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과 3범 원장?’ 무허가 공부캠프의 민낯

허가도 없이 4주 기숙 특강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학생들에게 방학은 성적 도약·일발 역전의 적기다. 더 확실한 효과를 위해 방학 특강 캠프를 ‘구름판’으로 삼는다. 문제는 이들 사이에 무허가 불법 캠프가 섞여 기승을 부린다는 점이다. 15년 연혁을 내세운 ‘아는공부캠프’도 마찬가지. 올여름 불법 건축물에서 무허가로 진행된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대표 원장은 무허가 불법 캠프를 운영하다 최소 3회 이상의 전과를 남긴 것으로 드러났다.

아는공부캠프는 윤모 대표원장이 설립한 자기주도학습 캠프다. 기억방 캠프부터 팡스터디·팡스카이·아는공부로 명칭을 여러 번 변경하면서 15년간 이어져왔다. 각종 브랜드 대상을 네 차례 수상하고, 언론에도 꾸준히 보도될 만큼 인지도도 높다.

화려한 이력
숨겨진 전과

이곳 대표원장인 윤씨는 이력이 화려하다. 교육부 장관상을 받았고, 유명 사교육 업체 대표강사를 지냈다. 지상파 교육 대담 프로그램에 패널로 여러 번 얼굴을 비춘 적도 있다. 홈페이지에는 수강생 후기와 성적 상승 사례가 가득하다.

이들은 “누적 참가 인원은 8500명을 넘었으며, 이 중 80% 이상의 학생이 평균 3등급 이상의 성적 향상을 이뤄냈다”고 홍보한다. “누구나 하루 14시간 공부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는 문구가 이목을 끈다.

오히려 눈길이 가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다. 실제로 4주 과정에 344만원이라는 만만치 않은 비용에도 신청자 수백명이 몰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캠프의 합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 원장이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이하 학원법)’을 수차례 위반한 전과자고, 이를 숨기기 위해 법인명과 대표를 여러 차례 바꾼 것”이라는 구체적인 주장도 제기됐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주장 일부가 사실인 것으로 파악됐다. <일요시사>는 윤 원장이 지난해까지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받은 재판의 판결문을 입수했다.

윤 원장은 이 재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윤 원장은 법인 대표 조모씨와 공모해 2019년 총 3번에 걸쳐 무허가 교습소(캠프)를 운영했다. 캠프 운영 기간은 2~3주 남짓이었다.

‘하루 14시간 공부’로 유명한 프로그램
알고 보니 불법 운영만 3번…그러고 또?

재판부는 판결문에 “피고인은 동종범죄로 2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동종범죄의 집행유예 기간 중에 자숙하지 않고 다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점, 이 사건의 범행을 주도한 점, 한편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면서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는 점(중략)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적었다.

윤 원장은 이 사건 이전에도 이미 같은 이유로 2번이나 처벌받았고, 심지어 집행유예 기간에 다시 범행을 저질렀다는 얘기다. 그가 앞서 집행유예를 받은 이유는 2017년 강원도 횡성군에서 무허가 불법 캠프를 운영했기 때문이다.

윤 원장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횡성 코레스코 콘도에서 캠프를 6번 진행했다.


올여름 캠프가 다시 이곳에서 진행된다. 집행유예를 받았던 ‘횡성 무허가 캠프’가 약 5년 만에 돌아오는 셈이다. 캠프 일정은 이달 중순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앞서 2017년경 캠프에 참가했던 학생들은 콘도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깨어 있는 시간 대부분을 별동 건물에서 공부하는 데 할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번에도 별동 건물에서 학습활동이 이뤄진다면, 그 자체만으로 불법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점쳐진다. 해당 건물은 서류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무허가 건축물이라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일요시사>는 횡성군청에 코레스코 콘도 별동 건물이 실제로 불법 건축물인지 문의했다. 횡성군청 관계자는 “그 건물은 군청에 인허가를 받은 바 없다”며 “불법 건축물이 맞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군청이 별동 건물을 처음 인지한 것은 2017년. 군청은 곧바로 시정명령을 내리고 이행강제금을 부과했지만, 코레스코 콘도 측은 요지부동이었다. 2019년 사용금지 명령을 내린 후에도 달라진 건 없었다.

돌아온 시즌
숨기고 진행

그는 “횡성교육지원청으로부터 관련 소식을 듣고 이달 초 현장 확인을 마쳤다”며 “건물을 지속적으로 활용했다는 심증은 있지만, 콘도 측이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는 입장이라 당장 적극적인 조치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단 사용중지 공문을 다시 보내고, 차후 현장을 재방문할 예정”이라며 “만약 사용하는 게 적발되면 법규에 따라 고발 조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군청은 이미 캠프 일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예정대로 캠프가 이곳에서 열린다면, 현장에서 ‘불법 건축물 사용’ 행태가 적발될 가능성이 있다. 또 학습캠프를 운영하려면 학원법에 따라 관할 교육지원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횡성교육지원청에 문의한 결과, 아는공부캠프는 그 어떤 허가도 받아낸 바 없었다.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허가를 구한 적도, 받은 적도 없다. 엄연한 불법”이라며 “지난달 말 국민신문고를 통해 신고가 들어와서 관련 내용을 모두 인지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캠프가 허가를 받지 않은 이유는 다양하게 풀이된다. 우선 윤 원장이 합법적으로 캠프를 운영할 수 없는 상태라는 점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학원법 제9조1항에 의하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집행유예 기간 중인 자는 학원 설립·운영 등록을 할 수 없다. 윤 원장은 지난해 4월21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니, 이듬해 4월21일까지는 학원 운영이 불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소득을 의도적으로 축소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이어졌다. 앞서 윤 원장이 소득 신고와 현금영수증 발급을 제대로 하지 않았던 탓이다. <일요시사>는 동작세무서가 윤 원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세무조사 결과 통지서와 과태료 부과 사전 통지서를 확인했다.

강행하면
고발 예정

세무조사 결과 통지서에는 윤 원장이 2017~2018년 종합소득세 과세표준액을 약 7억5000만원으로 신고했다고 나온다. 하지만 세무조사 결과, 과세표준액은 그 4배를 넘는 약 34억8000만원에 달했다. 가산세액을 더한 예상 고지세액은 15억4500만원이었다.

현금영수증 발급의무 위반으로 부과된 과태료는 7억원을 넘겼다. 미신고된 소득 중 상당 부분은 무허가 캠프 운영 수익으로 추정된다. 캠프가 현금 결제만을 고수했다는 점도 고의성이 있었다는 주장에 힘을 싣는다.

교육지원청은 캠프가 일정을 강행하면 고발로 맞선다는 방침이다. 교육지원청은 ‘캠프를 실제로 열 경우 고발하겠다’는 취지의 내용증명 발송을 준비하고 있다.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법인 대표는 사위인 정모 원장으로 돼있으므로, 고발 대상은 정 원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교육지원청은)앞서 2017년 윤 원장을 같은 건으로 고발한 바 있다. 당시 자료를 참조해 비슷한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윤 원장 대신 정 원장이 고발당한다고 해서 윤 원장 처벌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윤 원장은 앞선 ‘전과’ 때도 법인 대표 신분이 아니었다.

지난해 재판에서 재판부는 윤 원장을 당시 법인 대표 조씨의 공동정범으로 보고 함께 처벌했다. 현재 교육지원청 역시 윤 원장을 캠프의 실질적 운영 주체로 판단하고 있다.

교육지원청 설명에 따르면 아는공부캠프 측은 “(캠프가)학원법 적용 대상이 아니므로 위반사항도, 처벌 근거도 없다”고 반발했다. 이들이 근거로 든 것은 학원법 제2조1항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학원이란 ‘30일 이상의 교수 과정’을 제공해야 하는데, 캠프의 경우 길어봤자 28일만 운영되므로 해당사항이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본 조항에는 ‘교습과정의 반복으로 교습일수가 30일이 넘은 경우도 포함된다’는 단서조항도 있다. 본인들이 홈페이지에 스스로 15년 연혁을 강조해둔 만큼 ‘30일 입증’에는 큰 무리가 없을 걸로 판단한다”며 캠프 주장을 일축했다.

5년 전 집유 받았던 곳서…
“사실무근…적용 대상 아냐”

캠프가 사업 요건을 제대로 갖췄는지도 미지수다. 통상 교육 업체들은 홈페이지 하단에 통신판매사업 신고번호와 학원 설립 및 운영등록번호를 함께 명시한다. 학원법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아는공부 캠프 홈페이지 하단에는 통신판매사업 신고번호만 있을 뿐, 학원 설립 및 운영등록번호는 찾아볼 수 없다.

아는공부캠프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일정을 강행하면 형사고발당할 게 불 보듯 뻔한 상황. 그렇다고 이제 와 일정을 취소하자니 그 후폭풍 역시 만만치 않다.

한 변호사는 “캠프가 취소될 경우, 민사책임은 당연하고 경우에 따라 형사책임까지 질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이어 “관건은 무허가 불법 캠프라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숨겼는지의 여부다. 만약 학생·학부모에게 이 캠프를 허가받은 합법이라고 알리는 등 구체적인 기망행위를 한 것이 포착되면 사기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캠프 측은 지난달 참여 학생 학부모가 모인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 “군청 보고가 의무라 소방안전, 방역, 지하수 모든 관리가 진행되고 있는 부분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피해는 오롯이 학생과 학부모의 몫이다. 무허가 캠프에 참가하는 학생은 허가받은 곳에 참여하는 학생에 비해 각종 피해로부터 보호받기 어렵다.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관련 법에 제시된 까다로운 요건들을 충족해야 하는 데 반해, 무허가 캠프는 충족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 장소가 무허가 건축물로 알려졌다. 무허가 건축물 역시 각종 안전기준이 충족됐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는 게 문제다.

<일요시사>는 아는공부캠프 측 입장을 물었다. 캠프 측은 “너무 억울하다. 우리는 학원이 아니라 교육서비스업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애초에 적용 대상도 아닌 법규를 왜 계속 들이미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법무법인을 통해 유권해석을 받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불법 건축물 이용 논란에 대해서는 “그 건물은 쓰지 않을 예정이었다”며 “코로나 유행으로 모든 학생을 한 곳에 수용하는 건 위험하다는 판단 아래 본 건물 3층에 걸쳐 학습공간을 마련할 계획이었다”고 해명했다.

“억울하다
모르겠다”

다만 캠프 측은 윤 원장의 동종 전과와 세무조사 결과, 과태료 부과 등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캠프 관계자는 “윤 원장은 실무에 잘 관여하지 않아 모르겠다”며 “적어도 ‘아는공부’로 전환된 이후로는 정 원장이 거의 모든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고 전했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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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