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과 3범 원장?’ 무허가 공부캠프의 민낯

허가도 없이 4주 기숙 특강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학생들에게 방학은 성적 도약·일발 역전의 적기다. 더 확실한 효과를 위해 방학 특강 캠프를 ‘구름판’으로 삼는다. 문제는 이들 사이에 무허가 불법 캠프가 섞여 기승을 부린다는 점이다. 15년 연혁을 내세운 ‘아는공부캠프’도 마찬가지. 올여름 불법 건축물에서 무허가로 진행된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대표 원장은 무허가 불법 캠프를 운영하다 최소 3회 이상의 전과를 남긴 것으로 드러났다.

아는공부캠프는 윤모 대표원장이 설립한 자기주도학습 캠프다. 기억방 캠프부터 팡스터디·팡스카이·아는공부로 명칭을 여러 번 변경하면서 15년간 이어져왔다. 각종 브랜드 대상을 네 차례 수상하고, 언론에도 꾸준히 보도될 만큼 인지도도 높다.

화려한 이력
숨겨진 전과

이곳 대표원장인 윤씨는 이력이 화려하다. 교육부 장관상을 받았고, 유명 사교육 업체 대표강사를 지냈다. 지상파 교육 대담 프로그램에 패널로 여러 번 얼굴을 비춘 적도 있다. 홈페이지에는 수강생 후기와 성적 상승 사례가 가득하다.

이들은 “누적 참가 인원은 8500명을 넘었으며, 이 중 80% 이상의 학생이 평균 3등급 이상의 성적 향상을 이뤄냈다”고 홍보한다. “누구나 하루 14시간 공부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는 문구가 이목을 끈다.

오히려 눈길이 가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다. 실제로 4주 과정에 344만원이라는 만만치 않은 비용에도 신청자 수백명이 몰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캠프의 합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 원장이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이하 학원법)’을 수차례 위반한 전과자고, 이를 숨기기 위해 법인명과 대표를 여러 차례 바꾼 것”이라는 구체적인 주장도 제기됐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주장 일부가 사실인 것으로 파악됐다. <일요시사>는 윤 원장이 지난해까지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받은 재판의 판결문을 입수했다.

윤 원장은 이 재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윤 원장은 법인 대표 조모씨와 공모해 2019년 총 3번에 걸쳐 무허가 교습소(캠프)를 운영했다. 캠프 운영 기간은 2~3주 남짓이었다.

‘하루 14시간 공부’로 유명한 프로그램
알고 보니 불법 운영만 3번…그러고 또?

재판부는 판결문에 “피고인은 동종범죄로 2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동종범죄의 집행유예 기간 중에 자숙하지 않고 다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점, 이 사건의 범행을 주도한 점, 한편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면서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는 점(중략)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적었다.

윤 원장은 이 사건 이전에도 이미 같은 이유로 2번이나 처벌받았고, 심지어 집행유예 기간에 다시 범행을 저질렀다는 얘기다. 그가 앞서 집행유예를 받은 이유는 2017년 강원도 횡성군에서 무허가 불법 캠프를 운영했기 때문이다.

윤 원장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횡성 코레스코 콘도에서 캠프를 6번 진행했다.


올여름 캠프가 다시 이곳에서 진행된다. 집행유예를 받았던 ‘횡성 무허가 캠프’가 약 5년 만에 돌아오는 셈이다. 캠프 일정은 이달 중순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앞서 2017년경 캠프에 참가했던 학생들은 콘도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깨어 있는 시간 대부분을 별동 건물에서 공부하는 데 할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번에도 별동 건물에서 학습활동이 이뤄진다면, 그 자체만으로 불법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점쳐진다. 해당 건물은 서류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무허가 건축물이라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일요시사>는 횡성군청에 코레스코 콘도 별동 건물이 실제로 불법 건축물인지 문의했다. 횡성군청 관계자는 “그 건물은 군청에 인허가를 받은 바 없다”며 “불법 건축물이 맞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군청이 별동 건물을 처음 인지한 것은 2017년. 군청은 곧바로 시정명령을 내리고 이행강제금을 부과했지만, 코레스코 콘도 측은 요지부동이었다. 2019년 사용금지 명령을 내린 후에도 달라진 건 없었다.

돌아온 시즌
숨기고 진행

그는 “횡성교육지원청으로부터 관련 소식을 듣고 이달 초 현장 확인을 마쳤다”며 “건물을 지속적으로 활용했다는 심증은 있지만, 콘도 측이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는 입장이라 당장 적극적인 조치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단 사용중지 공문을 다시 보내고, 차후 현장을 재방문할 예정”이라며 “만약 사용하는 게 적발되면 법규에 따라 고발 조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군청은 이미 캠프 일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예정대로 캠프가 이곳에서 열린다면, 현장에서 ‘불법 건축물 사용’ 행태가 적발될 가능성이 있다. 또 학습캠프를 운영하려면 학원법에 따라 관할 교육지원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횡성교육지원청에 문의한 결과, 아는공부캠프는 그 어떤 허가도 받아낸 바 없었다.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허가를 구한 적도, 받은 적도 없다. 엄연한 불법”이라며 “지난달 말 국민신문고를 통해 신고가 들어와서 관련 내용을 모두 인지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캠프가 허가를 받지 않은 이유는 다양하게 풀이된다. 우선 윤 원장이 합법적으로 캠프를 운영할 수 없는 상태라는 점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학원법 제9조1항에 의하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집행유예 기간 중인 자는 학원 설립·운영 등록을 할 수 없다. 윤 원장은 지난해 4월21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니, 이듬해 4월21일까지는 학원 운영이 불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소득을 의도적으로 축소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이어졌다. 앞서 윤 원장이 소득 신고와 현금영수증 발급을 제대로 하지 않았던 탓이다. <일요시사>는 동작세무서가 윤 원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세무조사 결과 통지서와 과태료 부과 사전 통지서를 확인했다.

강행하면
고발 예정

세무조사 결과 통지서에는 윤 원장이 2017~2018년 종합소득세 과세표준액을 약 7억5000만원으로 신고했다고 나온다. 하지만 세무조사 결과, 과세표준액은 그 4배를 넘는 약 34억8000만원에 달했다. 가산세액을 더한 예상 고지세액은 15억4500만원이었다.

현금영수증 발급의무 위반으로 부과된 과태료는 7억원을 넘겼다. 미신고된 소득 중 상당 부분은 무허가 캠프 운영 수익으로 추정된다. 캠프가 현금 결제만을 고수했다는 점도 고의성이 있었다는 주장에 힘을 싣는다.

교육지원청은 캠프가 일정을 강행하면 고발로 맞선다는 방침이다. 교육지원청은 ‘캠프를 실제로 열 경우 고발하겠다’는 취지의 내용증명 발송을 준비하고 있다.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법인 대표는 사위인 정모 원장으로 돼있으므로, 고발 대상은 정 원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교육지원청은)앞서 2017년 윤 원장을 같은 건으로 고발한 바 있다. 당시 자료를 참조해 비슷한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윤 원장 대신 정 원장이 고발당한다고 해서 윤 원장 처벌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윤 원장은 앞선 ‘전과’ 때도 법인 대표 신분이 아니었다.

지난해 재판에서 재판부는 윤 원장을 당시 법인 대표 조씨의 공동정범으로 보고 함께 처벌했다. 현재 교육지원청 역시 윤 원장을 캠프의 실질적 운영 주체로 판단하고 있다.

교육지원청 설명에 따르면 아는공부캠프 측은 “(캠프가)학원법 적용 대상이 아니므로 위반사항도, 처벌 근거도 없다”고 반발했다. 이들이 근거로 든 것은 학원법 제2조1항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학원이란 ‘30일 이상의 교수 과정’을 제공해야 하는데, 캠프의 경우 길어봤자 28일만 운영되므로 해당사항이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본 조항에는 ‘교습과정의 반복으로 교습일수가 30일이 넘은 경우도 포함된다’는 단서조항도 있다. 본인들이 홈페이지에 스스로 15년 연혁을 강조해둔 만큼 ‘30일 입증’에는 큰 무리가 없을 걸로 판단한다”며 캠프 주장을 일축했다.

5년 전 집유 받았던 곳서…
“사실무근…적용 대상 아냐”

캠프가 사업 요건을 제대로 갖췄는지도 미지수다. 통상 교육 업체들은 홈페이지 하단에 통신판매사업 신고번호와 학원 설립 및 운영등록번호를 함께 명시한다. 학원법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아는공부 캠프 홈페이지 하단에는 통신판매사업 신고번호만 있을 뿐, 학원 설립 및 운영등록번호는 찾아볼 수 없다.

아는공부캠프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일정을 강행하면 형사고발당할 게 불 보듯 뻔한 상황. 그렇다고 이제 와 일정을 취소하자니 그 후폭풍 역시 만만치 않다.

한 변호사는 “캠프가 취소될 경우, 민사책임은 당연하고 경우에 따라 형사책임까지 질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이어 “관건은 무허가 불법 캠프라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숨겼는지의 여부다. 만약 학생·학부모에게 이 캠프를 허가받은 합법이라고 알리는 등 구체적인 기망행위를 한 것이 포착되면 사기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캠프 측은 지난달 참여 학생 학부모가 모인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 “군청 보고가 의무라 소방안전, 방역, 지하수 모든 관리가 진행되고 있는 부분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피해는 오롯이 학생과 학부모의 몫이다. 무허가 캠프에 참가하는 학생은 허가받은 곳에 참여하는 학생에 비해 각종 피해로부터 보호받기 어렵다.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관련 법에 제시된 까다로운 요건들을 충족해야 하는 데 반해, 무허가 캠프는 충족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 장소가 무허가 건축물로 알려졌다. 무허가 건축물 역시 각종 안전기준이 충족됐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는 게 문제다.

<일요시사>는 아는공부캠프 측 입장을 물었다. 캠프 측은 “너무 억울하다. 우리는 학원이 아니라 교육서비스업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애초에 적용 대상도 아닌 법규를 왜 계속 들이미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법무법인을 통해 유권해석을 받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불법 건축물 이용 논란에 대해서는 “그 건물은 쓰지 않을 예정이었다”며 “코로나 유행으로 모든 학생을 한 곳에 수용하는 건 위험하다는 판단 아래 본 건물 3층에 걸쳐 학습공간을 마련할 계획이었다”고 해명했다.

“억울하다
모르겠다”

다만 캠프 측은 윤 원장의 동종 전과와 세무조사 결과, 과태료 부과 등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캠프 관계자는 “윤 원장은 실무에 잘 관여하지 않아 모르겠다”며 “적어도 ‘아는공부’로 전환된 이후로는 정 원장이 거의 모든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고 전했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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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