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문화재청 봐주기 의혹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2.02.17 11:35:57
  • 호수 13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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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하면 스캔들 식구가 하면 로맨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문화재 훼손은 중대한 범죄다. 매장문화재 유존지역 현장을 허가 없이 변경한 사람은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문화재청은 문화재를 훼손한 종로구청에 대해 고발조치를 예고했지만 2년이 넘도록 진행된 게 없다.

2019년 5월8일 A씨는 서울시 종로구 명륜동에서 임시 하수관 공사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후 A씨는 ‘발굴조사 현장 내 임시하수관로 설치 관련, 발굴유적에 대한 보호조치 위반’에 대한 민원을 제기했다. 

고발 예고

민원에는 매장문화재를 보온덮개, 배수로 정비 등 보존 조치사항을 사업시행자가 위반했다는 내용이었다. 

문화재청은 “매장문화재가 훼손됐다는 근거가 없으므로 조사기관에 대한 별도의 조치는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답변했다. 이어 “그러나 사업 행위자인 종로구청과 발굴 중인 매장문화재 유존 지역의 현상을 변경한 유건건설에 대해서는 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내용을 근거로 고발조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2년이 지났지만 문화재청의 종로구청 및 유건건설에 대한 고발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지난해 9월 A씨는 문화재청장을 직권남용으로 신고했다. 


A씨는 자신의 권한을 남용해 공문서를 허위로 작성하게 하고 매장문화재법 제31조 2항을 위반했다고 결론을 내고도 문화재청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2019년 11월 종로구청 공무원들을 매장문화재법 위반으로 문화재청에 신고했다. 2017년 5월22일 문화재 발굴 조사 중 조사지역에서 굴착해 임시 하수관 공사를 했다고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사원은 5월24일까지 임시하수관 공사가 없었다고 보고했지만 6개월 뒤 (하수관 공사를)했다고 다르게 보고했다. 문화재청은 문화재 발굴조사를 하는 곳에서 종로구청이 유건건설에 지시해 임시 하수관 공사를 시켰다고 하는데 앞뒤가 맞지 않는다. 법을 위반하면서까지 공사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해당 사건에 대해 “매장문화재를 훼손했다는 정황이 확인되지 않았고 이외 문화재청 업무처리에 위법·부당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사항으로 종결 처리한다”고 답변했다. 

종로 발굴조사 현장 임시 하수관 설치
 1차 조사 후 이첩…2년 넘도록 감감

문화재청에서 종로구청이 법을 위반한 사실이 없다는 경위서를 제출했다는 이유를 들은 A씨는 9월28일과 10월6일 감사 제보를 했다. 소관 부서인 대전사무소는 “감사 제보 사항에 대해 사실관계 등을 조사·검토해 12월17일까지 문화재청에서 조사·처리하는 것이 적정하다고 판단돼 사건을 이첩하고 결과를 회신하겠다”고 답변했다. 

A씨는 같은 달 20일 감사 제보 사항에 대한 문화재청 및 한강문화재연구원으로부터 받은 경위서 일체를 정보공개 청구했다. 


3일 뒤 감사원은 A씨의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감사 제보 관련 처리 등을 공개할 경우 직무상 독립된 감사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비공개를 결정했다. 

그러자 A씨는 나흘 뒤인 27일 문화재청과 한강문화재연구원이 제출한 증거가 어떻게 조작됐는지 알려주고자 정보공개를 신청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감사원의 공정한 업무수행에 지장을 주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감사원의 직무수행에 있어 공정성과 객관성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이라며 이의 신청을 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감사 제보 처리와 관련해 문화재청 등에서 제출받은 자료 등은 공공기관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5호에서 정하고 있는 ‘감사에 관한 사항’ 범위에 포함된다고 봤다. 

경위서 비공개? 부존재?
꼭꼭 숨기는 이유 있나

해당 정보가 공개될 경우 담당자들이 감사 요청사항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자료가 공개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내부의 자유로운 의사 개진 및 검토가 곤란해 공정하기 어려운 면이 있는 점을 고려했다. 자료가 공개되면 공정한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기에 감사원은 A씨의 이의 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A씨도 정보공개 비공개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기각 결정을 취소해야 한다며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A씨는 “일반적으로 감사원은 신고가 접수되면 제대로 조사해야 한다. 재신고가 접수되면 2차 조사는 더욱 철저히 하는 게 정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감사원이 제대로 조사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문화재청이 감사원에 보낸 경위서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는데 비공개 자료라고 했다. 비공개라는 것은 자료가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화재청에서 ‘부존재’라는 답변을 받았다. 감사원에 경위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감사원과 문화재청 두 기관 중 한 기관이 거짓말을 하는 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엇갈린 답변

종로구청 관계자는 “그 당시에 근무하지 않아 잘은 모르겠지만, 옛날 자료를 확인해본 결과 하수관 공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 발굴조사에 관한 기록은 찾기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감사 결과에 대해 홈페이지에 다 나와 있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에도 연락을 시도했지만 해당 사항에 대해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9d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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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만장일치로 윤석열 파면⋯헌정사상 두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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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심판 사건을 인용하면서 대한민국은 또다시 정치적 격변기를 맞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전 11시22분께 서울 종로구 대심판정서 재판관 만장일치 의견으로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이는 탄핵소추안 가결 111일 만이자, 탄핵 심판 변론 종결 38일 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이번 탄핵 심판은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것이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행위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다고 명시했다. 이날 차분한 목소리로 주문을 낭독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피청구인은 국회 권한 행사가 다수의 횡포라 판단했어도 헌법이 예정한 자구책을 통해 견제와 균형이 실현될 수 있게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청구인이 취임한지 2년 후 이뤄진 총선서 국정을 주도하도록 국민을 설득할 기회가 있었다”며 “결과가 피청구인 의도에 부합하지 않아도 야당을 지지한 국민들의 의사를 배제하려는 시도를 했으면 안 됐다”고 판단했다. 문 권한대행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고 계엄을 선포해 국가긴급권을 남용하는 역사를 재현해 국민들을 충격에 빠트리고, 사회·정치·경제 전반에 혼란을 야기했다”며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들을 초월해 사회 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헌재의 탄핵 인용 결정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상실하고 일반인 신분이 됐다. 이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도 퇴거해야 한다. 다만, 사저 경호 문제 등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므로 즉시 관저를 비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에도 헌재 파면 결정 이틀 뒤에 청와대 관저를 나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로 거처를 옮긴 바 있다. 이번 파면 결정으로 윤 전 대통령은 경호와 경비를 제외한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도 대부분 박탈당했다. 대통령 등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통상 최대 15년(10년+5년 연장)까지 경호를 받을 수 있으나, 임기만료 전 퇴임한 경우에는 최대 10년(5년+5년 연장)으로 줄어든다. 전직 대통령 예우 모두 박탈 정치권 ‘장미 대선’ 현실화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쳤다면 받았을 대통령 연금 수령 자격도 상실됐다.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친 전직 대통령은 대통령 보수연액(월급여의 8.85배)의 95%를 12개월로 나눠 받는다. 올해 윤 전 대통령 연봉은 약 2억6258만원(세전)이고, 이 기준에 따른 매월 연금액은 약 1533만원(연 기준 1억8397만원)이다. 이 밖에 기념사업 지원과 개인 사무실 및 보좌진 지원도 중단됐으며, 사후 국립묘지 안장 대상서도 제외된다. 공직 취임의 기회도 제한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4조 2항은 ‘탄핵 결정에 의해 파면된 사람은 결정 선고가 있은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아니하면 공무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윤 전 대통령은 파면 결정이 선고된 날로부터 5년간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 윤 전 대통령에게 남은 건 형사재판 절차 뿐이다. 형사재판은 탄핵 심판 결과와 별개로 그대로 진행되는데,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대통령은 오는 14일 첫 정식 공판을 받는다.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상실함에 따라 대한민국은 ‘장미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헌법 제68조는 대통령 궐위 시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4일을 기준으로 하면 60일째 되는 날은 오는 6월3일이므로 이날까지 대선을 치러야 한다. 이에 따라 ‘오말육초’(5월 말에서 6월 초) 사이에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10일 탄핵 결정으로 파면됐고, 정확히 60일째인 5월9일에 조기 대선이 실시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선례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치러질 조기 대선도 60일째 되는 날인 6월3일에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대선 시점이 6월3일보다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선 60일째 되는 날에서 가장 가까운 수요일인 5월28일이 조기 대선일로 유력하다는 예상도 나왔다. 어느 날짜에 선거가 치러지든, 정치권에서는 당분간 극심한 혼란이 예상된다. 헌재의 파면 결정으로 탄핵 정국이 조기 대선 정국으로 급변했고, 이제 차기 권력을 향한 대권 경쟁이 본격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여야 잠룡들은 탄핵 정국 속에서도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물밑 경쟁을 벌여왔다. 여권에서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등이 정권 재장출의 목표를 두고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사법 리스크를 덜어내며 독주 체제를 굳힌 바 있다. 이 외에도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등도 잠재적 대권주자로 꼽힌다. 조기 대선으로 선출되는 차기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없이 당선 즉시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는 이날 “국가 안보와 외교에 공백이 없도록 굳건한 안보 태세를 유지하겠다”며 “주권자인 국민 여러분들의 뜻을 받들어 헌법과 법률에 따라 다음 정부가 차질없이 출범할 수 있도록 차기 대통령 선거 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jungwon933@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