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과 3범 원장?’ 무허가 공부캠프의 민낯

허가도 없이 4주 기숙 특강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학생들에게 방학은 성적 도약·일발 역전의 적기다. 더 확실한 효과를 위해 방학 특강 캠프를 ‘구름판’으로 삼는다. 문제는 이들 사이에 무허가 불법 캠프가 섞여 기승을 부린다는 점이다. 15년 연혁을 내세운 ‘아는공부캠프’도 마찬가지. 올여름 불법 건축물에서 무허가로 진행된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대표 원장은 무허가 불법 캠프를 운영하다 최소 3회 이상의 전과를 남긴 것으로 드러났다.

아는공부캠프는 윤모 대표원장이 설립한 자기주도학습 캠프다. 기억방 캠프부터 팡스터디·팡스카이·아는공부로 명칭을 여러 번 변경하면서 15년간 이어져왔다. 각종 브랜드 대상을 네 차례 수상하고, 언론에도 꾸준히 보도될 만큼 인지도도 높다.

화려한 이력
숨겨진 전과

이곳 대표원장인 윤씨는 이력이 화려하다. 교육부 장관상을 받았고, 유명 사교육 업체 대표강사를 지냈다. 지상파 교육 대담 프로그램에 패널로 여러 번 얼굴을 비춘 적도 있다. 홈페이지에는 수강생 후기와 성적 상승 사례가 가득하다.

이들은 “누적 참가 인원은 8500명을 넘었으며, 이 중 80% 이상의 학생이 평균 3등급 이상의 성적 향상을 이뤄냈다”고 홍보한다. “누구나 하루 14시간 공부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는 문구가 이목을 끈다.

오히려 눈길이 가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다. 실제로 4주 과정에 344만원이라는 만만치 않은 비용에도 신청자 수백명이 몰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캠프의 합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 원장이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이하 학원법)’을 수차례 위반한 전과자고, 이를 숨기기 위해 법인명과 대표를 여러 차례 바꾼 것”이라는 구체적인 주장도 제기됐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주장 일부가 사실인 것으로 파악됐다. <일요시사>는 윤 원장이 지난해까지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받은 재판의 판결문을 입수했다.

윤 원장은 이 재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윤 원장은 법인 대표 조모씨와 공모해 2019년 총 3번에 걸쳐 무허가 교습소(캠프)를 운영했다. 캠프 운영 기간은 2~3주 남짓이었다.

‘하루 14시간 공부’로 유명한 프로그램
알고 보니 불법 운영만 3번…그러고 또?

재판부는 판결문에 “피고인은 동종범죄로 2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동종범죄의 집행유예 기간 중에 자숙하지 않고 다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점, 이 사건의 범행을 주도한 점, 한편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면서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는 점(중략)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적었다.

윤 원장은 이 사건 이전에도 이미 같은 이유로 2번이나 처벌받았고, 심지어 집행유예 기간에 다시 범행을 저질렀다는 얘기다. 그가 앞서 집행유예를 받은 이유는 2017년 강원도 횡성군에서 무허가 불법 캠프를 운영했기 때문이다.

윤 원장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횡성 코레스코 콘도에서 캠프를 6번 진행했다.


올여름 캠프가 다시 이곳에서 진행된다. 집행유예를 받았던 ‘횡성 무허가 캠프’가 약 5년 만에 돌아오는 셈이다. 캠프 일정은 이달 중순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앞서 2017년경 캠프에 참가했던 학생들은 콘도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깨어 있는 시간 대부분을 별동 건물에서 공부하는 데 할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번에도 별동 건물에서 학습활동이 이뤄진다면, 그 자체만으로 불법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점쳐진다. 해당 건물은 서류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무허가 건축물이라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일요시사>는 횡성군청에 코레스코 콘도 별동 건물이 실제로 불법 건축물인지 문의했다. 횡성군청 관계자는 “그 건물은 군청에 인허가를 받은 바 없다”며 “불법 건축물이 맞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군청이 별동 건물을 처음 인지한 것은 2017년. 군청은 곧바로 시정명령을 내리고 이행강제금을 부과했지만, 코레스코 콘도 측은 요지부동이었다. 2019년 사용금지 명령을 내린 후에도 달라진 건 없었다.

돌아온 시즌
숨기고 진행

그는 “횡성교육지원청으로부터 관련 소식을 듣고 이달 초 현장 확인을 마쳤다”며 “건물을 지속적으로 활용했다는 심증은 있지만, 콘도 측이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는 입장이라 당장 적극적인 조치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단 사용중지 공문을 다시 보내고, 차후 현장을 재방문할 예정”이라며 “만약 사용하는 게 적발되면 법규에 따라 고발 조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군청은 이미 캠프 일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예정대로 캠프가 이곳에서 열린다면, 현장에서 ‘불법 건축물 사용’ 행태가 적발될 가능성이 있다. 또 학습캠프를 운영하려면 학원법에 따라 관할 교육지원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횡성교육지원청에 문의한 결과, 아는공부캠프는 그 어떤 허가도 받아낸 바 없었다.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허가를 구한 적도, 받은 적도 없다. 엄연한 불법”이라며 “지난달 말 국민신문고를 통해 신고가 들어와서 관련 내용을 모두 인지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캠프가 허가를 받지 않은 이유는 다양하게 풀이된다. 우선 윤 원장이 합법적으로 캠프를 운영할 수 없는 상태라는 점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학원법 제9조1항에 의하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집행유예 기간 중인 자는 학원 설립·운영 등록을 할 수 없다. 윤 원장은 지난해 4월21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니, 이듬해 4월21일까지는 학원 운영이 불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소득을 의도적으로 축소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이어졌다. 앞서 윤 원장이 소득 신고와 현금영수증 발급을 제대로 하지 않았던 탓이다. <일요시사>는 동작세무서가 윤 원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세무조사 결과 통지서와 과태료 부과 사전 통지서를 확인했다.

강행하면
고발 예정

세무조사 결과 통지서에는 윤 원장이 2017~2018년 종합소득세 과세표준액을 약 7억5000만원으로 신고했다고 나온다. 하지만 세무조사 결과, 과세표준액은 그 4배를 넘는 약 34억8000만원에 달했다. 가산세액을 더한 예상 고지세액은 15억4500만원이었다.

현금영수증 발급의무 위반으로 부과된 과태료는 7억원을 넘겼다. 미신고된 소득 중 상당 부분은 무허가 캠프 운영 수익으로 추정된다. 캠프가 현금 결제만을 고수했다는 점도 고의성이 있었다는 주장에 힘을 싣는다.

교육지원청은 캠프가 일정을 강행하면 고발로 맞선다는 방침이다. 교육지원청은 ‘캠프를 실제로 열 경우 고발하겠다’는 취지의 내용증명 발송을 준비하고 있다.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법인 대표는 사위인 정모 원장으로 돼있으므로, 고발 대상은 정 원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교육지원청은)앞서 2017년 윤 원장을 같은 건으로 고발한 바 있다. 당시 자료를 참조해 비슷한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윤 원장 대신 정 원장이 고발당한다고 해서 윤 원장 처벌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윤 원장은 앞선 ‘전과’ 때도 법인 대표 신분이 아니었다.

지난해 재판에서 재판부는 윤 원장을 당시 법인 대표 조씨의 공동정범으로 보고 함께 처벌했다. 현재 교육지원청 역시 윤 원장을 캠프의 실질적 운영 주체로 판단하고 있다.

교육지원청 설명에 따르면 아는공부캠프 측은 “(캠프가)학원법 적용 대상이 아니므로 위반사항도, 처벌 근거도 없다”고 반발했다. 이들이 근거로 든 것은 학원법 제2조1항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학원이란 ‘30일 이상의 교수 과정’을 제공해야 하는데, 캠프의 경우 길어봤자 28일만 운영되므로 해당사항이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본 조항에는 ‘교습과정의 반복으로 교습일수가 30일이 넘은 경우도 포함된다’는 단서조항도 있다. 본인들이 홈페이지에 스스로 15년 연혁을 강조해둔 만큼 ‘30일 입증’에는 큰 무리가 없을 걸로 판단한다”며 캠프 주장을 일축했다.

5년 전 집유 받았던 곳서…
“사실무근…적용 대상 아냐”

캠프가 사업 요건을 제대로 갖췄는지도 미지수다. 통상 교육 업체들은 홈페이지 하단에 통신판매사업 신고번호와 학원 설립 및 운영등록번호를 함께 명시한다. 학원법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아는공부 캠프 홈페이지 하단에는 통신판매사업 신고번호만 있을 뿐, 학원 설립 및 운영등록번호는 찾아볼 수 없다.

아는공부캠프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일정을 강행하면 형사고발당할 게 불 보듯 뻔한 상황. 그렇다고 이제 와 일정을 취소하자니 그 후폭풍 역시 만만치 않다.

한 변호사는 “캠프가 취소될 경우, 민사책임은 당연하고 경우에 따라 형사책임까지 질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이어 “관건은 무허가 불법 캠프라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숨겼는지의 여부다. 만약 학생·학부모에게 이 캠프를 허가받은 합법이라고 알리는 등 구체적인 기망행위를 한 것이 포착되면 사기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캠프 측은 지난달 참여 학생 학부모가 모인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 “군청 보고가 의무라 소방안전, 방역, 지하수 모든 관리가 진행되고 있는 부분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피해는 오롯이 학생과 학부모의 몫이다. 무허가 캠프에 참가하는 학생은 허가받은 곳에 참여하는 학생에 비해 각종 피해로부터 보호받기 어렵다.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관련 법에 제시된 까다로운 요건들을 충족해야 하는 데 반해, 무허가 캠프는 충족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 장소가 무허가 건축물로 알려졌다. 무허가 건축물 역시 각종 안전기준이 충족됐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는 게 문제다.

<일요시사>는 아는공부캠프 측 입장을 물었다. 캠프 측은 “너무 억울하다. 우리는 학원이 아니라 교육서비스업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애초에 적용 대상도 아닌 법규를 왜 계속 들이미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법무법인을 통해 유권해석을 받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불법 건축물 이용 논란에 대해서는 “그 건물은 쓰지 않을 예정이었다”며 “코로나 유행으로 모든 학생을 한 곳에 수용하는 건 위험하다는 판단 아래 본 건물 3층에 걸쳐 학습공간을 마련할 계획이었다”고 해명했다.

“억울하다
모르겠다”

다만 캠프 측은 윤 원장의 동종 전과와 세무조사 결과, 과태료 부과 등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캠프 관계자는 “윤 원장은 실무에 잘 관여하지 않아 모르겠다”며 “적어도 ‘아는공부’로 전환된 이후로는 정 원장이 거의 모든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고 전했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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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