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대담> ‘내분’ 국민의힘 향한 5선 조경태의 쓴소리

“비대위, 초등학교 반장선거만도 못했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초등학교 반장선거만도 못했다.” 국민의힘 내 최다선(5선)인 조경태 의원이 최근 출범한 비상대책위원회를 두고 한 말이다. 주호영호가 좌초된 직후 바로 두 번째 비대위가 출범했지만 비대위원으로 합류한 인물들 중 상당수가 친윤(친 윤석열) 성향을 가진 인물이다. 인터뷰 동안 조 의원은 국민의힘 지도부가 민생보다 눈치 보기에 바쁘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36세라는 나이에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같은 지역에서만 내리 5선을 지낸 인물이다. 초선 때부터 지금까지 여야를 막론하고 할 말은 시원하게 한다. <일요시사>는 조 의원을 만나 비대위 출범의 과정, 당내 혼란 상황,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평가, 김건희 여사 특검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수사 등 정치 현안을 물었다. 다음은 조 의원과의 일문일답.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혼란을 겪는 중입니다

▲정치인은 정치를 하면서 국민에게 염치있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저희 당은 대선, 지방선거 승리를 통해 정권도 바꿨고 지방권력도 가져왔습니다. 선거 때 국민에게 얘기하고 호소했던 게 국민을 잘 살도록 하겠다는 약속이었습니다.

불과 몇 달 전까지 그랬는데 지금의 국민의힘이 초심과 일치되게 행동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혼란의 가장 큰 이유는 당의 근본이 흔들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당내 갈등이 친윤, 비윤 간 갈등에서 초·재선 의원과 중진 의원 간 다툼으로 번졌습니다


▲정치를 할 때 생각의 차이는 늘 있습니다. 그럼에도 가장 큰 정치의 가치는 잘못을 얼마나 해결할 수 있느냐입니다. 현재 국민의힘은 그러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작정 야당 탓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최근에는 물가와 환율이 계속 오르면서 민생은 도탄에 빠져있는 상황입니다. 국민의힘은 집권여당인데 윤석열정부가 성공할 수 있도록 뒷받침은커녕 무책임한 모습을 보여 답답합니다.

-사실 이런 상황이 내년에 있을 공천권 때문에 다툰다는 시선이 많습니다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초선 의원 대부분이 50·60세로 제가 초선 의원보다 5~6세가량 어립니다. 그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은 정치를 할 때 공천 잘 받아서 국회의원을 하는 게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역에서 땀 흘리며 일하고 어떤 평가를 받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하는 분들이 지나치게 공천에 매몰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비대위 출범 이후 이른바 윤핵관들이 2선으로 물러나겠다고 밝혔습니다

▲예단하기에는 쉽지 않지만 앞으로 원내대표 선거라던지 당 대표 선거 때 물러났는지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려되는 것은 이번 (정진석)비대위원장 역시 윤핵관에 가까운 분입니다. 비대위원 선정도 신선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출범했기 때문에 잘되기는 바라는 마음이지만 국민적 눈높이에 맞췄다기에는 많이 부족해 보입니다. 

-비대위 체제를 제외하고 혼란을 극복할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제가 기자회견을 하면서 대안으로 제시한 게 원내대표를 새로 뽑아서 그 원내대표가 책임지고 사태를 수습하는 방식입니다. 전당대회 준비위원회를 발족시켜서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정상적인 지도부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는데, 채택되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다른 방법이 있는데 비대위를 계속 이어가는 게 당 내분이 계속 일어나는 이유입니다.


-또다시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다면 세 번째 비대위 출범 명분이 없어 보입니다

▲저 역시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같은 주장을 했습니다. 이미 한 차례 비대위가 인용이 돼버렸기 때문에 더 이상 비대위를 출범시키는 행위는 상당히 위험합니다. 또다시 비대위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 경우, 당이 대혼란에 빠지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면 비대위를 강행했던 분들이 책임질 것이라고 봅니다.

-새로 뽑힌 비대위원들도 급하게 발표한 감이 있습니다. 이렇게까지 무리해서 친윤 세력을 다시 비대위에 앉힌 이유가 궁금합니다

▲그분들이 정신적으로 맑지 못한 것 같습니다. 마음을 내려놓고, 욕심을 내려놓으면 답이 늘 보입니다. 자꾸 자신들이 권력을 계속 쥐고 당을 좌지우지하겠다는 욕심을 냅니다. 본인들의 말을 듣지 않으면 쫓아내겠다는 게 은연중에 깔려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좋은 인물을 비대위원으로 선임하지 못합니다. 결국 비대위는 또 다른 여러 가지 분란을 가져올 수밖에 없습니다.

“말 듣지 않으면 쫓아내겠다고?”
중립적인 인물이 혼란 수습해야

최근 뉴스를 보니까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법원이 정당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사법부를 질타했는데 저희가 법치를 강조하는 우파정당이라고 하면서 법치를 부정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런 마음으로 지금 비대위가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깁니다. 지금 비대위는 어떻게 하면 조기 전당대회를 빨리 열 수 있는지 집중해야 합니다.

-일각에서는 만일 새로운 대표가 뽑히면 바지 대표가 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정당은 책임정치를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고, 그 정당의 대표는 누구의 눈치라도 보면 안 됩니다. 국민의 눈치만 살펴야 합니다. 현 상황은 정당 독립성을 훼손하는 일입니다. 또 사법부의 판단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모습은 누구든 간에 성숙한 모습이 아닙니다. 우리가 야당에서 주장하고 있는 검찰 탄압을 우리가 주장할 수 있겠습니까? 내로남불하면 안 됩니다.

- 비대위를 재차 출범시키는 걸 반대하는 의원도 많았을 텐데, 잠잠한 느낌입니다

▲서로 눈치만 보는 겁니다. 정치를 하려면 용기가 필요하고, 일관성이 필요합니다. 자신에게 손해가 되더라도 그게 옳다면 밀고 가야 합니다. 당도 중요하지만 중요한 건 국민입니다. 당원도 중요하지만 우선 국민을 신경써야 합니다. 저희 당 이름도 국민의힘이지 않습니까. 당명에 맞는 행동을 하고 있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끼리 해보자는 식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별반 다를 게 없습니다. 

-상식적으로 투표하는 게 정상입니다. 그런데 비대위원장을 정해놨다는 느낌이 듭니다

▲중진회의에서는 정 비대위원장 말고 다른 사람 이름도 거론됐습니다. 원외 인사로 당시 권성동 원내대표도 이야기했습니다. 원내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오가고 반나절도 아니고, 몇 시간 만에 상황이 바뀌었다면 이 역시도 석연치 않았던 의사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비대위원장을 박수로 추대했다는 말이 나옵니다

▲권 원내대표께서 갑자기 새 비대위원장을 거명하면서 생각할 겨를도 없었습니다. 일종의 깜짝쇼 같았습니다. 정 위원장을 박수로 맞아달라며 삼고초려를 했으니 추인하면 좋겠다면서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일단은 박수 치는 분위기였긴 합니다.

당시 저는 박수를 치지 않았습니다. 뒷줄에 앉은 대부분의 다른 분들도 저와 같이 박수를 치지 않았습니다.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비대위원장의 권한은 대표 권한과 같이 막강합니다. 그러면 과연 박수로서 추인하는 게 옳았는지 따져봤어야 합니다.

 진지한 토론을 해서 누구를 추천하는 행위가 없었습니다. 추인 방식이 초등학교 반장선거만도 못했습니다. 집권여당의 대표 권한을 가진 사람을 선임하는 과정이 상당이 좀 어설프기도 하고 민주적인 방식도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준석 전 대표가 승리하면 더 큰 혼란이 예상됩니다

▲그래서 원내대표든 비대위원장이든 여러 복잡한 사안의 갈등을 수습할만한 인물이 필요합니다. 당내에서 중립적인 인물이 있어야 합니다. 정치는 결국 사람이 하는 겁니다. 어떤 사람이 하느냐에 따라 수습되거나 악화되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모습은 거의 후자에 가깝습니다. 


-이 전 대표가 다시 돌아온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 궁금합니다

▲야당은 똘똘 뭉치는데 여당은 그렇지 못하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전 대표가 살아 돌아온다면 구성원의 일환으로서 또다시 내칠 수 없을 겁니다. 분명한 점은 이 전 대표가 2030세대에게 많은 희망을 주고 활동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다소 의견이 다르더라도 이 전 대표가 하는 표현이나 주장에 대해서도 충분히 경청할 의무가 있습니다.

우리가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향하고 우파의 가치를 존중하는 당이라고 하면 그에 걸맞게 행동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 주장과 다르다고 배척하는 획일화된 모습뿐만 아니라 ‘어리다’ ‘버릇없다’는 식으로 폄훼하는 모습은 좋지 않습니다.

저는 이 전 대표가 충분한 역량을 갖춘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전 대표가 현직이든 전직이든 어쨌든 대표였습니다. 최소한의 예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전 대표도 당 대표로서의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면서 본인에게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면 겸허하게 수용하고 통합하려는 역할을 좀 더 무겁게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국민의힘의 혼란 충격이 윤 대통령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 모양새입니다. 부정 평가율이 높습니다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언론을 탓하고, 야당 성향이 강한 언론에서 여론조사한 거 아니냐면서 외면하려 하지만 그럴 필요 없습니다. 부정평가가 2배 높으면 원인을 찾아 진단해 해결책을 모색하는 게 필요합니다. 새 정부의 기대치가 높았는데 기대치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인사, 정책, 위기관리 등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야당 특검법 무리라고 생각할 듯
이재명 대표 잘못한 죗값 치러야 

-인적 쇄신을 단행했는데도 여전히 여러 문제가 터져 나옵니다

▲인적 쇄신도 국민의 기대치에 만족할만큼 폭이 넓었으면 좋겠습니다. 윤 대통령이 선거 때 국민에게 내세운 게 ‘공정과 상식’입니다. 약속한 것처럼 국정을 운영해야 합니다. 국민은 늘 정부가 공정과 상식에 맞는 국정운영을 하고 있는지 지켜보고 있습니다. 

-또 다른 리스크로 늘 김건희 여사가 꼽힙니다. 민주당이 최근 김 여사 특검법을 발의했습니다

▲김 여사 특검법은 내용으로 들어가 보면 제1야당으로서 보여주는 모습의 한계인가 느낍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대해선 훨씬 전부터 탈탈 털었습니다. 다 문재인정부에서 한 일입니다.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일입니다.

그런데 당시 민주당에서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고 특검 주장도 없었습니다. 또 논문 표절을 이야기하는데 논문 표절은 이미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석사논문을 표절했다고 커밍아웃한 바 있습니다. 논문 표절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인들이 많이 저질러왔습니다.

문정부 때도 인사청문회에 나선 장관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이야기가 논문 표절입니다. 그때 특검을 했습니까. 논문 표절이 특검감은 아닙니다. 표절 논문과 관련해선 민주당도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여기엔 민주당의 가장 높은 자리(대표)까지 올랐던 사람들까지도 포함됩니다.

지금 와서 본인들은 아닌 것처럼 하는 게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다만 비난의 대상은 맞습니다. 특검이라는 건 국가적인 위기 상황을 초래했던 사안이라든지, 경제적 손실, 부정부패 등에 대해 특검을 하는 겁니다. 그런데 논문을 다룬다는 게 특검에 부합되는 것인지 살펴봐야 합니다.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대표)도 반대하지 않습니까. 

-주가조작과 관련해서도 특검을 띄웠습니다. 민주당 이 대표 역시 기소됐습니다

▲주가조작은 문정부 때 집중적으로 수사했던 사안인데, 문제였다면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로도 나오지 못했을 겁니다. 정략적으로 정치공세를 하는 야당의 모습을 보니 정치적 수준이 참혹하기 짝이 없어 보입니다. 민주당도 무리라는 걸 알 겁니다.

그러면서 강행하는 건 국민을 무시하는 모습입니다. 민주당 이 대표가 당 대표 후보 시절에 윤정부 성공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잉크도 마르기 전에 윤 대통령을 고소·고발하는가 하면, 특검법을 발의하고 새 정부 성공을 위해 협력하는 모습인지 되묻고 싶습니다. 야당은 야당답게 운영했으면 좋겠습니다.

반면 이 대표 건은 전혀 다른 성질의 것입니다. 선거법 위반이지 않습니까.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조사해서 검찰에서 수사했고, 기소한 게 사실입니다. 다수의 정치인들은 선거법 위반으로 많이 기소됩니다. 기소되는 정치인이 선거 때마다 굉장히 많이 나옵니다.

민주당이 정치적 탄압이라고 주장하는데 이전까지의 선거법 위반도 다 정치적 탄압입니까? 선거법 위반 사례를 가지고 정치적 탄압이라고 운운하는 건 옳지 않습니다. 법을 위반하면 죗값을 받는 게 맞습니다.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해야 합니다. 

-민주당은 전체 인원인 169명이 특검법에 동의했습니다. 우려가 나오는 부분은 민주당은 일치된 목소리를 냈다는 점입니다. 국민의힘이 반격하지만 다소 무게감이 떨어집니다

▲새겨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라는 것은 내 의견에 반대되는 의견을 얘기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끝까지 경청할 의무가 있는 행위입니다. 언젠가 국민의힘도 일치된 목소리가 나오리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평소 지론으로 내세우는 게 ‘소박한 정치가 세상을 꿈꾸게 한다’는 말입니다. 제가 20년 하던 정치와 비교하면 현재 정치는 과거보다 훨씬 더 퇴보한 듯한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경제나 문화, 사회는 급속히 발전하고 있지만, 정치가 퇴보하고 있는 것은 결국 정치인이 가져야 할 소박함이 부족한 탓입니다. 다른 분들도 마음의 욕심을 내려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정부여당입니다. 야당보다도 훨씬 더 국정운영을 책임질 몫이 큽니다. 언론 탓, 야당 탓, 누구 탓하지 말고 우리가 좀 더 국민을 화합·통합하고, 책임정치를 실현시켜야 합니다. 지난 정부보다 더 잘했다는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윤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너무 계파에 매몰되지 말고, 모두가 국민파로서 국민을 생각하는 정치인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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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