.

불과 몇 달 전까지 그랬는데 지금의 국민의힘이 초심과 일치되게 행동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혼란의 가장 큰 이유는 당의 근본이 흔들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당내 갈등이 친윤, 비윤 간 갈등에서 초·재선 의원과 중진 의원 간 다툼으로 번졌습니다


▲정치를 할 때 생각의 차이는 늘 있습니다. 그럼에도 가장 큰 정치의 가치는 잘못을 얼마나 해결할 수 있느냐입니다. 현재 국민의힘은 그러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작정 야당 탓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최근에는 물가와 환율이 계속 오르면서 민생은 도탄에 빠져있는 상황입니다. 국민의힘은 집권여당인데 윤석열정부가 성공할 수 있도록 뒷받침은커녕 무책임한 모습을 보여 답답합니다.

-사실 이런 상황이 내년에 있을 공천권 때문에 다툰다는 시선이 많습니다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초선 의원 대부분이 50·60세로 제가 초선 의원보다 5~6세가량 어립니다. 그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은 정치를 할 때 공천 잘 받아서 국회의원을 하는 게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역에서 땀 흘리며 일하고 어떤 평가를 받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하는 분들이 지나치게 공천에 매몰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비대위 출범 이후 이른바 윤핵관들이 2선으로 물러나겠다고 밝혔습니다

▲예단하기에는 쉽지 않지만 앞으로 원내대표 선거라던지 당 대표 선거 때 물러났는지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려되는 것은 이번 (정진석)비대위원장 역시 윤핵관에 가까운 분입니다. 비대위원 선정도 신선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출범했기 때문에 잘되기는 바라는 마음이지만 국민적 눈높이에 맞췄다기에는 많이 부족해 보입니다. 

-비대위 체제를 제외하고 혼란을 극복할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제가 기자회견을 하면서 대안으로 제시한 게 원내대표를 새로 뽑아서 그 원내대표가 책임지고 사태를 수습하는 방식입니다. 전당대회 준비위원회를 발족시켜서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정상적인 지도부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는데, 채택되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다른 방법이 있는데 비대위를 계속 이어가는 게 당 내분이 계속 일어나는 이유입니다.


-또다시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다면 세 번째 비대위 출범 명분이 없어 보입니다

▲저 역시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같은 주장을 했습니다. 이미 한 차례 비대위가 인용이 돼버렸기 때문에 더 이상 비대위를 출범시키는 행위는 상당히 위험합니다. 또다시 비대위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 경우, 당이 대혼란에 빠지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면 비대위를 강행했던 분들이 책임질 것이라고 봅니다.

-새로 뽑힌 비대위원들도 급하게 발표한 감이 있습니다. 이렇게까지 무리해서 친윤 세력을 다시 비대위에 앉힌 이유가 궁금합니다

▲그분들이 정신적으로 맑지 못한 것 같습니다. 마음을 내려놓고, 욕심을 내려놓으면 답이 늘 보입니다. 자꾸 자신들이 권력을 계속 쥐고 당을 좌지우지하겠다는 욕심을 냅니다. 본인들의 말을 듣지 않으면 쫓아내겠다는 게 은연중에 깔려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좋은 인물을 비대위원으로 선임하지 못합니다. 결국 비대위는 또 다른 여러 가지 분란을 가져올 수밖에 없습니다.

“말 듣지 않으면 쫓아내겠다고?”
중립적인 인물이 혼란 수습해야

최근 뉴스를 보니까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법원이 정당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사법부를 질타했는데 저희가 법치를 강조하는 우파정당이라고 하면서 법치를 부정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런 마음으로 지금 비대위가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깁니다. 지금 비대위는 어떻게 하면 조기 전당대회를 빨리 열 수 있는지 집중해야 합니다.

-일각에서는 만일 새로운 대표가 뽑히면 바지 대표가 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정당은 책임정치를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고, 그 정당의 대표는 누구의 눈치라도 보면 안 됩니다. 국민의 눈치만 살펴야 합니다. 현 상황은 정당 독립성을 훼손하는 일입니다. 또 사법부의 판단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모습은 누구든 간에 성숙한 모습이 아닙니다. 우리가 야당에서 주장하고 있는 검찰 탄압을 우리가 주장할 수 있겠습니까? 내로남불하면 안 됩니다.

- 비대위를 재차 출범시키는 걸 반대하는 의원도 많았을 텐데, 잠잠한 느낌입니다

▲서로 눈치만 보는 겁니다. 정치를 하려면 용기가 필요하고, 일관성이 필요합니다. 자신에게 손해가 되더라도 그게 옳다면 밀고 가야 합니다. 당도 중요하지만 중요한 건 국민입니다. 당원도 중요하지만 우선 국민을 신경써야 합니다. 저희 당 이름도 국민의힘이지 않습니까. 당명에 맞는 행동을 하고 있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끼리 해보자는 식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별반 다를 게 없습니다. 

-상식적으로 투표하는 게 정상입니다. 그런데 비대위원장을 정해놨다는 느낌이 듭니다

▲중진회의에서는 정 비대위원장 말고 다른 사람 이름도 거론됐습니다. 원외 인사로 당시 권성동 원내대표도 이야기했습니다. 원내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오가고 반나절도 아니고, 몇 시간 만에 상황이 바뀌었다면 이 역시도 석연치 않았던 의사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비대위원장을 박수로 추대했다는 말이 나옵니다

▲권 원내대표께서 갑자기 새 비대위원장을 거명하면서 생각할 겨를도 없었습니다. 일종의 깜짝쇼 같았습니다. 정 위원장을 박수로 맞아달라며 삼고초려를 했으니 추인하면 좋겠다면서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일단은 박수 치는 분위기였긴 합니다.

당시 저는 박수를 치지 않았습니다. 뒷줄에 앉은 대부분의 다른 분들도 저와 같이 박수를 치지 않았습니다.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비대위원장의 권한은 대표 권한과 같이 막강합니다. 그러면 과연 박수로서 추인하는 게 옳았는지 따져봤어야 합니다.

 진지한 토론을 해서 누구를 추천하는 행위가 없었습니다. 추인 방식이 초등학교 반장선거만도 못했습니다. 집권여당의 대표 권한을 가진 사람을 선임하는 과정이 상당이 좀 어설프기도 하고 민주적인 방식도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준석 전 대표가 승리하면 더 큰 혼란이 예상됩니다

▲그래서 원내대표든 비대위원장이든 여러 복잡한 사안의 갈등을 수습할만한 인물이 필요합니다. 당내에서 중립적인 인물이 있어야 합니다. 정치는 결국 사람이 하는 겁니다. 어떤 사람이 하느냐에 따라 수습되거나 악화되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모습은 거의 후자에 가깝습니다. 


-이 전 대표가 다시 돌아온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 궁금합니다

▲야당은 똘똘 뭉치는데 여당은 그렇지 못하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전 대표가 살아 돌아온다면 구성원의 일환으로서 또다시 내칠 수 없을 겁니다. 분명한 점은 이 전 대표가 2030세대에게 많은 희망을 주고 활동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다소 의견이 다르더라도 이 전 대표가 하는 표현이나 주장에 대해서도 충분히 경청할 의무가 있습니다.

우리가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향하고 우파의 가치를 존중하는 당이라고 하면 그에 걸맞게 행동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 주장과 다르다고 배척하는 획일화된 모습뿐만 아니라 ‘어리다’ ‘버릇없다’는 식으로 폄훼하는 모습은 좋지 않습니다.

저는 이 전 대표가 충분한 역량을 갖춘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전 대표가 현직이든 전직이든 어쨌든 대표였습니다. 최소한의 예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전 대표도 당 대표로서의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면서 본인에게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면 겸허하게 수용하고 통합하려는 역할을 좀 더 무겁게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국민의힘의 혼란 충격이 윤 대통령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 모양새입니다. 부정 평가율이 높습니다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언론을 탓하고, 야당 성향이 강한 언론에서 여론조사한 거 아니냐면서 외면하려 하지만 그럴 필요 없습니다. 부정평가가 2배 높으면 원인을 찾아 진단해 해결책을 모색하는 게 필요합니다. 새 정부의 기대치가 높았는데 기대치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인사, 정책, 위기관리 등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야당 특검법 무리라고 생각할 듯
이재명 대표 잘못한 죗값 치러야 

-인적 쇄신을 단행했는데도 여전히 여러 문제가 터져 나옵니다

▲인적 쇄신도 국민의 기대치에 만족할만큼 폭이 넓었으면 좋겠습니다. 윤 대통령이 선거 때 국민에게 내세운 게 ‘공정과 상식’입니다. 약속한 것처럼 국정을 운영해야 합니다. 국민은 늘 정부가 공정과 상식에 맞는 국정운영을 하고 있는지 지켜보고 있습니다. 

-또 다른 리스크로 늘 김건희 여사가 꼽힙니다. 민주당이 최근 김 여사 특검법을 발의했습니다

▲김 여사 특검법은 내용으로 들어가 보면 제1야당으로서 보여주는 모습의 한계인가 느낍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대해선 훨씬 전부터 탈탈 털었습니다. 다 문재인정부에서 한 일입니다.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일입니다.

그런데 당시 민주당에서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고 특검 주장도 없었습니다. 또 논문 표절을 이야기하는데 논문 표절은 이미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석사논문을 표절했다고 커밍아웃한 바 있습니다. 논문 표절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인들이 많이 저질러왔습니다.

문정부 때도 인사청문회에 나선 장관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이야기가 논문 표절입니다. 그때 특검을 했습니까. 논문 표절이 특검감은 아닙니다. 표절 논문과 관련해선 민주당도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여기엔 민주당의 가장 높은 자리(대표)까지 올랐던 사람들까지도 포함됩니다.

지금 와서 본인들은 아닌 것처럼 하는 게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다만 비난의 대상은 맞습니다. 특검이라는 건 국가적인 위기 상황을 초래했던 사안이라든지, 경제적 손실, 부정부패 등에 대해 특검을 하는 겁니다. 그런데 논문을 다룬다는 게 특검에 부합되는 것인지 살펴봐야 합니다.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대표)도 반대하지 않습니까. 

-주가조작과 관련해서도 특검을 띄웠습니다. 민주당 이 대표 역시 기소됐습니다

▲주가조작은 문정부 때 집중적으로 수사했던 사안인데, 문제였다면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로도 나오지 못했을 겁니다. 정략적으로 정치공세를 하는 야당의 모습을 보니 정치적 수준이 참혹하기 짝이 없어 보입니다. 민주당도 무리라는 걸 알 겁니다.

그러면서 강행하는 건 국민을 무시하는 모습입니다. 민주당 이 대표가 당 대표 후보 시절에 윤정부 성공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잉크도 마르기 전에 윤 대통령을 고소·고발하는가 하면, 특검법을 발의하고 새 정부 성공을 위해 협력하는 모습인지 되묻고 싶습니다. 야당은 야당답게 운영했으면 좋겠습니다.

반면 이 대표 건은 전혀 다른 성질의 것입니다. 선거법 위반이지 않습니까.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조사해서 검찰에서 수사했고, 기소한 게 사실입니다. 다수의 정치인들은 선거법 위반으로 많이 기소됩니다. 기소되는 정치인이 선거 때마다 굉장히 많이 나옵니다.

민주당이 정치적 탄압이라고 주장하는데 이전까지의 선거법 위반도 다 정치적 탄압입니까? 선거법 위반 사례를 가지고 정치적 탄압이라고 운운하는 건 옳지 않습니다. 법을 위반하면 죗값을 받는 게 맞습니다.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해야 합니다. 

-민주당은 전체 인원인 169명이 특검법에 동의했습니다. 우려가 나오는 부분은 민주당은 일치된 목소리를 냈다는 점입니다. 국민의힘이 반격하지만 다소 무게감이 떨어집니다

▲새겨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라는 것은 내 의견에 반대되는 의견을 얘기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끝까지 경청할 의무가 있는 행위입니다. 언젠가 국민의힘도 일치된 목소리가 나오리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평소 지론으로 내세우는 게 ‘소박한 정치가 세상을 꿈꾸게 한다’는 말입니다. 제가 20년 하던 정치와 비교하면 현재 정치는 과거보다 훨씬 더 퇴보한 듯한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경제나 문화, 사회는 급속히 발전하고 있지만, 정치가 퇴보하고 있는 것은 결국 정치인이 가져야 할 소박함이 부족한 탓입니다. 다른 분들도 마음의 욕심을 내려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정부여당입니다. 야당보다도 훨씬 더 국정운영을 책임질 몫이 큽니다. 언론 탓, 야당 탓, 누구 탓하지 말고 우리가 좀 더 국민을 화합·통합하고, 책임정치를 실현시켜야 합니다. 지난 정부보다 더 잘했다는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윤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너무 계파에 매몰되지 말고, 모두가 국민파로서 국민을 생각하는 정치인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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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